개는 짖는다.
시도 때도 없이,
낄 자리 안 낄자리 가리지 않고 짖는다.
그래서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개소리라 부르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이야기를 또한 개소리라 부른다,
때로는 보신탕을 이름바꾼 사철탕의 재료로,
때로는 사람을 구한 은혜의 영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배은망덕한 이의 별칭이 되기도 하는 개,
바로 그 개가 세상을 향해 토해내는 말과 생각이 소설가 김훈의 문체에 실려 책으로 나왔다.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소설은
수몰지역에서 태어난 진돗개 수놈 '보리'의 성장사를 담아내고 있다.
물론 보리는 평범한 개는 아니다.
소설의 주인공답게 영특하고 지혜롭다.
그러면서도 '보리'는 결코 전기적 인물로 읽히지는 않는다.
누가 보더라도 우리 주위에서 익히 보았을 '개'의 자화상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똥 먹기를 좋아하고,
암캐에 홀려 연애질을 꿈꾸기도 하고,
사나운 개에게 물리고 쫓겨 도망질도 치고,
주인 발길에 채이기도 하고,
그저 사람 주인이 만져주는 손길에 모든 미움 내치고 꼬리를 흔들기도 하고,
그렇게 '보리'는 우리가 늘상 봐온 그렇고 그런 개들중 하나다.
그런데 그 '보리'가 우리들의 일상을 눈물겹게 만든다.
함부로 개를 다루고, 함부로 개를 멸시한 우리들의 시선을 부끄럽게 만들고,
우리가 놓치고 말았을 '개'의 순간과 감정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미욱한 존재라고 무시했던 개의 일상에서 목격됐을 수많은 사람의 악행과 잘못을
반성하게도 만든다.
그러고서야 이 소설은 비로서
'개'가 아닌 '인간'을 위해 쓰여진 것임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어찌보면 사람판과 개판이 어우러진 이 세상을
조금은 더 살 맛나게 바꿔줄 따뜻함과 생명으로서의 동지적 시선을
배우게 될 지도 모른다.
김훈,
개,
푸른숲,
내가난한발바닥의기록,
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