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에게서 
갑작스런 소식이 전해져 오는 날들이 종종 있다.
그중에는 기분좋은 만남을 기다리게 하는 연락도 있지만,
가끔은 차라리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게 만드는 연락들도 있다.

전업후 꽤 돈벌이가 좋아져 교외에 근사한 집을 마련했다는 소식은 전자의 예가 되겠지만,
사업실패후 이친구 저친구를 수소문하며 돈을 빌리러 다닌다는 소식은 후자의 예가 될 것이다. 

삶은 아이러니해서 사실상 전자와 후자가 뒤바뀌기도 하고,
또한 기분좋은 소식인줄 알았던 것이 반대의 경우가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내내 연락이 끊겼던 그 잠적의 시간들은
그 결과를 예측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정보만을 준다는 점이다.

이 소설역시 그러했다.
'여자의 일생'. '목걸' 등의 작품을 읽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후 
만나게 되었던 이 소설들은 모두 모빠상의 미발표작들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익숙한 모빠상의 이름을 걸고 있지만 
조금은 낯선 무언가는 이 책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던 나에게 
여러가지 감정을 들게 했다. 

그것은 이 책을 읽을 것인가, 아니면 읽지 말 것인가의 판단을 내리게 하는데 상당히 곤혹스러운 요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결국 나는 읽었다, 이 책을. 

다행히 이 책은 절반쯤의 기대에 섰던 내 편이었다.
현실과 환상사이의 모호함을 모빠상 특유의 문제로 풀고 있는 소설들은 
낯설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었다. 
또한 작가의 정신적인 문제를 의심할 만큼 
모호하게 양분되는 세계과 빚어대는 파열음을 읽어내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모빠상, 장원, 광인

이 책은 철저히 관광관련 전공 학생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그러나 나는 관광관련 학과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사실 다가구 주택이 즐비하게 늘어선

친구네 집 골목에서 우연히 폐지들과 함께 버려진 이 책을 보았다.

딱 보기에도 대학교재라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잠시 망설이다 누가볼까 싶어 얼른 책을 잡아들었다.

 

잠시 책을 자연스럽게 펼쳐 흩어보았는데

형광색의 포스트 잇 몇장이 여전한 끈기를 자랑하며 붙어있었다.

그리고 눈에 띈 글자들.

‘중간고사 과목, 라면집 전화, 그리고 핸드폰 번호’,

한때 이 책의 주인에게는 중요했을 그 메모들이 내 마음을 그냥 붙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나는 책을 펼쳐 읽었다.

버스안에서도, 환승후 올라탄 전철안에서도,

다행히 때맞춰 자리가 났고 나는 약간의 기분좋은 흔들림속에 이 책을 읽어나갔다.

 

참 신기한 일이다.

누군가의 메모가 붙어 있는 책에는

왠지 그사람의 책력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다.

전혀 생소한 분야임에도 책은 제법 흥미롭게 읽혔다.

 

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광적 요소와 결합시킨 내용들을

교과서식으로 정리한 이 책에는

그야말로 관광진흥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골고루 적혀 있었다.

 

아마도 내 직업이 조그만 소도시의 관광문화과 과장이었다거나

혹은 관광축제를 성공시켜야 할 기획업체의 직원이었다면

이 책의 발견이 곧바로 ‘올레’를 외치는 기회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관광문화과 직원도 아니고, 기획업체의 직원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게 충분한 즐거움을 주었다.

 

생각해보라.

요즘처럼 관광과 문화, 여가가 중요시되는 시기가 있었던가?

그런 시기에 각각의 주제들을 전략적으로 묶어둔 책을 그것도 공짜로

거리에서 얻었다는 것은 기쁨인 동시에 커다란 즐거움이 아닌가.

 

물론 온전히 이 책을 출판가에 서점에서 구입할 분들에게도

이 책은 결코 손해는 되지 않을 것이다.

단 그들은 절대로 관광관련 학과와 관계가 있는 이들.

적어도 관광과 조금은 관련이 있는 이들이어야 할 것 같다.

 

문화, 관광, 대중문화, 축제, 음식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