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미는 무엇입니까?
제 취미는 독서랍니다.

1. 책 뜯어 먹기

뭐가 잘못된 것인가. 뭇 사람들은 내 상투적인 표현에 비웃음을 날리곤 한다. 그런데 취미가 정말 독서인 내게는 상당히 기분 상하는 일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특별히 증명할 일도 아니거니와 그들의 생각이 그저 나와 다르겠거니 하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취미를 붙인 것은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하고 타인들에게 강요 아닌 강요까지 하게 이르렀으니 이 독서에 대한 이 집착은 어찌할 노릇인가. 절박한 상황에서 나를 일으켜 세워준 독서와의 인연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평생 읽어도 모자랄 책을 불과 몇 년 사이에 읽어댔으니 책값이며 선물 비용에 대한 아내의 성화는 귀를 막아도 메아리는 살아 있다.

[환상 도서관]은 독서광들에게 귀가 솔깃해지고 눈이 번쩍 뜨일 책이다. 특히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도서관과 독서에 대한 주제의 책이라면 광적이다 싶을 정도로 이성을 잃곤 하지만 딱히 개인의 생각에 못 미치는 작품이 수두룩하다. 나도 참 많이 읽어댔다. 하루에 한 권이라는 목표를 세워 짜릿한 쾌감을 얻기도 해봤고 이제는 시간이 허락지 않아 하루에 한 바닥 이상이라도 읽자는 거창하지도 않은 목표를 실천해가는 재미에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난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소설보다는 문학계 비주류로 통하는 에세이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시대의 주류라고 일컫는 작가들의 작품을 편애 속에 읽어대기도 한다.

판타지 소설이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르라는 선입견이 무서운 속도로 머리를 스친다. 영화로 만들어지면 100% 성공하고 시공을 넘나들어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컴퓨터 그래픽의 눈속임이 그러하듯 대충 짐작이 가는 내용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지곤 하지만 [환상 도서관]을 맞닥뜨린 내겐 판타지 장르를 다시 생각하게 하여준 계기가 된 듯하다. 어떻게 책과 관한 소재로 풍부한 상상력이 가능했는지 다시금 인간 영역의 위대한 창작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 표현하고 싶다. 작가로 살아가는 한 남자, 미래에 집필될 자신의 책을 한눈에 확인되는 가상 도서관, 우편함에서 물밀 듯이 나오는 세계 문학을 집안에 빼곡히 채운 한 사내의 집안 도서관, 지구 상의 모든 이들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야간 도서관, 죽어서도 평생 책을 읽어야 하는 형벌이 내려지는 지옥 도서관, 책을 펼칠 때마다 새로운 내용으로 혼을 쏙 빼놓는 초소형 도서관, 페이퍼백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위대한 도서관에 이르기까지 어느하나 소홀히 대할 것이 없다.

[환상 도서관]은 판타지 옴니버스 소설의 느낌이 매우 강하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이 작은 구멍을 통해 한없이 신세계의 미로를 떠도는 느낌은 상상 그 기대 이상이다. 이야기를 구성하고 묘사하는 재주는 절제되고 과장되지 않았으며, 여섯 가지 챕터에 천연덕스레 몰입된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의 을씨년스러웠던 책에 대한 공허함이 단박에 충만해지는 감정은 새로운 경험이다 못해 풍요롭기까지 했다.

2. 끄트머리

세계환상문학 대상 수상작인 [환상 도서관], 이 여행을 통해 독특하고 기발하며 궁금증을 자아내는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마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처럼...

어디 피할 수 있다면 재주껏 피해 봐라.

1. 책 뜯어 먹기

재위 24년 만에 정조 시대가 막을 내리자 다산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당했다. 여기서 우리가 주시해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유배 중에서도 자식 교육을 걱정했던 다산의 모습이다. 정약용의 교육 방법은 두 가지다. 강진으로 근친(覲親) 온 자식들에게 직접 공부를 시켜 행동거지를 가르치거나, 자식에게 30여 통의 편지를 통해 성인이 되며 문장가가 되는 선비의 길을 채근했다는 사실은 오늘날 부모의 마음을 뻐근하게 한다. "당신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라는 물음에 말문이 막히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러고 보면 부모가 되어 아이와 마주하는 일이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라는 부재의 [아빠 공부]는 '최고의 아빠'가 되기보다는 '더 나은 아빠가 되기'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귀가 솔깃해지는 책이다. 우리 주변의 보통 아빠 15인의 좋은 아빠가 되는 비결을 읽다 보면 내 모습과의 간극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이쯤 되면 방치 수준이 아니던가라는 자책과 나는 과연 부모로서의 역할과 소임을 다하고 있느냐는 자아의 비아냥에 고개가 숙여진다. 15인 모두 건강한 양육 지침을 지향한다. 아이들과 실컷 놀아주고 열심히 공부하며 새로운 교육 환경을 조성해주는 아빠, 올바른 생각으로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며 따뜻한 아빠가 되고 싶은 15인의 노력 속에 배어나는 '함께'라는 모습은 훈훈하리만큼 정겹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던가. 자신의 자녀만 보더라도 어느새인가 입맛과 행동거지, 그리고 성격과 인성까지 빼닮아있는 모습은 타고난 핏줄인 탓을 전혀 배제할 순 없겠으나 모두가 부모의 영향과 환경에서 만들어진 후천적 결과의 산물이다. 자화상이 되고 싶은 부모의 희망은 자녀에게 물질적 금전적인 욕구를 채워 인간의 허상으로 키워내는 것이 아니라, 양육에 대한 갈등과 불안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성숙한 부모로서의 위치를 정립하여 대화와 사랑으로 자녀를 마주하는 것이 단초로 작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