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난해도, 가난보다는 풍족을 느껴. 난 그게 참 좋아.

현재의 생활로부터 일탈을 꾀하고 싶어하는 나에게 여행이라는 의미는 왜곡된 삶을 보정시켜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미치도록 떠나고 싶은 여행, 여름 휴가철을 목전에 두고 산이나 바다, 그리고 계곡과 들을 찾아 잇달아 이어지는 자동차 행렬이 고개를 젓게도 하지만 단 며칠만이라도 자연에 기꺼이 몸을 맡기는 모습은 인간 본연이 지닌 습성이 아닐까 한다.

삶이 윤택해지고 예전보다는 다소 여유로운 일상에서 도심의 깡통 숲을 떠난다는 즐거운 상상은 샐러리맨의 한결같은 바람으로 사느라 열심히 저어하던 몸짓을 여행으로 해갈하려는 일종의 작은 몸부림과도 같다. 내일은 가까운 산길이라도 가자. 오늘은 가까운 호수라도 가자. 등을 톡톡 두들겨 마음을 보채기도 한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경제적인 여건과 시간의 녹록함에도 생각과 설렘만 가득 찰 뿐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집에는 여행서가 꽤 있다. 독서를 통한 여행이 몸에 벤 난 탓인지 이내 나는 또 한 권의 여행서를 꺼내어 타인과 멀고도 낮선 여정을 떠난다.

태국의 수도이자 여러 국제기구가 운집해 동남아시아의 중심이기도 한 방콕. 근래에 들어 경제발전과 더불어 근대적 도시로 탈바꿈하며 국제 사회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나라로 무엇보다 잘 알려진 것이 관광지로서의 입지가 가장 큰 역할을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토그래퍼인 최용빈과 액세서리 디자이너 최보원 부부가 소개한 방콕은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다. 소개한 곳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볼거리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먹거리는 다양함 그 자체이며 큼직한 사진과 관광가이드 같은 자세한 설명은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없다. 다소 내용의 깊이와 사유의 폭이 떨어지지만, 심각성과 무거움을 배제한 채 편하고 여유롭게 읽기에는 무난한 책이다. 여타 여행관련 서적과 같이 [방콕 느낌]을 읽다 보면 어느새 방콕의 문화와 관습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짜릿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하루 벌어 하루를 먹고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그렇게 웃고 즐기며 축제처럼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순간 평소의 내 모습이 눈앞을 스치고 지나갔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나는 이렇게 온전히 행복했던 적이 있었나. 내가 가진 것들이 많건 적건, 그것들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에는 항상 턱없이 부족했다. 행복은 모두 마음가짐에서 온다는, 그 흔한 말이 가슴에 콕 박혀오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태국사람들은 우리보다 확실히 덜 각박하고 확실히 더 충만하다...p.146

밤낮으로 이들을 따라다니면 지칠 만도 하겠지만, 이국적인 풍경과 가난보다는 풍족함을 느끼는 태국 사람들의 풋풋한 소박함에 피로감도 잊게 한다. 여행이 주는 청량함이 바로 이런 것이다. 책을 읽고 미소 짓게 하는 것이 한가지 있다. 젊음.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세대별 가치와 관념은 모두 제각각이다. 젊음은 통통 튀고 반짝이며 모든 것이 궁금한 물음표라면 중년과 노년은 노련과 완숙이라는 관문으로 진입하거나 달관한 자세로 젊음을 반추하는 느낌표와도 같다. [방콕 느낌]은 물음표 세대의 여행에 관한 시각과 관점을 엿볼 수 있다. 내용이 참 젊다. 그래서 좋다.   

젊을 때 무모하다 싶은 일에 도전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실패하면 새롭게 다시 시작하면 된다. 패기와 용기는 젊음의 상징으로 이 시기의 여행은 생각의 키를 부쩍 성숙하게 한다. 여행을 통해 참된 자아를 발견하고, 사람과 어깨를 부대끼며, 정체성과 가치관을 정립할 때 어느덧 젊음의 성장판은 활짝 열려 있을 것이다. 젊을 때 떠나자!

오랜만에 중국 영화 감상.

古装大片就好像每个导演在内地电影市场的成人礼一样，擅长拍港式黑帮犯罪题材的麦兆辉和庄文强, 也用[关云长]表了表对内地电影市场的雄心, 而且在前期宣传活动中, 他们总是用生硬的普通话踌躇满志.

[关云长] 这样的题材和[孔子]一样, 是把双刃剑, 利弊都杀伤力极强, 或者双截棍, 耍不好就会打到自己. 如果[孔子]会面临古装文艺和戏说的两难的话, 那拍[关云长]的后果, 还要看导演的抱负, 是坐收其成——毕竟拍个武打片很简单, 还是不甘为传统背书, 要有自己的解读, 以现代的眼光去解构历史和传统, 还得问问自己是否能自圆其说, 时代是否允许超越传统的视角, 麦庄组合伪装成向传统示好, 走的却是最危险的一个路子.

중국 고전이기에 주윤발 주연의 [공자]란 영화를 몇 해 전 중국에서 봤지만 거의 실망 수준이었다. 문화대혁명 때 죽였던 공자를 다시 살려낸 중국이 아니더냐. 그때 중국 타이위엔지에 영화관에서 기대에 부풀어 봤던 [공자]. 너무 심하지 않던가. 중국 알리기 캠페인에 동원된 극 마냥 불편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명장 관우], 중국에선 [관운장]으로 상영이 되었다. 어째 그 나물에 그 밥인 마냥, 현실에 고대 의상을 입혀 놓고 이야기는 삼천포로 빠지는 것이 내심 언짢았고 그들 나름의 고전 해석도 영 가치 없어 보였다는 점. 홍콩 배우들의 [보통어(중국의 표준어)] 수준도 고만고만하더니만. 역시 고전은 책을 통해 접근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 아닌가. 현대는 역사와 전통을 오히려 해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