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책비>라는 제목을 보고 표지속의 책읽어주는 여자아이 이름이 책비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주는 계집종을 '책비'라고 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기수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지만 책비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은 조금 생소했다.

책 속의 주인공 이량은 역적으로 몰려 제주도로 귀양을 떠난 아버지와 갑작스런 일로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 어머니로 인해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하루하루 살아가기 버거워한다. 그러다 자신을 돌봐주는 서책집의 최서쾌와 수현을 통해 책과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책비라는 직업이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밥이 되고 약이 되고 세상이 담긴 책을 읽어주는  진정한 변화한다.

무엇이 이량을 변화시킨 것일까? 그것은 누가 뭐래도 책일 것이다. 이량을 고통스럽게 했다가도 다시 일으켜세우는 것은 바로 책이었다. 이량이 진정한 책비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책을 보는 즐거움과 함께 누군가에게 읽어주는데서 오는 즐거움 또한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책과 읽어주는 나, 들어주는 상대방 그리고 이야기가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아이가 어렸을때는 그저 책읽어주는 것이 좋다고 하니 많이 읽어주는게 좋을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아이와 함께 책을 보다보니 어느새 읽어주는 나 또한 책 속에 함께 있었다. 아이는 책속의 이야기를 좋아할뿐만 아니라 책을 읽어주는 엄마와의 그 시간을 즐거워했다. 그렇게 책읽어주는 즐거움을 함께 느껴가기 시작했다.

내 아이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은 때로는 버겁고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나의 잠깐의 수고로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 더 많은 즐거움과 힘을 얻곤 한다. 그래서 책읽어주기의 힘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책비가 된 이량을 보며 올 한해도 더 많은 아이들에게 책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다 다짐해본다.

<삐삐는 롱스타킹>으로 유명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작품 중 하나이다. 얼마나 말썽쟁이이면 사고뭉치라고 불릴까? 그 에밀을 만나보려 한다.

이 책은 에밀의 세가지 이야기가 들어 있다. 에밀이 수프 단지를 뒤집어쓴 날, 에밀이 여동생 이다를 공중에 대롱대롱 매단 날, 에밀이 도둑을 잡은 날..차례만 보아도 에밀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니 에밀이 어떤 사고를 칠지 벌써부터 웃음이 비어져나오며 궁금해진다.

에밀은 엄마, 아빠, 여동생, 알프레드 아저씨, 리나 누나와 함께 농장에 살고 있다. 에밀 때문에 농장은 조용할 날이 하루도 없다고 한다. 첫번째 이야기는 수프가 너무 맛있어서 단지에 머리를 넣고 핥아 먹다가 단지에 머리가 끼여 병원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 어떻게 머리를 넣었는지 보여준다고 아빠가 붙여 놓은 단지를 또 뒤집어 썼다가 결국 깨뜨리고 만다. 정말 못말리는 녀석이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당장 눈앞의 것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린아이 모습 그대로이다. 웃음이 나면서도 약간 답답하기도 하다. 큭큭..

두번째 이야기는 여동생을 국기 게양대 높이 매달아서 벌로 창고에 갇히게 되고 소시지를 몽땅 먹어치워 버린다. 국기 대신 어떻게 여동생을 직접 매달아 올릴 생각을 했을까? 동생에게 마을 구경을 시켜주려했다니 참 기발하고도 단순한 녀석이다. 혹시 자기가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으려나.

세번째 이야기는 도둑을 잡게 된 이야기이지만 이 또한 어른들 말을 듣지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다가 나무총으로 운좋게 생긴 일이다. 이걸 잘했다고 해야하나, 못했다고 해야하나 참 난감하다.

내가 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 보는 것만으로는 즐겁다. 세상에 이런 사고뭉치가 있나 하면서도 귀엽다. 이런 말썽쟁이 때문에 골치가 아플텐데도 에밀의 엄마는 에밀을 감싸 준다. 나라면 어땠을까? 사고뭉치 아들 에밀을 어린아이로 인정하고 감싸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하지만 에밀은 참 당찬 아이구나,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구나 여기면서 에밀이 사랑스러워진다. 우리 아이가 무언가에 몰두해 설령 사고를 치더라도 그 아이다움을 더 많이 인정해주어야 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일때만 가능한 것들, 이 시기에 더 많은 것을 즐기도록 해주어야겠다.

어? 어디서 많이 본듯한 만화인데?

표지의 그림을 본 순간 드는 생각이었다. 남동윤 만화가 이름도 낯익었다.

찾아보니 어린이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연재되었던 만화이다. 그렇다면 믿고 볼 수 있는 책이로구나 생각했다. 만화 안에 숨은 그림까지 가득이니 만화를 보는 즐거움에 놀이가 더해져 아이들을 쏙 끌어당길 수밖에 없겠다.

연재되었던 만화를 보았던 아이들은 금새 다른 점들을 발견한다. 같은 이야기도 있고 새로 더해진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같은 이야기여도 조금씩 더 덧붙여지고 새로워졌다고 한다. 요녀석들이 남동윤만화를 보는 귀신같은 아이들이 아닐까 잠시 엉뚱한 생각도 했다. 예전에 봤던 이야기일지라도 이렇게 새로운 점을 발견해가며 함께 보는 만화도 즐겁다. 서로 먼저 보겠다고 다투다가 안되겠는지 어느새 어깨를 맞대고 함께 보고 있다.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 채소나 과일을 안먹는 편식 습관을 가진 아이들이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버리는 이야기는 너무 교훈적인 것을 내세우지 않나 하는 조금은 억지스러운 면도 보이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편식습관이 심해져가는 아이들이 많아지는걸 보면 아이들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되었으리라 여겨진다.

이 책은 엄하고 권위적인 선생님이 아닌 엽기적이고 자기 멋대로인 귀신선생님과 각 이야기마다 등장하는 아이들이 모두 주인공이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두명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4학년 1반의 모든 아이들이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이 되어 등장한다. 

공부 잘하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좋다. 그렇다고 꼴찌에 소외된 아이들만을 감싸는 이야기도 아니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 순수함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이 들어있어서 보는 내내 즐거워진다.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집에 놀러오는 아이들이 손에서 이 책을 놓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