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봐도 뭔가 웃음이 배실배실 나올것만 같은 이야기다. 아이들도 '오메~ 할머니 오메~오메~' 하며 흥미로워한다. 오채 작가는 할머니와의 추억이 특별한가보다. <날마다 뽀끄땡스>에서도 섬마을에서 사는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를 재미나고 찡하게 그려내더니 <오메 할머니>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궁금해졌다.

오메 할머니의 이야기는 은지네 집에 사는 개 '봉지'의 시선에서 쓰여졌다. 봉지가 바라보는 할머니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네 사는 이야기처럼 가까이 다가온다. 편찮으신 몸으로 죽기 전에 한바꾸 돌려고 아들 집에 오셨다는 오메 할머니, 지팡이를 집고 힘도 딸리시지만 잘못된 일은 그냥 넘기질 못하신다. 늙은 개 '봉지'가 집안에서 생활하는걸 못마땅해하며 미워하지만 병들어가는 봉지의 모습에 연민을 느끼고 어딜 가나 함께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반지댁 할머니의 딸을 혼내기도 하고, 빡스댁 할머니를 돕겠다고 다른 할머니들의 서명을 받아 동사무소에 가서 지원을 해달라 요청하기도 한다.

한글 맞춤법이 틀린 곳도 많고 글씨도 삐뚤빼뚤이지만 할머니는 당당하다.

빡쓰댁을 도와주쇼!

어린 손자 델꼬 사는 부쌍한 할매요.

나라에서 거시기를 바께 해 주쑈! (56쪽)

남의 일을 신경쓰지 않는 게 지금의 현실이지만 우리의 할머니들은 옛날부터 살아온대로 이웃이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발벗고 나서 자기 일처럼 해결한다. 친구 생일파티만 다니며 자신의 생일파티를 못해 속상해하는 은지를 위해 할머니는 물결 파마도 해주시고 다짜구리도 직접 만들어 전수해주신다. 은지가 성물한 공책에 일기를 써내려가며 소녀같은 감성을 드러내는 오메 할머니가 귀엽기도 하고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

오메 할머니를 보며 우리 할머니를 비롯해 한 마을에 살았던 여러 할머니들이 한 분 한 분 떠오르며 그때가 그리워진다. 나도 은지처럼 할머니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눈깔사탕을 아껴 두었다가 학교갔다 돌아오면 속주머니 뒤져 하나씩 건네주시고, 한시간 가량 걸어가는 시장길에 동무해 준다고 돌아오는 길에는 꼭 맛난거 하나씩 손에 쥐어주시던 할머니, 나의 기억 속에 할머니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이다. 지금도 할머니를 생각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오메 할머니를 따라 즐겁게 웃다가 마지막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랬지만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끝내는 눈물을 머금게 된다.

우리 아이들은 할머니의 존재가 어떻게 자리할까? 자주 찾아가 뵌다고 해도 우리때처럼 같이 살지 않기에 끈끈한 정은 부족한 것 같다. 엄마가 할머니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았겠다 공감하면서도 할머니에게 이러한 정은 많이 없는 것 같다. 오메 할머니같은 할머니가 계시면 재밌기도 하고 슬프기도 할 것 같다고 한다. 지금은 할머니의 정을 다 받아들이고 느끼지 못하겠지만 나중에 조금 더 자라면 할머니가 자신들을 얼마나 이뻐하고 아꼈는지 이해할 수 있겠지. 살아계실 때 조금이라도 할머니와 아이들이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도록 해야겠다.

 

아이들 어렸을때는 함께 책을 읽고 놀이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자라면서 서로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런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좋은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는 편인데 가끔씩은 재미난 책을 만나면 잠자리에서 한 챕터씩 읽어주기도 한다. 이번에 만난 책도 혼자서 읽기보다는 누군가 읽어주면 더 재밌을 것 같은 책이다. 바로 <엘라의 엉뚱 발칙 유쾌한 학교>이다. 핀란드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아오며 열여덟권까지 '엘라' 시리즈가 나왔다고 하니 그 비결이 무엇일까도 궁금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독자라면 이 책을 몇 페이지만 읽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며 고개를 끄덕끄덕할 것이다.

제목은 '엘라의~'로 시작하지만 엘라를 포함한 개성넘치는 캐릭터를 가진 여러 친구들이 모두 주인공이다. 초등학교 1학년, 이처럼 엉뚱하고 자기중심적인 아이들이 하는 행동들이 밉기 보다는 귀엽고 사랑스럽다. 담임선생님의 행동을 보고 협박범에게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믿고 선생님을 구하기 위해 가방을 바꿔치기까지 하면서 선생님을 구해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 그 엉뚱한 상상과 행동들에 웃음짓지 않을 수 없다. 선생님의 신혼여행은 이 말썽꾸러기들로 인해 엉망이 되고 일찍 돌아와야 했지만 선생님은 아이들을 혼내지 않는다.

엘라와 친구들의 행동을 보며 웃음이 나고 귀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선생님이 참 힘들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명 한 명 이 말썽꾸러기들과 하루를 보내고 나면 완전 녹초가 되겠구나. 날마다 다른 사건들이 일어나고, 아이마다 다른 개성들을 가지고 있어서 선생님 혼자서 어떻게 모두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선생님은 이 아이들 각각의 개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혼내기보다는 알면서도 당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주눅들지 않고 규율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획일화된 교육보다 이렇게 자유로운 교육이 아이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잠자리에 들 전 엘라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이 더 말똥말똥해진다. 이제 고학년이 되어 유치하다고 할까 걱정했는데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고 한다. 아이들의 행동이 어디로 튈지 몰라 다음엔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고 더 읽어달라고 한다. 엘라 시리즈가 또 나온다면 금새 또 읽게 될 것 같다.  

아이들과 책을 볼 때 어떻게 하면 책을 더 좋아하게 되고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모든 놀이에 책을 연관시켜 놀았다. 한권의 책으로 날마다 한가지씩 놀이를 찾아 하며 한달 내내 그 책에 빠져들기도 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나 또한 책 속으로 더 깊숙이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해라 강요하고 지시하던 내가 아이들의 표정을 살피고,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면서 아이들을 더 사랑하게 되고 육아가 즐거워졌다.

지금은 책으로 더 많은 아이들과 만나는 일을 하고, 도서관에서도 책을 통해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일을 꾸려나간다. 우리 아이들과 책으로 즐거웠던 것처럼 지금의 일도 즐겁고 신난다. 가끔은 몸이 힘들어 버거울때도 있긴 하지만...

왜 이토록 아이들에게 책이 중요한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인정하리라 생각한다. 책을 책으로만 보아야지 어떤 활동을 꼭 연계시켜야 하나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이들은 세상의 많은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그 유혹을 떨쳐내고 책으로 끌어들이려면 아이들의 시선과 흥미를 끌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 또한 끊임없이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엉뚱한 생각들을 많이 한다.

내 아이들에서 벗어나 이제 여러 아이들과 만나며 어떤 놀이로 아이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여볼까 궁리하면서 '책하고 놀자'라는 책을 발견했다. 내가 찾는 것들이 가득 담겨 있을 것 같은 느낌! 제목도 내 마음이랑 딱 맞아서 좋다!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특징과 기획,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들이 소개되어 있어서 책축제를 기획하거나 일회성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도 도움이 될만한 요소들이 많다. 저자가 직접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해주고 사진도 함께 있어서 따라해보고 싶은 것들도 있다. 

미션 북파서블, 책표지 바꾸기, 무박이일 12시간 책읽기, 북콘서트, 독서캠프 등 우리 도서관 실정에 맞게 기획해보고 싶은 프로그램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책 찾기를 할 때 내는 문제는 도서관 견학 온 친구들과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다. (출간일이 가장 오래된 책 찾기, 제목이 가장 긴 책 찾기, 제목으로 끝말을 이어 가장 많은 권수를 가져온 모둠에게 점수, 가장 비싼 책과 싼 책을 찾아 가격 차이가 제일 많이 나는 모둠에게 점수) 재미있어 할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니 정말 신난다.

도서관에서 무엇을 해야하지? 책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지? 고민될 때 이 책을 보며 따라하기도 하고, 또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힘을 얻기도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