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커갈수록 성에 대한 문제들을 어떻게 이야기해 주어야할지 고민이 된다. 학교에서 어느 정도 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가정에서 언제 어느때부터 얼마만큼의 교육이 필요한지 사실 난감한 부분이 많다. 키싱 마이 라이프..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 마음이 더 절실해진다.

청소년소설이기에 그들의 청춘을 느껴보고, 나의 그 시절도 살짝 되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야기에 순식간에 빠져들었지만 소재 자체는 조금 무겁다. 소설이기에 이야기 전개가 어찌 흘러갈거라 예상하면서도 왠지 마음속으로 제발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생겨난다.

우리의 주인공 하연이는 고등학생이다. 남자친구 채강이와 식구들이 없는 채강이네 집에서 와인을 마신 후 하연이가 말하는 '미친 호르몬'으로 인해 성관계를 맺는다. 보통 자제력을 이기지 못한 남자아이들이 먼저 시작하는 일이지만 하연이 또한 호기심과 미묘한 감정으로 발생된 일이다. 이 일로 인해 고등학생 하연이는 임신을 하게 된다. 술만 마시면 자제력을 잃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감싸는 엄마, 그리고 이러한 집안현실에 뛰쳐나가버린 언니 수연이..하연이는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일에 마주쳐 아빠의 사고를 수습하는 엄마에게 솔직히 말하지 못하고 집을 나간다. 채강이와 친구들이 도움을 주며 여관에서 생활하지만 그 또한 친구들에게 짐이 된다는걸 알고 혼자소 미혼모센터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다른 틴맘들을 만나고, 아이를 낳게 된다. 아이를 낳고 나면 다가올 또 하나의 문제는 아이를 기를 것인가, 입양할 것인가이다. 보호자인 엄마가 와서 그동안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 마음을 다독여주고, 아이를 낳을 때는 채강이가 함께 한다.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하연이와 채강이, 그리고 하연이 엄마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하연이와 채강이 모두 한뼘 성숙해지리라 생각된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결국 하연이는 자신의 행동으로 야기된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고 이겨내었다. 어린 나이에 겪기에는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 부딪쳐서 그 아픔을 이겨내야만 한다. 하연이는 우리에게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제는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잘 헤쳐나갈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청소년 소설에 푹 빠져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약간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게 진짜 현실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춘기가 빨리 오고 성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에 이런 문제는 안으로 감추기보다는 드러내놓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청소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성교육 못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하연이와 채강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둘째아이가 학교 과학의 날 행사에서 미래과학 그림 그리기에 참여했다. 아이가 그때 그린 그림은 지구 위에 또다른 도시가 만들어지고, 태양계 행성들끼리 서로 오갈 수 있는 터널이 만들어져 있었다. 과학상상화이기에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사회에 혹시나 일어날 수도 있는 모습이겠다. 오래전 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지금 현실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아이가 그린 상상화 속의 그림이 미래의 언젠가의 모습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아이들에 비해 판타지동화는 이야기속을 들어가는데 꽤 힘이 든다. <꿈꾸는 행성>에서도 그랬는데 처음부터 쏙 빨려드는 아이들보다 나는 1권의 중반쯤 되어서야 이야기 속에 들어가게 된다. 도대체 무얼 이야기하려는 걸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장면들을 정리해가며 <로봇의 별>이라는 방을 겨우겨우 만들어 들어갔다.

주인공은 로봇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빠져있지는 않는다. 로봇중심의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인간이 있고, 우리 인간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고, 명령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줄 알고 감정도 느낄 줄 아는 인공지능 로봇들이 등장한다.

지구환경의 오염때문일까. 지구의 모습은 폐허로 변해버렸고 지상에 거대한 하늘도시가 건설되어 상위 두계급만 그곳에서 살 수 있다. 우주 도시 라그랑주 또한 상위 계급만 여행이 가능하고, 로봇들을 통해 또다른 우주도시를 건설하려 한다. 이 모습을 보면 정말 우리의 미래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자본주의로 인해 경제적인 계급이 존재하고 있고, 지구를 지키려는 노력보다는 과학기술에 더 의존한다면 돈있는 사람들은 상위 계급이 되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어가는 지구보다는 안전한 하늘도시로 모두 옮겨갈 것이다. 비록 판타지이지만 작가는 우리에게 왜 지구를 지켜야 하는지, 돈이나 힘보다 로봇이든 인간이든 서로에 대한 배려와 진정한 용기가 왜 필요한지 알려주고 있다.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안드로이드 로봇인 세쌍둥이 나로, 아라, 네다는 다른 로봇에 비해 특별히 제작된 모델로 각기 다른 주인이 있다. 1권에서는 나로가 엄마 곁을 떠나 로봇의 제3원칙을 제거하고 우주도시로 가서 로봇의 나라를 세울 계획을 세우고, 2권에서는 피에르 회장과 함께 살았던 아라가 인간의 스파이가 되어 항해자들에게 들어가 나로를 만나 다시 로봇의 나라를 만드려는 노란잠수함에 맞선다. 3권에서는 네다가 등장한다. 네다는 지구에서 하층민 아이들을 보며 생활하고 있다. 셋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될 어떤 끈이 존재했나보다. 나로와 아라, 네다는 로봇이지만 누구의 명령이 아닌 자기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행동하고 꿈꾼다. 로봇이든 인간이든 무엇이 옳은가를 판단하고, 그것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린 용감해. 용감하다는 건 말이야. 너처럼 괜히 큰소리나 떵떵 치는 게 아니야. 진짜 용기는 옳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거야. 힘들어도, 두려워도 옳은 일을 하는 거지."

나로가 3권에서 한 이 말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빨간 비가 내리는 곳에 빨간 우산을 쓴 아이가 갓 돋아난 새싹을 들여다보고 있다. 빨간 꽃을 피우는 이야기인가? 아이는 어떻게 빨간 꽃을 피우게 될까?

4학년때 엄마와 함께 캐나다로 조기유학을 떠났던 지우는 2년만에 돌아와 6학년이 되었다. 언제나 밝고 자신감이 넘쳤던 지우는 그곳에서 캐시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고 엄마가 나가 일하시는 동안 혼자서 외로이 지내야했다. 잘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자기의 의사와 상관없이 엄마의 욕심만으로 간 곳이었기에 지우는 외로움에 허덕이고 마음의 큰 상처 하나를 안고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학교에서 친했던 은채마저 지우를 멀리하고,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면서 결국 시험볼때처럼 아무때나 잠들어버리는 기면증이라고 하는 진단을 받게 된다.

사회시험에서 자기도 모르게 잠을 자버려 한문제도 못풀어 시험지에는 빨간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지우 혼자만의 문제도 아니고, 지우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길 경우 먼저 부모의 상태와 서로의 관계를 보아야하듯 지우도 엄마와 함께 조금씩 헤쳐나가야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영어 교육때문에 조기유학을 가는 경우들이 갈수록 많아진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돌아와서도 잘 해내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은 우리에게 그 아이들이 모두 행복한 생활을 하며 잘 적응해나가고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안그래도 사춘기를 겪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견뎌내는 아이들이 또다른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을 지우를 통해 들여다보게 되었다.

"빨간 비를 맞고, 빨간 꽃이 피어날 거야. 어떤 꽃보다 화사하게 피어날 거야."

빨간 비가 내린 곳에 빨간 꽃을 피워내며 지우는 그렇게 조금씩 행복해질 것이다. 빨간 비를 맞아 상처를 입었지만, 그 상처에 새살이 돋듯 지우의 얼굴에도 조금씩 미소가 살아날거라 생각한다.

빨간 비로 인해 상처받고 아파할 우리의 많은 아이들이 지우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힘을 내어 지우와 함께 빨간 꽃을 하나씩 하나씩 피워나가길 바래본다. 앞으로 빨간 비를 내려야 할 일이 생긴다면 비 대신 더 화사한 꽃을 피워낼 수 있는 빨간 꽃으로 그려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