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푸르러서 언제나 싱싱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아이, 파라나..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서 다시 한번 보고 감탄할 정도로 키도 크고 잘생긴 정호는 일부러 집에서 먼 학교에 다닌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정호에게 어떤 마음의 상처가 있기에 무언가를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큰걸까? 아버지는 팔이 뒤틀리고 어머니는 다리 한쪽이 불편한 장애가 있다는 것으로 정호는 평범한 아이들과는 달랐다. 어려서부터 그러한 환경 때문에 착한 아이라는 이름을 달고 살았다. 착한 아이라는 꼬리표가 정호에겐 무엇보다 힘들었을 것이다.

착한 아이 증후군..주위에서 착하다 착하다 하면 그 말로 인해 당사자는 마음이 정말 힘들다. 조금 떼를 부리고 싶을때도 늘 양보해야 하고, 참아야 하고, 어른들이 보기에 착하게 착하게 행동해야만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다.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늘 예의바른 모습은 겉으로만 보이는 것이지 마음 속은 곪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보는 내내 정호의 마음이 어떨지 신경쓰이고 아팠다. 학교에서는 착한 아이이기를 거부하는 정호에게 또다른 상처를 안고 있는 효은이라는 친구가 있는건 다행이다. 효은이 또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많이 아파왔던 아이이기에 정호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정호와 효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가 있어 다행이다.

학교에서 주는 효행대상을 거부하고 당당하게 누구 앞에서도 쪼그러들지 않는 존심을 지켜나가겠다고 마음먹은 정호에게 한없는 박수를 보낸다. 정호나 효은 둘다 앞으로 살아갈 날에도 많은 아픔과 상처, 고민이 함께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쫄지 않고 당당하겠다 마음먹었지만 또 무너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마다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기를 바란다. 그러면서 마음이 단단해지길 바란다.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아이들과 함께 책읽기를 꾸준히 해왔고, 우리 아이가 아닌 다른 여러 아이들에게도 책읽어주기 활동을 계속 해왔기에 함께 읽기의 힘이 정말 크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기에 경기도중등독서토론교육연구회 교사모임에서 펴낸 이 책이 지치지 않는 독서교육을 꿈꾸는 보통 교사들의 새로운 교실 이야기라니 무척 기대가 된다.

선생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사회문화 속에서 아이들의 독서교육에 이렇게 열정을 갖고 함께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에 먼저 놀랍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독서토론교육연구회라고 하니 독서교육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국어과 선생님들의 모임이며 국어과에 해당하는 연구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아주 다양했다. 국어, 윤리, 역사, 사회 뿐만 아니라 물리에 체육까지 선생님들은 다양한 교과에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독서교육을 함께할것인지 고민하고 연구하며 학교에서 지치지않는 독서교육을 시도해오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놀라웠다.

물론 이 책에 글을 쓰신 여러분의 선생님들이 지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말 없이 잠만 자는 아이들도 있고, 수업 자체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끊임없이 아이들을 독려하고, 함께 연구해나간다. 쌀쌀맞은 너희에게 문학으로 말 걸기, 도덕적 민감성 기르기, 파릇파릇 물리 쌤의 좌충우돌 독서수업, 소크라테스처럼 역사 수업하기, 책 읽고 시 읊는 윤리적인 엘리트를 부탁해, 신체활동의 가치를 생각한다, 이땅의 모든 고딩에게 역사적 감수성을, 질문과 토론의 씨앗 뿌리기..이 선생님들의 독서수업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독서수업의 성공사례만을 보여주는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해낸 것, 또는 해내지 못한 것, 고민되었던 점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학교수업 시간을 빼서 독서수업만 한다는 것은 정말 새로운 시도이다. 그것도 다양한 과목에서 시도된 함께 읽기 수업의 힘이 몇배로 불어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매주 독서모임을 하면서 혼자 읽을때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눌때의 효과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에 학교에서 선생님들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정말 지치지 않는 독서교육을 계속 해주길 바란다. 떄론 지치더라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 또 이러한 교육을 다른 지역에도 널리널리 많이 전파해주기를 바란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몸이 건강하게 자라야할 뿐만아니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독서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단단해지고 건강해져가고 있을 것이다. 그 안에 선생님들의 함께하는 읽기가 있기에 내 마음도 든든해진다.

 

책표지 자체의 느낌은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듯 보인다. 그래서 쉽게 손에 들지 못했던 책이기도 하다. 기억전달자..내용을 이해하기에 힘든 제목이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더 늦기 전에 읽어봐야겠다 다짐하고 검은 표지를 펼친다.

초반의 내용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흥미를 끌기에는 초반 이야기의 힘이 약하지않나 싶다. 조금 보다가 덮어버리는 이들이 생길수도 있겠다. 그 부분을 이겨내고 보니 조금씩 이해가 간다. 현재의 생활이 아닌 미래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곧 만 열두살이 되는 조너스는 엄마와 아빠, 여동생 릴리와 가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을은 모두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고 자신의 감정도 통제된다. 어른이 되면 자신에 조건에 맞는 배우자를 결정해 부부가 되고, 산모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낳은 아이를 데려와 기르게 된다. 그것도 두 명으로 제한이 되어 있다. 아이들은 각 해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배우고, 한 살 먹을수록 해야하는 것, 할 수 있는 것들이 정해져 있다. 열두살이 되면 앞으로 어른이 되어 해야 할 임무를 부여받게 된다. 미래의 직업도 자신의 생활을 토대로 마을에서 정해주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열두살이 된 조너스는 '기억 보유자'라는 직위를 받게 되었다. 영예로운 직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고통이 따르는 자리이다. 현재의 기억 보유자는 조너스에게 오래오래 전의 모든 기억들을 조너스에게 전하는 기억 전달자 역할을 하고 자신을 일을 마치게 된다. 조너스는 과거의 모든 기억들을 전달받으면서 세상의 색깔과 기쁨, 설레임, 고통과 슬픔, 사랑의 감정까지 느낀다. 그러면서 여태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을 돌아보고 지금 살고 있는 마을의 모습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여긴다.

조너스는 보육사인 아버지가 쌍둥이 아기의 임무해제 과정을 보고 더욱 충격을 받게 된다. 굶주림의 이유로 산아제한을 하고 있으며, 쌍둥이 중 저체중인 아이는 '임무 해제' 시키게 되고, 나이든 노인들 역시 '임무 해제'가 된다. 이는 곧 죽음과 같은 말이다. 색깔을 구분할 수 없는 회색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정해진 틀 안에서 자신의 감정을 느끼지도 못한 채로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성욕을 없애기 위해 약을 먹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절대 피해를 주는 일이나 말도 해서는 안된다.

물론 모든 것이 평화롭게 잘 운영되고 모두 어려움 없이 잘 지낸다고 하지만 이는 모든 것을 통제하는 비인간적인 삶이다. 집에서 잠시 돌보고 있던 아기 가브리엘을 '임무 해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너스는 아기를 데리고 마을을 떠나 어딘가에 있을 다른 세상을 찾아 떠난다. 기억 전달자에게 받은 조너스의 기억은 마을 사람들에게 조금씩 전해졌을 것이다.

조너스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여러 감정들을 경험한다.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어려움을 스스로 감내하면서 떠나기를 결심한 조너스를 통해 완벽한 사회를 위해 우리 인간의 감정이 사라져도 되는지, 조너스가 살고 있던 미래 사회의 모습이 정말 우리가 바라는 모습인지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