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과학프로그램의 짤막짤막한 이야기를 편집해서 낸 이 책은 독특한 표지만큼이나 내용도 발칙하다. 필자 중 한 사람인 정재승님은 워낙 유명하신 과학자(현재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이니 설명하지 않고 넘어가더라도, 또 다른 필자인 전희주 방송작가는 꽤나 흥미로운 사람이다. 칼 세이건의 “세상은 대단히 늙었고, 인류는 매우 젊다.”라는 문구를 자기소개에 넣다니. 여기서부터 이미 그녀의 과학 호기심이 물씬 풍기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깨알 같은 과학 이야기

 

살아가면서 궁금한 유치한 질문들이 이곳에 나열되어있다. 가장 친환경적인 건조기는, 빨랫줄. 노스트라무스 예언의 문제, 방수 시계를 가지고 다이빙해도 될까? 며느리도 모르는 코카콜라 제조법, 구구단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 집중력은 슬플 때 높다? 이 모든 호기심이 뿜어져 나오는 이 책은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궁금하면 읽어야 한다. 읽으면 이미 우리는 무한지식의 마라톤에 들어온 것이다. 내용이 이어지지 않지만 짤막한 호기심 덩어리들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금새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으니.

 

네덜란드 스키폴 국제공항에 있는 남자 소변기에는 변기 안에 파리가 한 마리씩 붙어 있다고 한다. 비록 그림이긴 하지만 이 파리들은 소변을 보는 남자들의 눈을 잠깐 속이기에 충분할 만큼 섬세하게 그려졌는데, 이렇게 파리를 그려놓은 목적은 남자들의 사냥 본능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다. 남성들이 소변을 보는 동안 파리를 조준하게 되고, 그 덕에 소변의 배출방향이 정확해져서 옆으로 덜 튀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조준만 정확해도 변기 밖으로 튀는 소변이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나 재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p.225

 

-> 재미 삼아 남편에게 물어보니 남자들은 원래 파리가 있으면 맞추려고 한다고 하면서 그걸 몰랐냐고 반문하는 것을 보니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실려있다고 믿는다.

 

도전무한지식, 정재승, 라디오, 호기심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은 요즘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초반에 너무 자극적인 진행이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있어서 시청하기를 꺼려했으나, 아이를 임신한 이후에는 나에게 도움되는 조언이 많다고 생각되어 즐겨보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소아정신과 의사인 오은영 박사의 책은,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들 정도로 어조가 분명하다. 잘 모른다고 처음이라고 어렵게 생각한 육아, 훈육에 대해 전문가로서 자신감 있는 오은영 박사의 어조는 불안감을 덮어주는 좋은 치료제였다.

 

부모의 문제는 불안감부터

 

왜 엄마는 불안해 하고 아빠는 무관심할까. 제목부터 자극적인 이 책은 초반에서 중반을 할애하여 부모의 불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불안한 사람의 방어기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특히 크게 공감했다. (p.74) 다양한 방어기제가 있지만 과잉 개입과 과잉 통제를 하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엄마 스스로의 불안감이 얼마나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본인의 불안감을 다스리지 못하면 결국 아이마저 상처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서울 정도였다. 이와 반대로 아빠의 무관심함은 남자의 불안함의 표현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자로서 엄마의 마음은 공감할 수 있지만 항상 아빠들의 무관심한 태도가 이해되지 않던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부모 둘 다 모르고 잘 할 있을까 불안해서 과잉 태도와 무관심함을 보이는 것이었다. 이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가벼워졌다.

 

다양한 갈등상황과 그 해결방법 제시

 

중후반 부분에는 자녀를 키우면서 생길 수 있는 갈등 상황에서 엄마, 아빠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나아가 각자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이 이러하니 서로를 이렇게 이해해주자는 해결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한쪽의 마음만 짐작할 수 있었던 나는 남자의 마음을 몰래 볼 수 있음으로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던 나의 아버지, 또는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이제는 내 아이의 아버지가 될 내 남편의 마음까지 엿보게 된 것 같았다. 이렇게 이해해야 하는구나, 이렇게 이야기를 해서 서로 의견을 좁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세한 예시를 들어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물론 이 책에서도 아쉬운 점이 남았다. 해결방안 제시가 흐지부지 넘어간 부분도 있는데 필자는 그 상황이 서로의 입장설명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짧게 언급한 것인지 조금 혼란스러웠다.

 

나의 불안감을 대화로 풀기

 

인간의 삶에서 대화만큼 효과적이며 아름다운 수단은 없는 것 같다.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이해하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게 해주지 않는가. 이 책의 결론은 진솔한 대화이다. 자신의 의견만 강조하느라 놓쳐버린 배우자의 마음을 보듬고, 아이의 고민과 상처를 어루만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바른 대화의 태도와 방법이 필요하다. 대화에 앞서 상대방의 상황을 마음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태도야 말로 이 책이 내게 선물해준 큰 선물이다.

 

 

 

불안한엄마, 오은영, 우리아이가달라졌어요

 

먹고 사는 문제

 

막연히 출판번역가의 관심으로 읽게 된 책이지만 ‘먹고 살기’시리즈는 그 제목으로도 큰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떤 직업에 관심을 갖을 때, 먹고 살기만큼 고려할만한 이슈가 또 있을까. 어릴 때에는 막연한 직업에 대한 이미지로 꿈을 정했다면 이제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도 많다. 특히 먹고 살기는 그 요소 중 가장 고민스럽고 민감한 문제이다. 이러한 까닭으로 직업에 관한 많은 책에서 제대로 이 문제를 콕 짚어서 말하기 어려운지도 모른다.

 

정말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해

 

번역가를 소개하는 책을 몇 권 읽어봤지만 이렇게 시원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번역가를 소개하는 책도 드물다. 특히 먹고 살기가 제목이기에 그런지 다른 책에서는 잘 언급되지 않는 벌이, 급여에 대한 이야기도 거침없이 적혀있다. 어떤 분량의 일을 어떤 식으로 하였을 때 연봉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일은 직업 소개 책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종종 어떤 책들은 이런 부분은 두리뭉실하게 서술하거나 숨기고 넘어가곤 한다. 뭐, 상도덕 문제인지(?) 작가가 페이를 밝히는 일이 부끄러워서 그런지 내 입장에서는 예상할 수는 없지만 독자입장에서 중요한 부분의 불분명한 서술은 화가 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한마디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고 할 수 있다.

 

깨알 같은 조언!

 

다양한 선배의 조언이 실려있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번역가 소개 책은 몇 권 없지만 대부분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되어 그런지 그 책이 그 책이란 생각이 들곤한다. 하지만 몇 번 반복해 보아도 항상 새롭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선배의 조언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필자의 입장에서만 직업을 소개하지 않고 다양한 동료, 선후배의 조언을 함께 실어 소개하는 직업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게다가 필자가 공동 설립한 ‘바른 번역’은 번역가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에이전시다. 기존 에이전시들이 많은 수수료로 번역가와 대치적인 입장이었다면 ‘바른 번역’은 번역가들이 모여 만들어 수수료를 낮추고 출판사와 번역가가 함께 상생하는 것을 고민하는 회사로 알고 있다. 그런 회사를 세운 한 분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어보는 것은 번역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꼭 필요하다 싶다. 

 

출판번역, 번역, 바른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