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인 코넬 대학교를 졸업한 데다 흔히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구글을 퇴사하고
꿈과 행복을 위해 요리를 선택한 사람이 있다.
요즘 취업도 힘든데 어마어마한 복지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회사를
잘린 것도 아니고 제 발로 나오다니.
나부터도 대체 왜일까 하는 생각이, 믿을 수 없다는 말이 먼저 나왔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강단 있고 똑소리 나는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많았는데
이참에 요리사가 아닌 작가로 전환해도 좋을 정도로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 에세이가 아니라 자기계발로 분류되어 있어서 좀 놀랐는데
구글 입사를 위한 면접 과정이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정진하는 모습들이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그녀는 사실 구글에 원해서 입사했던 케이스는 아니었다.
대학교는 졸업했지만 이렇다 할 구체적인 계획 없이 취업활동을 하던 중
탈락했던 구글로부터 다시 면접 제의가 들어오게 되면서부터였다.
먼저 구글에 입사했던 남자친구는 관심 있는 분야의 전공을 살려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유명한 사람들과의 저녁 식사라던지, 여러 가지 특혜를 만끽하고 있던 터라 부럽기도 했고,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과 복리후생이 좋다는 이유로 면접을 보게 된다.
글로벌 기업답게 전화면접부터 영어면접, 화상회의면접 등 여러 단계를 거친 끝에
합격할 수 있었는데, 마치 내가 구글에 입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게다가 구글의 특혜란.
호텔뷔페 버금가는 사내식당, 편의점을 연상시키는 간식 냉장고,
커피 값을 절약할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함께
업무에 필요한 모든 것은 선택 가능했으며 회사상품을 살 수 있는 상품권과
5천원으로 받을 수 있는 30분간 마사지 서비스 등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환상적인 혜택들과 자유분방한 사내 분위기는
글을 읽기만 했는데도 어찌나 부럽던지 정말 꿈의 직장, 신의 직장이 따로 없었다.
물론 그녀도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열심히 업무를 했지만
자기가 하고 싶었던 업무가 아니었던 탓에 점점 나태해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업무평가를 좋게 받아 넉넉한 보너스나 상을 타기도 하는데
그래서 더더욱 고민스럽기도 했다고.
하지만 일에 치여 장기연애를 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우연히 제빵을 시작하게 되면서 처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고
제빵 자격증을 타면서 본격적으로 자격증을 하나둘씩 타게 되면서
과감히, 어쩌면 무모하게도 결국 구글을 퇴사하게 된다.
이후에는 그녀가 전문적으로 존슨앤웨일즈에서 요리를 배웠던 과정이나
경험을 쌓기 위해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이야기들,
그리고 마지막 한국에서 정식당에서 일하게 됐던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청결을 중요시하는 요리 수업에서의 험난한 과정들,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시원에서 살았던 고생담 역시 생생하게 다가왔다.
충분히 구글에 남아있어도 승승장구했을 것만 같은 그녀인데
구글러일 때보다 박봉에, 궂은일을 하지만 그래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았다는 것에
한없이 부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는 그녀처럼 뭔가를 얻기 위해, 성취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노력했던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조금 후회스럽기도 하고, 나를 다시 되돌아볼 기회가 됐던 것 같다.
이 책에서 딱 하나, 수록된 사진들이 흑백이라 참 많이 아쉬웠다.
눈으로라도 즐길 수 있게 최소한 음식 사진만이라도 컬러 사진으로 실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