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 책을 구매하면서 많은 기대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정된 정보 속에서 그나마 신 재상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약간의 지식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구매하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이 책은 그저 신문이나 인터넷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아주 단편적인 지식들을 책이라는 형태로 묶어 놓은 것 일 뿐 전문서적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없다고 하여야 할 것 같다.  

어찌 보면 이것이 우리나라 출판산업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다.

사실 좁은 시장에서 어느 학자가 자신의 귀한 시간을 써 가면서 좋은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겠는가?

또,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 출판사에서 수익성도 떨어지는 그 책을 출판하여 주겠는가?

그러니 나오는 책들이라고는 허접한 지식을 끌어 모아 그럴 듯한 제목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현혹시키는 그런 종류의 책 밖에는 나오지 못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 한권을 놓고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출판 상황이 그러하니 이런 이야기가 나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당신이 소방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다고 가정하고 관련 책자를 찾아 보라.

아마도 당신이 찾을 수 있는 것은 기사자격을 대비한 수험서 밖에 없을 것이다.

건축, 토목, 기계. 환경 등등 소위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는 분야는 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니 제대로 된 지식을 얻기 위하여는 해외의 전문서적을 구매할 수 밖에 없고, 국내의 전문출판 분야는 점점 줄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서도 책을 사보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출판업계를 보면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

답답한 마음 뿐이다. 

우선 표지 디자인이 상당히 세련되고 또한 여자가 총을 쥐고 있는 모습이 무언가 다른 스릴러와는 다른 작품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 같다.

또한 서평도 한결 같이 좋은 편이다.

책을 펼치면 약간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묘사되고(남녀가 수갑이 채워진 채 센트럴파크의 공원 벤치에서 잠에서 깬다), 그리고 곧 사건에 휘말린다.

사건이라기보다는 왜 자신들이 그렇게 되었는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그 상황을 알아 가는 과정이 벌어진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물론 추리적인 요소가 있고, 조금은 스릴러적인 요소도 있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머리를 쥐어 짜게 만드는 일종의 밀실 미스터리적인 요소도 가미되어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구성 자체가 탄탄하지 못하고, 결말을 알고 나면 조금은 허망하다.

사실 이런류의 소설은 구성이 탄탄하고 정말 있을 법하여야 이야기에 빠지는 법인데, 이 책은 그런면에서 보면 조금은 부족하다고 하여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초반의 지루함을 떨쳐내고 나면 중간부터는 잘 읽히는 편이다.

어설픈 운명론적인 사랑 이야기가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것만 제외한다면,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책은 아마도 이미 절판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그냥 독후감을 쓰는 기분으로 몇자 작어 본다.

폭군으로 치부되는 서태후의 일생을 소설 형식으로 펄벅 여사가 쓴 책이다.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나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또 그만한 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하여 쓰여졌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만일 이 책에 쓰여진 상당 부분이 사실이라면 서태후 역시 사회와 정치의 혼란 속에서 자신을 잃고 살아 간 한 연약한 여인으로 간주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서태후가 오랜 시간 동안 중국의 최고 권력자로 있으면서 행하였던 많은 일들에 대하여 일말의 책임도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라는 것이 어디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던가?

결국 혈통을 잃은 왕실에 들어가 주변의 떠밀림에 의하여 황후로 등극한 뒤 살아 남기 위하여 발버둥치던 한 여인의 이야기라고 보면 과히 과장된 것은 아닐 것 이다.

펄벅여사의 문장력이 서태후라는 여인의 이야기를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인 한 여인의 일대기로 바꾸어 놓았다.

기회가 있다면 일독을 하여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