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래 영문 제목은 "자신의 컴퓨터에 거짓말을 한 남자" 이다.

물론 책의 원래 제목과 번역본의 제목이 다른 경우는 흔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 책의 경우는 그것이 조금 심했다고 하겠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책을 고를 때는 책의 제목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요즈음은 책의 일부를 읽어 보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책의 제목이 주는 중요성이 조금은 떨어졌다고 하여도 여전히 책의 제목은 그책의 얼굴과 같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책의 제목은 책의 실제 내용과는 조금 동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쨋든, 책의 내용은 인간이 특정 환경에서 보이는 반응에 대하여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 라는 의문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하여 밝혀 보고자 했던 일련의 실험들은 기술 한 것이다.

짐작하겠지만, 그롷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는 것이 그 실험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어떤 상품의 사용자에게 칭찬을 하는 것과 비난을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상품의 이미지를 좋게 할까 하는 것 들이다.

물론 실험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진행이 되고, 피 실험자들은 주의깊게 선택 되어진다.

그리고 그 결과 역시 주의 깊게 분석된다.

사족이지만, 그 실험에 한국인 연구자들도 참여한다.

사실, 이 실험의 결과는 순수한 학문적인 호기심에서 실행 한 것이 아니고 다분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실행 된 것 들이다.

따라서 그 결과를 반영한 상품의 시장 반응이 곧 실험결과의 성패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네비게이션이라든지 또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의 안내 멘트 등에 이러한 실험 결과가 사용되었다는 것은 내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서구의 학문은 실용적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이 책 역시 그런면에서 나의 생각을 뒷받침하여 주는 증거라고 보겠다.

하지만 실용적으로 발전한다는 의미가 나쁜 의미는 아니다.

그러한 실용적인 연구의 성과물이 결국은 다시 순수 학문적으로 활용되고 분석되어 또 다른  발전을 이끌어 내는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들어 나간다고 생각한다.

결론을 이야기 하자면, 우리는 이 책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매우 흥미로운 사실들을 몇가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흥미로운 사실들에서 우리의 인간관계를 개선시킬 상대방의 본심을 알아 낼 수 있는 어떤 단서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의 제목에 현혹되었다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이 소설의 전개는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이미 도서 소개에도 나온 내용이지만, 주인공이 남편의 비밀편지를 발견하고, 그 속에 담긴 비밀을 알아 내는데 저자는 줄거리의 절반 가까이를 할애했다.

물론 그렇게 많은 페이지 속에 쓸데 없는 이야기들을 적어 놓지는 않았다.

등장인물들의 관계 설정...

또 그들의 현재와 과거 이야기... 성격... 등등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내용들이 전개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식의 이야기 전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내 취향대로의 소설이라면 아마 첫페이지에서 편지를 뜯어 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고, 아마도 이런 류의 전개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이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오르지 않았을까 생각하여 본다.

각설하고,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대화체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리뷰를 시작하기 전에 이 책은 픽션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 가야 할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과학적 증명과 논리적 탐구에 기초한 사실을 기술한 과학 서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소설적인 상상력과 실 사건과의 적절한 접목으로 독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바꾸어 말하면 재미있게 만드는데 성공한 소설이라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이소설은 최근작 창문 넘어 도망친 백세 노인을 연상케 한다.

어쨌든 그 노인이 핵폭탄을 만드는데 참여 하였을리는 없지 않은가?

그러므로 굳이 신드롬 E가 무엇인지 알기 위하여 구글을 찾아 볼 필요는 없다.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책 광고일 뿐이니까....

 

소설은 두가지 사건을 번갈아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살인사건과 눈을 멀게 할 정도로 괴이한 영화 이야기...

그리고 각각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두 사건이 만나고 우리의 두 주인공도 만난다.

주인공들이 만났으니 이제 사건을 하결하는 일이 남았다.

그런데 그 사건을 파헤치는 일이 쉽지 않다.

가족을 모두 잃고 환상에 시달리는 남자 주인공과 두 딸을 키우는 독신녀(왜 독신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두 주인공 모두 정상적인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 주인공은 세계각국을 돌며(한국에는 오지 않는다) 사건을 파헤치기에 이르르고 그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뒤따르지만 결국 거대 조직이 사건의 배후에 있음을 알아 낸다.

이것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그리고 약간의 사족을 덧붙인다면, 사건의 핵심에는 인간의 시각적인 맹점을 이용하여 인간 본성을 조정하려는 과학자와 영화인 그리고 미국정부가 있다.

소설은 초반부터 잘 읽힌다.

긴박감이 있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며, 하나의 의문이 풀리면 또 다른 의문이 꼬리를 문다.  

전형적인 추리 소설의 묘미를 갖추었다고 하여야 하겠다.

그러나 너무 이야기를 방대하게 전개한 탓에 결론이 흐지부지 되는 것은 불만이다.

또 일부 작위적인 결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후속편을 보겠느냐고 묻는다면 그러겠다고 답할 것 같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2~30년쯤 전에 콜롬보 형사라는 미국드라마를 본 기억이 있다.

거기에서 범인이 영화의 중간에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콜라 영상을 집어 넣어 특정인을 영화관 밖으로 유인한 후 살인을 하는 내용이 나온다.

바로 이것이 서브리미널 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눈으로 감지할 수 없는 영상이 사람의 뇌 또는 정신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효과는 이 소설의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현대사회는 영상미디어의 시대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일년 365일 방영되는 TV물, 스마트 폰, 컴퓨터, 심지어 옥외의 광고도 요즈음은 대형 스크린을 통하여 영상화 되고 있다.

그런 속에서 누군가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대중을 조정하기 위하여 영상을 사용하려 한다면...

사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기는 하지만, 이미 많은 정치인들이 그런 목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별로 놀랄 일도 아닌 것 같기는 하다.

어쨋든, 이 소설은 그런 면에서 영상미디어의 폐혜를 미리 알려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물론 그런 가능성을 믿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달려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