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이 책이 노벨상 수상작이라는 이유 하나였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하면서도 추리형식의 소설이라는 대목이 조금은 께름칙하였다.

노벨상과 추리소설이라...

그런데 소설의 형식은 추리 소설일지 몰라도 그 지향하는 점은 전혀 달랐다.

아니, 차라리 순수한 추리 소설이라면 좀 더 흥미있게 책을 읽었을지도 모른다.

조금은 불친절한 내용 전개와 더불어, 역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치 컴퓨터 번역기를 돌려 놓은 듯한 어색한 문체가 작품으로의 몰입을 방해하여 이책을 완독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화자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 가는 과정을, 마치 잘게 쪼개 놓은 메모처럼 이리 저리 엮어 줄거리를 만들었지만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마도 몇번은 정독을 하여야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을까?

어쨋든,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였지만, 또 몇번을 다시 읽는다고 하여도 내가 저자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희미하게 읽혀지는 화자의 기억찾기는 어찌 보면 우리 모두의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화자의 기억 찾기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화자 자신도 모르는 채 막연히 과거를 찾아 해메듯, 우리의 삶도 비슷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사실 이 남성 4인 그룹은 이제는 거의 잊혀져 간 사람들이라고 하여도 별로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

그만큼 오래 전에 활동하던 사람들이고 또 그 노래들 역시 참 오래 된 것들 이니까...

하지만, 아직도 거리를 걷거나 어느 상점의 유리창을 기웃거리다 보면 그들의 노래가 흘러 나오곤 한다.

아련한 추억을 담고서...

지금은 거의 고전이 되어 버린 숱한 명곡들이 한장의 앨범에 담겨 있으니, 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에 LP를 구하지 못하였던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선택이 될 것 같다. 게다가 모든 곡들이 하나같이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이지 않은가?

 500마일, 일곱송이 수선화 등등 듣기만 하여도 지나간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명곡들이 오롯이 수록된 이런 음반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는 않을 것 같다.

만일 봄에도 새가 울지 않는다면...

꽃이 피지 않는다면...

침묵 속에 폐허가 된 봄을 맞이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삭막할까?

 

이러한 생각은 화학 약품을 사용함으로써 우리가 맞이할 수도 있는 상황을 저자가 상상으로 묘사한것이고, 그것은 그대로 책의 제목이 되었다.

사실, 나 자신이 그러한 화학 약품의 폐혜를 아직 잘 모르던 때에 어린 시절을 보냈었기 때문에 DDT등, 지금은 위험한 물질로 취급되고 있는 화학 살충제를 서양의 신 문명이 가져온 신비의 약쯤으로 여기고 온 몸에 뿌리던 그런 경험이 있다.

물론 그런 시절을 보냈던 같은 또래 중에 그런 것으로 인하여 죽을 병에 걸렸다든가 하는 경험을 하지는 못하였다.

아니, 엄밀히 따진다면 베트남 전에서 사용한 고엽제의 후유증으로 병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개인적인 경험이 없을 뿐이지, 사실은 우리도 그 희생자중의 한사람 일 수도 있겠다.

사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이미 충분히 그 위험성에 대하여 지식을 가지고 있는 각종의 화학적인 제품들에 대한 오래 전의 경고이다.

이 책은 상당히 오래 전에 씌여진 책이고, 이 책이 씌여질 당시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화학약품의 폐혜에 대하여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시절이다.

어쩌면 거대 기업들의 로비에 막혀 그러한 위험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저자의 이러한 저술은 개인적으로 상당한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러한 노력이 있기에 우리는 자본 앞에서의 희생을 조금이라도 면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책의 내용은 이미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다만, 이 책에서 우리가 얻을 교훈이 있다면,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불의와 싸우는 사람은 고달프기 마련이지만 그 고단함은 후세에 보상 받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더우기 그것이 내 가족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