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기행>

저자의 책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이런 사람이 한사람쯤 있는 것은 큰 복이다 라고 자신한다.

저자는 좋은 거처로 조상의 전통을 오래 간직했거나 단출하게 집을 만들어 살고 있거나 차를 통해 도와 선을 함께 행하는 삶의 방식이 변화를 이끌어다주는 예에서 찾고 있다.

저자가 집을 답사할 때는 몇가지 기준이 있다.

먼저 집을 둘러싼 산세와 물이 어떻게 흘러가는가,

집의 역사는 어떤가,

역대 집주인의 인생은 어땠는가,

건축적 특징은 무엇인가,

정원은 어떻게 조성했는가,

실내장식과 가구는 어떤가 등이다.

이기정과 부산의 아파트 다실에서는 다법을 행하면서 그 동작들에 정신을 집중한다. 결국 걱정과 근심을 잊는 것이다. 걱정을 줄이고 잡념을 줄여서 선법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망가진 한국의 고급문화를 복원하는 밥업은 차를 마시는 일이다. 차가 혁명이다. ”

논산의 명재고택은 저자가 20년을 다니면서 한옥비급을 체득했다고 한다. 몸은 세간에 있지만 항상 산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석가산을 보면서 대리충족했다고 본다. 정원에는 무산십이봉이요, 멀리 계룡산이 첩첩산중으로 전망이 그만이다.

나주 죽설헌주인은 연금 130만원으로 산다. 월별로 열매가 열리는 유실수 딸기, 앵두, 자두, 살구, 복숭아, 포도, 무화과, 배, 밤, 홍시, 고구마가 나온다. 지인들과 음식도 해서 같이 먹고 논다. 딸들은 아르바이트로 본인들 용돈을 충당하며 광주에 있는 대학을 다닌다. 죽설헌의 아늑한 풍광과 소박한 삶을 목격한 방문객들의 소감은 이렇다.

“나는 그동안 뭐하고 살았단 말인가!”

진주 석가헌은 소박하면서도 궁색하지 않고 품격이 느껴지는 집 오여선생의 품은 인생관이다.

창덕궁옆 은덕문화원은 옛 군기창자리에 자리잡고 있다. 차마시는 세심당이 있다. 북촌일대와 인사동의 지하는 마사토가 깔려 있다. 자고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인화당은 인촌의 동생 연수씨의 경택이라고 한다. 현재도 문화계인사들의 공간이자 살롱이라고 한다.

경주 최씨고택의 모토는 “주변 백리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공동체적 삶을 지속해왔다. 그것이 이집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연유이다.

전주 교동엔 학인당이 있다. 대원군의 방랑시절 백진수가 그를 극진히 대접하여 그가 정권을 잡자 후원자가 된 것이다. 전주는 전라감영이 있던 도시로 대원군 앞에서 소리공연을 하는 사람을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선발했다.

학인당은 민간으로선 최초로 공연장 역할을 한 칠량집이다. 그의 손자 백남신은 모악산의 강증산과도 밀접한 교류를 했다고 한다.

백낙중의 아들 남혁은 효산 이광렬 선생, 청전 이상범, 소정, 변관식, 의재 허백련, 음식점 행원을 운영하던 허산옥을 중심으로 김소희등과 교류했다.

구례에 쌍산재가 있다. 그곳 노인들의 장수이유는 망몰샘이다. 이집은 자신의 진면목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대문이 작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어지는 집이다. 본채에서 30분을 가면 서당채가 나온다. 공간이 달라져 생각도 바뀐다. 업보도 바뀐다. 一而二

무쇠솥에 밑에는 보리를 깔고 위에다 쌀을 얹었다. 밥풀 때는 제일 먼저 집안의 어른인 조부의 밥을 펐다. 그다음은 머슴들의 밥을 펐다. 그리고 식구들의 보리밥을 펐다.

백호자락이 빈약하여 영벽문밖에 저수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주 박장흥고택. 나주성은 동학군이 함락하지 못했다. 나주토족들이 성안의 민심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칠량집이다. 나무로 된 마루는 사람에게 친근한 촉감을 준다. 마루를 거치면서 감정이 여과된다.(나주소반, 해주소반, 통영소반 유명) 나주학생운동을 배후조종한 곳이다. 한국전쟁때 인명피해가 적은 이유도 이 집안이 좌우익의 중간에서 거중 조정을 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영남의 반촌은 양동마을, 하회마을, 내앞마을, 닭실마을이다. 모두 경북에 위치한다.

경남에는 진주 지수면 승산리 허만정고택(금성그룹의 허씨) . 허만정은 최익현에게 의병자금을 대고, 백산상회에 독립운동자금을 대고 진주여고를 설립하고, 형평사운동에도 돈을 댔다고 한다. 허학구와 박갑동은 형사 요시다를 두드려 패고 경기고를 퇴학당한다. 허학구가 6.25직전까지 이장을 하면서 명분없는 살생을 미연에 방지했다고 한다.

주말에 사람들은 골프장에서 아파트 독을 푼다.

쉬고 또 쉬면 쇠로 된 나무에 꽃이 핀다.

쉬기위해서 집을 나간다?

다실은 이동하지 않고 집 안에서 구원을 받기 위한 장소이다.

집안에 성소를 만드는 것이다.

‘ 家內救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