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러웠던 것은 왜인지, 이 책을 소리내어 천천히 읽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오래 문장을 곱씹었고 '사랑'을 아로새기며 이제야 짧막한 리뷰를 남겨봅니다. 무언가에 빠져들어 그 속내를 샅샅이 알고 싶을 때가 있지요. 정현주 작가 역시 그러했나 봅니다. 화가 김환기가 아내 김향안에 보낸 그림 편지들과, 김향안의 "사랑이란 곧 지성이다."라는 말 한마디가 그녀를 파리로 향하게 만들었지요. 그곳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주고 받은 흔적들과 더불어 이를 끝까지 지속시키는 힘은 무엇인지, 본연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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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꿈을 꾸는 남자가 그 꿈을 현실이 되게 하는 아내를 만났다. 남자는 자꾸 큰 세상을 그렸고 아내는 그 큰 세상에 남편을 서게 했다. 함께 있음으로 해서 두 사랑의 세상은 커지고 넓어졌다. 계속 꿈을 꿀 수 있었다.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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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김환기의 아호였던 '향안'을 받아 변동림에서 김향안으로 다시 태어났으며, 환기는 수화라는 아호를 사용합니다. 수화와 향안의 인생2막이 새로운 이름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지요. 각각 문학과 미술에 조예가 깊던 두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을 끊임없이 공유하며 지성과 감성을 나눕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한 수화가 말하죠. "도대체 내 예술이 세계 수준으로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 건지 알 수가 있어야지." 향안은 답합니다. "나가봐. 내가 먼저 나가볼게." 결단이 굳고 실행이 빠른 그녀가 먼저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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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동반자로서 중요한 시기를 맞이한 두 사람 - 서로를 이해하고, 지성과 감성을 교류, 공유하며 살아갑니다. 좋은 자극이 되어주고 잠든 열정에 불을 붙여주는 만남, 더 크고 넓은 세계로 안내하며 사랑을 이어가는 부부의 모습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어느 한 쪽의 희생이 아닌 같은 것을 좋아하고 관심을 기울이며 함께 토론하고 이해하며 두 사람의 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빛이 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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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두려움을 한순간 잠들게 해주는 사람. 내가 가진 좋은 것을 세상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해주고 나로 하여금 기꺼이 용기내서 더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가게 하주는 사람. 때로는 입과 귀가 되어주고 때로는 세상을 만나는 통로가 되고 문이 되어주는 사람. 수화에게 향안은 그런 아내였다.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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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다르게 내릴 수 있는 '사랑'의 정의를 돌아보게 합니다. 곁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지, 그(그녀)와 나 모두를 성장시키는 데 있어 어떤 준비를 필요로 하는지 말이죠. 현명한 내조와 더불어 흔들림없이 서로를 사랑했던 두 분의 모습이 마음 한 켠 깊이 자리합니다. 나를 더 나답게 만들고,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배우자가 있다는 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기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미술을 깊이 공부하는 이유를 물으면 향안은 이렇게 대답했다. "남편이 화가인데 아내가 미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면 그 가정생활은 절름발이가 되지 않겠습니까? 부부란 서로 호흡을 공감하는 데서 완전히 일심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p69

소화시키지 못한 책이라 무언가를 써내려간다는 것이 어렵기만 합니다. 더럽고 추악한 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음에도 굉장히 거북스러웠던 탓에 이 책을 표현하기 힘든지도 모르겠어요. 현실이 아님에도 실제 있을 법한 (혹은 있었을, 어딘가에서 진행 중일) 일이라 상상에 맡긴다 한들 역겹다는 말이 절로 나오며, 참으로 무섭고 독한 책이다 -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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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여론조작업체 팀-알렙은 돈을 받고,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여 혼란을 야기시킵니다. '삼궁', '01査10', '찻탓캇'으로 이루어진 팀은 갖은 모략을 총동원하여 대중을 흔들고, 이를 통해 얻은 돈과 쾌락에 취해 살아갑니다. 점점 더 커지는 판 속에서 댓글부대는 정치적인 힘으로까지 재탄생되는데요- 그 모습을 읽으려니 음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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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로 활동했던 지난 날을 고발하는 찻탓캇과, 그의 이야기를 듣고 사건을 남기는 K신문사 기자 임상진 두 사람의 대화로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그간 어떤식으로 여론을 쥐락펴락했는지를 알리죠. 진실과 따로 노는 거짓 세계를 만들어 대중을 선동하고 산산조각 내버리는 만행이 적나라하게 밝혀지며 읽는 이로 하여금 '혹시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사건을 벌이기 위한 시간을 만들려는 누군가가 있긴 할테죠. 참으로 무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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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칼이라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집니다. 인터넷, SNS의 기능 또한 그렇지요. 순기능이 아닌 악의적인 마음으로 쓰인다면 그 끝은 좋지 않을 거에요. 결국 드러난 진실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낄 불신, 분노의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던 그런 책이었습니다. 보여지는 것이 아닌 숨겨진 것을 찾고 그림자를 조심해야겠구나 싶었던 이 책을, 언제쯤 소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기대없이 펼쳤다 빠져들게 된 책 [야미]는 그 뜻이 다양합니다. 夜味(밤의 맛), 野味(들의 맛), yummy(맛있는), 일어로는 어둠, 암거래를 뜻하기도 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야미는 네 가지 뜻을 다 담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은밀한 곳에서 벌어지는 밤의 세계 속 비밀들이 하나 둘 풀어집니다. 저마다의 과거와 탐욕이 맞물러져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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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층 1%만이 은밀히 찾아드는 일식집 '야미' 그 뒷산에서 검찰총장이 피살된 채 발견됩니다. 검찰총장을 누가, 왜 죽였는가? '야미'에서 일하는 네 사람이 의심을 받게 됩니다. 결말에 이르러 각자가 살아온 인생의 퍼즐이 맞춰지면서 진실의 한 조각이 드러나게 되지요. 지철, 소혜, 성곤, 하라의 관점에서 본 사건은 어떤 형태를 하고 있고, 그들이 지닌 아픔은 무엇이었는지 - 책을 통해 확인하세요. 연이어 반전이 드러나는 만큼 각 인물들의 어두운 과거사를 꺼내놓을 수가 없어 줄거리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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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스럽고 은밀한 일식집에서 벌어지는 불쾌한 뒷거래는 현실상황에서도 있을 법해요. 권력을 갖기 위해 아부를 떨고, 야비하게 남을 속여가며 이용하다 버리는 일, 뻔뻔하게 위선을 떠는 사람들을 신문을 통해서도 자주 볼 수 있지요. 부정과 비리를 일삼는 숱한 사람들의 모습을 책을 통해서 엿보니 메스껍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목적 달성을 위해 갖은 술수를 동원​하는 이들의 모습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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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그들이 확인하러 온 것은 진실이 아니라 얼마만큼 그럴듯한 연기를 하는가를 보기 위해서다. 그들이 사는 세계에선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주어진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이었고, 그것이 자신들의 연기와도 합이 잘 맞아야 했다. 세상이 어떤 꼬투리를 잡고 비난해도 의연하게 부인하고 당당하게 카메라를 바라볼 수 있는 배포, 진심 없이도 눈물 흘리고 사과할 수 있는 고난도의 몰입, 남들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속일 수 있는 고도의 집중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고,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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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앙의 시작은 딱 한 입 더 먹겠다는 탐욕에서 시작된다. 자기한테는 딱 한 입이지만, 모두가 덤벼들면 어떤 나라든 뼈도 못추린다.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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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생각과 오해들이 불러일으킨 참극이 세상에 많습니다. 내 관점에 치우쳐 편협한 사고방식을 갖는다면 바른 눈을 가질 수 없겠지요. 또한 내가 소중하게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되려 나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이 어긋나버려 잘못된 선택의 길로 접어든 네 사람-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서툴던 그들이 삐뚤어질 수밖에 없었던 저마다의 이야기가 반전을 거듭해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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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상위 1%만이 드나드는 곳에서의 더러운 뒷거래 현장,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는 짓을 서슴치 않고, 때론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기도 합니다. 교묘한 방법을 이용해 악행을 일삼고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괴물같은 인간, 뭐같은 나라'를 떠올릴 수밖에요. 인상이 찌푸려질 내용이었음에도 그 어딘가에서 등장인물 처럼 괴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아 씁쓸했습니다.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것 - 먹고 먹히는 삶에서 잘못된 길로 접어들지 않으려면 글쎄요. 그렇게 바르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