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리가 그동안 만났던 ‘엄마’가 아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엄마는 그야말로 뻔뻔스럽기도 하고, 머리로 안 되면 몸으로 부딪히고 보며, 오지랖 또한 넓은, 위트가 넘치는 엄마다. 엄마를 따라 일상의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오늘 우리들의 짐을 당당하게 메고 갈 힘과 용기가 솟아나게 한다.살아갈수록 인생살이에 어설픈 내 모습을 잠시 잊고, 주인공이자 딸인 카트린 수준의 눈높이가 되어 마음 편히 그대로 책 속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성장소설이다. 

책이 출간된 지 67년이 지난 현재, 또 한 번의 대공황을 맞고 있는 세계인들에게 ‘엄마의 은행통장’은 다시금 희망과 용기를 건네준다. 세상엔 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인생의 가치와 인간에 대한 믿음, 소중한 삶의 덕목들을 하나하나 일깨워준다. 조금은 묘한 느낌으로 다가온 책이다. 처음엔 그저 어느 한엄마의 재테크 방법인줄 알고 한 수 배워볼 생각으로 가볍게 읽었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끌리는 한엄마의 강인하면서도, 아이들을 진정 위하는 방법을 아는 존경스러움에  마음이 울컥해짐을 느꼈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민 1세대 들과 그 자녀들이 겪게되는 소박하지만 가슴 따스한 삶의 모습을 잔잔하면서도 읽는이들로 하여금 큰 감동을 주게 된다. 가족들이 농장일에 힘겨워 하면서 카스트로 거리의 작은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깊어진다. 이사할 돈도 없었지만 우여곡절로 방이 많은 집에 하숙을 하게 되면서 무사히 이사를 가고 가족들의 저마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책속의 엄마에게는 이상한 힘을 가진 여러개의 통장이 있었다. 카트린이 아이를 낳을때 힘든 고비가 있었지만 엄마는 딸을 믿음으로써,순산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아이를 낳고 딸이 "다섯번이나 출산을 하고 ,게다가 우리를 키우시느라 그 수많은 일을 생각해 보면...."하고 엄마에게 물었을때.. 엄마의 말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다 좋았단다." 정말 간단한 대답이었지만 그속엔 엄마의 사랑이 무한대로 느껴지는 많은 의미를 담고있는 말인듯 했다.

 소설 속에서 엄마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It’s good!”이다. 때론 기분이 좋아서, 때론 아이들을 격려하며, 때론 의지에 가득차서 했던 말이 바로 “It’s good!”이었다. 나도 오늘부터 이 말을 입에 달고 살기로 했다. “It’s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