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명화라는 유명한 그림을 접하게 된것은 외삼촌이 엄마에게 선물한 그림 한 점에서였다. 엄마는 그 그림을 집에 들어오는 출입문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곳에 거셨고, 너무나 예쁜 소녀의 모습에 낮에는 감탄했지만, 밤에는 깜짝 놀랄만큼 무섭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 그림속의 소녀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 후로 외삼촌 방에는 근사한 그림들이 점점 늘어났고, 미술을 전공한 삼촌을 보면서 나도 크면 그림을 배우고 싶다고 다짐했다.

 

미술에 대한 꿈을 접은지 한참 되었지만, 여전히 비싼 과외비 때문에 포기한 그림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이다. 
이 책을 받으면서도 그때 나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그 소녀에 대한 그림부터 찾아보게 되었다. 표지에도 나와있는 르느아르의 <이렌 카앵 당베르 양의 초상>...다소곳하게 손을 모으며 어딘가를 향하는 눈과 붉게 타오르는 머리카락이 오래 기억나던 그림이다. 책에서 르느아르가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 회화 작품은 보는 이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예쁘고 아름다운 것이어야 한다. "

그렇다. 내게도 그림이란 그 깊은 뜻보다는 처음에 봤을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아름다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인지 유명한 화가들의 추상화보다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런 그림들이 더 오래 남는다. 설명도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고..

 

이 책은 1300년대부터 시작하는 벽화에서 1950년대의 팝 아트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대표작의 설명뿐만 아니라 작가의 소개 및 그 시대에 유행했던 미술기법들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볼라치면, 항상 주말에 바글바글한 인파속에 밀려 차례를 기다리며 잠깐 보고말았던 그림들을 여기서는 지은이가 이해하기 쉽게 소개해준다. 요새는 그래도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이렇게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언젠가 그 그림들이 우리나라에 찾아오면 그때 직접 실물로 확인하는 것도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가끔 이렇게 미술에 대한 책들을 차근히 볼때,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책을 '왜 그리 시험공부용으로만 썼던가...'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이 책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대별로 읽어도 좋고, 자신이 특히 좋아하는 화가를 찾아가며 읽어도 좋다. 
많은 분량을 책 한권에 담으려니 화가들의 대표작들의 설명이 부족한 부분과 내가 좋아하는 몇몇 화가들이 빠진듯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오랫만에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준 근사한 책이다. 이젠 이 그림들을 모두 직접 볼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찾아오길 바래본다.

 

 

음악이란 것은 사람에게 여러가지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마음을 차분하게 또는 들뜨게, 편안하게, 설레게 등등 여러가지 감정을 가져다 준다. 때론 화가나고 슬프다가도 좋은 음악을 들으면 잠시 평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저 멀리 잊어버렸던 기억의 파편을 우연히 듣게 된 음악을 통해 갑자기 기억하게 되기도 한다. 그만큼 일상생활에서 음악의 영향은 굉장하다. 그런데 우리는 항상 접하는 음악이기에 실제적으로는 큰 깨달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막 탄생되는 생명의 신비인 아가들에게는 처음 만나게 되는 음악이라는 것이 아마도 굉장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실 태교음악이라고 하면 어려운 클래식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음반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제일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태교음악은, 

* 엄마의 편안한 휴식 - 뉴에이지 태교
 - 뉴에이지는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감미로운 음악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인데, 감정의 편안함은 물론이고, 우리가 익히 들어봤던 반가운 음악들을 만날 수 있다. 

* 자연의 소리와 함께 우리 아가의 EQ향상 - 애니메이션 오르골 태교
 - 애니메이션 오르골 태교는 엄마들이 가장 많이 찾는 분야이면서, 일본의 인기있는 애니메이션 음악들을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등등이 함께 어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연주되는 구성이다. 자연의 소리만 따로 모아서 판매하는 음반들이 나오는 만큼 우리 아가의 EQ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줄 걸 상상해보면 엔돌핀이 마구 솟아나는 느낌이 들었던, 가장 좋아하는 음반이다. 

* 잠 잘때 듣는 해금 태교
 - 예전과는 다르게 국악을 찾아서 듣는 산모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전통 가락이기에 어르신들의 고유물이라고 생각했지만, 클래식 방송에서 간혹 들려오는 멋들어진 소리에 빠져들때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해금 소리가 낯설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 가락으로도 외국곡들을 훌륭하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좋았다. 제목대로 한 곡조의 단조로운 음색때문인지 저녁에 들으면 쉽게 잠들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 재즈로 듣는 클래식 태교
 - 다 같은 클래식이 아니었다. 어떤 방식으로 연주하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니 말이다. 
재즈로 듣는 클래식은 경쾌함과 발랄함을 선사해준다. 산모들의 마음은 조금 기복이 심한 듯 하다. 좋았다가도 엄마가 된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금세 걱정거리로 수심이 가득한 얼굴을 한다. 이럴때는 분위기 전환으로 이 음반이 최고였다. 엄마의 스트레스는 곧 아가의 스트레스!  의식적으로라도 기쁜 마음으로 좋은 생각을 만들어야 할때 꼭 들으라고 추천한다. 

한가지 종류의 음악이 아닌 다양한 4가지 종류로 구성된 이 음반은 그때그때 기분에 맞게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분명 우리 아가도 뱃속에서 다양한 음악에 맞춰 발길질과 손짓, 얼굴 표정과 하품 그리고 기분좋은 느낌을 갖을 것이라 상상해본다. 

'유럽문학을 읽다!! 고전에서 현대작품까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유럽문학 오디세이]는 말 그대로 다양한 유럽작품이 가득한 긴 여정을 저자 김정자씨가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풀이한 책이다. 엄밀히 말하면 독일문학의 역사기이다. 이 책은 유럽의 초기 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신화에서부터 시작하여 종교와 기사 중심의 중세문학을 거쳐 점점 인간의 이성과 감성의 흐름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서서히 근현대문학으로 흐르는 시간대적 작품의 서술방식을 취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역사흐름에 따른 작가들의 의식변화를 살펴보기 좋은 설명서다. 또한 현대문학으로 거슬러 오면서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점점 여성작가들의 등장으로 인해 남성의 고유물이었던 창작의 기쁨을 여성들도 누리게 되었고, 결국 이 책의 마무리는 여성작가들의 작품들로 매듭지어진다.

 

각 파트마다 그 시대를 대변하는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고전을 소개하기도 하고, 전혀 알지 못했던 작가들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이런 구성때문에 다소 지루하게 설명되어지는 작품소개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요소로 작용되기도 한다. 물론 우리가 전에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생각되었던 작품들이었지만, 저자의 설명을 통하여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의도를 개인적, 시대적 배경을 통하여 보다 깊고 폭넓게 이해할수 있도록 해준다. 어찌보면 기존의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작품을 만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 작가가 완전히 새로운 환경을 창조해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주변에서 혹은 내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시련과 고난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사랑을 쟁취하려는 모습과 내가 되려는 이상적인 모습 등을 추구하기위해 상상속의 주인공을 내세워 본인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이러한 표현이 실제로 자신에게 투영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렇듯 저자는 작품을 소개하기 앞서 작가의 실제 삶을 보여주고, 작품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인해 작가들의 삶이 또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설명방식은 난해한 작품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재미를 추구하는 일련의 동기에서 출발하지만, 새로운 지식의 습득이라는 매력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 책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속하지만, 여러책의 줄거리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즐거움 또한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처음 만나는 고전의 내용을 통하여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이 늘어나는 기쁨도 누리게 된다. 내게는 [유대인의 너도밤나무], [임멘호수], [현자의 부인] 그리고 [자기만의 방]을 도서목록에 포함시켰다.

지금까지 유럽문학을 읽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작품이 있었다면, 이 책을 권해본다. 
작품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작가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얻을 수 있는 괜찮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