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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사아씨전 : 박에스더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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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기억이 있으나 없으나,
나는 당신을 사랑하게 되나 봅니다.”

《벽사아씨전》은 경장편 소설 《영매 소녀》, 마시멜로 픽션 대상을 수상한 〈미카엘라〉 시리즈를 통해 청소년 문학에서 이름을 알린 박에스더 작가의 신작이다. 박에스더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오컬트 판타지 로맨스 장르에 도전했다.
귀를 보는 체질을 타고나 남장을 한 채 벽사(삿된 것을 쫓음)를 하러 다니는 서문빈, 왕의 총애를 받는 동부승지이자 조선 팔도 일등 신랑감으로 불리는 현은호. 두 사람은 어느 밤 영의정의 별장 사곡정에서 마주친다. 은호는 알 수 없는 끌림에 자꾸 빈에게 다가가고, 빈은 모종의 이유로 그런 은호를 피하려 하지만 어쩐지 계속 마주치게 된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실타래 속으로 점점 얽혀 들어가는 두 사람. 과연 두 사람의 인연은 어디로 흘러갈까.

출판사 서평

《영매 소녀》, 〈미카엘라〉 시리즈 박에스더 작가의 신작!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컬트 판타지 로맨스

기억하는 사람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귀를 보는 체질을 타고나 남장을 한 채 벽사(삿된 것을 쫓음)를 하러 다니는 서문빈, 왕의 총애를 받는 동부승지이자 조선 팔도 일등 신랑감으로 불리는 현은호. 두 사람은 어느 밤 영의정의 벌장 사곡정에서 마주친다. 벽사 일엔 초보인 은호는 빈에게 동행을 요청하고, 두 사람은 별채로 쓰이는 전각에서 수많은 뱀귀들을 상대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기절한 은호를 데리고 불타는 사곡정을 탈출하던 빈은 누군가 은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비로소 그가 자신의 정혼자, 현은호임을 알아차린다.
오래전 빈은 은호를 구하기 위해 이승의 존재가 아닌 이에게 소원을 빌었고, 그 존재는 은호를 살려주는 대신 그에게서 빈에 관한 모든 기억을 가져갔다. 그리하여 어릴 적 두 사람이 함께했던 기억은 오로지 빈만의 것이 되었다.
빈은 은호를 다시 만날 일이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연등회에서 또다시 마주치게 되고, 왕의 명으로 연등회 기간 동안 함께 벽사를 하러 다닌다. 빈이 자신의 정혼자인 줄은 까맣게 모르고, 심지어 남자인 줄 알고 있는 은호. 그런 은호와 함께 다니며 자꾸만 마음이 흔들리는 빈. 그러다 빈의 옷자락에서 나온 어릴 적 자신이 쓴 쪽지를 본 은호는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기억하는 한 사람과 기억하지 못하는 한 사람. 그들의 끊어졌던 인연은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왕비가 되고 싶었던 여자와 왕이 되어야 했던 남자
한씨 가문에서 하나뿐인 딸로 태어난 채령은 오로지 왕비의 자리에 걸맞은 교육을 받아 왔다. 자신은 이 나라에서 가장 고귀한 여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믿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남편감이라는 남자를 보았을 때, 채령은 생각했다. ‘저것이 나를 왕비의 자리에 올려 줄 사다리로구나.’ 누가 사다리에게 다정이나 사랑을 원하겠는가. 사다리는 그저 사다리 노릇만 잘하면 그만이었다. 원하던 대로 중전의 자리에 오른 채령은 이제 자신의 아들이 세자가 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채령에게 아들은 왕의 어머니 자리에 오르게 해줄 또 다른 사다리였다.
방계의 핏줄로 태어난 휘는 왕의 자리에 오르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정도의 서열이었다. 하지만 영의정의 외동딸 한채령과 혼인한 후, 인생의 흐름이 바뀌었다. 처음부터 이야기가 많았다. 영의정의 하나뿐인 딸이 왕자도, 세손도 아닌 저 먼 방계의 자산군에게 시집을 간다니. 그러나 휘는 채령의 둥글고 고운 눈을 처음으로 바라보았을 때 채령이 자신과 혼인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왕비가 되고자 태어난 자입니다.” 채령은 그렇게 말했다. 혼인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세자가 병에 걸려 죽었다. 다음 왕자들 역시 세자의 자리를 받기도 전에 급사했다. 결국 휘는 거절할 수 없는 독주와도 같은 왕의 자리에 올랐다. 채령을 중전으로서 극진히 대접했지만 결코 반려자로 여긴 적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온화하고 현숙한 중전이라며 입이 닳도록 칭송하지만, 휘는 중전의 진짜 속내를 알고 있다. 그리고 이제 동부승지 현은호와 함께 영의정의 세력을 몰아내고 진정한 왕이 되려 한다.

찾으려는 자와 없애려는 자
‘내 너에게 파려라는 이름을 준다. 이는 칠보 중 하나이니, 너의 비늘이 수정을 닮았기 때문이다.’
죽어 가던 구렁이였던 그를 다시 살리고 업신의 자리에 올려 준 염라대왕. 태어나 한 번도 자신의 비늘이 아름답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건만, 그 한마디로 파려는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 한마디에, 파려는 자신의 모든 것을 그분께 바쳤다. 염라의 권속이 되어 함께하던 어느 날, 이승의 삶을 살러 간 염라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직 염라만을 따르기로 한 파려는 이승에 머무르며 염라를 찾아다닌다. “내 존재 이유며, 앞으로 살아갈 이유며, 내가 만약 죽는다면 그분을 위해 죽으리라, 그리 다짐하게 만든 분입니다.” 파려의 말을 들은 서문빈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그분께 바쳤지만 마음까지 전부 내어 준 줄은 미처 몰랐던 파려는 빈의 말을 듣고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다.
염라는 저승의 왕이자 망자와 죽음을 다스리는 자다. 모든 것의 죽음 이후를 다스리는 염라의 자리에 올라 사(死)를 관장하기 위해서는 죽음 전의 삶을 적어도 한 번은 거쳐야 했다. 삶과 죽음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죽음을 다스리는 염라가 될 수 없었다. 파려가 찾아다니는 염라는 세 번째 이승의 삶을 살러 갔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염라의 자리를 노리는 전륜(오도전륜대왕)이 염라가 가장 취약한 순간, 이승의 몸과 목숨을 입고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노려 염라의 혼을 깨트린 것이다. 그런데도 전륜에게는 염라의 완전한 소멸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륜은 염라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어딘가에 조각으로 존재할 염라를 찾아 완전히 없애려 한다.

은호와 빈, 채령과 휘, 파려와 전륜. 여섯 인물의 욕망과 사건이 뒤엉키며 이야기는 점점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은호와 빈의 인연은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 휘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영의정의 세력을 몰아내고 진정한 왕이 될 수 있을까? 파려는 전륜의 방해를 물리치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염라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과연 어떤 결말이 이루어질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길 바란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컬트 판타지 로맨스, 흥미진진한 전개와 인물들의 성장 서사가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할 것이다.

목차

1장 사곡담
2장 연등회와 귀 이야기
3장 풍운뢰우제
4장 수국귀전
5장 마지막 쟁탈전

작가의 말
프로듀서의 말

본문중에서

빈이 남자를 노려보았다.
“무얼 원하는 게요?”
“아, 말뜻을 빨리 알아듣는 분이시군요. 그건 마음에 듭니다.”
“대답이나 하시오.”
“이런 걸 가지고 다닐 정도면, 보통 사람은 아닌 듯싶은데. 그쪽도 벽사가요?”
그 말에 빈이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그쪽‘도’?”
남자가 품에서 꺼낸 흰 비단부채를 소리 나게 펴들며 대답했다.
“왜요. 벽사가를 하기엔 제가 너무 잘생겼습니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당당하게 대놓고 자신더러 잘생겼다 말하는 남자의 눈꼬리가 아래로 휘었다.
“그래요. 솔직히 말하면 벽사 일보다는 얼굴값을 더 잘합니다. 그러니 나를 좀 도우시지요.” (14~15쪽)

훅.
시선이 마주쳤다. 너무 가까웠다. 창백한 남자의 피부 아래 혈관까지 보일 것만 같았다. 반쯤 얼굴을 가린 긴 머리칼과 새빨간 귀걸이. 그 모든 게 비현실적이었다.
죽음이 사람의 형태를 하면 이런 모습일까.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빈은 이상한 기시감에 휩싸였다. 분명 예전에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지 않나.
그게 언제였더라?
“……대체 당신은 누굽니까?”
남자의 긴 머리칼이 바람에 날렸다. 사방에 깔린 어둠도 그와 비교한다면 밝아 보였다.
빈의 물음에 남자는 말을 골랐다. 내놓을 수 있는 수만 가지 대답 중에서 하나를.
“글쎄요. 이승과 저승에 발을 하나씩 걸친 자라고 해 두지요.” (31쪽)

왕의 자리, 누구나 바라는 권력의 정점.
그러나 휘에게는 어쩌다 보니 인생이 자신을 이 자리에 데려다 놓았다는 말이 더 맞았다. 물론 왕가의 피를 잇긴 했지만 방계의 핏줄이었다. 왕의 자리에 오르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정도의 서열이었다.
하지만 영의정 한길전의 하나뿐인 딸과 혼인을 치른 후, 인생의 흐름이 바뀌었다.
처음부터 이야기가 많았다. ‘그’ 영의정의 하나뿐인 딸이 왕자도 아니고 세손도 아니고 저 먼 방계의 자산군에게 시집을 간다니. 다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고 말들을 해 댔다.
그러나 휘는 한길전의 딸, 한채령의 둥글고 고운 눈을 처음으로 바라보았을 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왕비가 되고자 태어난 자입니다.”
고작 열몇 살짜리의 눈이 그렇게 형형하게 빛날 수 있는지 휘는 처음 알았다.
왕비가 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왕비로 간택이 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어떻게든 자신의 지아비를 왕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길전과 그의 딸 채령은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채령과 혼인했을 때, 휘는 한씨 가문이 어떻게 해서든지 자신을 왕의 자리에 올려놓을 것임을 깨달았다. (55~56쪽)

“이쪽으로 몰아 주십시오!”
빈의 외침에 은호가 얼른 품 안에서 진우의 부적을 꺼내 들었다. 괴이한 짐승 모양을 한 귀들이 그것을 보고는 이리저리 날뛰었다.
“도망칠 순 없다!”
은호의 도포 자락이 날렸다. 빈이 만들어 놓은 진법 안으로 귀들을 몰아넣는 것이 은호가 해야 할 일이었다. 자기의 움직임을 피해 도망치려는 귀들을 은호가 검으로 막아 냈다. 검신에 붙여 놓은 부적에서 그때마다 빛이 뿜어져 나왔다.
키에엑!
목을 긁는 듯한 소리가 귀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은호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입니다!”
빈의 말에 화답하듯 은호가 커다랗게 검을 휘둘렀다.
순간 은호의 뒤로 마치 보름달이 뜨듯 밝은 광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빛에 동물귀들이 악다구니를 쓰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뒤에는 빈이 만들어 놓은 진법이 자리하고 있었다. 준비된 진법에 귀들이 닿자마자 거센 불길과 함께 타올랐다.
“너희들 가야 할 곳으로 되돌아가라!”
마지막 빈의 말과 함께 귀들의 모습이 완전히 불에 휩싸여 사라졌다. 빈이 귀가 사라진 쪽을 향해 눈을 감고는 가는 길을 위한 진언을 입 속으로 외웠다. (131~132쪽)

“나는 이제야 그대의 얼굴과 목소리를 알았는데 그대는 왜…… 꼭 나를 사랑했다가 그대로 포기한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습니까?”
은호의 말은 아주 잘 벼린 검처럼 빈의 마음을 얇게 저며 냈다.
시작도 하지 않은 마음과 이미 정리를 끝내 버린 마음의 간극.
은호의 말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빈은 정말 그냥 울고 싶었다. 지금껏 쌓아 온 벽이 아무런 소용도 없게, 비처럼 내려 버리면 정말 저더러 어떡하라고.
하지만 여기서 빈이 할 수 있는 말은 오직 하나였다.
“여기서 헤어지는 것이 맞습니다, 우리는.” (178쪽)

‘내가 어떻게 이 자리까지 올랐는데.’
채령이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한씨 가문에서 하나뿐인 딸로 태어나 오로지 왕비의 자리에 걸맞은 교육을 받아 왔다. 자신은 이 나라에서 가장 고귀한 여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남편감이라는 남자를 보았을 때, 채령은 그저 이렇게 생각했다.
‘저것이 나를 왕비의 자리에 올려 줄 사다리로구나.’
누가 사다리에게 다정이나 사랑 혹은 다른 것을 원하겠는가. 그저 사다리는 사다리 노릇만 잘하면 그만이었다. (187쪽)

저자소개

박에스더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91

1991년에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2016년에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에 발탁되어 쓴 학원 미스터리 스릴러 『D클럽과 여왕의 여름』을 출간했다. 이밖에도 개인 매체에 다수의 단편 소설과 SF 로맨스 소설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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