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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를 써서라도 월문을 무림 최고의 문파로 만들겠다!

야심에 찬 백문주는 버려진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사파 마두의 마공을 익히게 한다.

“월문의 제자가 된다면 넌 그 힘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네가 내가 준비한 모든 수련을 견뎌낸다면. 하겠느냐?”

그렇게 백문주의 야망으로 원치 않은 마(魔)를 품게 된 젊은 영웅들은 그에게 실컷 이용당하다가 버림받고 마는데…….

정사의 구분은 무공에 있지 않고 그 사람의 마음에 있는 법.

육마의 신공을 익힌 칠랑의 여정이 시작된다!


거짓된 믿음에 속아 마공을 익혀 탄생한,
마(魔)가 잉태한 일곱 명의 젊은 영웅들!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정사 대전의 혈풍.

그 속에서 영웅들의 자아(自我)를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정통 무협 테이스트가 살아 있는 소설로 명예를 지킬 기회를 주고, 갚아야 할 은원은 반드시 갚는 주인공의 행보에서 독자들은 강호를 떠돌며 의와 협을 행하는 정통 무협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탄탄한 설정으로 만들어진 밀도 있는 캐릭터와 등장인물 간의 얽히고설킨 갈등 관계가 만들어내는 에피소드가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제1장 마풍(魔風)
제2장 일보(一步), 칠선문!
제3장 죽림(竹林)의 밤
제4장 갑작스러운 비무
제5장 칠선문의 사형제들
제6장 혼천마의 도전장
제7장 빛을 가르는 검
제8장 도화(桃花) 꽃잎 흩날리는 밤
제9장 애증의 검
제10장 새로운 여정

수백 년이 되었다고도 하고, 혹은 천년이 넘었다고도 한다.
요동 동쪽에선 일찍이 적수를 찾을 수 없었고, 한창 번성했을 때는 중원 무림에 요동 본가보다 더 큰 규모의 지파를 두기도 했던 문파. 시절에 따라 무림에서 힘이 부칠 때도 있었지만, 누구라도 그 전통을 인정하는 문파가 이가검문이었다.
특히 북방의 한파를 닮았다는 독문검법 천추팔검은 무림에서 가장 거칠고 위험한 검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제법 먼 거리지만, 대백두의 맥이 남아 있다는 환무산 남면에 자리 잡은 이가검문은 그 명성에 이끌려 여행을 오는 무림의 수련객이나 인연을 맺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가검문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계절은 겨울을 지나 봄이 되었지만, 갑작스레 나타나 이가검문을 위협하고 있는 적으로 인해서 검문 근방에 전운이 감돌고 있기 때문이었다.
천하무림이 마련의 발호로 혼란할 때도 무림의 변방에 위치한 이가검문은 비교적 평온했었다.
삼십육마의 생존자인 혼천마 모융이 이끄는 일월문이 갑자기 이가검문에 예상치 못한 위협을 가해온 것은 두어 달 전이었다.
위협은 자신을 따르라는 협박 서신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 요구를 이가검문의 거부하자 일월문은 곳곳에서 이가검문의 식솔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가검문주가 가장 사랑하는 딸 이화검을 납치하려는 시도까지 이어졌다.
다행히 이화검이 일월문 마인들의 기습을 막아내고, 마인 한 명을 사로잡아 귀환했지만, 일이 그쯤 되면 이제는 전면전에 돌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가검문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의천무맹에 급보를 보내고, 장성 이북의 무림을 대표하는 십대천문 중 두 곳, 신검산 대월문과 심양의 모용세가에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가장 믿는 두 곳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실망을 넘어 이가검문주 이장춘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쿵!
이장춘이 장검으로 바닥을 찍었다. 그의 앞에 한 장의 서찰이 구겨진 채 내동댕이쳐졌고, 이가검문의 수뇌들의 표정 역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화검을 요구하다니… 월문의 광오함이 극에 달했구나!”
“…….”
이장춘의 분노에 장내의 검문 고수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이장춘이 막내딸 이화검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딸임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오빠를 능가하는 자질, 뛰어난 두뇌! 비록 여자로 태어나 이가검문의 문주가 될 수는 없어도 향후 이가검문의 부흥을 이끌 사람은 이화검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될 정도였다.
더군다나 이장춘의 부인이 이화검이 어릴 때 병으로 죽었기 때문에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큰 이화검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가진 이장춘이었다.
그런데 월문주 백문보가 일원문의 위협으로부터 검문을 돕는 조건으로 자신의 아들인 월문신룡 백유검과 이화검의 혼인을 요구한 것이다.
물론 최근 무림 최고의 영웅으로 떠오른 백유검은 훌륭한 신랑감이었다. 월문과 혼사를 맺는 일 역시 이가검문에 나쁠 것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백유검에게는 이미 부인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미 부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화검을 두 번째 부인으로 달라는 것은 이가검문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이가검의 자존감은 무림 문파 중에서도 특별하기로 유명했다. 그들은 목이 잘릴지언정 고개를 숙이지 않는 가문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장춘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다.
“가서 전하시오. 이런 식의 월문의 도움은 필요 없다고! 난 혼사를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소. 강호의 도의가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상대의 불리함을 이용해 이따위 모욕적인 제안을 한 월문주의 행동은 무림의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오!”
이가검문의 문주 이장춘이 백문보의 서신을 가져온 대월문의 이장로 마건에게 분노를 감추지 않고 경고했다.
생각 같아서는 단번에 마건의 목을 베고 싶은 모습이었다.
그런 이장춘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마건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문주님의 말씀과 분노, 그대로 문주께 전하겠습니다. 다만… 외람되지만 돌아가기 전에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만.”
“…더 이상 들을 말 없소. 그만 돌아가시오.”
이장춘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러자 마건이 잠시 망설이다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 말씀은 꼭 드리고 가야겠습니다. 본문의 소문주께서 오래전 혼인하신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부인께선… 본문에선 그 분을 동별당 작은마님이라고 부르지요. 그 분께선 소문주님의 정실부인이 아닙니다. 문주께서는 처음부터 소문주님의 제 일부인 자리를 비워두셨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혼사를 청한 것이 이가검문과 이 여협을 무시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오히려 문주께서는 이 여협의 영명함과 뛰어난 무공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간절한 마음으로 이번 혼사를 청한 것입니다.”
장로 마건이 이장춘의 분노를 풀기 위해 대월문의 내밀한 사정까지 가감 없이 말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노력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이장춘의 얼굴에서 분노가 사그라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백유검에게 부인이 있다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화검을 이미 부인이 있는 사람에게 시집보낼 생각은 없소. 더군다나 백문주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혼인이라면 소문주가 그 여인을 무척 아낀다는 의미가 아니겠소? 이 와중에 화검이 정실부인이 된들 그에게 어떤 취급을 받겠소. 내 딸 화검은… 사랑을 받을 아이지, 사랑을 구걸할 아이는 아니오.”
이장춘이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