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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의 소설 : 정세랑 미니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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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정세랑
  • 출판사 : 안온북스
  • 발행 : 2022년 08월 24일
  • 쪽수 : 216
  • ISBN : 9791197873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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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짧고 재미있는, 깊고 강렬한
정세랑 월드의 다이제스트

정세랑 미니픽션 〈아라의 소설〉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아라의 소설〉은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엽편소설집’으로, 작가의 등단 초기인 2011년부터 불과 몇 개월 전의 작품까지 긴 시기를 두고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짧은 소설을 실었다. 200자 원고지 20~30매의 엽편(葉片)에서부터 70매에 달하는 단편소설까지 다양한 분량의 작품이 담긴 〈아라의 소설〉은 단순히 ‘짧은 소설’ 혹은 ‘엽편소설’이라는 말로 다 전달할 수 없는 넓이와 깊이가 있다.

작가가 “가장 과감한 주인공에게 자주 붙이는” 이름이라는 ‘아라’는 책 속 여러 작품에서 반복해 등장한다. 소설가의 정체성을 지닌 아라는 짐짓 작가의 분신처럼 보이지만, 작품 전반의 세계관을 지탱하는 친절하고도 신랄한 캐릭터다. 아라의 고향, 아라의 경험, 아라의 친구, 아라의 세대 등으로 드러나는 정세랑 월드의 단면은, 그 뒤의 존재할 거대한 무언가를 상상하게 한다. 그 상상이 무엇이든 그것은 바로 당신의 이야기일 것이다. 아라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쓰는 것, 그것의 정세랑의 글쓰기이고 ‘아라의 소설’이다.

출판사 서평

■ 아라의 더 단단한 신랄함

“계속 가다 보면 타협 다음의 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아라의 소설 1〉 중에서

어떤 아라는 W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떤 아라는 소설가가 되었다. 또 어떤 아라는 연애소설을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한다. 다른 아라는 쉽게 오해받는다. 또 다른 아라는 온전한 그의 의지대로 방을 비워간다. 이 모든 아라는 같은 아라가 아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아라는 바로 우리다. 아라는 《아라의 소설》에서 평행우주를 여행하듯 이야기와 이야기를 넘나들며 세계의 부조리함과 부당함 대해, 폭력의 기미와 그것이 남긴 상처 대해 신랄하게 이야기하고 꾹꾹 눌러 쓴다. 같은 듯 다른 인물로 분해 짧은 소설 이곳저곳에 등장하는 아라는 곧 작가이기도 하겠으나 본질적으로 소설을 읽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리하여 ‘아라의 소설’은 곧 ‘우리의 소설’이 된다. 아라의 신랄함은 다음을 위한 신랄함이다. 아라는 우리의 삶의 쓴맛을 견디면서 삼킨다. 그저 삼키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되었는지 고민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자각한다. 당장 답이 보이지 않으면 잠시 멈춰 모색하고 궁리한다. 결정을 내린 후에는 누구보다 단호하다. 작가이면서 독자이고, 공동체이면서 개인이기도 한 아라를 향한 우리의 신뢰는 작품을 읽어나갈수록 점점 더 단단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단단해진 우리는 다음을,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


■ 우리의 더 멋진 친절함

“그의 책은 친절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을까?”
-〈현정〉 중에서

《아라의 소설》에 담긴 신랄함은 신중하고 정중하다. 어떤 신랄은 친절의 세계에 속해 있다. 이 신랄함은 매일 먹는 커피에서 커피 농장이 망쳐놓는 누군가의 세계를 상상하는 친절함과 같다. 이 친절은 밤거리를 두렵지 않게 해준다. 이국의 천문학자가 소백산 삵과 교감할 수 있게 한다. 팬데믹으로 고통받은 많은 사람을 기억하게 한다. 놀랍게도 특정한 친절은 사람이 아닌 소설로 그 방향을 잡고는 한다. 수도권에서 일어난 큰 규모의 지진으로 헌책방에 갇혀버린 현정은 책장과 책장이 무너져 생긴 시옷 자의 틈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책을 읽는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좋아하는 작가의 오래된 소설을 읽음으로써 해소된다. 실비아 플라스와 스티븐 킹, 온다 리쿠와 로알드 달을 아우르는 방대한 독서 목록은 책의 문장이 매일매일 우리 삶의 아름다운 안쪽을 채워주었음을 일깨운다. 이제 《아라의 소설》이 당신의 안쪽을 채울 차례다. 그렇게 《아라의 소설》은 우리가 책을 믿고 있음을, 책을 쓰는 사람과 그것을 읽는 모두를 믿고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아라의 소설》은 얼마나 많은 친절한 사람을 만들어나갈까? 시작은 바로 당신이다.

■ 쉬운 글이 어렵게 쓰여지듯

“우리 괜찮게 살다가 좋은 부고가 되자”
-〈호오好惡〉 중에서

《아라의 소설》은 정세랑 월드의 압축판이라고 할 수 있다. 〈치카〉와 〈마스크〉, 〈채집 기간〉에서는 SF 작가로서의 새 세계를 향한 날카로움을 발견할 수 있어 반갑다. 〈즐거운 수컷의 즐거운 미술관〉은 작가 특유의 여유와 유머로 가득하다. 더불어 〈일어나지 않는 인터뷰의 기록〉, 〈우윤〉에서는 예술에 대한 진중한 태도와 진귀한 상상력에 감화되고 만다. 멀게는 2011년부터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을 모은 이 책은, 작품마다 작가의 짧은 해설을 곁들여 읽는 재미를 배가한다. 정세랑의 팬이라면, 작가의 궤적을 보다 정확한 방향으로 좇는 기회가 될 것이다. 둘로 나눠진 장 사이에 자리한 시(詩) 두 편도 이채로운 읽을거리다. 정세랑 작가의 색다른 ‘크로스오버’를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속표지와 본문 곳곳에 실린 일러스트는 책 속의 책이자 자그마한 컬러링북으로서 읽기의 재미를 더한다. 호흡이 짧은 소설을 읽는 일은 소설과 소설 사이를 보다 능동적으로 메꾸는 일일지도 모른다. 짧은 숨결 사이사이를 읽는 이만의 색깔로 채워나가길 기대한다. 거기에서부터 우리가 함께할 긴 호흡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A side 보편적이면서 보편적이지 않은 디테일들

아라 9
10시, 커피와 우리의 기회 16
22시, 기적의 취객 사파리 22
아라의 소설1 28
아라의 소설2 36
치카 43
마리, 재인, 클레어 50
M 61
우리의 테라스에서, 끝나가는 세계를 향해 건배 70
즐거운 수컷의 즐거운 미술관 78

Centre 유독하고도 흡족할 거예요(시)

호오好惡 110
네 사람 114

B side 잘 속지 않는 세대에 속했다는 것

마스크 121
우윤 125
스위치 138
채집 기간 148
난기류 163
일어나지 않은 인터뷰의 기록 170
아라의 우산 179
애인은 제주도 사람이다 191
현정 198

작가의 말 212

본문중에서

“어땠어?”
“미묘하게 평범한 맛이면서, 또 향은 엄청 풍부하네? 뭐야, 이 커피?”
“실험실에서 재배된 커피래. 농약도 안 쓰고 물도 엄청 안 쓴대. 전 세계의 바리스타들한테 평가해달라고 샘플을 보낸 거야. 뭐라고 평가하지? 맛있는 원두들을 아무렇게나 막 섞은 것 같은 느낌이긴 한데…….”
가을 씨가 쓰는 커피는 공정무역 커피였지만, 가을 씨도 나도 언제나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커피는 열대우림을 파괴했고 환경을 오염시켰으며 현지 사람들은 커피를 생산해내느라 식량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당하곤 했다.
“……과찬하자. 아주 아주 조금만 과찬해버리자.”
-〈10시, 커피와 우리의 기회〉 중에서

엠제이가 시트지를 붙이는 모습은 천수관음보살 같았다. 그리고 완성된 작품은 확언대로 근사했다. 만족한 엠제이가 가장 높은 곳의 찬장에서 샴페인 잔을 꺼냈다. 꺼내다가 하나를 떨어뜨렸지만 깨지지 않았다. 그 잔들은 투명한 실리콘으로 만든 것으로, 아무렇게나 막 쓰기에 좋았다. 어차피 잔에 따를 것도 제대로 된 샴페인은 아니고 창고형 매장에서 사온 캔 와인이었다. 우리는 박탈당한 세대였고, 세계는 우리에게서 박탈한 것을 영원히 돌려주지 않을 것이며, 그 단호한 거부로 결국 무너져내릴 것이다. 그것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한계 속에서 감각만이 반짝이다 사라질 것이다.
-〈우리의 테라스에서, 끝나가는 세계를 향해 건배〉 중에서

“그렇지만 고통을 느끼는 건 교감 로봇뿐인걸.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 진짜가 아니야.”
밸런타인 씨가 저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고통을 느끼지 않으면 제한되는 종류의 교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직접 경험한 적은 없지만요. 함께한 몇 년간 밸런타인 씨에게 팔베개를 해드리거나, 밸런타인 씨의 머리를 땋아드리거나, 함께 해변을 산책하는 것 이상의 교감은 없었습니다.
카우아이의 해변을 산책하다 보면 야생 닭들이 많습니다.
“알고 있니, 치카? 이 닭들은 가축이었다가 가축에서 벗어났어. 유전자도 야생종에 더 가까워졌지. 생각해보면 아주 멋진 일이야.”
-〈치카〉 중에서

처음을 생각할 때, 처음 이 계에 발을 들이던 때 저를 가로막고 밀어내던 힘이 분명 있었어요. 보이지 않지만 완고한 벽들과 여전히 종종 부딪히고요. 계와 계 사이의 구분은 단단하거나 단단하지 않게 존재하고, 소개되고 연결되고 만나면서 생성되는 것들, 닫혀 있다가 열리는 문들은 확실히 있어요. 모란과 게처럼 함께 존재하면서 따로인 것, 일치하는 듯 뉘앙스가 다른 것, 세트이지만 세트가 아닐 때도 있는 것. 계는 지도에 존재하고 웹에 존재하며 인맥의 허브에 존재하기도 합니다. 희미한 동시에 뚜렷하고 아무도 완벽히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우윤〉 중에서

“어디가 특히 징그럽나요?”
수석 채집가는 웬만한 이질성에는 둔해진 듯,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보조 채집가에게 물었다. 보조 채집가가 정확한 명칭을 찾아 서류를 훑었다.
“눈썹.”
“아, 눈썹.”
“말할 수 없이 징그럽네요. 대체 저 부분만 털이 남은 이유가 뭘까요? 얼굴 한가운데 저렇게 털이 두 줄로 남다니. 이상해. 말도 안 돼.”
“음, 그러고 보니 아주 기이해 보이네요. 실용적인 목적이었을 것 같지만요.”
“실용적이려면 털이 전체적으로 있어야죠. 으으, 맨살이 드러났다 다시 털이라니요.”
-〈채집 기간〉 중에서

쿠키를 먹고 물을 마신 다음, 현정은 과감한 행동을 했다. 쓰러진 책꽂이 너머로 팔을 깊숙이 넣어 다른 책꽂이에서 떨어진 책들을 이쪽으로 끌어온 것이다. 기운 책꽂이가 아예 무너질까 봐 걱정하면서도 손을 멀리 뻗었다. 바로 뒤쪽의 책꽂이는 청소년 소설이 꽂혀 있었던 모양이다. 현정은 기쁘게 로알드 달, 알키 지, 루이스 새커의 책을 찾아냈다. 로알드 달의 책은 《마틸다》였다. 다시 읽어도 재밌었다. 책의 말미에 로알드 달이 자주 했던 말이 써 있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친절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것 중 최고의 자질이다. 용기나, 관대함이나 다른 무엇보다도 더. 당신이 친절한 사람이라면, 그걸로 됐다.” 그의 책은 친절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을까?
-〈현정〉 중에서

원고지 5매에서 50매 사이의 짧은 소설은,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 듯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쪽에 속합니다. 이렇게 모아보니 10여 년에 걸쳐 각기 다른 지면에 발표했지만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신기합니다. 이어지고 닮은 부분을 함께 발견해주셨으면 하고 묶었습니다. 긴 분량의 소설들보다 직설적인 면이 두드러져, 다정한 이야기들은 더 다정하고 신랄한 이야기들은 더 신랄합니다. 부드러운 진입로가 필요 없는 분량이어서 그렇겠지요. 그 완충 없음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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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정세랑(鄭世朗)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84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년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3년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2017년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에세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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