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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원(九夷原); 동이족 등이 활동하던 무대. 상고시대 배달국 고조선 문화의 발상지이며, 당시의 강역을 지칭 지리적으로 동쪽 캄챠카 반도에서부터 한반도 만주 몽골 천산산맥 기련산맥 곤륜산에 이르는 지역을 뜻함(현재 동북공정에 대항하기 위한 관념으로 중원과 상대적 개념으로 저자가 지은 신조어).
저자는, “중국을 자랑하고 오랑캐의 것을 깎아 내린다”는 춘추필법에 따라 쓰여진 중국의 역사서에 동이의 열국들을 예맥(똥돼지), 흉노(가슴속 부터 노예), 동호(동쪽 오랑캐), 물길 (기분 나쁜 놈), 선비(비천한 놈) 등으로 비하시켜 적힌 것을 중화사상에 물든 우리 유학자들이 비판없이 수용함으로써 스스로 우리 선조들을 비하시켜온 것을 반성하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생각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 사서에 적혀있는 부여 제후국 들인 五加를- 馬加, 牛加, 狗加, 猪加 - 즉 소 말 개 돼지 등으로 비하시켜 기술되어 있는 것을 정당한 오가의 이름을 찾아주고 자 고조선의 상징적인 4대 神獸 - 백호, 청룡, 주작 , 현무로 그 이름을 바꾸어 이야기를 꾸몄다
고조선 말기 열국들인 五加와 번한(번조선), 마한(막조선), 동호, 흉노, 동예, 동옥저, 북옥저, 읍루, 구리국, 낙랑국의 협객들이 一望無際의 구이원에서 펼치는 장쾌한 의협행(義俠行)을 그렸다.

제1부 동 호

모 백 9
사연방 54
요동성 76
낙연산 93
장당경 105
박쥐주막 123
서한산전투 131
노합하 대회전 148
도적 양운 213
선비족 219
모용족 243
동호국 292
운명의 결투 327

모백은 진개의 침략으로 함락당한 자몽성 성주의 아들이었다. 모백은 그때 부모를 모두 잃고 고아가 되었다. 자몽성은 시라무렌강(퉁구스어로 황색강이란 뜻) 유역의 성이었다. 자몽천 부근의 대초원은 고대부터 수많은 유목민의 집결지였고, 봄에는 버드나무가 무성하게 숲을 이루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또한 상업이 발달하고 자유롭고 부유한 성이였는데 진개의 약탈로 하루아침에 폐허로 바뀌자 불안한 초원의 상인들은 자몽성 보다 안정된 조선의 수도 장당경이나 왕검성으로 찾아갔다. 모백은 이때부터 유목부족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다가 열네 살 때 오환족 회홀족장의 집에 양치기로 있었다.
어느 날 목부 모백은 아침을 먹고 우리에서 양 떼를 몰고 나오면서 생각했다. ‘서북쪽 개천 너머 초원의 풀이 싱싱하고 잘 자라있어 양들이 좋아할 거야. 오늘은 그곳으로 몰고 가야지. 양들이 좋은 풀을 먹어야 좋은 양젖을 짤 수 있지 않겠어?’
모백은 평소 양 떼들이 초지에 머물며 풀을 뜯는 동안에 자기는 쉬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좋은 풀이 나는 곳을 미리 눈여겨 보아두었다가 다음에는 그곳으로 양 떼를 몰고 가서 먹였다. 모백이 돌보는 양 떼는 무려 삼백 마리가 넘었다. 그 정도면 어른들도 돌보기 쉽지 않았다. 모백이 돌보는 양들은 특별히 살이 찌고 나오는 우유 질도 매우 좋았다. 어른들이 모백을 보고 감탄했다.
“모백은 양 떼를 정말 잘 돌보는구나, 정말 대단해!”
어느날 회홀 족장이 물었다.
“모백아, 많은 양들을 어린 네가 어찌 그리 잘 돌볼 수 있는지 궁금하구나?”
모백이 대답했다.
“저는 모든 양에게 이름을 지어줘서 불러주어요. 양들도 사람처럼 혼자만 먹으려는 욕심꾸러기, 말썽 피우는 개구쟁이 양, 사나운 양, 순한 양, 게으른 양, 부지런한 양, 엄마를 잘 따르는 양 등으로 성격들이 다 달라요. 욕심꾸러기 먹보가 자기만 좋은 자리의 모이를 차지하고 있으면 ‘너도 이제 그만 양심을 가져라’ 야단치고 안아서 바깥으로 옮겨놔요. 저는 함부로 양들을 때리거나 욕하지 않고 쓰다듬으며 잘 타일러 주어요. 마음으로 잘 대해주면 양들도 다 알아요. 즉 양들에게도 도리를 가르치면 조금은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리고 좋은 풀이 자라는 곳을 기억해 두었다가 힘들더라도 항상 그 곳으로 데려가요. 이동할 때 제가 노래를 부르면서 앞장서서 가면 모두 잘 따라와요. 그게 전부예요”
회홀 족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영특한 아이로구나. 너는 장차 초원 제일의 목부가 될 것이다.”


모백이 오늘 양떼를 데려온 개천 너머의 초원은 양들이 무척 좋아하는 부드러운 풀이 많이 자라있는 곳이다. 양 떼를 초지에 몰아넣고 양들이 풀을 뜯는 동안 언덕에서 드러누워 푸른 하늘의 구름을 바라보면서 양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새끼 양 한마리가 무리를 이탈해서 부족의 고인돌 묘지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평소 말썽 많은 개구쟁이였다. 모백이 빽 소리를 질렀다.
“야! 개구쟁이야! 돌아와!”
그러나 개구쟁이 새끼양은 모백이 지르는 소리에 아랑 곳 하지 않고 계속 공동묘지로 달려가고 있었다. 모백은 하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쫓았다.
“에이, 개구쟁이가 또 속을 썩이네...”
그런데 새끼양은 흘깃 뒤를 한 번 돌아보고는 모백이 계속 자기를 따라오자 도망치듯 더 빨리 달리더니 묘역 속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그 부족묘지는 상고시대부터 초원의 여러 부족들이 공동묘지로 사용하는 곳으로, 수 천여기의 고인돌이 초원 언덕을 가득 뒤덮고 있는 곳이었다.
모백이 묘지 안으로 따라 들어가니 개구쟁이가 고인돌 사이를 이리저리 달리다가 갑자기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모백이 새끼양이 사라진 곳으로 가서 한참을 찾아보았지만 양이 어디로 숨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 참 이 개구쟁이가 어디로 갔지?”
중얼거리며 커다란 고인돌 아래를 살펴보던 중 잡목과 풀들이 우거진 곳을 지나다가 때마침 세게 부는 바람에 풀들이 기울어지며 얼핏 눈가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혹시 새끼 양이 거기 있을까 생각하며 풀들을 제치면서 여기저기 살펴보니 살짝 땅바닥이 꺼진 곳으로 양 한마리가 들어갈 만한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안으로 어슴푸레하게 계단이 보였다.
‘아! 이 개구쟁이가 여기로 내려간 게 틀림없어’
모백이 묘역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꺽어 와 부싯돌로 횃불을 만들어 들고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그 곳은 석실이었는데 묘실이 매우 크고 사방 벽으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모두가 상고시대의 이름 모를 신수(神獸) 들이었다. 그리고 좌우에 작은 묘실이 하나씩 있었는데, 입구의 벽에 등잔이 걸려있고 심지가 남아있어 불을 붙여보니 희한하게도 불이 붙었다. 모백이 호기심이 생겨 들고 있던 횃불을 끄고 안을 자세하게 살펴보니 석실 북쪽에 큰 관이 한 개 놓여있었다.
‘이 묘지는 고인돌의 크기나 석실 규모로 볼 때 상고시대 어느 대족장님의 무덤이 틀림없어. 누구실까? 저 관 안에 계신 분은...’
이어 왼쪽 석실로 들어가 보았는데, 그곳에는 수많은 가죽과 짐승들의 뼈들이 수북이 쌓여있었고 가죽과 넓적한 짐승 뼈에는 녹도문(鹿圖文 - 사슴발자국을 보고 만든 고대문자)이 새겨져 있었다. 고대의 녹도문을 아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데, 지금은 한낱 양치기에 불과하나 자몽성주의 아들인 모백은 다섯 살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글을 배워 녹도문과 가림토(- 원시 한글)를 읽을 줄 알았다.
‘아! 모두 고대에 천제(天祭)를 올릴 때 점을 쳤던 기록들이야. 역시 이 고인돌의 주인은 배달국 당시 백호가의 대족장이 틀림없어!’
수북이 쌓여있는 가죽과 골편들을 살펴보던 모백은 가죽과 소의 어깨 골편(骨片- 뼈의 부스러진 조각)들 속에서 백호심법, 백호권법, 백호장법이라는 무공의 이름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모백이 천천히 골편들을 추려나갔다. 한참을 뒤적인 끝에 무예와 관련된 것들만 골라내는데 성공했고 거기에서 권각법(拳脚法- 주먹과 발을 쓰는 무예)의 동작들이 그려진 100여개의 골편을 발견했다. 그림 옆에는 녹도문으로 초식의 구결들이 적혀있었다. 모백은 자몽성 성주였던 부친이 새벽마다 무공수련을 하는 것을 자주 구경했었으나 너무 어려서 배우지는 못했고 그나마 시간이 많이 지나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늘 이 골편들을 보니 희미하게 아버지가 무공을 연마하던 모습이 되살아나 뛸 뜻이 기뻤다.
“바로 이거야 !”
사실 모백은 고아가 되어 이곳저곳을 유랑하는 동안 자기보다 크고 힘센 부랑아들에게 괴롭힘을 많이 당해왔다. 마음속으로 늘 무공을 조금만 알아도 이렇게 맞고 살지는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었다.
모백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가죽과 골편들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대강 읽어 본 모백은 골편들을 한 쪽에 모아놓고 맞은편 다른 묘실을 들어가 보았다.
거기엔 각종 뼈들이 가득했다. 말뼈, 소뼈, 양뼈 등 함께 순장시킨 짐승들 같았다. 순장자들 머리 쪽 탁자 위에 커다란 나무궤짝이 보여 열어보니 안에 여러 개의 작은 병들이 있었다. 병들의 마개를 열어보니 모두 말라 비틀어져 있어 뭐가 들어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으나 마지막 한 개의 병에서 환약들이 열 개가 나왔는데 향기가 그윽했다. 냄새가 너무 좋아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는데 정신이 더할 나위 없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뭘까? 이 환약은?”
그 때 점심 먹는 것도 잊고 묘실에 있던 모백은 뱃속에서 갑자기 꼬르륵 소리가 나자 갑자기 정신이 들며 양들이 생각났다.
“아! 내 양 !”
하며 환약이 든 병을 주머니에 넣고 부리나케 무덤 밖으로 나와 양들에게로 달려가 보니 양들은 아무 탈 없이 초지에서 잘 놀고 있었고 개구쟁이 새끼 양도 다행히 돌아와 있었다. 모백은 해가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족장 댁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모백은 오늘 들어가 보았던 묘실에 대해서는 혼자만 알고 있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 고인돌 묘실로 가서 백호심법, 백호권법, 백호장법의 그림이 있는 골편을 보며 권각법을 살펴보았다. 권각법이 그림으로 상세하게 그려져 있었으나, 무공의 기초가 전혀 없는 모백이 스승이 없이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림을 보고 적당히 따라해 보았으나 권법과 장법의 각(各) 한 초식만 되고 다른 것들은 동작이 잘 이어지지 않았다. 영리한 모백은 일단 무공 구결을 모두 통째로 암기해 버렸다.
‘일단 외우고 나서 끈기 있게 연구하다보면 언젠가는 제대로 펼칠 수 있을 거야’
하며 조금은 가능했던 백호권법 일초 우타좌격(右打左擊 - 우권 연타로 시선을 끌고 좌권으로 적의 우측 옆구리를 가격)과 백호장법 일초 노호추응(怒虎推鷹- 분노한 호랑이가 독수리를 ？i아내다)을 각기 오십여 번을 수련하다보니 점점 재미가 나 백번씩을 더 했는데 문득 배가 고파왔다. 밥을 먹었는데도 익숙하지 않은 무술연습으로 격하게 움직이다 보니 배가 쉽게 꺼져버린 것이다. ‘에고, 못하겠다’ 하며 바닥에 누워버렸는데 멍하니 천정을 쳐다보다 문득 그윽한 향기가 난 환약이 생각이 나서 냄새라도 한번 맡아보려고 무심코 한 알을 꺼내 코 가까이에 댔다. 오래된 무덤의 환약이라 먹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은, 너무도 향긋했던 기억에 이끌린 행동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향기로운 냄새가 석실을 진동하였고 자기도 모르게 혀끝을 살짝 댔는데 혀가 닿자마자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이 순식간에 녹으면서 목구멍으로 꿀꺽 넘어가버렸다. 놀란 모백이 일어나 앉자마자 맑은 기운이 사지백해를 타고 흐르며 즉시 허기가 사라졌고 일각(- 15분)이 지나자 온 몸이 가벼워지면서 고요한 내력(內力)이 온 몸에 가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맞았어, 말로만 듣던 선인들이 배고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