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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원(九夷原); 동이족 등이 활동하던 무대. 상고시대 배달국 고조
선 문화의 발상지이며, 당시의 강역을 지칭 지리적으로 동쪽 캄챠카
반도에서부터 한반도 만주 몽골 천산산맥 기련산맥 곤륜산에 이르
는 지역을 뜻함(현재 동북공정에 대항하기 위한 관념으로 중원과
상대적 개념으로 저자가 지은 신조어).
저자는, “중국을 자랑하고 오랑캐의 것을 깎아 내린다”는 춘추필법
에 따라 쓰여진 중국의 역사서에 동이의 열국들을 예맥(똥돼지), 흉
노(가슴속 부터 노예), 동호(동쪽 오랑캐), 물길 (기분 나쁜 놈), 선
비(비천한 놈) 등으로 비하시켜 적힌 것을 중화사상에 물든 우리 유
학자들이 비판없이 수용함으로써 스스로 우리 선조들을 비하시켜
온 것을 반성하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을 생각했
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 사서에 적혀있는 부여 제후국 들인 五加를
- 馬加, 牛加, 狗加, 猪加 - 즉 소 말 개 돼지 등으로 비하시켜 기
술되어 있는 것을 정당한 오가의 이름을 찾아주고 자 고조선의 상
징적인 4대 神獸 - 백호, 청룡, 주작 , 현무로 그 이름을 바꾸어 이
야기를 꾸몄다
고조선 말기 열국들인 五加와 번한(번조선), 마한(막조선), 동호,
흉노, 동예, 동옥저, 북옥저, 읍루, 구리국, 낙랑국의 협객들이 一望
無際의 구이원에서 펼치는 장쾌한 의협행(義俠行)을 그렸다.

바람의 왕국
선우 오토치
두만
삼록장
여우곡
바린바오초원의 전투
개미곡
늑대성
오르도스성의 풍운
두만 가한
새 알지
왕자 묵돌

두 만

한 영준해 보이는 소년이 말을 타고 초원 한 가운데를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등에는 한 자루 검을 매고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두만이었다. 소년의 나이는 십칠 팔세 정도 되어 보였으며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이 늠름했다. 말안장에 앉은 엉덩이는 펑퍼짐했고 그 위 안장에 받혀진 허리는 날렵해 보였다. 눈썹은 짙은 숯으로 초승달을 그린 것 같았고, 코 밑과 턱 그리고 구렛나루의 검은 수염들이 아직은 가늘고 많지 않았으나 멋지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소년의 눈빛은 밤보다 더욱 검은 신비스러운 빛을 띠고 있었고, 붉은 입술은 야무지게 꽉 다물어져 있었다. 초원을 대표할 만하다고 해도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 아름답고 멋진 사나이였다. 마침 하늘에는 독수리 한 마리가 맴돌고 있었다.
소년이 하늘을 힐끗 올려다보고는 중얼 거렸다.
“저 놈은 참 기분이 나빠. 아까부터 날 따라 오고 있는 것 같아. 기회를 봐서 한번 혼내 주고말거야.”
하늘을 날던 독수리는 소년이 중얼거리는 것을 알아들었는지 갑자기 하늘 높이 솟아오르며 날아가 버렸다.
소년이 나지막한 언덕 위에 막 올라섰을 때, 언덕 아래쪽에서 일단의 무사들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소년이 올라선 언덕 너머 드넓은 황무지는 ‘개들의 평원’으로 불리는, 초지가 별로 없는 황량한 대지였다. 종종, 야생 소떼나 말들이 아닌 수백 마리의 개떼가 무리지어 나타나 싸움을 하는 벌판이어서 ‘개들의 평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소년이 살펴보니, 한쪽은 지나가는 대상들을 터는 도적들인 것 같았는데 그 숫자가 여섯 명이었고, 상대편 사람들은 수가 십여 명이나 되어 보였지만 대부분이 상인으로 무예를 익힌 자는 대상을 호위하는 무사 세 명에 불과한 것 같았다. 도적은 모두 여섯 명인데 모두가 말을 타고 있었다. 셋은 뒤에서 지켜보고 있고 도적 세 명이 호위 무사 셋과 각각 일대일로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호위무사들은 도적떼의 포악한 기세에 눌려 얼마 안 가 죽음을 면치 못할 것 같아보였다. 나머지 사람들은 짐을 실은 낙타 십여 마리와 일곱 마리의 말들을 끌고 한쪽에 몰려서 도망도 못치고 겁에 질려 싸움만 지켜보고 있었다. 싸움을 지켜보던 소년이 무엇인가 결심한 듯 고삐를 당겼다 풀며 언덕 아래로 말을 달려 내려갔다. 소년이 말이 달리자 뿌연 흙먼지가 일어났다. 소년은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십여 장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싸우던 도적들은 말이 달려오자 처음에는 조금 긴장하는 것 같았으나 나타난 사람이 아직 어린 소년인 것을 알고 별 것 아니라는 듯 대상을 호위하는 무사들을 다시 맹공격했다. 큰 칼을 든 도적이 외쳤다. 그의 목에는, 늑대의 이빨들을 구멍을 뚫어 빨간 실로 이은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그가 칼을 휘두를 때마다 목걸이의 늑대 이빨들이 함께 날아다녔다. 그러고 보니 그가 입을 벌릴 때 드러난 송곳니도 늑대의 이빨처럼 날카로워 보였다.
“우린 백겁산(百劫山)에서 왔다. 이놈들아! 빨리 말에서 내려 무릎 꿇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모두 내놓아라. 네놈들 목숨만은 살려주마!”
백겁산은 기련산맥의 험한 냉호령(冷弧嶺) 부근에 있는 산으로, 천리에 달하는 동서 통상로인 하서주랑 일대에서 악명을 떨치는 도적들의 근거지였다.
그들은 숫자도 많고 잔악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정강창을 휘두르며 맞서는 대상 쪽 무사가 지지 않고 응수했다. 그의 이름은 물의였다. 그는 두 명의 무사와 함께 대상의 호위를 맡고 있었다. 세 사람은 바오토우성 촌곤산(春坤山) 일대에서 알려진 협객들로, 춘곤삼협(春坤三俠)이라고 불렸다. 다른 두 사람은 무유(撫柔)와 해강(解剛)이었다. 세 사람의 이름만 보아도 이들이 선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흥, 백겁산? 우리는 네 놈들이 천겁, 만겁산에서 왔다고 해도 겁나지 않는다. 어림없는 소리! 우리는 죽기로 네놈들과 싸울 것이다.”
별것도 아닌 놈이 죽기 살기로 덤벼드니, 늑대이빨 목걸이를 한 도적이 화가 나서 분통을 터뜨렸다.
“흐흐. 아니, 이놈들이? 기어이 어느 한 놈 숨통을 끓어 놓아야 말귀를 알아들으려나.”
말하는 중간에 그의 눈이 교룡의 눈빛처럼 번득이며 창을 든 물의의 빈틈을 찾아 벼락같이 칼을 내리쳤다. 말을 하는 도중에 느닷없이 난폭한 공격을 한 것이다. 도적의 칼이 푸르스름한 도광(刀光)을 일으키며 번개처럼 물의의 몸 가까이 들이닥쳤을 때 ‘..말귀를 알아들으려나.’ 소리가 끝났으니 이 얼마나 야비하고도 무서운 기습인가?
늑대이빨의 입가에 득의의 미소가 걸렸고, 하류잡배나 하는 이 비열한 일도(一刀)에 방심하고 있던 호위무사의 몸이 두 동강 날 찰나, 쉭- 소리와 함께 한 자루의 비수가 질풍처럼 날아들며 늑대 이빨의 겨드랑이 아래 부위에 꽉 박혔다. 얼마나 강하게 박혔는지 몸통에 박힌 칼이 조금 밖에 드러나지 않았다. 기가 막힌 솜씨였다.
거구의 도적이 “헉!” 하고 짧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으로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싸움을 지켜만 보고 있던 세 명의 도적이 뜻밖의 기습에 놀라며 이 놀라운 비도술(飛刀術)의 주인공을 찾아 눈을 크게 뜨고 두리번거렸으나 누가 던졌는지 알 수 없었다. 호위무사들과 싸우던 두 명의 도적도 동료가 쓰러지자 싸움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의심가는 눈으로 갑자기 나타난 소년을 살펴보았으나 소년이 비수를 던진 것 같지 않았다. 소년이 있는 곳은 거리가 십여 장으로 보였고 자기들은 소년이 움직이는 기미를 전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년이 암습을 가했다면 반드시 뒤쪽의 고수 세 명의 눈에 띄었을 것이다. 더욱이 소년의 얼굴은 문약해 보여, 그런 매서운 무공을 지녔을 것 같지 않았다. 도적들의 의심스런 눈길은 한편에 몰려 있는 일곱 명의 상인들에게 쏠렸다. 뒤쪽에서, 보름달처럼 둥글게 휘어진 칼을 든 도적이 대상들에게 다가갔다. 그가 이들 중 우두머리였다. 턱에는 누런 빛깔의 수염이 지저분하게 나 있었다. 이들은 백겁산의 모모육겁(毛毛六劫)이라고 불리는 자들이었다. 모모육겁은 모두 여섯 사람으로 일겁 겁풍(劫風), 이겁 겁수(劫囚), 삼겁 겁운(劫運), 사겁 겁탁(劫濁), 오겁 겁살(劫煞), 육겁 겁화(劫火)로 백겁산의 두령 흑선(黑仙) 하르로스의 제자들이었다. 이들의 스승 하르로스는 제자들 하나하나가 모두 사람들에게 공포스러운 존재가 되기를 바라며, 그 이름들을 이리 겁나게 지었던 것이다. 모모육겁이 초원과 사막에 수많은 겁난을 일으키고 다닌 지 수십 년이니, 그들 사부의 소원대로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전, 비수를 맞고 죽은 자는 육겁 겁화였다.
겁화는 툭하면 불을 질러댔다. 그는 늘 부싯돌을 갖고 다니며 불을 질러서 사람들에게 겁난을 가져다주었다. 그들은 겁화가 죽자 모두 대노했다. 그들의 악행은 오래 전부터 구이원에 널리 퍼져 있어 선협, 선인들조차도 이들과 마주치기를 꺼려했다.
특히 그들 육겁이 함께 펼치는 살겁진(殺劫陣)은 그 위력이 대단했는데, 막내 육겁이 갑작스럽게 죽어버렸으니 이들이 받은 충격이 대단했다. 놀란 세 명의 무사가 달려가 상인들에게 접근하는 겁풍을 막아섰다. 다른 도적들도 춘곤삼협을 죽여 육겁의 한을 풀어주려는 듯 덤벼들었다. 다시 싸움이 시작되었다.
춘곤삼협은 한 명의 도적이 죽는 것을 보고, 누군가 자기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에 은근히 용기가 살아났다.
겁풍이 대상들 앞으로 다가가 눈을 부라렸다.
불거진 눈알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어떤 놈이 몰래 암습을 했느냐? 나쁜 놈 같으니라고, 빨리 나오너라!”
그러나 대상들은 자기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하며 연신 두 손을 싹싹 빌었다.
“살려 주십시오. 겁풍님, 저희들이 가진 것을 전부 다 드리겠습니다.”
“흐흐흐. 너무 늦었다. 네 놈들이 우리 형제를 죽여 놓고,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아이고, 살려 주십시오. 저희는 정말 모르는 일이옵니다.”
“누가 먼저 저승사자를 만나러 가겠느냐? 거기 너! 혈색 좋은 놈 이리 오너라.”
겁풍이 말에서 내려 옷 잘 입은 한 상인을 끌어내자마자 번득이는 칼로 망설임 없이 목을 쳐 내렸다.
이 때,
“쨍-”
하며 또 한 자루의 작은 비수가 빛을 번득이며 날아와 겁풍의 칼을 밀어 냈다.
겁풍이 소리쳤다.
“네 이 어린놈이! 내가 네놈이 하는 짓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두가 놀라며 말에 탄 소년을 바라보았다. 도적들이 이를 갈며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았다. 소년은 이들의 싸움에 아무 관심이 없는 듯 무심히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 누구도 소년이 단검을 날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 겁풍만이 상인을 죽이는 척하고 몰래 소년을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겁풍이 소년을 잡아먹을 듯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소년이 대답했다.
“나? 두만이라고 불러. 네 놈들이 당장 악행을 멈추고 너희들 소굴로 돌아가면 내 오늘은 용서 해줄 것이나,
만약 그렇지 않으면 오늘 이 ‘개들의 평원’에서 개처럼 죽을 것이다.”
모모오겁은 대노했다.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디서 나타나, 겁도 없이 막내 겁화를 암습하고 자기들의 일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겁풍이 두만에게 물었다.
“너는 천산(天山)선문의 육비선사(六臂仙師)와 어떤 관계냐?”
“나의 사부님이시다.”
“흐흐, 네가 사부를 믿고 그렇게 까부는 모양이구나.
그러나 네 스승이 이 자리에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함부로 놀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 육비비도(六臂飛刀)를 다시 한 번 펼쳐 보아라.”
두만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일겁 겁풍이 자신의 비도술을 한 번 보고 단박에 출신내력을 짚어낸 것이다. 두만이 사람들 몰래 펼친 육비비도는 스승의 절기 중의 절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