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현대시조에 이르러서는 고시대의 율격을 그대로 계승하되, 음절수의 대담한 파격을 이루었다. 시행의 배열이 자유롭고, 연시조가 많아졌고, 제목이 작품마다 붙여졌다.
복잡다기한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는 다양한 사상, 미묘한 감정 등을 주제로 표현하거나, 자아의 내면세계에 파고들거나, 개성적, 사색적, 관조적 특성을 보이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덕분에, 다양한 표현 기교를 사용하여 개성적이고 참신한 이미지 구현, 여러 표현기법을 활용하여 긴밀한 구조를 이루는 회화성 중시, 시어의 자연스러운 호흡 강조, 순수한 우리말 사용, 이미지나 공감각 사용 등이 특징을 이루었다.
류광열 시조 시인은 현대시조의 특성을 잘 갖춘 시조들을 창작하여, 우리들에게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다.

류광열 시인의 첫 시조집 출간을 축하하며-박덕은
작가의 말
祝詩-박덕은

1장-저 달이 이울어도 반짝이는 그 시절

자목련
화초
할미꽃
금낭화
백철쭉
철쭉꽃
철쭉꽃 보며
철쭉꽃길
철쭉 축제
은초롱꽃
으아리꽃
의아리
제비꽃
등심붓꽃
등심붓꽃 군무
노루귀
상사화 잎
상사화
보리수 열매
빗속 구절초
구절초
수선화
애기범부채
유홍초
설토화
대원사 벚꽃길
벚꽃 단상?1
벚꽃 단상?2
벚꽃길

2장-피어난 꽃송이마다 그리움

당신
노년 단상
후회
모정
친구야
당신 생각
소통
찻집에서
그리움?1
그리움?2
그리움?3
그리움?4
보고 싶다
거울 보며
가족 사진
인생 단상
소망
뉘우침
한 번쯤
이별
이별가
안타까움
떠나간 친구
유년의 추억
친구들의 만남
떠난 후에
인생
서러움
향수?1
향수?2
향수?3
향수?4
병원에서
자신감
님
주름살

3장-이른 봄 그리운 꽃대

낮달
산골 마을 우체통
호미
청개구리
석양
봄비
나무의 일생
새벽이슬
두견새
입춘
봄노래
오월이면
장마
보름달
쌍둥이 노송
당산나무 두 그루
조춘 단상
5월의 신기루

4장-함께할 그날 위해

만춘
연가戀歌
향사享祀
여행길
완도 수목원
백아산
환산정
환산정에서
백천 류함
충무공 이순신
노병의 회고
시조 짓는 노인
정치꾼
만연산
천운산
청령포에서
산
여자단체 양궁

호미
허리선 굽고 굽어 거동이 불편하다
윤이 난 손잡이로 가족들 먹여 살려
녹슬은 무언의 자태 어머니의 뒷모습

석양빛 비쳐드는 조용한 헛간에서
한 서린 굽은 말들 시렁에 주렁주렁
그리움 붉게 물들어 추억 품은 먼 옛날.


벚꽃 단상
수줍어 곱게 물든 웅크린 잠 속으로
봄바람 다가와서 간지럼 주고 가면
새하얀 속살 내놓고 수다 떨며 웃는다

추억이 다가와서 동행을 재촉하자
웃는 입 못 다문 채 좋아서 살랑살랑
떠나는 뒷모습 보며 상춘객들 아쉬워

젊은 날 부귀영화 가슴에 묻어 두고
빛바랜 그리움만 봄날과 함께한다
노인의 굽은 허리에 내려앉는 꽃잎들.


철쭉꽃길
만연산 오르는 길 좌우가 온통 절색
선홍빛 환한 웃음 속마음 사로잡아
시선이 붙박이 되어 떠날 줄을 모른다

따스한 봄볕들을 바르고 채우면서
빛 고운 색실 갖춰 자수를 놓았구나
벌나비 날개 파닥여 불러오는 봄바람

꽃들은 흥청망청 미소를 흘리면서
방문객 가슴마다 감동을 심어 놓고
내년에 또 만나자며 호탕하게 웃는다.


으아리꽃
시루에 담은 정성 세월에 묻혔어도
어머니 생각하며 한마음 정성으로
고운 정 넝쿨 마디에 곱다랗게 피었다

동생들 어린 모습 눈앞에 벙글대고*
오늘도 다정함에 우애가 돋아나면
피어난 꽃송이마다 그리움이 맺힌다.
*벙글다: 꽃을 피우기 위해 망울이 생기다.


석양
하루일 마치고 온 수평선 붉은 빛들
외딴섬 비켜오는 어선들 정겨운데
옛정에 젖은 눈동자 추억 속을 헤맨다

남은 생 함께하자던 저녁의 깊은 눈빛
주위와 상관없이 더 곱게 성장하며
이제는 마지막 사랑 믿고 사는 멋쟁이

여생이 촌음인데 너무나 황홀하다
떠나는 순간까지 이토록 좋을 수가
당신의 고운 모습만 생각하며 살리라.


노병의 회고
승선한 파월 장병 부산항 출국 신고
군악대 연주 속에 사기가 충천하여
수평선 열고 닫으며 수송선은 달렸다

우리가 하선한 곳 월남땅 나트랑 항
한밤중 터진 포탄 지축을 흔드는데
정글 속 수색 작전에 동행하는 생과 사

꽃피던 이십 대가 목숨 건 격전지들
자연의 무상 앞에 옛 모습 흔적 없어
머리에 서릿발 이고 회상해 본 전적지.


나무의 일생
먼 길을 돌고 돌아 서러움 지워내면
훈훈한 바람결이 반갑게 다가오지
우듬지 펄럭거리며 꺼내 보는 연둣빛

여윈 몸 품 안에서 깨어난 생명의 싹
지난날 하던 대로 풍성히 살찌웠지
이제는 녹음방초에 초대하리 당신을

풍성한 결실들도 돌아보면 꿈이더라
뜨겁던 그 시절로 단풍잎 띄워 본다
먼저 간 고운 님 손길 느껴 보고 싶어라

지나온 부귀영화 한 폭의 그림인가
곁에서 떠난 벗들 어디서 불러올까
오늘밤 함박눈 오면 따스하게 열릴까.


벚꽃길
예상한 그보다도 백 배나 아름다워
도열한 벚꽃길을 사진에 담아 본다
숨 막힌 봄의 진입로 들어서니 즐거워

가로수 벚꽃들이 환희로 만개하고
새하얀 너울 쓰고 길손들 반기는데
짓궂은 비가 내린다 지는 인연 슬퍼라.


이별
접혔다 펼쳐지는 보고픔 훔쳐보면
그 틈에 발광하는 추억의 꼬리 잡고
아직도 당신 그리며 방황하는 이 한밤.


청령포에서
서강을 휘돌아서 삼 면을 막아 놓고
나갈 곳 오직 한 곳 율륙봉 험준 암벽
눈멀고 귀먹은 아픔 캄캄하게 저문다

유배지 솔밭 그늘 스산한 바람 일고
매일을 하루같이 눈뜨면 지루함뿐
허기져 메마른 가슴 저 하늘은 아는지

덧씌운 인간의 탈 갈 길이 아니건만
세상사 후안무치 자행한 천륜만행
권력을 거머쥔 당신 사는 동안 편합디여?


충무공 이순신
사나이 날 선 의지 하늘에 맹세하고
백두대간 푸른 혈류 유유히 흐르도록
명예도 바다에 깔고 애국심만 키운다

운해 속 새벽 안개 예측을 못할 때도
충성의 깃발 끝에 생명을 매달고서
가슴속 최후의 승전 목숨 내건 의로움.


서러움
기댈 곳 없던 시절 외로움에 등을 대며
속울음 토해내며 버티고 버티는데
수평선 물들인 노을 그리워라 엄마 품.


그리움
추억길 고개 넘어 은은한 달빛 타고
새벽녘 문을 열며 손짓하는 옛 시절
새아침 고운 햇살로 다가오는 첫사랑

빈 하늘 쳐다보며 목놓아 부르는데
허전한 오후가 방안으로 숨어들어
기댈 곳 없는 외로움 해거름을 건넌다.


산
고매한 품성으로 세상을 다독이며
기쁨과 고난까지 온몸에 수놓은 채
묵묵히 맞이해야 할 숙명적인 나날들

언제나 한결같이 산자락 펼쳐 놓고
계절을 전시하는 풍경화 그려 가며
모두들 즐거움 안고 추억 송이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