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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규 시집 [미완성 악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저자의 시들을 감상할 수 있다. 《미스 김 라일락이 손짓하는 봄》, 《그녀의 변신은, 무죄》, 《챔파 향기에 취하다》, 《내 귀는 아프리카 코끼리 닮았다》, 《낙엽과 동행하다》등 다양한 작품을 수록했다.

한 남자의 귀거래사가 아름답고 간절하다. 첫 손주가 태어나던 날 그는 평생 다니던 직장에 사직서를 썼다고 한다. 한 매듭이 새로운 생명으로 인해 묶어진 것이다. 설산의 정상에 깃발을 꽂고 하산하는 알파니스트처럼 그는 보무도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에게로, 자식에게로, 불알친구에게로, 오랫동안 그를 기다리던 문학에게 돌아왔다. 최선을 다해 일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일 것이다. ‘금천 한내의 둑방길을 바람의 손을 잡고’ 걸으며 ‘꽃에게 질문하고 꽃에게 답을 구한다’. 꽃은 아마 시에게 답을 미룰 것이다. 이제 시는 돌아온 한 남자의 끝없는 질문에 시달리지 않겠는가. 평생 모범생으로 살아온 직전의 질문에 지극히 문학적으로 답해야 하니 시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의 곁을 지켜온 여섯 줄의 기타 가, 넉넉하고 따발총이 되어버린 추억 속의 가냘픈 소녀가, 이제는 친숙해진 옆 지기의 잔소리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태의 풍경이 시에 힘을 보탤 것이다. ‘희끗한 머리카락 쓸어 넘기며 건달처럼 흔들흔들 ’립스틱보다 더 진한 시‘를 만나러 가는 그의 행보를 우리는 다만 다정한 눈길로 지켜볼 뿐이다.

1부 봄
그 나무의 그꽃 - 19
모차르트를 만나다 - 20
딱 한 가지 - 21
미스 김 라일락이 손짓하는 봄 - 22
행복은 - 23
마중물 - 24
내가 사는 여기 - 26
스펀에서 - 28
명 처방 - 29
봄 - 30
치유에 대하여 - 32
미완성 악보 - 33
회귀 - 34
2막을 열다 - 36
사구四球 홀릭 - 38
그녀의 변신은, 무죄 - 40
꿈 - 42

2부 3학년 1반, 그해 여름
그 짧은 생애에서 배우다 - 47
내게도 그런 친구가 있다 - 48
천둥소리 - 50
3학년 1반, 그해 여름 - 52
고개 숙인 풍경 - 54
전천후 메이크업 - 56
수박 - 58
그들이 나를 부르는 듯 - 60
말복末伏 - 62
고목을 찍다 - 63
챔파 향기에 취하다 - 64
나를 쓰다 - 66
꿀벅지 - 68
절레절레 - 70
낙타 - 72
비오는 날의 단상 - 74
전화위복이라 말해도 되나 - 76

3부 가을바다
농다리 건널 때 - 79
불멸의 연인 - 80
가을바다 - 82
억새바람길 - 84
집밥은 아무나 먹나 - 86
발편잠 드는 집 - 88
한 몸이 되었다 - 91
나 왔나 - 92
황혼 - 94
내 귀는 아프리카 코끼리 닮았다 - 96
무음모드로 - 98
사전이다 절기는 - 100
볼랫길 아다지오 - 102
2막 일정표 - 104
껌 딱지 - 106
손돌바람 부는 저녁 - 108
낙엽과 동행하다 - 110

4부 눈송이들만 자욱하고
사랑 - 113
러빙 첼로 - 114
행간에 비친 풍경 - 115
더욱 아파오는 건 - 116
살다 보면 - 117
찹쌀떡과 자장면 - 118
늦둥이 - 120
지옥체험 - 122
버팀목이었다 - 124
벼랑 끝으로 - 126
오늘의 메뉴 - 128
외돌개 - 130
눈송이들만 자욱하고 - 131
행복한 아침 - 132
훅, - 133
그날 처음 알았다 뜨거운 것에 약한 나를 - 134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136

■ 해설|문정영(시인) -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