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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이자벨 : 더글라스 케네디 장편소설

원제 : Isabelle in the Aftern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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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평생 지워지지 않을 단 하나의 사랑!

『오후의 이자벨』은 우리가 삶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랑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소설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미 《모멘트》를 통해 운명적인 만남과 절절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아무리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더라도 극복하기 힘든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히게 되면 함께하는 미래로 이어지지 않는다. 《모멘트》에서는 페레스트로이카 시절 미국 여행 작가와 동베를린 출신 여성이 만나 서로 뜨겁게 사랑하지만 이념 대결로 치닫던 동서냉전시대의 장벽에 가로막혀 결국 좌초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자벨은 번역 일을 하는 프랑스의 기혼 여성이고, 샘은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파리에 여행 온 대학생이다. 기혼 여성과 여행자인 대학생의 만남이라면 단발성으로 끝나게 되리라 예상하기 쉽지만 두 사람 관계는 샘이 다른 여성을 만나 결혼한 이후로도 오랫동안 계속 이어지게 된다. 이 소설은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 남자 샘과 프랑스 여자 이자벨이 오랜 세월 동안 어떻게 사랑을 이어가는지 다루는 한편 가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을 매우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 주 출신인 샘은 감정표현이 서툴고 말수가 적은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다보니 애정과 칭찬에 목말라 있다. 그나마 조금은 더 따스했던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샘은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에 언제나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청년으로 성장한다. 주립대학교를 졸업하고 전액장학금을 받고 하버드 로스쿨 입학이 결정된 샘은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삶의 지평을 넓히고자 파리 여행을 떠난다. 6개월가량 파리에서 머물며 군복무 시절 말고는 미국을 떠나보지 않은 아버지의 꽉 막힌 삶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미국 중서부 출신 시골뜨기의 촌스러운 면모를 벗어던져버리겠다는 각오를 다지지만 아는 이 하나 없는 도시에서 홀로 지내다보니 외로움이 쌓인다.

별 반개짜리 호텔에 숙소를 마련한 샘은 어느 날 같은 호텔에 머무는 폴의 소개로 파리 시내의 서점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에 가게 된 샘은 그 자리에서 매혹적인 프랑스 여성 이자벨을 만난다. 대화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 혼자 서가를 둘러보던 샘은 다가와 말을 붙여준 이자벨의 친절한 마음과 아름다운 외모에 금세 빠져든다. 미국에서 여행 온 스물한 살의 대학생,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파리에서 혼자 쓸쓸하게 거리를 떠돌거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재즈클럽에 가서 음악을 듣는 게 중요한 일과였던 샘에게 이자벨은 외로움과 설움을 단번에 날려줄 수 있는 상대로 받아들여진다. 이자벨은 샘에게 명함을 건네며 시간이 나면 연락하라고 한다. 다음날 샘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며 이자벨에게 전화한다. 이자벨은 베르나르 팔리시 9번지에 작업실이 있다며 오후 5시에 찾아오라고 한다. 샘은 약속한 오후 5시에 베르나르 팔리시 9번지에 가서 이자벨을 만나고, 둘 사이의 열정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오후 5시, 베르나르 팔리시 9번지는 이후 오랫동안 샘과 이자벨이 만나는 사랑의 공간이 된다. 이자벨은 기혼녀이고, 샘과의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면서도 계속 결혼 생활을 유지하길 바란다. 그 반면 샘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함께 살아가길 바라지만 주어진 여건은 녹록치 않고, 파리와 보스턴 사이의 대서양은 너무 멀기만 하다. 휴가 때마다 파리를 찾아 이자벨을 만나는 샘, 그렇지만 늘 함께하고 싶은 열망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서양을 건너 보스턴으로 돌아올 때마다 마음이 착잡했던 샘은 결국 로펌에서 일하는 여성 변호사 레베카를 만나 결혼하고, 이자벨과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하는데…….

출판사 서평

1. 이자벨과 함께한 오후,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시간이 온다!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신작장편소설!

2010년 무려 200주 동안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2020년 신작장편소설 《오후의 이자벨》이 출간되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뉴욕 맨해튼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호주 멜버른, 아일랜드 더블린, 몰타 섬 등지에서 지내는 한편 60여 개국을 여행하며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의 소설은 생생하고 치밀한 묘사, 독특하고 매력적인 인물들, 통찰력과 지성이 돋보이는 이야기, 스피디한 전개, 의표를 찌르는 반전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게 한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그의 소설은 모두 합해 15권이다. 새로운 소설을 출간할 때마다 크게 주목받았고, 모든 작품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빅 픽처》, 《모멘트》, 《템테이션》, 《더잡》, 《위험한 관계》 등은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오랫동안 독자들로부터 사랑받았다. 최근에는 《오로르》 시리즈를 통해 청소년문학 작가로도 유감없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국인 미국보다는 오히려 유럽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고, 2006년 프랑스에서 문화공로훈장을 받았고 《빅 픽처》, 《데드 하트》, 《파리5구의 여인》이 영화로 만들어졌다. 지난 10년 간 국내 토털판매부수 7위(2019년 교보문고 집계)를 차지할 만큼 국내에서의 인기도 뜨겁다.
누구나 인생의 빛이 되어줄 사랑을 만나길 갈망한다. 만남에서 희망을 찾고,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생의 모든 이야기가 다 그렇지만 특히 사랑에 관한 한 늘 자신이 상상하던 대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는 않는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더라도 함께하는 시간이 길게 이어지다보면 어느새 애틋하고 절실했던 감정은 희미해지고, 서로에게 무감각해진 가운데 권태로 이어지게 된다.
《오후의 이자벨》은 우리가 삶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랑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소설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이미 《모멘트》를 통해 운명적인 만남과 절절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 아무리 운명적인 상대를 만나더라도 극복하기 힘든 현실의 장벽에 가로막히게 되면 함께하는 미래로 이어지지 않는다. 《모멘트》에서는 페레스트로이카 시절 미국 여행 작가와 동베를린 출신 여성이 만나 서로 뜨겁게 사랑하지만 이념 대결로 치닫던 동서냉전시대의 장벽에 가로막혀 결국 좌초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이자벨은 번역 일을 하는 프랑스의 기혼 여성이고, 샘은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파리에 여행 온 대학생이다. 기혼 여성과 여행자인 대학생의 만남이라면 단발성으로 끝나게 되리라 예상하기 쉽지만 두 사람 관계는 샘이 다른 여성을 만나 결혼한 이후로도 오랫동안 계속 이어지게 된다. 이 소설은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 남자 샘과 프랑스 여자 이자벨이 오랜 세월 동안 어떻게 사랑을 이어가는지 다루는 한편 가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들을 매우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파리의 어느 서점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시작된다. 첫눈에 이자벨에게 매혹된 샘은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하고, 그 마음이 가닿은 듯 이자벨 역시 명함을 건네며 한번 연락하라고 한다. 샘은 베르나르 팔리시 가에 있는 이자벨의 작업실로 찾아가고 이후 일주일에 사나흘 간격으로 두 번의 만남을 이어간다. 연애경험이 많지 않은 스물한 살 청년 샘은 난생처음으로 완벽한 소통을 이룰 수 있는 사랑을 만났다는 기쁨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된다.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필사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미래를 꿈꾸게 된다. 아무리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장벽이 가로놓여 있더라도 함께하는 사랑에 대해 끝없이 집착하게 된다.
결혼이라는 제도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오고 있다.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으며 살아가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지극히 당연한 삶의 진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혼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결코 가볍지 않은 책임과 의무가 주어지지만 다른 길을 모색하기 쉽지 않다. 안정적인 삶과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함께 미래를 열어가길 기대한다. 《오후의 이자벨》의 주인공 샘은 나이 어린 대학생이고 미혼이다. 이자벨은 샘보다 무려 열다섯 살이나 많고, 기혼이다. 이자벨은 샘을 사랑하지만 가정을 유지하면서 관계를 이어가려고 한다. 샘은 이자벨이 남편과 헤어져 미국에 와서 함께하길 기대하지만 아직 로스쿨 학생 신분이라 두 사람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여건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기에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펼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결국 두 사람의 만남은 이자벨이 정한 오후 5시, 베르나르 팔리시에 있는 작업실에서의 만남으로 국한된다. 이자벨의 입장으로는 파리의 지인들 눈에 띄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은밀한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 이자벨은 결혼생활에 대한 생각을 알렉상드르 뒤마가 했던 말을 인용해 표현한다.
‘결혼이라는 사슬은 대단히 무거워서 들어 올리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알렉상드르 뒤마
흔히 ‘외도’ 혹은 ‘불륜’으로 치부되는 관계지만 샘과 이자벨은 평생 그 사랑을 놓을 수 없다. 본문 중에 나오는 ‘우리가 매일 만날 수 없고, 우리 관계를 사람들 앞에 당당히 드러내지 못하고 항상 은밀해야 하기에 늘 절실하고 격렬했다.’라는 말이 적절해보이지만 딱히 그런 부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2. 결혼과 가정에 대한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 차이

더글라스 케네디는 맨해튼 출신의 미국 작가이지만 오히려 프랑스에서 주로 살고 있기에 미국적인 사고방식과 프랑스적인 사고방식의 차이를 피부로 경험해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인의 생각과 프랑스인의 생각은 결혼과 가정을 대하는 시각에서도 차이가 있다.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 주 출신인 샘은 전통적인 침례교도 가정에서 자랐기에 결혼을 했다가 이혼하고 새로운 상대를 만나 재혼하는 건 허용할 수 있지만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크다. 반면 프랑스 여성 이자벨은 나날이 배우자에게 무감각해지고 소원해질 수밖에 없는 결혼 생활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다른 상대를 만나는 행위는 용인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자벨이 프랑스 여성들의 생각을 전적으로 대변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두 나라 사람들이 결혼 생활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이자벨은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에서 보바리가 남편 아닌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선 건 결혼 생활이 너무 지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과연 뜻대로 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뇌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반면 실증주의에 경도된 미국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고 자신한다. 미국 남성과 프랑스 여성이 만나 주고받는 대화에서 드러나는 두 나라 간 문화 차이를 살펴보는 재미도 각별하다.
이 소설은 결혼해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다른 상대를 만나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더라도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 지다보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자 했던 애초의 목표와 장밋빛 미래에 대한 전망은 차츰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현명하고 지적인 여성 이자벨은 과연 결혼한 사람들이 행복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정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자벨 역시 쉽게 상처받고, 연약하고, 심리 상태가 복잡한 인물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고, 공황장애와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다. 남편과 샘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해답을 찾아내지 못하고 갈등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누구나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 단단한 결속력이 있는 가정을 이루길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 소설은 사랑, 결혼, 가정, 자녀교육 등 정답을 말하기 힘든 삶의 여러 문제에 대해 신랄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항상 불확정성의 원리를 이야기해왔고, 우리가 인생에서 정답을 이끌어내려고 하기보다는 순간순간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론을 말해왔다. 아무리 축적해놓은 게 많은 인생이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결국 다 내려놓고 떠나야만 하고, 확실하게 주어진 건 ‘지금 여기’가 전부니까.
이 소설에는 샘과 이자벨뿐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들이 삶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결과를 받아 안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묘미이다. 청각 장애를 안고 사는 샘의 아들 이던, 우울증이라는 정신적 장애를 안고 사는 이자벨의 딸 에밀리, 이 두 자녀를 통해 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어떻게 고난을 받아들이고 헤쳐 나가는지 살펴보는 것도 각별한 재미가 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화자가 여성인 소설과 남성인 소설로 나뉜다. 이 소설의 화자는 샘이다. 《빅 픽처》, 《모멘트》, 《템테이션》, 《더잡》처럼 남성이 화자인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이 화자일 때 좋아하는 독자들이 더 많았다. 작가가 놀라울 만큼 여성 심리를 잘 꿰뚫고 있다고는 하지만 화자가 남성이었을 때 더욱 섬세한 감정표현과 깊이 있는 심리묘사가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줄거리
미국 중서부 인디애나 주 출신인 샘은 감정표현이 서툴고 말수가 적은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다보니 애정과 칭찬에 목말라 있다. 그나마 조금은 더 따스했던 어머니가 췌장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샘은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에 언제나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청년으로 성장한다. 주립대학교를 졸업하고 전액장학금을 받고 하버드 로스쿨 입학이 결정된 샘은 새 학기 시작을 앞두고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삶의 지평을 넓히고자 파리 여행을 떠난다. 6개월가량 파리에서 머물며 군복무 시절 말고는 미국을 떠나보지 않은 아버지의 꽉 막힌 삶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미국 중서부 출신 시골뜨기의 촌스러운 면모를 벗어던져버리겠다는 각오를 다지지만 아는 이 하나 없는 도시에서 홀로 지내다보니 외로움이 쌓인다.
별 반개짜리 호텔에 숙소를 마련한 샘은 매일이다시피 거리를 헤매고, 싸구려 식당에서 허기를 채우고, 옛날 영화를 동시 상영하는 영화관을 돌며 나름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지만 파리 뒷골목의 섹슈얼한 분위기와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이 많은 퐁 네프 다리 일대를 거닐 때마다 허전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어느 날 같은 호텔에 머무는 폴의 소개로 파리 시내의 서점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에 가게 된 샘은 그 자리에서 매혹적인 프랑스 여성을 만난다. 유혹하듯 나직하고 낭랑한 목소리, 풍성한 붉은 머리, 에메랄드빛 눈, 검정 원피스, 검정 스타킹, 검정 부츠, 긴 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 지적이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풍기는 여성의 이름은 이자벨이다. 대화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 혼자 서가를 둘러보던 샘은 다가와 말을 붙여준 이자벨의 친절한 마음과 아름다운 외모에 금세 빠져든다. 미국에서 여행 온 스물한 살의 대학생,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파리에서 혼자 쓸쓸하게 거리를 떠돌거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재즈클럽에 가서 음악을 듣는 게 중요한 일과였던 샘에게 이자벨은 외로움과 설움을 단번에 날려줄 수 있는 상대로 받아들여진다. 이자벨은 샘에게 명함을 건네며 시간이 나면 연락하라고 한다. 다음날 샘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달래며 이자벨에게 전화한다. 이자벨은 베르나르 팔리시 9번지에 작업실이 있다며 오후 5시에 찾아오라고 한다. 샘은 약속한 오후 5시에 베르나르 팔리시 9번지에 가서 이자벨을 만나고, 둘 사이의 열정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오후 5시, 베르나르 팔리시 9번지는 이후 오랫동안 샘과 이자벨이 만나는 사랑의 공간이 된다. 이자벨은 기혼녀이고, 샘과의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면서도 계속 결혼 생활을 유지하길 바란다. 그 반면 샘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함께 살아가길 바라지만 주어진 여건은 녹록치 않고, 파리와 보스턴 사이의 대서양은 너무 멀기만 하다. 휴가 때마다 파리를 찾아 이자벨을 만나는 샘, 그렇지만 늘 함께하고 싶은 열망을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서양을 건너 보스턴으로 돌아올 때마다 마음이 착잡했던 샘은 결국 로펌에서 일하는 여성 변호사 레베카를 만나 결혼하고, 이자벨과의 관계를 정리하고자 하는데…….

추천사

더글라스 케네디는 심장을 격동시키는 사랑 이야기의 절대 지존!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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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친절은 나와 거리가 멀어. 파리에서 지내는 건 자네의 생에서 마지막으로 맛보는 ‘자유’가 될 거야. 결국 자네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미국인들처럼 삶에 순응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서 살게 될 테니까.”
폴 모스트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이내 호텔 정문이 소리 내며 닫혔고, 폴은 떠났다.
나는 폴의 방으로 들어갔다. 1백 권이 넘는 책들, 다양한 종류의 펜들, 노란색 노트 더미들, 검정 수첩 예닐곱 권, 모눈종이, 아직 따지 않은 레드와인 네 병, 자두 술, 브랜디 두 병이 있었다. 폴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동안 남긴 잔여물들을 보고 있자니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우리가 축적해온 모든 것, 우리가 맺어온 모든 관계들, 결국 우리는 이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한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운명이다.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남은 건 ‘지금 여기’뿐이다. -50p


미래? 사랑에 빠지면 눈앞에 있는 현실만 생각할 수 없게 된다. 필사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미래를 꿈꾸게 된다. 실현 불가능한 미래에 대해 끝없이 집착하게 된다.
이자벨과 미래를 함께하려면 현재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한다. 미래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하나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큰 부침을 겪는 순간에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건 자명하다고 봐야 한다. 이제 내 머릿속은 동 트기 전의 하늘처럼 명료해졌다.
‘이자벨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어서는 안 돼. 지금 주어진 조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만이 나에게 허용된 전부야.’
냉정한 깨달음 뒤에 슬픔이 따라왔다. 그런 한편 기묘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오직 이자벨만 바라보거나 ‘단 한 사람’에게 내 인생을 바쳐야 한다고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만약 이자벨이 미래를 함께하자는 내 시나리오에 동의한다면 나 역시 기꺼이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었다. 이자벨은 ‘단 한 사람’이라는 범주에 자신을 끼워 넣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겠지만 나에게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이자벨이었다. -135p


‘나중에 너도 결혼하면 알게 될 거야. 알렉상드르 뒤마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결혼이라는 사슬은 대단히 무거워서 들어 올리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
나는 엄마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어. 그저 엄마와 내가 공유해야 할 비밀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만 알았지. 엄마가 다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일은 없을 거라며 나를 안심시켰어.”
이자벨이 담배를 끄고 나서 말을 이었다.
“우리는 과거를 되풀이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 엄마는 생의 목표였던 박사 학위를 따지 못했어. 나도 그랬지. 엄마는 영원한 사랑을 믿었기에 결혼했어. 나도 그랬지. 샤를이 나를 자기 여자로 만들고 나면 원래 그가 속해있던 부르주아 생활로 돌아가리라는 걸 알고 있었어. 예순여섯에 폐기종으로 숨을 거둔 엄마처럼 나 역시 ‘비밀의 화원’을 갖게 되었지. 샤를이 전부인과 이혼하기 전에 이 작업실을 나에게 사주었고, 우린 여기서 만나기 시작했어. 결국 나는 여기서 나대로 샤를은 샤를대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지. 샤를이 초혼 때 했던 방식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는 거야. 나도 내 과거를 되풀이하고 있어. 그러면서도 나는 사랑을 되풀이하겠지.” -159p


사람들은 단지 적절한 타이밍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사랑에 관한 한 늘 자신이 상상하던 대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는 않는다.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열정에 상처 받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
“정말 끝났어요?”
“정말 끝났다고 할 수 있는 기준이 뭐죠?”
“그건 나도 모르겠어요.”
레베카와 새벽 2시까지 술을 마셨다. 비교적 편안한 대화가 이어졌다. 처음 본 순간부터 관심을 불러일으킨 상대끼리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느껴지는 에로틱한 감정은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190p


레베카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나는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 레베카를 침대로 끌어당겼다. 우리는 간밤의 숙취가 가시지 않은 상태로 섹스를 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서로에게 서둘러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연애의 역사는 처음 일주일에 모두 써지고, 그 시기에 모든 징후가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 때문에 명백히 보이는 진실을 외면하고 섹스의 흥분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레베카와의 섹스가 형편없거나 지루했던 건 아니다. 열정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레베카는 지난 밤 저녁식사 자리에서 대학 시절 라크로스 팀 주장이었다고 말했다. ‘경쟁’을 즐기기 때문에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했다.
경쟁.
레베카와 나눈 섹스를 한마디로 요약해주는 단어는 바로 경쟁이었다. 격렬하고 요란하고, 때로는 거칠었다. 육식동물 같았던 시오반과 달리 레베카의 몸짓에서는 결핍과 외로움이 느껴졌다. 나는 금세 레베카의 몸짓에 반응했다. 레베카가 내가 느끼고 있던 고독을 거울처럼 비춰주었기 때문이다.
-196p


우리는 소유하기 힘든 것일수록 소유하길 원한다. 원하던 걸 손에 넣게 되면 현재 주어진 것들이 원래부터 쉽게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뒤틀린 논리의 궤적과 진실을 왜곡시키는 거울들의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된다. 진지하고 안정된 사랑이 아니라 손에 넣을 수 없는 몽상 같은 사랑을 뒤쫓게 된다.
당연하지만 레베카는 내가 파리 여행을 취소한 이후 이자벨로부터 답장을 받았는지 궁금해 했다.
나는 이자벨이 슬프지만 행운을 빈다는 전보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 전보를 읽고 슬펐어?”
“아무리 내일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인연이라도 관계가 끝나고 나면 어느 정도 슬프지 않을까? 어쨌든 이제 다 지난 일이야.”
거짓말이었다.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진지했던 연애였다면 과연 그리 쉽게 지난 일이 될 수 있을까?
-214~215p


편지를 보내고 나서도 아직 문이 닫히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심리는 얼마나 흥미로운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혹시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심리는 또 무엇인가?
나는 편지 말미에 ‘언제까지나 당신의 좋은 친구가 될게.’라고 적어 보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가장 참담한 상처가 되는 말은 이제 친구로 지내자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시키는 온갖 이유를 들어 사랑을 죽이는 말을 할 때,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비열한 말을 할 때, 마치 자신이 대단한 권력의 소유자라도 된 듯 우월감을 느낀다. 아무리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자신을 설득해도 사랑의 문이 쾅 닫히고 나면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크게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 깨닫게 된다. 이별에 대한 모든 책임이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상대에게 있기에 그런 끔찍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자신을 설득해 봐도 주어진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자신이 져야 한다.
상대가 심하게 탈선했거나 회복이 불가할 만큼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자기 인생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지 않는 한 애정을 우정으로 격하하는 말은 언제나 후회로 얼룩지게 된다. -219p

저자소개

더글라스 케네디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5

1955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으며 열 권 이상의 소설과 다수의 여행기를 출간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영국에서 주로 살고 있다. 조국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특히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2006년에는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다. 2009년 11월에는 프랑스의 유명 신문인 '피가로'지에서 수여하는 그랑프리상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에 열광할까? 외면적으로는 그가 정치적으로 미국에 대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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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영화학과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문화 잡지 「이매진」 수석 기자, 「야후 스타일」 편집장을 거쳐, 지금은 문화평론가와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고양이가 쓴 원고를 책으로 만든 책』, 『신사 고양이』, 『파리에 간 고양이』, 『독거미』, 『일상 예술화 전략』, 『안녕하세요, 고양이 씨』, 『여행 가방 속의 고양이』 등 다수가 있으며, 함께 지은 책으로 『소울 푸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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