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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5구의 여인

원제 : The Woman In The Fif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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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매혹적인 로맨틱 스릴러로 탁월한 이야기꾼이 돌아왔다

    파리5구에 있는 아파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전작인 [빅 픽처]와 [모멘트]에서 보여준 짜임새 있는 구성과 탄탄한 문장력으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검증이 완료된 더글라스 케네디가 이번에는 그 무대를 파리5구로 옮겨갔다.

    제자와의 스캔들도 하루아침에 영화학과 교수에서 빈털터리로 쫓겨난 해리 릭스. 고향인 미국에서 발을 붙일 수 없어 도망치듯이 떠나온 파리에서 낯선 여인을 만난다. 그녀의 이름은 마지트. 하루하루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그녀를 만날 때마다 해리는 삶의 희망을 불태운다. 그런데 그를 괴롭히던 사람들이 차례로 살해당하면서 그의 삶은 또 다시 위기에 빠져드는데...

    로맨스와 스릴러라는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장르를 교묘하게 잘 버무린 더글라스 케네디의 능력은 세계의 각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특히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복잡 미묘한 윤리적 문제를 깊게 다루면서도 그 결말을 충분히 납득 가능하게 이끌어내는 그의 솜씨는 다시 한 번 독자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들 것이다.

    출판사 서평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로맨틱 스릴러!
    아마존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에단 호크 주연 영화화!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장편소설 [파리5구의 여인] 출간!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력을 살펴보면 매우 특이한 점이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출생해 대학 졸업 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연극 대본을 쓰며 일을 시작한 그는 스물한 살에 아일랜드로 건너가 더블린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며 두 편의 연극을 올렸다. 집필 활동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전 세계 20여 개국을 방문하며 여행기를 썼다. 처음으로 출간한 여행기[In God's Country]가 호평 받으면서 본격적인 여행기와 소설 집필에 착수한 그는 오래지 않아 유럽 지역에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부인과 두 아이들과 함께 격조 높은 19세기 풍 런던하우스에 살고 있으며 파리, 베를린, 몰타 섬에도 집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영국, 독일 등지에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해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기사 작위를 수여받기도 했고, '르 피가로' 지의 그랑프리상을 획득하기도 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유럽 지역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고국인 미국에서도 재조명 움직임이 한창 진행 중이다. 2011년에는 미국의 '아트리아 북스'에서 더글라스 케네디의 전 작품에 대한 판권 계약을 마무리하고, 인기몰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빅 픽처],[위험한 관계],[모멘트]가 출간돼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특히 [빅 픽처]는 출간된 지 일 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주요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을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파리5구의 여인]은 에단 호크와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주연으로 영화로 만들어져 2011년 토론토영화제에서 첫 공개됐다. 세계적인 배우들이 주연으로 캐스팅돼 많은 관심과 화제를 뿌렸다.
    [파리5구의 여인]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른 작품들처럼 스릴러와 로맨스적 요소를 가미했을 뿐더러 특별히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한 게 특징이다. 이런 판타지적 요소에 대해 ‘비현실적 이야기’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이든 영화든 모든 이야기의 기본은 어차피 ‘판타지’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현실을 넘어선 또 다른 차원의 현실을 상상하고 받아들일 때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확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파리5구의 여인]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그러나 정작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프랑스 인이 아닌 파리의 이민자들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에 살지만 실제로 현지인들과 동떨어진 생활을 하는 이민자들의 시선으로 파리를 그려보고자 했다’라고 했다.
    소설의 주요 배경이 된 지역은 파리5구와 파리10구의 파라디스 가이다. 파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파라디스 가는 터키이민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다. 소설은 우리에게 자못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법체계를 배제한 사적 복수는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가?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처럼 [파리5구의 여인]은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주는 소설이다. 아울러 이 소설의 미덕은 역시 빼어난 재미에 있다. 소설 독자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읽는 동안 전혀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없을 만큼의 재미를 주는 것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세계 전역에서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까닭은 독자들에게 늘 ‘재미’라는 선물을 충실히 선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어두운 발코니에서 매력적인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 [파리5구의 여인] 줄거리 요약


    때로는 평생에 걸쳐 쌓아온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도 한다. 생의 위기는 엉뚱한 곳에서 비롯된다. 영화학과 교수 해리 릭스는 제자와의 스캔들로 열정을 다해 일한 학교에서 추방되고 아내와 딸마저 등을 돌린다. 힘겹게 모은 재산은 아내 수잔에게 모두 주어버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더 이상 미국에서는 일할 자리를 구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해리 릭스는 쫓기듯 파리로 떠난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파리에서도 그를 따뜻하게 환대해주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는 파리에서도 계속된다. 수중에 남은 돈으로는 겨우 빈민가인 파라디스 가에 단칸방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최대한 절약하며 산다고 해도 겨우 두서너 달을 버틸 수 있는 돈이다.
    터키이민자들이 대부분인 파라디스 가에서 해리는 절망감과 고독에 휩싸인 채 암울한 생활을 영위해간다. 그에게 유일한 희망이 있다면 소설 집필이다. 하루에 500단어씩 써나가면 일 년이 가기 전에 책 한 권을 끝낼 수 있을 것이고, 소설이 성공하면 다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절망에 내몰린 그를 달래주는 유일한 위안이다.
    해리가 살게 된 파라디스 가는 범죄와 폭력의 온상이다. 온갖 불법이 횡행하고, 사람들 간에 의심과 다툼이 끊이질 않는다. 해리가 살게 된 집의 주인 세제르, 그의 심복 마무드, 옆방의 오마르는 가뜩이나 힘겨운 생을 열어가는 해리를 밤낮 없이 괴롭힌다.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문제, 소음 문제, 수시로 찾아와 그를 괴롭히는 오마르의 등쌀에 해리는 단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낮에는 주로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에는 소설 집필로 시간을 보내는 해리에게 단골 인터넷카페 주인 카말은 뜻밖의 제안을 한다. 건물을 지키는 경비 일을 맡아주면 일당 65유로를 준다는 것이다.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폐쇄회로 모니터로 건물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게 해리에게 주어진 일이다. 모니터로 바깥 상황을 지켜보는 틈틈이 소설 집필을 할 수 있어 해리는 그나마 괜찮은 일이라 생각한다.
    해리는 생활비를 벌 수 있게 돼 숨통이 트이지만 고독하기는 여전히 마찬가지다. 어느 날 미국의 동료 교수 더그 스탠리의 소개로 6구에 위치한 사교 살롱을 찾은 해리는 그곳에서 매력적인 여인 마지트를 만난다. 그녀는 헝가리 태생으로 7세 때에 파리에 와 시민권을 획득한 번역가로 나이가 쉰을 넘겼음에도 여전히 관능적이면서도 지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해리가 살롱의 발코니에 나가 담배를 피워 물었을 때 어둠 속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살롱에서 해리에게 관심을 보이며 친절을 베푼 여인은 없었다. 유독 마지트만이 해리에게 관심을 보인다.
    마지트를 만나면서 해리는 차츰 고독감에서 벗어난다. 마지트는 일주일에 단 두 번만 해리에게 만남의 시간을 허락한다. 그것도 파리5구에 있는 마지트의 아파트만이 만남의 장소로 허락된다. 만남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두 사람은 상대방에게 각자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한편 미국에 있는 수잔은 해리가 파리로 떠나기 무섭게 학장 가드너 롭슨과 새 살림을 차린다. 두 사람은 사실 해리와 제자의 스캔들이 터지기 전부터 밀월관계를 형성했던 사이이다. 가드너 롭슨은 해리가 제자와 바람을 피운 스캔들이 터지기 무섭게 그를 학교에서 제거하고 수잔과 한집 살림을 하게 된다. 해리의 딸 메건은 심정적으로 아빠에게 동정적이지만 롭슨과 수잔의 방해로 부녀간의 접촉을 차단당한다.
    세상 누구보다 외롭게 살던 해리는 마지트를 만나면서 다시 생의 즐거움을 찾아가지만 미국에 있는 딸 메건과 접촉이 단절된 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 여전히 파라디스 가의 악당들은 해리를 쉴 새 없이 괴롭힌다. 해리는 마지트에게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가 이름을 언급한 사람들이 차례로 살해되면서 이야기는 점점 더 거센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추천사

    스릴러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기꺼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스릴러. 로맨스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기꺼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로맨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한편 읽는 동안 최고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한다. 손톱을 물어뜯게 만드는 긴장감,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더글라스 케네디가 다시 한 번 성공적인 작품을 들고 돌아왔다.
    - 더 타임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거침없이 새로운 영역을 파고든다. 음습하고 무시무시한 분위기, 등장인물들의 애욕과 내밀한 감정이 노골적으로 분출된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인물상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 인디펜던트

    다 읽고 나서 한참 동안 소설이 끝났다는 사실에 아쉬워했다.
    - 데일리텔레그래프

    더글라스 케네디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소설로 대단히 매혹적이다. 복잡 미묘한 윤리적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능숙한 솜씨로 놀랄 만큼 만족스러운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솜씨가 거장의 반열에 올랐음을 증명하는 소설.
    - 데일리미러

    본문중에서

    장을 보는 날에는 12시 30분에 아파트로 돌아온다. 그 다음에는 노트북을 열고, 부팅이 되는 동안 커피를 끓인다. 하루에 ‘5백 단어씩 써야 한다’고 내 자신을 채근한다. 5백 단어. 백지로 두 장. 다시 말하자면 내가 매일 쓰겠다고 정해놓은 소설의 분량이다.
    일주일에 엿새를 일한다. 날마다 두 장씩 쓰면 일주일에 열두 장이 나오는 셈이다. 꾸준히 계속 쓰면 열두 달 안에 소설 한 권을 쓸 수 있다. 아, 석 달 동안 버틸 생활비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예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 몫의 원고 분량을 꼬박 채우는 것에만 신경 썼다. 5백 단어. 메일을 쓸 때에는 20분도 걸리지 않을 양이지만 소설은 달랐다.
    (/ p.67)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죠?”
    분명 여자 목소리였다. 발코니 저쪽 끝에서 들려온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 여자는 어둠 속에 가려져 윤곽밖에 보이지 않았다. 붉은 담배 불빛만이 어둠을 뚫고 선명하게 보였다.
    “내 생각을 모르시잖아요?”
    “그래요. 그냥 넘겨짚어 봤어요. 저녁 내내 불편해 보이던데요. 살롱이 맘에 안 들죠?”
    “저녁 내내 나를 지켜봤어요?”
    “그냥 가끔씩 보았을 뿐이에요. 여자를 꼬드기려 애쓰다가 실패해 발코니로 나와 심호흡을 하며…….”
    “뛰어난 심리분석이네요.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여자가 말했다.
    “조금 놀렸다고 쌀쌀맞게 돌아서는 거예요? 늘 그래요?”
    나는 다시 몸을 돌렸다. 여자의 모습은 여전히 윤곽만 보였다.
    “처음 보는 사람을 놀리는 것도 이상한 일 아닌가요?”
    “그냥 지나가는 말로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아주 심각하게 반응하네요.”
    “이런 장난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장난? 누가 지금 장난을 친다는 거죠?”
    “당신이.”
    “사실 난 그쪽을 꼬드기는 중인데…….”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남자를 꼬드깁니까?”
    (/ pp.126~127)

    정말이지 견디기 힘든 사흘이었다. 이전처럼 오후 2시에 일어나 인터넷카페에 급여봉투를 받으러 갔다. 시네마테크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고, 값싼 저녁을 사 먹고,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다가 사무실에 나가 글을 썼다. 새벽이 되어 크루아상을 사들고 집으로 갔다.
    깨어 있는 동안에는 늘 마지트 생각을 했다. 마지트와 함께 보낸 그날 오후의 일들이 계속 머릿속에서 어른거렸다. 그 순간순간이 빠짐없이 다 떠올랐다. 마치 내 머릿속에서 무한반복으로 상영되는 영화 같았다. 마지트의 살 냄새가 코에서 계속 맴돌았다. 내 몸에 닿았던 손톱의 느낌도 선연했다. 더 깊이 나를 받아들이려고 다리를 들어 올리던 마지트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섹스가 끝나고 나서 나누었던 교감도.
    수잔은 나와의 섹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며 몇 달 동안이나 나를 멀리 했다. 문제가 뭔지 솔직히 털어놓으라고 말했지만 그저 ‘기계적이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수잔은 그때 이미 가드너 롭슨 학장과 밀회를 즐기고 있었다.
    (/ pp.155~156)

    “누가 죽였을지 혹시 짚이는 사람은 없습니까?”
    “이미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서로 가까이 지내지 않았습니다.”
    형사는 들고 있던 내 여권으로 자기 손을 탁탁 치면서 내 눈을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다시 자기 주머니에 내 여권을 집어넣었다.
    “목격자 진술을 다시 해줘야 합니다. 오늘 오후 두 시에 파리10구 경찰서로 출두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여권은 안 돌려주십니까?”
    “오늘 오후까지 제가 보관하겠습니다.”
    형사가 방에서 나갔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오마르와 전혀 대화를 나눈 적 없다고 잡아뗀 건 그다지 잘한 일 같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걸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더 많은 의심을 받게 될 것이다. 경찰은 내가 밤에 무슨 일을 하는지 캐물을 테고…….
    오마르는 필시 빚을 지고 돈을 안 갚았거나 누군가에게 원한을 샀을 것이다. 원한에 의한 동기가 아니라면 그렇게 잔인하게 살해할 까닭이 없을 테니까. 경찰은 이 건물에 사는 모든 사람을 의심할 것이다.
    오마르는 원한을 산 사람이 많으니까 어디서든 용의자가 나타나겠지.
    (/ pp.244~245)

    여기서 일하는 이민자들 중에는 취업 비자가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실, 선생이 불법취업자라 해도 저는 관심이 없어요. 제가 맡은 건 살인사건입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오마르가 죽던 날 밤에 선생이 어디에 있었느냐는 것이죠.”
    “이미 말씀드렸듯이 저는…….”
    “네, 네. 진 켈리처럼 파리 거리를 쏘다니셨겠죠. 제가 그 말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선생은 뭔가 숨기고 있어요. 선생, 이제 솔직히 말해주지 않으면 곤란한 일이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왜 내가 경비 일을 숨겼을까? 그곳 아래층에서 벌어지는 일에 나도 연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일을 말한들 오마르를 살해한 혐의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그날 밤에 일하고 있었다는 걸 증언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저는 숨기는 게 없어요.”
    쿠타르 형사가 입을 앙다물었다. 그가 두 손가락을 책상에 굴리며 타닥타닥 소리를 내다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형사는 의자를 돌려 나직한 목소리로 통화하고 나서 전화를 끊고 다시 의자를 돌려 나를 보았다.
    “이제 돌아가 봐도 좋습니다. 하지만 선생의 여권은 당분간 제가 보관하겠습니다. 파리를 떠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어차피 떠날 생각도 없어요.”
    “그건 두고 봐야 알겠죠.”
    (/ pp.257~258)

    “어젯밤에 어디 있었죠?”
    “그건 왜 물으시죠?”
    “선생이 이 야구배트로 네딤 아타니 씨를 공격했다고 생각하니까요.”
    “네딤 아타니가 공격을 당해요?”
    “네딤 아타니 씨는 지금 병원에 있어요. 생명이 위독합니다.”
    “세상에…….”
    “선생 짓이 분명한데 뭘 그리 놀라는 시늉을 하죠?”
    “난 절대로 그러지 않았…….”
    “선생에게는 네딤 아타니 씨를 살해할 만한 구체적 동기가 있어요. 그의 부인과의 관계 때문에 협박받고 있었으니까요.”
    “아니, 그 말은 절대로 사실이 아닙니다.”
    “게다가 머리를 으깬 흉기도 찾아냈고.”
    “머리가 으깨졌단 말입니까?”
    “네딤 아타니 씨는 지금 두개골, 얼굴, 양쪽 무릎이 으깨진 채 뇌사상태로 누워 있어요. 의사 말로는 깨어나기 힘들다더군요. 범죄에 사용된 흉기는 무겁고 둥근 물건으로 추정됩니다. 바로 야구배트와 일치하죠.”
    “맹세하지만 난 절대로…….”
    “어젯밤에 어디 있었습니까?”
    “야구배트는 오마르가 죽고 나서 나 자신을 방어하려고 구입했어요.”
    (/ pp.281~282)

    쿠타르가 서류철에서 사진을 꺼내 책상 너머로 내밀었다. 현장 사진이었다. 흑백사진이지만 끔찍했다. 피투성이로 침대에 쓰러진 뒤프레는 가슴 부위가 군데군데 칼로 헤집어져 있었고, 얼굴과 머리 부분도 끔찍하게 난자당해 있었다.
    나는 숨을 꾹 누르고 사진을 다시 쿠타르 형사에게 건넸다.
    “이 정도로 잔혹한 살인은 흔히 원한관계 때문에 발생하죠. 이 경우 범인은 희생자를 죽이고 나서도 계속 공격을 가합니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두 가지 특이한 면이 있었다고 기록했어요. 사전에 철저히 준비한 살인이라는 것, 그리고 경찰과 대중에게 자기 범행을 밝힐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죠. 경찰은 곧장 카다르 부인의 통화기록을 확인했어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카다르 부인이 뒤프레의 집으로 전화했죠. 아마도 범인은 뒤프레의 부인을 찾으면서 뒤프레가 집에 있는 걸 확인했을 겁니다.
    범행은 토요일 새벽 네 시에 벌어졌습니다. 카다르 부인은 사전 답사 차원에서 전날에도 그 집을 찾아왔던 것으로 밝혀졌어요. 범행을 마치고 나가는 카다르 부인을 목격한 이웃은 전날 카다르 부인이 그 집 주변을 두루 살피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했죠. 카다르 부인은 다음날 그 집으로 가서 열려 있는 창문을 통해 안으로 잠입했습니다. 뒤프레가 자다가 공격을 받았는지 깨어 있을 때 공격을 받았는지는 경찰 수사로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검시 결과 잔혹한 공격이 가해질 당시 뒤프레의 의식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카다르 부인은 뒤프레가 끔찍한 고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일부러 숨통을 끊지 않은 것이죠.
    카다르 부인은 뒤프레를 죽이고 나서 욕실에서 옷을 벗고 목욕을 했습니다. 피 묻은 옷가지는 욕실 바닥에, 칼은 침대에 두었죠. 카다르 부인은 범행 이후 갈아입을 옷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왔습니다. 범행을 마친 부인은 태연하게 옷을 갈아입고 부엌으로 가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 pp.292~293)

    저자소개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5~
    출생지 미국 뉴욕 맨해튼
    출간도서 38종
    판매수 144,918권

    1955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으며 다수의 소설과 여행기를 출간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런던, 파리, 베를린, 몰타 섬을 오가며 살고 있다. 조국인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특히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고, 2009년에는 프랑스의 유명 신문[피가로]지에서 주는 그랑프리상을 받았다.
    한때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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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번역가와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싱글맨] [데이비드 보위 그의 영향]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빅 픽처]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외 다수가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소울 푸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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