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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 메치니코프에 묻다 : 코로나19 팬데믹 세상 면역의 아버지가 들려주는 바이러스와 면역 이야기[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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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답도 없는 바이러스,
자연 면역이 답이다!
면역 이론을 창시한 위대한 과학자의 열정과 삶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만연 중인 지금, 아직도 이 변종 바이러스의 특효약에 관한 개발소식은 요원하기만 하다. 인류가 기댈 곳은 결국 자연 면역력 뿐이라는 현실 속에서, 식세포의 발견을 통해 자연 면역학의 개념을 정립한 공로로 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메치니코프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 자연 면역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십여 년 전 국내 한 요구르트의 브랜드가 되면서 사람들에게 친숙한 과학자가 된 메치니코프는 자연 면역과 노인학을 창시한 시대를 앞선 과학자였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이후 100년 가까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그는 2011년 ‘메치니코프의’ 자연 면역이 활성화되는 과정을 밝힌 줄스 호프만과 브루스 보이틀러가 2011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다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2016년은 메치니코프가 타계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로, 저자는 지금까지 누구도 접하지 못했던 1세기 전 문서를 손에 넣어 이를 토대로 의학계의 영웅 메치니코프의 놀라운 삶을 최초로 현대적 시각에서 조명했다. 메치니코프는 20세기 초 과학계의 중심에 있었던 비범한 인물이자 인류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았던 인도주의자였다. 그는 식세포가 주체가 된 면역 이론을 주창했으며, 파리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콜레라와 매독, 그 밖의 치명적인 질병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생애 후반기에는 노인학의 창시자로서 큰 논란을 일으킨 수명 이론을 발표하여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장내 미생물과 노화에 관한 연구를 선도했다. 지구상 곳곳에서 요구르트가 열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도 이 시기였다. 하지만 당시 항원항체 메커니즘으로 적응면역이 곧 면역계로 인식된 데다, 장내미생물 가운데 배양할 수 있는 종류가 극히 제한돼 있어 메치니코프의 이론은 설득력 없는 주장으로 묻히고 말았다.

이후 100년 가까이 메치니코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졌지만, 타계 100주년을 맞아 그의 업적과 시대를 앞선 연구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으며, 그가 연구한 면역력을 높이는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책은 면역과 장내 미생물에 관한 그의 통찰이 과학의 역사와 우리 생활 속에 어떤 유산으로 남아 있는지 알려주고 그의 연구가 21세기 과학계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부활하게 된 과정을 섬세하고 미묘하게. 때로는 스릴러 소설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한 편의 영화와 같이 펼쳐지는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어느 새 메치니코프의 매력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자연 면역 이론과 노년학, 죽음학을 창시한
과학계의 거인, 일리야 일리치 메치니코프


노년학(Gerontology), 죽음학(Thanatology), Orthobiosis(섭생), 발효유 산업, 그리고 자연 면역 이론.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발효유 브랜드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그의 이름은 다름 아닌 일리야 일리치 메치니코프(IlyaI lyich Metchnikoff)다. 그는 빛나는 업적을 이루고 인류에 공헌한 다른 과학자들에 비해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실 현대 의학의 발전을 논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엘리 메치니코프라고 불리기도 하는 일리야 일리치 메치니코프는 1845년 러시아제국 말로로시아 지방(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귀족에 속하는 드보리아네(dvoriane) 계급이었지만,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다시피 한 아버지로 인해 집안 소유의 땅이 있던 시골에 정착했다. 어린 일리야는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겨우 여덟 살 무렵부터 스스로를 학자라 생각하고 형들과 동네 친구들에게 푼돈을 쥐여 주며 자신의 ‘강의’를 듣게 하기도 했다.
크림 전쟁의 패배 이후 러시아제국에서는 변화에 대한 갈망이 커져 갔고, 이를 반영한 듯 사회 전반에 과학과 지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리야 역시 과학을 믿고 생명과 존재에 대한 답을 그 안에서 찾고자 했다. 그리고 열다섯 살이 되던 해, 독일어 원서를 번역한 『동물계의 분류와 체계(Classes and Orders of the Animal Kingdom)』에 실린 아메바의 삽화를 보고 자신의 길을 정하게 된다.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생명체를 연구하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인간에게는 너무 깊이 숨겨진 진실을 그런 생명체에게서는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이유였다.

현대 면역학의 토대를 마련한 자연 면역 이론,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필독서!
엘리 메치니코프의 삶과 열정의 이야기


“엘리 메치니코프는 실험이라는 방법으로 면역의 가장 근본적인 의문을 의식적으로, 결단력 있게 연구한 최초의 인물입니다. 이를 통해 생명체가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어떻게 물리치는지 밝혀졌습니다.” 1908년, 노벨 생리의학상 시상식에서 카롤린스카 연구소를 이끌던 의학자 칼 모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해 수상자는 두 명이었는데, 한 명 독일의 파울 에를리히(Paul Ehrlich)였고 다른 한 사람은 바로 메치니코프였다.
메치니코프는 동물학에서 학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하여 무척추동물의 비교 발생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 수많은 성과를 거두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런 그라도 느닷없이 병리학에 뛰어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의사도 아니었고, 더구나 당시 의학계를 이끌고 있던 독일이나 프랑스 출신도 아니었으니 상황은 더욱 녹록지 않았다. 더 나은 연구 환경을 찾아 떠난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자리를 잡은 뒤에도, 특히 독일을 본거지로 한 혈청 면역 진영과 오랫동안 서로 꺾고 꺾이는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리고 노벨상을 수상할 당시 면역학 분야의 연구는 사실 에를리히의 혈청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이후로도 메치니코프의 자연 면역 이론은 획득 면역의 뒤로 밀려나 있었다.
2011년, 메치니코프가 살아 있었다면 드디어 오랫동안 참아 왔던 회심의 미소를 지을 일이 일어났다. 노벨 생리의학상이 줄스 호프만(Jules Hoffmann)과 브루스 보이틀러(Bruce Beutler)에게 돌아간 것이다. 톨-유사수용체(Toll-like receptor)의 존재를 발견하여, ‘자연 면역의 활성화 과정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호프만은 이렇게 말했다. “현재 자연 면역 연구라 불리는 분야는 메치니코프가 맨 처음 가장 중요한 발길을 내딛었습니다. 그리고 시베리아의 겨울처럼 혹독하고 긴 세월을 지나왔지요.” 20세기가 되어서야 세포를 다루는 방식과 면역의 기본 원리를 분자 단위로 연구할 수 있게 되면서 자연 면역 분야가 다시금 주목받게 된 것이다. 현재 자연 면역과 적응 면역은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니라 양립하는 두 축으로서 우리 면역계를 구성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이는 현재로서는 코로나19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근간 치료법이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자신이 창시한 분야의 연구로 먼 후배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항상 과학적인 논쟁에서 호전적인 성향을 보였던 메치니코프가 과연 어떤 말을 했을까?

성마른 비관론자에서 낙관론자 ‘메치 아저씨’,
그리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되기까지
인류에 불멸의 유산을 남긴 과학자!


메치니코프는 콜레라 연구를 하던 중 장내 미생물의 역할에 주목했고, 이는 현대 발효유 산업이 시작되는 계기가 된다. 그가 장내 해로운 세균을 억제하고 유익균을 증대하는 방법으로 유산균 복용을 강조하는 강연을 한 1904년 이후, 전 세계인의 식생활이 변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그는 예순을 앞두고 저술한 『인간의 본성』에서 노화학과 죽음학이라는 용어를 제시하며 새로운 연구 분야의 문을 열기도 했다.
이렇게 평생을 집념과 열정을 품고 연구에 매진하게 한 동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물론 파스퇴르, 리스터, 피르호, 에밀 루, 에밀 베링, 코흐, 에를리히, 리처드 파이퍼 등 당대 수많은 걸출한 과학자들과 교류하고, 이들 중 일부와는 대립했던 일이 큰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메치니코프는 어릴 때부터 생명의 근원과 탄생,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고민했으며, 그 해답을 과학에서 찾고자 했다. 과학을 통해 인류에 공헌하고자 하는 강렬한 소망은 늘 그를 움직이는 힘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업적을 이룬 인물에게도 인간적인 면모는 있었다. 평생을 함께한 열네 살 연하의 부인 올가에게 죄책감을 느끼면서까지 자신의 사생아로 여겨지는 대녀와 공개적으로 왕래하며 지냈고, 마리 퀴리, 소피아 코발레프스카야 같은 뛰어난 과학자와 알고 지내면서도 여성의 능력을 한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변화도 겪었다. 두 차례나 자살을 기도하고 혼란한 세상에 아이를 낳는 일을 죄악으로 여기던 공격적인 비관론자에서 점차 낙관론자로 변모하여, 말년에는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 주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 불릴 정도로 부드러워진 것이다.
메치니코프는 1916년 71세를 일기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폭력을 극히 혐오하던 그에게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은 커다란 충격이었고, 결국 이 전쟁이 그의 기력을 꺾고 말았다. 건강이 악화된 말년의 모습, 과학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거인이 스러져 가는 데에서는 유한할 수밖에 없는 우리 존재의 숙명적 슬픔과 숙연함까지 느끼게 된다. 하지만 죽음을 맞는 순간에도 자신의 이론에 닥칠 운명을 걱정하고 자신을 부검을 요청한 그는 ‘뼛속까지’ 과학자였다. 그리고 그가 전 생애를 바쳐 일구어 낸 과학적 성과는 소원하던 대로 인류에 대한 공헌으로서 우리에게 남아 불멸의 유산이 되었다. 외골수적인 집요함, 비상한 통찰력, 대담한 상상력을 이론으로 구체화시키는 힘으로 그가 현대 의학의 흐름을 바꾼 것이다.

추천사

의학계의 혁명기를 생생하게 보여 주는 이야기!
- 『워싱턴 포스트』

엘리 메치니코프는 20세기로 접어들 당시 활동했던 과학자 중 가장 뛰어난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사람이다. 면역학자로서 자신의 시대를 한참이나 앞서 갔지만, 어떤 점에서는 뒤처지기도 했다. 메치니코프는 마침내 흥미진진한 자신의 생애를 생생하게 빠져드는 글로써 영미권 독자에게 소개해 줄 전기작가를 만난 셈이다.
- 마이클 D. 고딘 로젠가르텐 / 프린스턴 대학교 근현대사 교수

섬세하고 미묘한 전기. 때로는 스릴러 소설처럼 느껴진다.
- 시아몬 고든 / 옥스퍼드 대학교 세포병리학 명예교수ㆍ영국왕립협회 회원

한 시대의 끝과 시작을 살았던 과학자의 생애를 마치 한 편의 영화와 같이 펼쳐 보이며 영리하게 그 업적을 기린다.
- 『라이브러리 저널』

편지 등의 자료를 통해 메치니코프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구축한 저자는, 그를 강하게 사람의 마음을 끄는 인물로 되살려내 요동치는 과학 역사의 현장 한가운데에 세웠다. 술술 읽히는 매력적인 문장들이 이어지며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끈다.
- 『포워드 리뷰스』

한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예술, 정치, 과학의 혁신을 촉발시킨 19세기 말의 활력을 포착한 초상화
- 『커커스 리뷰』

우리에게서 거의 잊힐 뻔한 한 과학자에 대한 이 흠잡을 데 없는 이야기는 과학 연구에서 집념과 고집스러움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 준다.
- 『북리스트』

목차

메치니코프의 이름에 대하여

제1장 나의 메치니코프
제2장 메시나의 계시
제3장 면역 전쟁
제4장 요구르트가 전부는 아니다
제5장 유산

감사의 말
각주에 대하여

본문중에서

눈을 현미경 렌즈로 가져갔을 때, 짜릿한 광경이 그를 맞이했다. 전날 예상했던 그대로 움직이는 세포들이 유생의 몸 안쪽 가시 주변에 모여들어 덩어리로 뭉쳐 있었다. 메치니코프는 이 세포들이 틀림없이 유생을 지키기 위해 달려온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다른 물질들, 즉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이 쳐들어와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몰려와서 미생물을 삼키리라 생각했다. 그다음 단계는 너무나 쉽게 이어졌다. 메치니코프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불가사리에서 벌어지는 이 현상이 사람에게서도 나타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무엇보다 그는 37년의 인생 가운데 20년이 넘는 세월을 생물종이 다른 종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연구하면서 살아 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다윈의 주장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다. 머리가 없는 연체동물부터 뇌를 가진 포유동물까지, 모든 생명은 공통 조상에서 시작하여 진화했다는 것이 메치니코프의 견해였다. 그리하여 새롭고 대담한 가설이 탄생했다. 인간을 비롯해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의 몸속을 돌아다니는 세포들이 미생물을 잡아먹는데, 이것이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맞설 수 있는 면역력이라는 내용이었다. 생물에 치유력을 부여하는 주인공이 바로 이 세포들이라는 것이다. 의학계가 고대부터 알아내고 싶어 안간힘을 썼던 치유력을, 메치니코프가 용케 관찰하고 정의까지 제시했다. 현대 면역 이론이 최초로 탄생한 순간이었다.
( '1장 나의 메치니코프, 3. 유레카!' 중에서/ pp.41~42)

메치니코프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라는 피르호의 조언대로, 세포의 소화 작용은 ‘생물의 몸속에서 생겨나거나 외부에서 침입한 해로운 물질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사실 그렇게 조심스러워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오늘날 우리는 소화가 고대부터 전해진 면역 기전이며, 생물이 진화 과정을 거쳐 생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 기능임을 잘 알고 있다. 러시아로 돌아가는 길에 알프스 산맥 반대편의 비엔나에 들른 그는 한창 연구 중인 세포에 잘 어울릴 만한 이름을 짓기 위해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따온 이름을 짓고 싶었지만, 여러 언어에 능한 그가 그리스어는 몰랐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먹성 좋은 이 세포들에게 ‘먹는다’는 뜻을 가진 ‘파제인(phagein)’과 ‘세포’를 의미하는 ‘사이트(cyte)’를 결합한 ‘파고사이트(phagocytes)’, 즉 식세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식세포가 게걸스럽게 물질을 먹는 과정은 ‘파고사이토시스phagocytosis(식균 작용)’로 불리게 되었다.
( '2장 메시나의 계시, 9. 식세포' 중에서/ p.93)

메치니코프는 병리학자들이 주장하듯 이 세포들은 단순히 손상된 혈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오히려 정반대로 “백혈구는 혈관 벽을 통해 수동적으로 여과되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손상된 부위를 향해 직접 이동한다”라고 주장했다. 메치니코프는 이 이론이 “진화의 법칙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하등동물 중에서도 이동 세포가 있는 동물은 침입자가 생겨도 그 세포가 침입자를 둥글게 에워싸고 파괴하므로 살아남을 수 있지만, 식세포가 그러한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동물은 침입이 발생하면 죽게 된다는 설명도 했다. (...) 실제 강연이 끝나고 얼마 후에 출간된 메치니코프의 저서 『염증의 비교병리론에 관한 강연(Lectures on the Comparative Pathology of Inflammation)』은 지금도 고전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과학 역사가인 아서 실버스타인(Arthur Silverstein)은 재출간된 강연록의 서문에서, 메치니코프의 연구는 “염증 반응의 특성과 의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토대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 '3장 면역 전쟁, 19. 염증의 핵심' 중에서/ p.176)

아슬아슬한 연구를 이어 가면서 메치니코프는 수많은 결과를 얻었다. 코흐가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도 확인했다. 즉 쉼표처럼 생긴 균이 실제로 인체에 콜레라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였지만, 향후 연구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주는 계기도 함께 얻게 되었다. 콜레라 연구를 진행하면서 장의 미생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메치니코프는 콜레라균에 감염된 사람이 병에 걸릴 것인지 무탈하게 넘어갈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바로 장 속 미생물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배양된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실험에서 실제로 미생물이 콜레라균의 생장을 촉진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가설을 뒷받침했다. “위장 안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메치니코프는 이렇게 생각했다. 1894년에 발표한 콜레라 연구 논문에서 그는 이와 같이 설명했다. “사람의 위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장의 미생물에 관한 연구 수준은 그보다도 훨씬 더 낮은 상황이다.”
( '3장 면역 전쟁, 23. 과학계의 악마' 중에서/ p.211)

전 세계적인 식생활 변화가 단일한 사건에서 비롯된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현대 요구르트 산업은 1904년 6월 8일, 프랑스 농업 전문가협회(Society of French Agriculturalists)의 강연장에서 시작되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바로 메치니코프가 ‘노년기(La Vieillesse)’라는 제목으로 공공 강연을 펼친 날이다. (...) 여기에서는 유해한 균을 피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불가리아의 발효유에서 분리된 균처럼 건강에 이로운 균이 장에 충분히 서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권고도 있었다. (...) 이날 연설은 다음 날 신문 제1면을 장식하며 파리 곳곳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메치니코프는 자신의 생각이 아직 가설일 뿐이고 발효유와 수명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는 않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지만, 그쯤 되면 그도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기대로 한껏 부풀어 오른 언론이 이런 경고쯤은 모두 무시해 버리리라는 것을 말이다. 메치니코프의 강연 내용은 파리에서 별도의 소책자로 발행되고 곧 영어로도 번역되었다. 해상에서 벌어진 러시아군과 일본군의 전투,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개최된 제3회 올림픽, 그리고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의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 사이에서도 이후 수개월 동안 강연 내용이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꾸준히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 '4장 요구르트가 다가 아니다, 31. 발효유 광풍' 중에서/ pp.280~282)

메치니코프는 매독과 관련된 중요한 사실들을 발견했다. 균이 곧장 전신에 확산되는 것은 아니며 감염되고도 활성이 차단될 수 있다고 밝힌 사람도 바로 그였다. 원숭이와 유인원에서는 감염 부위에 칼로멜 성분이 함유된 연고를 바르면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은의 일종인 칼로멜은 당시 프랑스에서 치통부터 결핵까지 다양한 증상을 치료하는 데 널리 사용됐다. 과연 사람에게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까? 이러한 의문이 구체화되자, 젊은이들이 과학의 이름으로 자신의 생식기를 매독균에 노출시켜 보겠다고 즉각 자원하고 나섰다. (...) 1906년 2월 1일, 세 명의 의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메치니코프는 매독 환자의 궤양에서 흘러나온 물질에 메스를 담갔다. 그리고 매독 예방을 학위논문 주제로 정하고 연구 중이던 의대생 폴 메종뇌브(Paul Maisonneuve)의 포피에 그 메스로 여섯 개의 상처를 만들었다. 한 시간 뒤 칼로멜 연고를 상처 부위에 바르고 5분간 두었다. (...) 3개월 뒤, 첫 실험에 참석했던 의사들이 메종뇌브를 진찰하고 상처가 모두 나았다고 밝혔다. 매독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 '4장 요구르트가 다가 아니다, 34. 정신병의 재발' 중에서/ p.317)

12월 10일, 스톡홀름의 왕립 스웨덴 음악아카데미 대공연장에서 개최된 시상식에서 (...)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총장인 칼 모네(Karl Moner) 백작은 의학상 수상자 두 명을 소개했다. “엘리 메치니코프는 실험이라는 방법으로 면역의 가장 근본적인 의문을 의식적으로, 결단력 있게 연구한 최초의 인물입니다. 이를 통해 생명체가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어떻게 물리치는지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시상대에 오른 사람은 스웨덴 주재 러시아 대사 표도르 안드레이비치 부드베르크(Fyodor Andreyevich Budberg) 남작이었다. 메치니코프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 메치니코프는 항체 연구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동시에 자신의 식균 세포 이론은 뒤로 밀려나고 있다는 뼈아픈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스톡홀름에서 에를리히보다 밀리는 존재로 여겨지는 수치스러운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몸을 사리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에를리히 쪽에서도 공동 수상 소식에 노골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자신이 단독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4장 요구르트가 다는 아니다, 37. 금의환향' 중에서/ pp.339~341)

현대 과학에서 메치니코프의 부활을 가장 확실하게 알린 소식은 2011년에 전해졌다. 그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발표됐을 때 당 사자를 제외하면 아마 나보다 더 기뻐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줄스 호프만(Jules Hoffmann)과 브루스 보이틀러(Bruce Beutler)에게 돌아간 이 상의 선정 이유는 “자연 면역의 활성화 과정을 발견한 업적”이었다. ‘메치니코프의’ 면역이 활성화되는 과정을 밝힌 것이다. 두 사람은 식세포와 다른 세포들이 세균과 바이러스, 균류와 같은 외부 침입자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톨-유사수용체(TLR)의 존재를 발견했다. 자연 면역에 관한 연구에 노벨상이 수여된 것은 메치니코프 이후 처음으로, 이 분야가 현대 과학의 중심 무대에 등장했음을 분명하게 보여 준 일이었다.
( '5장 유산, 41. 메치니코프의 경찰관' 중에서/ p.411)

저자소개

루바 비칸스키(Luba Vikhanski)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25년간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예루살렘 포스트(Jerusalem Post)』 등에 과학 분야의 기사와 글을 써온 저술가이다. 저서로는 『A Well-Informed Patient's Guide to Breast Surgery(환자의 지식을 넓혀 줄 유방암 수술 가이드)』와 『In Search of the Lost Cord : Solving the Mystery of Spinal Cord Regeneration(잃어버린 척수를 찾아서 : 척수 재생의 미스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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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 유전공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을 졸업하였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허니브릿지에서 출판 기획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괴짜 과학자들의 별난 실험 100], [설탕 디톡스 21일], [몸은 기억한다], [밥상의 미래], [G폭탄 식사법], [세뇌], [브레인 바이블], [콜레스테롤 수치에 속지 마라], [약 없이 스스로 낫는 법], [독성프리], [100세 인생도 건강해야 축복이다], [신종 플루의 진실], [내 몸을 지키는 기술], [파이만큼 맛있는 숫자 이야기], [잔혹한 세계사], [러시안룰렛에서 이기는 법], [아웃사이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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