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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인이자 동화작가인 양인숙 선생의 다섯 번째 동화집!

동화집 ≪담장 위의 고양이≫?≪달을 건진 소녀≫ 등을 펴내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작가이자 시인인 양인숙 선생이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다섯 번째 동화집을 펴냈습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아동문학평론≫ 신인 문학상에 동화가 각각 당선되면서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양인숙 동화 작가는, 제35회 한국불교아동문학상, 광주?전남아동문학인상, 제10회 화순문학상, 제21회 광주문학상, 2013년 우송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이 동화집은 전남문화예술관광재단 우수 작품집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이 책은 9개의 태양을 쏘아 떨어뜨린 신궁 ‘예’를 오늘로 불러와, 우리들의 생활 속에 존재하는 신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놓은 장편 동화입니다.
동양 신화 이야기를 들을 적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로 나타내고 싶어서, 〈〈동양 신화〉〉 〈〈산해경〉〉 등의 자료를 섭렵하며, 12년 넘게 숙성시킨 작품입니다.
지은이는 “제사를 모시는 것, 신녀들이 씻김굿을 하는 것,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것 등이 인간의 학문인 과학으로 증명되지 않았을 뿐, 이러한 일들을 모두 미신이라 보기는 어렵다.”면서 오늘의 현실로 보아 “제사를 모시는 절차는 간소화하는 편이 좋을 듯싶다. 그러나 미신처럼 여겨지는 앞뒤 자른 이야기는, 미신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 속에서 지켜 나가야 할 일이므로, 아주 잊히기 전에 어린이?청소년들이 읽기 편하게 동화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작가의 말_신과 함께·8
내가 앉으랴··13
신화 속으로·27
영웅이 된 예·43
앓아누운 항아·53
약속을 지키시오·63
하백을 이긴 예·79
왕모님을 만나다·85
불사약을 지켜라·97
활 솜씨로 겨루다·111
신들의 질투·123
질투가 부른 죽음·135
두려운 것은 누구나 있다·143
꼬리말_남겨서, 함께하고 싶은 이야기들·151

꼬리말_남겨서, 함께하고 싶은 이야기들
글을 쓰면서 그림까지 그리는 일은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존중한다. 남이 쓴 글에 그림을 입히면서 글에 녹아 있는 형상을 어쩌면 그리도 잘 끄집어내는 걸까? 내가 쓴 글에 내가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도 이처럼 어려운 점이 많은데…….
8월 한 달, 무더위 속에서 내내 그림을 그리며 지냈다. 그러다 보니 8월이 훌러덩 가 버렸다. 9월엔 짜여 있는 일정이 빡빡하여 8월에 끝내야 했다. 때론 새벽까지 그림에 매달려 있었고, 어느 참에는 자려고 보니 날이 훤히 밝아 있었다.
집중한다는 것은 좋은 점도 있다. 나 같은 잠충이가 날이 밝는지도 모르고 그림을 그렸으니 말이다.
어렵다고 접어 두었던 ?산해경?을 다시 들추기도 하였고, 예전에 강의를 들으며 메모해 두었던 정재서 선생님의 ?이야기 동양 신화?를 다시 찾아 읽기도 하였다. 2007년 케냐에서 열린 세미나에 갈 때 공항에서 샀던 책이다.
그 뒤로 동양 신화 이야기를 들을 적마다 나만의 이야기로 나타내고 싶었다. 그러니까 이 동화책은 12년 넘게 내 안에서 곰삭으며 숙성된 내용이다.
눈물이 진주로 변하는 제인, 눈?코?입?귀가 없어도 늘 즐거운 혼돈의 신 제강, 목이 달아났지만 원수를 갚으려고 양손에 창과 방패를 든, 가슴이 눈을 닮고 배꼽이 웃는 듯한 입 모양의 형천 등 신화 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신이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동양 신화는 중국 대륙이 본바탕이긴 하나, 결코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 글을 쓰면서 풀리지 않은 의문도 생겼다.
삼족오는 동이족의 상징이다. 그렇다면 ‘열 개의 해가 한꺼번에 떠올랐기 때문에 백성들이 살기 힘들어져서, 화살을 날려 해를 떨어뜨리고 보니 삼족오였다.’는 것은 동이족의 침략이 그만큼 거세고 힘들어 이를 제거하기 위해 하늘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일까? 이처럼 뚱딴지같은 생각을 해 보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5천여 년의 세월이 지나도록 전해진 것은 글자로 기록하여 남겼던 까닭이다. 글자가 있어서 지금의 상황을 먼 훗날까지 전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제사를 모시는 절차는 간소화하는 편이 좋을 듯싶다. 그러나 미신처럼 여겨지는 앞뒤 자른 이야기는, 미신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 속에서 지켜 나가야 할 일들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잊히기 전에, 읽기 편하게 동화로 남기고 싶었다.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부모님의 위패를 봇짐에 짊어지고 다니다, 돌아가신 날이면 물 한 그릇을 떠 놓고라도 부모님 가신 날을 잊지 않았다는 떠돌이 선비 이야기도 그렇다.
끼니를 잇기 어려운 시절에도 제삿날을 잊지 않고 고구마며 옥수수로 상을 차리시던 어머니, 그걸 보고 자란 나 역시 무지하게 미련하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제삿날만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나의 이런 고집스러움이 나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지만 써 두고는 싶었다. 제사의 절차, 제사를 모시는 마음이 어떠해야 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