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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칼이 재현한 아름답고 화려하고 건강한 자연의 색깔

자연을 그릴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색채의 마술사 에릭 칼, 《아주 작은 씨앗》은 그런 에릭 칼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자연을 아름답게 표현한 명작입니다.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에릭 칼의 마음과 열정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지요. 작은 씨앗이 바람에 날려 땅에 정착하고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다시 많은 씨앗을 남기는 과정이 한편의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펼쳐집니다. 씨앗이 꽃이 되는 과정이 결코 뻔하거다 정적이지 않고, 아주 스펙타클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렇다고 감동과 환희만 있지도 않습니다. 슬픔과 고난도 함께 표현하고 있어요. 진짜 자연은 바로 그런 모습이니까요.

자연 순환의 원리와 계절의 변화를 함께 익혀요
가을,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아가요. 씨앗 중에는 아주 작은 씨앗도 하나 있지요. 어떤 씨앗은 얼음으로 뒤덮인 산에 떨어져, 어떤 씨앗은 바다에 떨어져, 또 어떤 씨앗은 사막에 떨어져 더 이상 자라지 못합니다. 어떤 씨앗은 새와 쥐의 먹잇감이 되기도 하지요. ‘작은 씨앗’은 빨리 날아가지도, 높이 날아가지도 못하지만, 씨앗들의 여행에 끝까지 함께하지요.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 않은 것도 생존의 비결인 것 같습니다. 땅에 도착한 씨앗들 위로 눈이 내리고, 햇빛이 비추고, 비가 내립니다. 그렇게 씨앗들은 싹을 틔우고, 풀이 되지요. 그 와중에 잡초에 치여 죽고 마는 풀도 있어요.
봄날, 어느 풀은 밖으로 나온 한 아이의 발에 밟혀 죽기도 하고, 꽃을 피운 풀은 한 소년에게 꺾이기도 하지요. 여름이 되자, 작은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 사람보다 커지고, 집보다도 더 크게 자라 아주아주 커다란 꽃이 됩니다. 여름 내내 수많은 새들과 벌들과 나비들이 찾아오지요. 그런 꽃도 가을이 찾아오자 바람에 흔들리고 점점 꽃잎이 떨어져요. 결국에는 씨방이 터지고 아주 작은 씨앗들이 수없이 뛰어나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갑니다. 한 알의 작은 씨앗이 수많은 씨앗이 되어 자유롭게 날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지만, 이는 수많은 씨앗들의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기도 하지요.
이렇듯 《아주 작은 씨앗》은 씨앗의 여행과 변신 과정을 사계절을 통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정적인 것 같지만 모두 변화무쌍하고 치열한 순간들을 보내고 있는 자연의 수많은 동식물들, 그들의 건강한 생태와 자연 순환의 원리를 에릭 칼 특유의 화려하고 섬세한 그림 풍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여러 가지 색깔도 익히고, 계절별 특징도 살펴보세요. 또한 꽃을 찾아온 새들과 벌들과 나비를 세어 보며 숫자를 익힐 수도 있어요.

작은 것에 대한 에릭 칼의 따스한 시선
에릭 칼은 많은 씨앗 중에 유독 ‘작은 씨앗’에 더욱 시선을 빼앗기도록 이야기를 이끌어가요. 또한 꽃으로 우정을 고백하는 낭만적인 인간도 등장하는데, 바로 흑인 소년이에요. 작품에 다양한 인종을 등장시키는 것도 에릭 칼의 작품 세계에 종종 드러나는 특징이지요. 사계절을 견디며 힘들게 돋아난 새싹을 밟고 지나가는 아이의 발길도, 아름다운 꽃을 꺾어 선물하는 소년의 손길도 식물의 입정에서 보면 잔인한 폭력처럼 느껴져요. 하지만 에릭 칼은 이런 크고 작은 일들도 커다란 자연 순환의 일환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보여 줍니다. 어떤 씨앗은 일찍 성장을 멈추고, 어떤 씨앗은 새들에게 먹혀 버리지만 남은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긴긴 여행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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