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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한승헌
  • 출판사 : 범우사
  • 발행 : 2018년 09월 19일
  • 쪽수 : 142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08063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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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한승헌은 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과 생활인의 거리를, 성큼 좁혀준 대표적인 사람의 하나다. 그의 직업 자체가 변호사인 까닭만은 아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말할진대 다분히 경강부회의 느낌은 있되, 그는 생김새부터 법을 배경에 두르고 있는 그쪽 직업인들의 위세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셈이다. 꺼무스름한 얼굴 위의 두 눈은 노상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 입에서는 만나는 사람의 가슴을 더불어 열어주는 푸근한 해학이 뛰어난 유머 감각과 함께 순발력 있게 튀어나와 친화력(親和力)을 보탠다. 눈앞의 누군가가 성에 안 차는 사람일 때, 농담에 가시를 싸서 던지는 촌철살인의 멋 또한 그의 것이다. 한승헌의 한승헌다움을 바로 이 점에서 발견한다. 인권변호사이면서 시인인 한승헌, 시인이면서 수필가인 한승헌의 에세이 14편을 문고본으로 엮었다.

    출판사 서평

    ◎ 법(法)과 서정(抒情)의 사이

    법은 까다롭고 골치 아프고 무섭다는 인식에서 대강은 벗어나기 어렵다. 알고 보면 법이라는 것도 상식과 윤리와 관습에 뿌리를 두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든가 집단생활의 규범 따위를 정의로운 안목에서 판단하는 잣대라고 아무리 강조한들 ‘에비 에비’의 대상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그 신세를 지는 것도 싫고, 하물며 법망 속에 갇히는 일은 질색이기 때문에, 평생 동안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은 것이 일단 스스로를 ‘선량하다’고 믿는 이들의 일반적인 관념일 터이다.
    물론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세상’에서 사노라면 법을 친근한 벗으로 삼지 말라는 ‘법’ 또한 없겠으나, 그것도 ‘글쎄올시다’의 수준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래저래 법은 불가근불가원의 존재면서, 전체적으로는 인연을 맺고 싶지 않은 심정으로 그 언저리마저 피해 다니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내력에서겠지만, 법은 또 항상 차고 근엄한 표정을 짓게 마련이어서 근접을 불허하는 속성도 있다.
    한승헌은 법이라는 추상적인 개념과 생활인의 거리를, 성큼 좁혀준 대표적인 사람의 하나다. 그의 직업 자체가 변호사인 까닭만은 아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말할진대, 그리고 다분히 경강부회의 느낌은 있되, 그는 생김새부터 법을 배경에 두르고 있는 그쪽 직업인들의 위세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셈이다. 꺼무스름한 얼굴 위의 두 눈은 노상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 입에서는 만나는 사람의 가슴을 더불어 열어주는 푸근한 해학이 뛰어난 유머 감각과 함께 순발력 있게 튀어나와 친화력(親和力)을 보탠다. 눈앞의 누군가가 성에 안 차는 사람일 때, 농담에 가시를 싸서 던지는 촌철살인의 멋 또한 그의 것이다.
    한승헌의 한승헌다움을 바로 이 점에서 발견한다. 인권변호사이면서 시인인 한승헌, 시인이면서 수필가인 한승헌은, 법리(法理)를 매섭게 따지되 그 속에 모듬살이의 순수한 서정성을 담기 때문에 그의 변론은 마침내 인간적이다. 남들이 갖추기 힘든 조건을 체질적으로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무주 구천동이 그리 멀지 않은 전라도 첩첩산중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1975년에서 80년 봄 사이에 두 번 옥살이를 한 그는 필경 법이 무엇을 위해 있어야 하는가를 양날의 논리로 더욱 키웠을까. 한승헌의 부지런한 저작 활동을 통해 보면 그런 흔적이 두드러진다.
    흔히 우리나라 풍토에서는 직업의 ‘결백성’을 요구하는 경향이 짙다. 판사는 판사 일에만 몰두하고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 이외의 일에 한눈팔지 말아야 한다는 식이다. 따라서 과학자가 소설가를 겸한다면 그 사회에서는 ‘돌연변이’로 치기 쉽다. 하지만 그와 같은 추세를 굳이 예외시할 것은 아니다. 물리학자가 세계적 철학자일 수도 있으며 문명비평가 노릇을 한대서 이상할 것이 없다.
    1990년 3월 서울서 열린 ‘정의·평화·창조질서의 보존 세계대회’(JPIC)에 참석차 내한했던 서독의 물리학자며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폰 바이츠제커 박사도 그런 사람이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일본 물리학자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는 후자의 경우다. 문제는 그 분야에서 거둔 성과지, 한 사람이 한 가지 일에만 집착하기를 요청하는 것은 다양성이 구가되는 시세(時勢)와도 걸맞지 않다.
    더구나 종사하고 있는 일이 글을 통한 표현과 연관됨으로써 양자를 자기 안에서 승화시키는 성질을 띠었다면 한층 다행스럽다. 취미나 여기(餘技) 또는 아마추어의 도락쯤으로 여긴다면 모를까, 낱낱의 분야에서 뚜렷한 존재로 서 있을 때, 그의 빛나는 예지를 부러워했으면 했지 탓할 건 아닌 것이다. 남다른 재주를 지녔으면서 스스로를 절제하기에 힘쓰고 ‘우매한 바보’의 위대성까지 꿰뚫는 안목을 지녔으면 더욱 좋다.

    보통의 바보들은 그 바보스러움으로 인한 피해가 자기 일신에 되미치는 것임에 반하여, 세도가나 지식인들의 우매함은 사회와 역사에 큰 피해를 준다. 권력을 휘두르는 자의 횡포가 그러하고,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학기(學妓)들의 놀음이 그러하다. 한 시대의 양심이 되어야 할 지식인들이 자기 사명을 선반 위에 올려놓고 기껏 현학(衒學)의 늪에서 정신적 마스터

    변호사에게도 전문분야가 따로 있는 모양이던데, 그 점에서 한승헌은 문학인의 단골이자 든든한 빽이다. 교수나 학생 등 지식인 일반과 연관된 인권변호의 창구임은 두말 할 것 없고, 최근엔 그가 저작권 연구의 권위자로 등장한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승헌의 진면목은 ‘문화담당 법정대리인’의 구실에서 더욱 확인된다. 이 소리를 들으면 한승헌은 또 “돈 좀 벌게 전공을 바꾸려 했더니 다 틀렸다”고 농담 삼아 나를 원망하겠지만 할 수 없다. 어차피 ‘문화’자가 붙은 동네에서 노는 사람들의 숙명이 어디 가겠는가.
    - 최일남(崔一男, 소설가) 베이션이나 하는 꼴은 고급 바보의 대표적 모습일 것이다.
    - [바보예찬〉

    이 인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특히 한승헌의 수필이나 에세이는 상식의 허구나 배운 자의 위선을 예리하게 헤쳐 보이되 그걸 패러디로 요리하는 묘미를 지닌다. 때문에 신변에 얽힌 이야기보다는 사회과학도답게 시사성 있는 소재를 곧잘 택한다. 인권이라든가 잘못된 권력의 횡포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속 시원하게 비판하는 것인데, 거기에는 그가 체질적으로 가다듬은 서정이 깃들여 있어 내용이 건조하거나 삭막하지 않고 감칠맛을 더한다.
    이런 내력은 변호사 한승헌과 문학인 한승헌이 깊이 ‘내통’하고 있다는 동조동근(同祖同根)의 다행스런 화합에서 찾을 수 있다. 법이 궁극적으로 사회정의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문학이 사람의 참된 모습을 묘사하고 탐색하는 데에 뜻을 두고 있다면, 둘 다 지향하는 바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서로 수단과 기능이 다를 뿐, 드디어 도달하고자 하는 진실된 생(生)의 지평이라든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당대의 현실 속에서 세우고 모색하는 의지는 비슷한 것이다. 이 점에서 한승헌은 자기 안에서 두 가지의 전문가적 직능을 잘 조화시키고 있는 셈이며, 그것은 그의 색다른 장점이다. 딱딱한 법의 정신과 유연한 문학의 심성을 스스로의 몸 안에서 녹여, 큰 테두리 속에서 인간을 파악하고 관조하는 체험을 통해 이 세상을 바라본다. 따라서 사고의 증폭이 획일적일 수가 없다.
    물론 한승헌이 말하고 쓰는 변론이 한결같이 문학적인 표현으로 시종한다는 것은 아니며 그럴 수도 없는 일이다. 언젠가 법정 방청석에 앉아 들은 한승헌의 변론은 당연히 법리론에 치중한 것이었다. 다만 내가 느끼기에는 거기에도 시인의 체취와 수필가의 호흡이 있었다. 아전인수인지는 모르나, 같은 표현일망정 지적 분위기가 밴 언어 선택에서 그걸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까닭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한승헌은 유난히 ‘필화사건’ 변호를 많이 맡았다. 그 중에서도 남정현의 ‘분지’사건을 담당한 건 대표적인 예가 될 터이다. 훗날 그는 이 사건에 대한 경위와 심정을 길게 쓴 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분지’사건은 이 민족을 사랑하고 불의를 미워하던 한 작가를 좌절시켰다. 그리고 다른 많은 작가들에게도 사법의 이름으로 겁을 주어 문학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이런 좌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문학다운 문학을 지켜나가는 일이야말로 한 작가의 수난을 되새겨보는 우리들의 염원이며 책무일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상황의 타개 없이는 문학예술의 자유가 되살아나기는 어렵다…… ‘있는 상황’을 ‘있어야 할 상황’으로 변화시키는 우리들 자신의 노력이 없이는 문학예술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실체 없는 겉치레에 머물고 말 것이다.
    - [남정현의 필화, 분지사건] 중에서

    한승헌이 지적한 ‘우리’를 문학(인)으로 보아도 무방하다고 했을 때, 그는 법과 문학의 경계를 마음대로 넘나들면서 ‘있어야 할 상황’ 만들기에 힘쓰고 있다고 보아야 하리라. 그만큼 ‘육법전서’에 나열된 골치 아프고 까다로운 법률을 밖으로 끌어내어, 다시 말하면 생활의 한가운데로 ‘인도’하여 법은 바로 당신들의 ‘천부인권’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계몽해준 공이 크다. 법 앞에 무식한(?) 문학인들이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그에게 달려가 신세를 지는 이유 또한 거기 있다.

    목차

    □ 한승헌(韓勝憲) 론/최일남 7

    1 - 어느 겨울날의 회상 15
    2 - 또 한 해를 보내며 21
    3 - 연하장 이야기 30
    4 - 여성과 이혼 39
    5 - 연극을 사랑합시다 49
    6 - 4월은 다시 오건만 58
    7 - 모두가 불쌍하다 - 65
    8 - 이 어머니를 보라 73
    9 - 노출의 사회학 - 80
    10 - 친일과 항일 87
    11 - 서남동 목사님을 생각하며 96
    12 - 이 시대의 헛소리 105
    13 - 법조인의 자화상 - 113
    14 -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121

    연보 129

    저자소개

    한승헌(Seunghun HAH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34.09.29
    출생지 전북 진안
    출간도서 29종
    판매수 2,669권

    아호 산민(山民), 변호사, 전북 진안에서 태어나(1934년) 전주고와 전북대(정치학과)를 나왔다. 고등고시 사법과(제8회-1957년)에 합격, 검사(법무부, 서울지검 등)로 일하다가 변호사로 전신하였다(1965년). 역대 독재정권 아래서 탄압 받는 양심수와 시국사범의 변호와 민주화·인권운동에 힘을 기울였다. [어떤 조사] 필화사건(1975년)과 김대중내란음모사건(1980년)으로 두 번에 걸쳐 옥고를 치렀다. 변호사 자격 박탈 8년 만에 복권, 변호사 활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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