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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정치학 : 가치 있는 역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원제 : The Politics of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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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미국 현대사의 양심’, 하워드 진의
    급진주의 역사 에세이


    하워드 진(Howard Zinn)은 미국의 손꼽히는 실천적 지식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매 순간 침묵보다 실천을, 중립보다 결단을 감행했고, 자신의 철학과 이상을 삶으로 증명해냈다. 2010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기 전 그가 남긴 말은 "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전에는 갖지 못했던 희망과 연대의 힘을 보여주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책, [역사의 정치학](원제 : The Politics of History, 초판은 1970년, 2판은 1990년 발행)은 하워드 진이 역사학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여 쓴 책이다. 이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역사철학’의 범주에 속하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검토한다.

    - 역사는 ‘결정되어’ 있는가, 아니면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는가?
    - 역사학자는 관찰하는 자여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 시대의 사회적 투쟁에 참여하는 자여야 하는가?
    - 우리는 주된 관심을 과거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현재에 두어야 하는가?
    - 역사학의 목적은 무엇이고, 역사학자의 책무는 무엇인가?

    이 책은 독자들에게 "더 유능하고 똑똑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저자는 ‘더 나은 세계를 향한 절박한 갈망’을 품고 우리 시대의 중대한 인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는 것이 역사학자와 시민의 책임임을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체면을 위해서라도 역사학자들은 ‘바지를 걸치듯’ 균형 잡힌 판단을 채택해왔다. 저자는 유머러스하고 품위 있게 이 경직된 전문가들을 비판하면서, 그들이 가짜 중립성과 상대적 기만—사심 없는 학문, 객관적 연구, 냉정한 학식—으로 치장하는 이유를 예리하게 지적한다. 즉, 역사가 누구에게도 순수한 관찰을 허락하지 않는 경쟁의 장(contested terrain)이라는 명료한 진리를 역사학자들이 은폐하려 한다고 폭로한다. [역사의 정치학]은 이 진리를 드러내는 동시에, ‘잊힌 비전, 사라진 유토피아, 이루지 못한 꿈’을 생생하게 상기시킨다."
    - 리처드 드리넌(Richard Drinnon) / 버크넬 대학 정치학과 교수

    추천사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동반자

    하워드 진은 미국 청년들의 영웅이다. 대표작으로 알려진 [미국 민중사]는 사회의 진보를 꿈꾸는 이들의 필독서로 손꼽힌다. 역사의 최전선에서 그는 늘 권력의 부당한 사용에 저항했고,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이 책 [역사의 정치학]에 기술된 러들로 대학살, 베트남 전쟁, 히로시마 폭격 등은 그가 일생 동안 어떤 시대정신으로 역사를 다루고 또 불의에 맞섰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영화배우 맷 데이먼의 멘토로도 알려진 하워드 진은 내 삶의 영웅이기도 하다. 2009년 겨울, 보스턴대학교 연구실에서 그를 만난 순간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한다. 당시 여든일곱의 하워드 진은 인터뷰 내내 빛나는 눈빛을 우리에게 선사했다. 따뜻한 미소, 환대, 친절, 겸손, 호기심, 유머 등 이렇게 아름다운 한 인간을 내 삶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을 나는 여전히 가장 귀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역사의 정치학]은 하워드 진의 역사학자로서 면모와 참여적 지식인으로서 면모 모두를 보여준다. 책에 인용된 칼 포퍼의 말처럼, 역사에는 의미가 없지만, 역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흐름에 대해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부여한 가장 큰 의미는 바로 휴머니즘이다. 그가 기록한 역사란 힘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입맛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권력이 힘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냉혹하며 비정했는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적어놓은 증언에 가깝다. 동시에 그는 가혹한 역사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연대와 실천이 인류 역사에 얼마나 중대한 변화를 이루어냈는지 잊지 않고 보여준다. 결국 하워드 진이 우리에게 남겨준 것은 ‘희망의 역사학’이라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0년 심장마비로 타계하기 전 한 인터뷰에서 하워드 진은 "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전에는 갖지 못했던 희망과 연대의 힘을 보여주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절정을 이루는 참여적 지식인으로서의 면모는 특히 다음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소중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역사 에세이라 불리는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를 보면 더 정확히 알 수 있지만, 그는 삶의 매 순간 침묵보다는 실천을, 중립보다는 결단을 감행했다. 강자와 약자의 싸움에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것은 강자의 편을 드는 것이기에 시위 현장에서는 늘 선봉에 나섰고,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평등한 권리를 옹호했으며, 법정의 증인석에서는 시민 불복종을 설파했다. 그는 자신의 철학과 이상을 삶으로 증명한 실천적 지식인이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역사는 어떠한가? 역사는 그저 사사로운 사업일 뿐일까? 매 순간 역사의 최전선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책임은 무엇일까? 하워드 진이 말하는 희망의 역사학이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고 투쟁하는 인간들이 써내려가는 역사를 뜻한다. 이러한 운동은 그 자체로 이미 위대한 승리이기도 하다. 그의 말대로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역사의 어떤 시점이 되면 사람들의 사소한 실천과 변화가 널리 퍼져나가고 서로 연결되면서 거대한 변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것이 그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이자 유산이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그가 형성하도록 도와준 나의 모습으로 계속해서 살아가는 것이다.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 우리 사회의 미래는 결국 우리의 손과 행동에 달려있음을 잊지 않을 것, [역사의 정치학]이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 박용준 / 인디고서원 편집장

    목차

    추천의 말 :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동반자 _ 박용준/ 5
    2판 서문/ 12
    초판 서문/ 22

    1부 : 접근법
    1. 권력의 한 형태로서의 지식/ 29
    2. 역사가 사사로운 사업이라고?/ 43
    3. 급진주의 역사란 무엇인가?/ 70

    2부 : 미국 역사 에세이
    4. 불평등/ 101
    5. 러들로 대학살/ 130
    6. 재즈 시대의 라과디아/ 161
    7. 뉴딜의 한계/ 183
    8. 노예폐지론자와 선동 전술/ 209
    9. 반대세력의 정신을 분석한 두 사례/ 232
    10. 자유주의와 급진주의/ 250
    11. 조지아 주 울버니와 뉴프런티어/ 267
    12. 자유주의의 공격성/ 289
    13. 베트남: 도덕의 방정식/ 308
    14. 전쟁 포로: 현대사 한 토막/ 329
    15. 폭력: 이중의 기준/ 349
    16. 히로시마와 로이앙/ 366

    3부 : 이론과 실천
    17. 자유와 책임/ 401
    18. 역사학자/ 419
    19. 철학자/ 463
    20. 철학자, 역사학자, 그리고 인과관계/ 507

    후주/ 531
    옮긴이의 말 : 참여하는 역사가 가치 있는 역사를 만든다 _ 김한영/ 544
    찾아보기/ 551

    본문중에서

    참여하는 역사가 가치 있는 역사를 만든다

    나의 역사의식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로 깨어났다.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던 긴 겨울, 그 미지의 터널에서 만난 대문호의 작품은 미숙한 내 정신을 흠뻑 적혔다.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와 자연, 귀족 가문들과 민중의 파란만장한 삶, 19세기 러시아의 대사건인 1812년 전쟁, 주인공들의 삶과 사랑과 죽음이 프레스코 화처럼 펼쳐졌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위대한 영웅인 줄 알았던 나폴레옹이 어릿광대처럼 그려진다는 점이었다. 개인이 역사를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나폴레옹, 하지만 전쟁으로 야망을 이루려 한 그 영웅은 삶과 역사의 거대한 회오리에 힘없이 휘둘리는 한 올 지푸라기에 불과했다. 승장인 쿠두조프 장군도 오십보백보였다. 이 늙은 장군은 무엇을 하고자 하기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차선의 전략을 채택했다. 어릿광대보다 조금 더 현명해 보였을 뿐 특별히 대단하진 않았다. 놀랍고 씁쓸한 발견이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에 황금박쥐와 6백만 불의 사나이를 뗐을 때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어차피 만화 속의 캐릭터였지만 이들은 역사 속의 인물이었고, 역사는 절대 왜곡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이름이었다. 나는 회의를 아는 아이가 되었다. 이듬해 가을에 영원할 것 같았던 위대한 지도자 박정희가 총에 맞고 사망했다. 그리 놀랍지 않았다.

    회의적인 무감각은 대학에서 깨졌다. 한 교양강좌의 리포트를 쓰기 위해 필독 교양도서 중 한 권을 읽어야 했는데, 점찍은 세 권 중 E. H. 카의 책이 제일 얇았다. [역사란 무엇인가?]였다. 하지만 그 작은 책에서 나는 헤겔과 맑스를 접하고 [전쟁과 평화]를 다시 만났다. 역사란 영웅이 아닌 민중의 것이라는 깨달음도 함께 만났다. 톨스토이의 긍정적인 인생관이 비로소 이해되었다. 톨스토이는 역사를 영웅에게서 빼앗아 민중에게 돌려주었다. 알고 보니 민중은 원래 헤겔의 개념이었다.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서 헤겔은 사람들이 눈길조차 주지 않던 ‘백성’에게 역사의 주체라는 고귀한 역할을 부여했다(그들 개개인이 도덕적으로 고상하다는 뜻은 아니다). 카의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나폴레옹과 레닌을 비교한 절이었다. 카 역시 나폴레옹을 시대가 만든 운 좋고 능력 없는 영웅으로 묘사했지만, 톨스토이와는 다르게 나폴레옹의 반대쪽에 레닌을 놓았다. 카에게 레닌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상을 실현하고자 노력한 혁명가, 그 자신의 땀과 열정으로 사회주의 사회를 일군 진정한 영웅이었다. 좌우 이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카의 가르침은 역사를 보는 나의 관점을 훌쩍 키워주었다.

    우리 모두가 아는 기대와 좌절, 절망과 반전의 시대가 흘러갔다. 번역은 철학과 비슷해서 시대를 정신으로 바꿔 사유하게끔 한다. 이 땅에서도 헤겔의 말대로 진보는 비틀거렸다. 정-반-합의 변증법이 막상 현실에서는 끝없이 되풀이되는 혼란으로 느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진보 정권 하에서 신자유주의가 바퀴벌레처럼 창궐했다. ‘작은 정부,’ ‘효율성,’ ‘다운사이징’ 같은 허울 좋은 이름 하에서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내일을 기획하고 걱정해야 하는 개인사업자로 전락해갔다. 교수와 학자, 지식인과 예술가, 과학자와 기술자도 예외가 아니었다. 돈과 인기가 전문성과 사회적 가치를 빠르게 잠식하고, 깊이보다 색깔을 중시하는 표피적인 문화가 확산되었다. 2010년에 프랑스에서 한동안 공부하고 돌아온 친구는, 그 짧은 사이에 우리나라가 놀라우리만치 피상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개탄했다. 나는 이것도 변증법의 한 과정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농담으로 말했지만, 친구도 나도 웃음에서 씁쓸함을 지워내진 못했다.

    작년 한 해는 광화문에 자주 나갔다. 촛불집회에도 참석하고, 공연과 어린 학생들의 외침을 들으며 모처럼 자유로운 분위기에 젖어보았다. 돌이켜보면 50대 중반인 나는 평생 전근대와 근대의 부딪힘에 몸살을 앓았다. 내 아버지는 1913년 구한말에 태어난 사람으로,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고스란히 겪은 역사의 증인이었다. 그래서인지 가정교육은 ‘하지 말라’와 ‘가만히 있어라’가 전부였고, 합리성보다는 순종을, 권리보다는 양보를 미덕으로 가르쳤다. 이 전근대성은 학교에서도 형식만 바꿔 되풀이되었다. 학생은 스키너의 쥐, 규율의 노예, 독재자의 방패막이(교련 수업이 있었다)였다. 창의성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자율성과 비판은 퇴학의 이유였다. 조선 시대나 일제 강점기가 아니라 불과 40여 년 전, 1970년대의 교육이 그랬다. 특히 ‘성교육’은 가관이었다. 시정잡배라도 듣는 사람을 가려야 할 음담패설이 교련시간과 체육시간에 교단에서 흘러나왔고, 그 은밀한 가르침에 학생들은 여자목욕탕을 훔쳐보는 아이들처럼 키득거렸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교육의 여파도 있을 것이다, 요즘 미투 운동이 뜨거운 것은.

    작년에 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사실 내가 기대한 것은 전근대와 근대의 최후의 결전, 과학적·합리적 정신의 멋진 승리였다(윤리에 더 관심이 있었다면 선과 악의 구도를 그렸을 것이다). 어쨌든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봉건군주제를 물리친 것은 근대의 이성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광경은 그 이상이었다. 현장에는 내 기대와 사뭇 다른 분위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규율이 아닌 자율, 질서를 넘어선 질서가 보였고, 진정한 의미의 개인들이 모여 집단 이상의 힘을 분출하고 있었다. 물론 형식으로나마 민주주의가 갖춰졌고(많은 사람들이 이를 위해 희생했다),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과학기술이 널리 퍼진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 조건이 무엇이든 간에 눈앞에 펼쳐진 현상은 그 자체로 근대정신을 넘어 근대후 정신의 발현을 가리키고 있었다(이 두 정신 사이에 많은 반성과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에 X세대를 통해 잠깐 분출했던 다원주의 정신이 2017년에 정치적 실체로 되살아나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기상천외한 배너들과 젊은 사람들의 복장도 한몫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의 당당한 발언, 아이 손을 잡고 온 엄마 아빠의 진지한 표정, 머리가 하얗게 센 참가자들의 구호와 연좌, 축제와 시위를 넘나드는 새로운 집회형식, 대치의 경계를 허무는 공감의 힘은 이 현상이 내가 기대치 못한 새로운 정신의 표출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나의 세 번째 역사 교과서는 이 책이 될 듯하다. 어떤 사람들은 역사 저술의 중립성과 객관주의를 지양하는 하워드 진의 접근법이 위험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학계의 외부자이자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나로서는 하워드 진의 현재주의 역사가 평생에 세 번째로 가슴에 세게 와 닿는다. 특히 ‘과학적인’ 역사 저술의 함정을 밝히는 그의 견해는 사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먼저 근원을 따지고 보면 객관과 주관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주관이란 말은 흔히 생각하듯 객관과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인간의 감각과 느낌에는 충분한 일정성이 있어서 이 모든 성질들을 추론의 대상으로 만들고 삶과 관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데이비드 흄) 요컨대 주관과 객관은 상대적 개념이며, 이 뿌리를 잊을 때 주관은 변덕으로 전락한다. 상대주의와 다원주의의 결정적 차이가 여기에 있다.

    심리학자이자 교육학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 이론을 창안한 뒤 1980년대 후반에 중국 교육의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To Open Mind] 사회평론, 근간). 중국의 교육은 그의 예상과 달리 자국과 전혀 다른 가치의 보고이자 좋은 성과의 산실이었다. 귀국하자마자 그는 자신의 교육론을 되돌아보기 시작했고, 깊은 반성을 통해 자신이 과학적·객관적이라 믿었던 교육론에 개인적 요소와 주관이 얼마나 많이 개입해 있는지를 깨달았다. 심지어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얻은 뒤에 그는, "이제 이 과학적 데이터를 주관적으로 해석할 차례"라고 고백했다. 결국 가드너는 중국 교육의 경험을 통해 더 정교한 이론과 더 높은 교육철학을 펼칠 수 있었다.

    심리학자의 데이터는 실험실에서 나오지만, 역사학자의 데이터는 깊고도 넓은 과거의 기록에서 나온다. 애초부터 주관적 방향성이 없으면 객관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된다. 하지만 이 주관 때문에 객관적 사실이 왜곡되지 않을까? 이를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또한 (왜곡, 은폐, 날조 등으로) 사실을 함부로 뜯어고치지 않는다. 내 요점은 미리 답을 생각하고 역사 자료에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질문을 생각하고서 접근하는 것이다. 나는, 정확성은 필요조건이지만 역사가 정확하다는 이유만으로 칭찬받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언젠가 프로이트는 말했다. 안경을 항상 닦기만 하고 쓰지는 않는 사람이 있다고."

    그렇다면 그 "질문"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예술철학자 아서 단토는 예술의 내용은 인간의 삶, "인간의 가장 깊은 관심사"(헤겔)에서 비롯한다고 보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워드 진도 휴머니즘을 역사적 질문의 토대로 삼는다. 그가 제시하는 휴머니즘은 소박하고 경험적이고 분명하다.

    "수백 년에 걸쳐 살아온 수백만 사람들의 경험, 각 사람들이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공통된 양상들을 겪으며 저마다 확인한 경험... 사랑이 미움보다, 평화가 전쟁보다, 우애가 적대감보다, 기쁨이 슬픔보다, 건강이 병보다, 음식이 기아보다, 삶이 죽음보다 낫다는 것."
    - 김한영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정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상황을 더 면밀히 조사하라. 그래야 우리는 더 유능하고 주의 깊은 시민이 된다.
    (/ p.19)

    역사 연구에서 정확성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역사가는 정확하다는 이유만으로 칭찬받을 수 없다.
    (/ p.24)

    나는 국가의 재원을 더 평등하게 분배하는 가치관을 위해 싸운다. 나는 세계의 가난한 국민들을 희생시키고 그 대가로 정권의 지배력과 기업의 이익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다른 목적이 없어 보이는 군사 개입에 맛서 싸운다.
    (/ p.20)

    이 책은 ‘역사철학’의 범주에 속하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검토한다. 역사는 ‘결정되어’ 있는가, 아니면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는가? 역사학자는 관찰하는 자여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 시대의 사회적 투쟁에 참여하는 자여야 하는가? 우리는 주된 관심을 과거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가, 아니면 현재에 두어야 하는가? 결국, 역사학의 목적은 무엇이고 역사학자의 책무는 무엇인가?
    (/ pp.24~25)

    오늘날 지식은 권력의 한 형태다. 지식은 정부의 기만적인 행위를 가리는 데 쓰일 수도 있고 그것을 폭로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지식은 기득권자들을 위해 현상태를 유지하는 데 쓰일 수도 있고 현상태를 변혁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 p.31)

    사심 없는 학자란 없다. 우리는 그가 어떤 가치에 봉사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우리가 어떤 계급이나 당, 이데올로기보다 더 앞세워야 할 가치는 바로 휴머니즘이다.
    (/ p.35)

    우리는 잊힌 비전, 사라진 유토피아, 이루지 못한 꿈을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높이 들어올려야 한다. 냉소가 만연해 있는 이 시대에 절박하기만 한 그 가치들을.
    (/ p.41)

    노예제를 더 많이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관련 통계를 다 외우고 제 일만 차분히 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아는 자료는 적지만 어떤 책이나 연설가를 통해 노예제의 현실을 깨닫고 도주 노예의 탈주를 돕는 일에 힘을 보태는 사람인가?
    (/ p.219)

    많은 정치적 결정들이 보수적인 이유는 정치인들이 자신이 가진 힘을 여론을 바꾸기보다는 여론을 읽는 데 소모하기 때문이다.
    (/ p.228)

    우리가 역사의 한계를 이해하면 할수록 역사는 억압이 아닌 해방에 가까워진다.
    (/ p.410)

    역사의 책임은 직접 행동을 할 때에만 의미를 띨 수 있다. 모든 역사적 질문은 "지금 우리의 책음은 무엇인가?"로 이어져야 한다.
    (/ p.416)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국가와 그 전쟁 체제에서, 기업과 그들의 광포한 이윤 추구에서, 모든 으스대는 권위자에게서, 그리고 모든 도그마에서, 충성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대안적 삶의 방식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는 스스로 변화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다가오는 세대에게 새로운 역사를 전해줄 수 있다.
    (/ pp.529~530)

    저자소개

    하워드 진(Howard Zin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2.08.24~2010.01.27
    출생지 -
    출간도서 26종
    판매수 7,336권

    반전·평화·인권 운동에 평생을 바친 실천적·진보적 지식인. 2010년 1월 심장마비로 타계할 때까지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진보적 지식인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역사는 아래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일관된 자세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펼쳐 노엄 촘스키(Avram Noam Chomsky)와 더불어 ‘미국 현대사의 양심’이라 일컬어졌다.
    미국 뉴욕시 브룩클린에서 유대인 이주민의 아들로 태어나 빈민가에서 성장했고, 청년 시절 해군기지 조선소에서 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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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강원도 원주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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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오랫동안 전업 번역을 하며 예술과 문학의 곁자리를 지키고 있다. 옮긴 책으로 [미를 욕보이다], [무엇이 예술인가],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빈 서판], [언어본능], [갈리아 전쟁기], [나라 없는 사람], [끌리는 박물관] 등이 있다. 제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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