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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 이효석 작품 선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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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효석
  • 출판사 : 새움
  • 발행 : 2018년 03월 14일
  • 쪽수 : 436
  • ISBN : 9791187192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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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대한민국 스토리DNA’ 스무 번째 시리즈로 출간되는 『메밀꽃 필 무렵』은 근현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이효석의 작품 선집이다. 이효석은 비록 35세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시, 소설, 수필, 콩트, 시나리오, 평론, 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빛나는 글들을 내놓았다. 읽는 내내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한 편의 시와 같은 그의 작품들은 일찍이 초 중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면서 한국인의 감수성과 정서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에는 이효석의 작품세계를 두루 훑어볼 수 있는 27편의 작품을 엄선했다. 동반자 작가로 불리던 초기의 작품부터 왕성한 활동기의 대표 작품들을 연대순에 따라 수록했으며, 등단 이후에 발표한 수필 6편과 등단 이전의 콩트 3편도 발굴하여 수록했다. 무르익어 가는 대가의 문장과 내면을 통해 문학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소설의 형식으로 시를 읊은 작가, 이효석

“(이효석) 씨의 작품을 관류하는 아름다운 詩 정신을 이해함이 없이는 무의미에 가까운 말밖에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씨는 소설의 형식을 가지고 詩를 읊은 작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효석의 친우이자 문인이었던 유진오(兪鎭午)는 「이효석론」에서 이와 같이 말한 바 있다. 그는 이효석의 세심한 문장들 속에서 ‘시(詩)’를 발견하고 감탄했다. 그의 소설에 깊이 파고든 감각적 묘사와 암시와 상징은, 산문 정신과 시 영혼의 진기한 융합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왼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읽는 내내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그의 산문은 수많은 독자들이 우리 글과 정서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게 만들었다. 인간의 근원적인 애욕과 혈육에 대한 그리움을, 그토록 절제된 구성과 문장에 담아낸 작가가 고금을 통틀어 또 있을까. 「메밀꽃 필 무렵」의 독보적 경지를 한국 문학사의 기념비적 성취로 보는 것은 그런 이유다.

이 책 『메밀꽃 필 무렵』에는 이효석 작품세계의 전반을 살필 수 있는 27편의 작품을 엄선했다. 초기작인 「도시와 유령」 「노령근해」 「돈(豚)」, 대표작으로 꼽히는 「분녀」 「들」 「메밀꽃 필 무렵」 「장미 병들다」 「해바라기」 「향수」 등 18편의 단편을 발표된 연대순에 따라 수록했고, 수필 6편과 함께 등단하기 전에 쓴 콩트 3편도 발굴해 수록했다. 이효석이 생활에서 얻은 영감이 어떻게 문학 안에 반영되어 나타나는지, 이효석의 발상과 문장이 각각의 작품들 안에서 어떻게 무르익어 가는지 살펴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의 우주
‘대한민국 스토리DNA’ 스무 번째 책

‘대한민국 스토리DNA 100선’. 새움출판사가 야심차게 펴내고 있는 이 선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다. 첫째는, 이야기성이 강한 소설을 골라 펴냈다는 점이다. 둘째는, 드라마 영화 만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원형(DNA)이 되는 작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야기성에 주목해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의 삶의 내력을 오롯이 껴안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의 정신사를 면면히 이어가고 있는 작품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골랐다. 옛날 민담에서부터 현대소설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스토리가 풍부하고 뚜렷한 작품을 선정해 과거와 현재, 신화와 역사가 공존하면서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100권을 채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날 모든 역사 드라마와 영화의 원형이 된 이광수 장편소설 『단종애사』, 도시 빈민들의 뒷골목을 생생하게 조명한 80년대 베스트셀러 『어둠의 자식들』, ‘첫사랑’과 ‘없는 자의 슬픔’을 주제로 한 단편집 『소나기』, 한국 대표 문학상들의 시작점이 된 주인공들의 탁월한 작품들을 모은 『무진기행』 등과 함께 스무 번째로 출간되었다. 대한민국 스토리DNA는 이후에도 국문학자나 비평가에 의한 선집이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대중의 선호도를 우선적으로 반영하여 새로운 한국문학사를 구성해 갈 계획이다.

목차

엮는 말

단편소설
도시와 유령
노령근해
오리온과 능금
돈豚

분녀

인간산문人間散文
석류
메밀꽃 필 무렵
성찬聖餐
개살구
장미 병들다
해바라기
가을과 산양山羊
황제
향수
산협

콩트
누구의 죄
홍소哄笑
맥진驀進

수필
이등변삼각형의 경우
사랑하는 까닭에
인물 있는 가을 풍경
낙엽을 태우면서
낙랑다방기
첫 고료

이효석 연보

본문중에서

‘동정은 우월감의 반쪽’일는지 아닐는지는 모른다. 하나 나는 나도 모르는 동안에 주머니 속에 든 대로의 돈을 모두 움켜서 뚝 떨어지는 눈물과 같이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부리나케 그 자리를 뛰어나왔다.
_31쪽. 도시와 유령


털몸을 근실근실 부딪치며 그의 곁을 궁싯궁싯 굼도는 씨돝은 미처 식이의 손이 떨어지기도 전에 화차(火車)와도 같이 말뚝 위를 엄습한다. 시뻘건 입이 욕심에 목메어서 풀무같이 요란히 울린다. 깔린 암돝은 목이 찢어져라 날카롭게 고함친다.
둘러선 좌중은 일제히 웃음소리를 멈추고 일시 농담조차 잊은 듯하였다.
_61쪽. 돈(豚)

어차피 기구하게 시작된 팔자였다. 명준이 때나 천수 때나 누구인 줄도 모르고 강박으로 몸을 맡겼다. 당초에는 몸을 뜯고 울고 하였으나 지금 와 보면 명준이나 천수나 만갑이까지도?다 같다. 기운도 욕심도 감동도 사내란 사내는 다 일반이다. 마치 코가 하나요 팔이 둘인 것같이 뛰어나지 못한 사내도 나은 사내도 없고 몸을 가지고만 아는 한정에서는 그 누구가 굳이 싫은 것도 무서운 것도 없다. 명준에게 준 몸을 만갑에게 못 줄 것 없고 만갑에게 허락한 것을 천수에게 거절할 것이 없다.
_100쪽. 분녀

사람의 지혜란 결국 신비의 테두리를 뱅뱅 돌 뿐이요 조화의 속의 속은 언제까지나 열리지 않는 판도라의 상자일 듯싶다. 초록 풀에 덮인 땅속의 뜻은 초록 옷을 입은 여자의 마음과도 같이 엿볼 수 없는 저 건너 세상이다. … 꽃다지, 질경이, 민들레…… 가지가지 풋나물을 뜯어 먹으면 몸이 초록으로 물들 것 같다. 물들어야 될 것 같다. 물들어야 옳을 것 같다. 물들지 않음이 거짓말이다. 물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_118~119쪽. 들

이지러는 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왼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_190쪽. 메밀꽃 필 무렵

“사랑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물을 때,
“외롭고 적적하고 얄궂은 것.”
칠 년 동안에 얻은 결론이 이것이었다. 여러 해 동안 적어 온 사랑의 일기가 홀로 애태우고 슬퍼한 피투성이의 기록이었다. 준보는 언제나 하늘 위에 있는 별이다. 만질 수 없고 딸 수 없고 영원히 자기의 것이 아닌 하늘 위 별이다.
_291~292쪽. 가을과 산양(山羊)

저녁 무렵은 되어 외양간에 짚과 멍석을 펴고 신방이 차려질 때까지도 돌아가려고들은 안 하고 외양간 빈지 틈으로 첫날밤의 풍습을 엿볼 양으로 눈알을 굼실굼실 굴리며들 설?다. 소의 본성을 본받아 잘 낳고 잘 늘라는 뜻이기는 했으나 그 당돌한 첫날밤의 풍습에 색시는 얼굴을 붉히며 서슴거리는 것을 여자들은 부끄럽긴 무에 부끄러워서 소같이 튼튼한 아들을 낳아서 공 씨 일문의 대를 이어야만 장한 일인데라고 우겨서 외양간 안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늙은 신랑이 이도 겸연쩍은 듯이 고개를 숙이고 그 뒤를 따라 들어간 후 빈지를 닫고 나니 사내들은 주춤주춤 헤어져 혹은 집으로 가고 혹은 다시 사랑으로들 밀렸으나 여자들은 찹찹스럽게 외양간 주위를 빙빙 돌면서 젊었을 시절의 꿈들을 생각해 내서는 벙글벙글 웃고 킬킬거리면서 수선들을 떨었다.
_354~355쪽. 산협

‘밝아 가야 할 나의 생의 서광이 왜 점점 어두워져 가나. 나에게는 살아갈 권리가 없을까. 혹 무슨 죄를 졌는가? 게을리했는가? 화려한 생활을 했는가……? 아니다. 내 기억 속에 그런 적은 조금도 없다. 나는 일하기를 싫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은 일을 시키지 않았다. 직업을 주지 않았다.’
_389쪽. 누구의 죄


벌레 소리 그친 찬 새벽 침대 위에서 눈을 뜬 채 나는 필연코 울 것이오. 자칫하다가는 어린애같이 엉엉 울 것이오. 이 큰 어린아이를 달래 줄 어머니는 세상에 없을 법하오. 사랑은 만족을 모르는 바닷속과도 같다 할까. 가령 나는 진달래꽃을 잘강잘강 씹듯이 그대를 먹어 버린다고 하여도 오히려 차지 못할 것이며, 사랑은 안타깝고 아름답고 슬픈 것?아름다우니까 슬픈 것?슬프리만치 아름다운 것입니다. 내가 우는 것은 그 아름다운 정을 못 잊어서지요.
_412쪽. 사랑하는 까닭에


벚나무 아래에 긁어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에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

저자소개

이효석(李孝石(호:가산(可山)))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070223

가산 이효석은 강원도 평창에서 출생하였다.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 제국대학 영문과를 졸업하였으며, 1928년 '조선지광'지에 단편소설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효석의 문학은 시적 서정을 소설의 세계로 승화함으로써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적 묘사보다는 장면의 분위기를, 섬세한 디테일보다는 상징과 암시의 수법을 이용하는 그의 문체는 우리 단편소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에 이르러 전성기를 누렸다. 또한 '돈', '메밀꽃 필 무렵' 등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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