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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하는 저녁

원제 : 落下する夕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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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소란스러운 마음에 조용한 저녁이 내리기까지,
8년의 사랑을 아주 서서히 떠나보낸 어느 실연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이 14년 만에 개정되어 재출간됐다. 일본에서는 1996년에 출간됐으니 만 21년, 딱 성년이 된 소설이다. 이 오래도록 사랑받은 소설을 새롭게 선보이기 위해 소담출판사와 번역가 김난주가 책 전체를 공들여 손봤다. 번역가 김난주는 개정판 작업을 위해 원문 전체를 다시 살피고 번역 문장을 시대 흐름에 맞게 다듬었다. 그는 "이 책의 초판을 번역할 당시보다 나이가 좀 더 든 지금, 리카와 다케오와 하나코 이야기가 참 다르게 와닿았다"면서 "다시 읽으니 새삼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거듭 말했다. 소담출판사 편집부 또한 "독자들에게 꼭 다시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면서 "리카에게도, 다케오에게도, 하나코에게도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 마치 다른 소설을 읽는 듯 놀랍도록 새로운 인상이다"라고 소개했다. 초판 표지는 온기가 느껴지는 노을빛이었던 데 반해, 이번 개정판 표지는 보다 더 차분하고 냉철한 듯한 새벽빛이다. 초판 ‘작가의 말’에서 에쿠니 가오리가 "냉철하고 명석하고 차분하고 밝고, 그러면서도 절망하고 있는...... [낙하하는 저녁]은 그런 작품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말한 바를 이미지화한 표지이다. 사랑을 온전히 떠나보내는 데 15개월이나 걸린 한 여자의 아주 느린 실연 이야기는 "그대들 일은 그대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소설 속 대사처럼, 읽는 독자마다 저마다의 그릇에 다르게 담긴다.

출판사 서평

14년 만에 개정된, 오래도록 사랑받은 스테디셀러!
시간이 흘러도 지겹지 않은, 매번 다른 의미로 읽히는 진짜 연애 소설.

이상한 말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나, 다케오하고 두 번 다시 안 만날 수도 있고,
다케오하고 새롭게 연애할 수도 있고,
지금 당장 다케오하고 같이 잘 수도 있어.


세 주인공 리카, 다케오 그리고 하나코의 이야기에는 ‘사랑 이야기’라는 말만으로 정의내릴 수 없는, 한층 깊은 구석이 있다. 대학 시절부터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않은 채 다케오하고만 깊은 관계를 맺어온 리카. 8년간 동거한 다케오가 갑자기 "나 이사할까 봐"라며 이별을 통보하는데, 이유는 만난 지 4일 된 여자 하나코 때문이다. 책 본문을 인용하자면, 태생적으로 남녀를 가리지 않고 ‘페로몬을 바바바방’ 뿌려대는 하나코는 누구나 그녀를 좋아하지만 정작 자신은 사람이건 물건이건 무엇에도 애착이 없다. 리카는 다케오와 헤어진 뒤에도 전화로 일상을 공유하고, 다케오의 흔적을 음미하고, 하나코조차도 ‘다케오의 새로운 일부’로서 받아들인다. 다케오는 리카에게 혼자서는 월세를 감당하기 힘들 테니 어서 너도 이사하라고 말하지만, 리카는 다케오와 함께하던 날들을 잃지 않기 위해 높은 월세를 꾸역꾸역 감당하며 버틴다. 어느 날, 하나코가 불쑥 나타나 함께 살겠다고 선언하면서 두 여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다케오와의 접점으로서 시작된 하나코와 리카의 관계. 어느새 리카에게 하나코는 다케오의 일부가 아닌 리카 자신의 일부가 된다. 세상에 진지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양 가볍고 무신경한 하나코는 얼마고 훌쩍 떠났다가, 느닷없이 돌아오길 반복한다. 그런 하나코를 기다리는 리카는 언제부터인가 다케오의 일상이 궁금하지 않다.
‘헤어짐’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새로운 시작’으로 끝을 맺기까지 작중에서는 15개월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다. 미련, 집착, 타성 같은 ‘곱지 못한 것’들로 가득한 애정이 리카의 마음 안에서 사그라지고, 그 자리에 고요한 저녁이 내려앉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목차

낙하하는 저녁
작가 후기
작품 해설
옮긴이의 말
개정판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나 이사할까 봐. 그렇게 들렸다. “어?” 나는 책에서 얼굴을 들고, 몸을 비틀어 다케오를 보았다. 다케오는 끔찍하도록 심각한 표정이었다. “어디로?” 되물은 나의 말이 평스러웠던 것은, 그것이 설마 다케오만의 이사 ,나와의 헤어짐 ,라고는 생각 못 했기 때문이다. “상관은 없지만, 하지만 왠데? 지금 사는 이 아파트, 굉장히 마음에 든다면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멍청하다. 자기가 차였다는 것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이사는 나 혼자서, 그러니까 말이지.” 그러니까, 라고 말해놓고서 다케오는 우물쭈물했다. “……그러니까 음, 그렇다는 거야.” 화창한 일요일, 우리는 매화가 한창인 공원에 있었다.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매화는 짙은 고동색 뾰족한 가지 끝으로 사방에 청결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백초원이란 과장스러운 이름에 비하면 아담한 공원, 꽃이 핀 아주 한정된 장소를 제외하면 사람들도 거의 오가지 않았다. “뭐?” 찻집 앞 평상에서 나는 책을 읽고, 다케오는 단술을 마시고 있었다. 다케오의 표정으로 보아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알았어, 라고 말했다. 마시던 주스 컵은 거의 비었고, 잘게 부서진 얼음이 엷은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8년. 물론 그것은 상당히 오랜 세월이다. 알았어, 란 한 마디로 끝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달리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었을까.
(/ pp.9~10)

“다케오 씨?” 천진한 목소리가 들리고, 여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전체적으로 탄력 있고 자그마한 인상이다. 얼굴은 예쁜데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야만적이다. 몇 살이나 됐을까. 아주 어릴지도 모르겠다. “아 다행이다, 돌아와서. 커피 마시고 싶은데, 커피 메이커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보며 생긋 웃었다. 정말 아름답고 , 청순한, 이란 형용사를 모양으로 빚은 듯한 웃음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남자를 빼앗긴 여자의 눈에도. “놀랐잖아.” 다케오가 말했다. 나는 그 얼빠진 목소리에 놀랐다. 후후후, 라고 여자는 소리 내어 웃었다. “왜?” 남자용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헐렁한 청바지에 요트 파카를 입고 있다. 물론 다케오 것이 아니다. “아니, 오랜만이라서.” 자기 집에 엉거주춤 들어가는 다케오의 뒷모습을 보고 나는 몹시 비참한 기분이 든다. “나, 갈게.” 문을 닫고 나는 곧바로 계단을 내려갔다. 타인의 방을 엿보고 말았다.
(/ pp.22~23)

그렇게 우리의 공동 생활은 시작되었다. 하나코가 살 곳을 찾을 때까지. 하나코는 같이 생활하는 사람으로서 뜻밖일 정도로 우수했다. 하나코는 타인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방약무인이다. 그리고 타인이 신경쓰도록 하지도 않는다. 당연한 일이듯 그저 거기에 있을 뿐이다. 하나코는 동물 같지도 식물 같지도 않다. 바로 옆에 있는데도, 그 사실을 의식하게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살아 있음의 거추장스러움이 없는 사람, 생기가 없다는 뜻에 아주 가깝다. 그러면서도 음침한 느낌은 없고, 오히려 건조하고 밝다. 예를 들어, 같이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난 곁에 하나코가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옆에 새 구두가 한 켤레 놓여 있는, 그런 느낌. 다케오에게서 전화가 걸려와도 나는 하나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왜인지는 모른다. 물론 말을 꺼낼 기회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어딘가에, 다케오 위에 서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나코는 나의 히든카드였다. 한편, 하나코와 함께 있으면 때로 내가 다케오의 시선을 대신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것은 몹시 서글픈 인식이었다. 나는, 하나코에게 휘둘리고 있는 다케오에게 휘둘리고 있다. 하나코의 일상은 그야말로 수수께끼였다. 하나코는 일하지 않았다. 외출도 하지 않는다. 짐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겉옷 몇 벌과 속옷, 신발 두 켤레, 칫솔, 치약, 껌, 라디오, 책 한 권, 담요 한 장, 로션 한 병, 립스틱 한 개, 그게 전부였다. 따라서 집 안 풍경은 하나코가 출현하기 전과 거의 달라진 게 없었다. “언제까지 있을 건데?” 가끔 나는 물었다. “있을 수 없을 때까지.” 하나코는 언제나 그렇게 대답했다.
(/ pp.44~45)

며칠 전, 학원에서 한 학생이 남자하고 여자하고 어떻게 하면 연인 사이가 될 수 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나오토란 열 살짜리 남자애, 작은 나무 상자에 마무리 니스 칠을 하고 있을 때였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나오토가 알면 가르쳐줄래?” 나오토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페로몬이죠”라고 말했다. “남자나 여자나 이때다 싶을 때, 상대방에게 페로몬을 바바바방 뿜어내서, 그래서 연인이 되는 거래요.” 바바바방.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정말이에요. 우리 아빠가 그랬어요.” 알루미늄 창틀에 괴고 있어서 팔꿈치가 아팠다. 빨갛고 긴 흔적이 남았다. 이것이 현실이다. 객관적인 나의 현실. 그리고 이제 곧 다케오가 이리로 온다. 하나코에게 페로몬을 바바바방 뿜어내기 위해.
(/ pp.57~58)

침대에 벌렁 누워 다케오를 생각한다. 다케오를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학생 시절. 가엾은 다케오. 하나코는 다케오를 사랑하지 않는다. 여름 캠프 떠나기 전날, 하나코는 분명하게 그렇게 말했다. 이 방에서, 이 벽에 기대어. 방에서 모기향 냄새가 났다. 하나코는 목욕을 하고 온몸에 샤워코롱을 발랐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무슨 노래 좀 해봐.” 하나코가 말했다. “다케오 씨가 그러던데. 넌 늘 노래를 흥얼거린다고.” “……늘 그런 건 아니야.”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나는 얼굴을 들고 불만스럽게 말했다. 하나코는 피식 웃었다. “그야 물론 그렇겠지만.” 방에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는 몹시 답답했다. “다케오 씨, 널 굉장히 좋아하는가 보더라.” 웃기고 있네, 하고 생각했다. 웃기고 있네. 그래서 하나코에게 말했다. 너 농담하는 거니? 하나코는 그저 웃기만 했다. “다케오 씨, 자상한 사람이야.” 내가 말하자 하나코는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다케오 씨, 안 좋아해?” 좋아해, 라고 말하고 하나코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더 이상 난처한 표정이 아니다. 늘 보는 온화한 표정. “사랑해?” 다시 묻자, 우습다는 듯 후후후, 하고 웃고는, 아니, 라고 대답했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 정말. “앞으로도?” 응, 이라고 하나코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나는 왠지 두려웠다. 거의 소름이 끼칠 정도로. 라디오에서 페어그라운드 어트랙션의 곡이 흘러나왔다. “노래는 다음에 불러줄게.” 내가 말하자 하나코는 미소 지으며, 그래, 라고 말했다. 한 치의 동요도 없는 아름다운 미소라고 생각했다.
(/ pp.70~71)

저자소개

에쿠니 가오리(Kaori EKUNI)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4.03.21~
출생지 일본 도쿄
출간도서 111종
판매수 290,447권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에쿠니 가오리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1992), 『나의 작은 새』로 로보노이시 문학상(1999), 『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나오키상(2004), 『잡동사니』로 시마세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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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58~
출생지 부산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한 후, 1987년 쇼와 여자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오오츠마 여자 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겐지 이야기』『창가의 토토』『냉정과 열정 사이』『박사가 사랑한 수식』『먼 북소리』『7월 24일 거리』『내 남자』『시간이 스며드는 아침』『다잉 아이』『오 해피 데이』『뻐꾸기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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