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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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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나는 그 사람이 없는 장소에 익숙해질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하느님의 보트에 탔기 때문에…”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한국의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에쿠니가 이번에는 기다림에 관한 소설을 들고 왔다. 에쿠니 작품 중에서 최고의 걸작이라 평가받는 소설 [하느님의 보트]는 한여름 불볕 같은 사랑을 하고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자와, 그런 엄마 곁에서 자라나는 아이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화창한 여름날, 소설의 주인공 요코는 아름다운 이마 뼈를 가진 남자와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요코의 딸 소우코는 그들의 사랑이 남긴 유일한 흔적이다. 요코에게는 세 가지 보물이 있다. 피아노와 ‘그 사람’, 그리고 소우코다. 무더운 9월의 어느 날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난 남자를 기다리며 요코와 소우코는 몇 해째 이 동네 저 동네를 전전하며 지낸다. 고요한 일상 속에서 담담히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두 모녀는 가끔씩 둘 사이를 이어주는 유일한 사람인 남자의 이야기를 나눈다. 이야기하는 쪽은 언제나 엄마 쪽. 딸에게는 아빠에 대한 기억이 없다. 언제까지 떠돌아다녀야 하느냐는 딸의 질문에 엄마는 ‘우리는 하느님의 보트를 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느님의 보트’란 결국 기다림, 그리움을 상징하는 것. 에쿠니 가오리는 이 소설에 대해 소소하고 조용조용한 이야기지만 ‘광기(狂氣)’에 대한 이야기라고 표현하며, 지금까지 자신이 쓴 소설 중 ‘가장 위험한 소설’이라고도 말한다.
오직 그리움에만 사로잡혀 사는 요코의 모습은 흡사 영화 「첨밀밀」 속 주인공의 고모를 연상시킨다. 그리움에 대하여 이보다 더 애절하게 노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요코의 내면 서술은 담담하면서도 가슴을 엘 정도로 뜨거워, 보는 이의 가슴에 서슬 퍼런 멍 자국을 남긴다.

성장소설과 연애소설을 동시에 읽다
어른의 눈높이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두 대의 카메라


“엄마와 나의 인생은, 엄마 말을 빌리자면 ‘아빠를 만날 때까지 이리저리로 구르는 돌 같은’ 인생이다. 벌써 몇 년 전에, 엄마는 그런 인생을 선택했다.”
요코의 삶은 ‘그 사람’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마치 기원전과 기원후처럼.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의 크나큰 터닝 포인트에 마주치게 마련이다. 그것이 달콤한 사랑이든 쓰디쓴 시련이든. 요코에게 그것은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사랑이었고, 그렇기에 그녀 인생에서 ‘그 사람’의 존재는 하느님이나 다름없다.
에쿠니는 두 주인공 요코와 소우코를 번갈아 화자로 등장시키며 그들의 일상과 심경 변화를 치밀하게 서술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엄마와 딸의 시선을 이리저리 오가며 그들 각자의 세계를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소설은 동화부터 에세이, 소설 등 폭넓은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에쿠니의 진가가 가장 극명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오랜 기간 동화를 써왔던 에쿠니 가오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긴 세월의 풍파를 겪은 어른의 감성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성장해가는 아이의 감성 변화를 상당히 능숙하게 그려냈다. 한마디로 [하느님의 보트]는 어른의 눈높이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두 대의 카메라로 촬영된 두 시각의 문학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어린 독자는 소우코의 심리 변화와 성장 과정에 공감하며 성장소설로 읽을 수 있고, 성인인 독자는 요코의 감성에 젖어들어 달콤하지만 하염없이 쓸쓸한 연애소설로 감상할 수 있다.

과거에 머무르는 엄마, 미래로 나아가려는 딸…
엄마와의 탯줄을 조금씩 잘라나가는
어린 소녀의 가슴 아프지만 아름다운 성장


이 작품의 가장 두드러지는 감상 포인트는 요코와 소우코, 두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그들 사이의 간격이 멀어지는 과정이다. 소우코에게 아빠에 대한 기억이란 요코, 즉 엄마를 통해 들은 것이 전부다. 어린 시절부터 엄마를 통해서만 아빠를 알아온 소우코는 마치 태아가 탯줄을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듯 엄마의 말을 통해 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을 고스란히 떠안는다. 심지어 엄마의 기억이 마치 자신의 기억인 양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살 한 살 성장해가면서 아이는 엄마의 이야기에서 일종의 헛된 망상, 광기 어린 기다림이 불러온 환상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하나의 장소와 인연에 적응하고 정을 붙이기 무섭게 이사를 가야 하는 소우코의 운명은 엄마의 끈질긴 집착에 대한 반감과 불만을 불러온다. 그리고 결국 엄마와의 생활에서 벗어나는 길을 택한다.

― 나는 현실을 살고 싶어. 엄마는 현실을 살고 있지 않잖아.
나는 소우코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얼굴을 찡그리며 울음을 터뜨린 소우코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 미안해.
조그만 목소리로, 괴롭다는 듯 소우코가 말했다.
― 뭐가 미안하다는 건데?
소우코가 훌쩍거렸다. 훌쩍거리다 울음을 그치려 코를 풀고는 또 훌쩍거렸다. 그러고는 또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 엄마의 세계에 계속 살아주지 못해서.

언제까지나 엄마의 세계 속에 공존할 수 없다는 두려움과,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선택에 죄책감을 느끼는 소우코의 혼란스러운 감정은 독자의 연민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편 자신의 생활 속에 존재하는 하나밖에 없는 피붙이인 딸이 자신으로부터 멀어져감을 느끼는 요코의 절망 또한 독자의 가슴에 그대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불러온다. 소우코의 이러한 심경 변화를 통해 요코는 조금 더 객관적인 눈으로 자신과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해묵은 갈망과 절망은 조금 더 깊어져간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모녀의 간극, 엄마를 향한 정서적 탯줄을 조금씩 잘라나가는 딸의 모습. [하느님의 보트]는 연애와 사랑의 문제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담고 있어 더 많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에쿠니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를 그녀들만의 하느님의 보트에 태워, 지평선 너머 아득한 환상의 세계로 데려다놓는다. 애절한 사랑이 남긴 기다림, 그리고 그 기다림이 남긴 부서지고 닳은 ‘하느님의 보트’는 어쩌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속 깊이 품고 살아가는 그리움의 다른 이름인지도 모른다.

줄거리

화창한 여름의 어느 날 요코는 ‘뼈마디까지 녹아버릴 듯한’ 사랑에 빠진다. 둘은 불같은 사랑을 하고, 이들의 사랑의 결과로 소우코가 태어난다. 하지만 소우코가 생겼다는 사실을 채 알아채기도 전에, 요코의 사랑은 일상에서 사라진다. 어디에 있든 반드시 자신을 찾아내겠다며 어느 날 홀연히 떠난 남자를 기다리며 요코는 딸을 데리고 이 동네 저 동네를 방랑하며 지낸다. 매일같이 그 사람을 생각하고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딸의 모습을 통해 그 남자를 그리면서, 그리고 가끔씩 딸에게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며. ‘하느님의 보트에 탔기 때문에 절대 한 장소에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는 엄마의 말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따르던 요코는 사춘기에 접어들며 점차 엄마의 집착에 대한 반감을 품게 되고, 적막하지만 강력한 결속력에 기대어 살던 이들의 일상에 잔잔한 파도가 일기 시작한다.

목차

1997. 다카하기
첫눈
일요일
모모이 선생님
1999. 사쿠라
여름방학
우바가 연못
뼈마디까지 녹아버릴 듯한 사랑
가을바람
2001. 즈시
짧은 머리
스프링 해즈 컴
국도
토끼 모양 사과 한쪽
2004. 도쿄

작가의 말
작품 해설

본문중에서

엄마가 아빠를 처음 만났을 때, 엄마는 스물세 살이고 아빠는 스물여섯 살이었다.
아빠가 옛날에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만약 초등학생 때 만났더라면, 당신 어깨에 상처가 나도록 하지 않았을 거라고.
중학생 때 만났더라면, 같이 먼 곳으로 떠났을 거라고.
고등학생 때 만났더라면, 난 당신에게 들려주기 위해 매일 기타를 쳤을 거라고.
만약 대학생 때 만났더라면, 지금 나와 당신은 절대 여기 있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엄마의 어깨에는 싸워서 생긴 상처의 조그만 흉터가 남아 있고, 중학생 때의 엄마는 어느 날 혼자서 집을 나갔다. 고등학생 때의 엄마는 코튼 캔디색 머리를 하고 혼자서 날마다 춤을 추러 다녔다.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 엄마는 지금 여기에 있다.
('2001. 즈시' 중에서/ pp.163~164)

그 사람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게 아니야.
걸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그 사람을 만난 후의 세계야. 그러니까 괜찮아. 다 괜찮아.
마치 기원후과 기원전 같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 보면 역시 그 사람은 나의 하느님인 것이다.
― 난 반드시 당신을 찾아낼 거야.
그 사람은 그렇게 말했다.
('짧은 머리' 중에서/ pp.194~195)

엄마와 나의 인생은, 엄마 말을 빌리자면 ‘아빠를 만날 때까지 이리저리로 구르는 돌 같은’ 인생이다. 벌써 몇 년 전에, 엄마는 그런 인생을 선택했다.
― 엄마가 선택한 거야.
언젠가 ‘엄마가’를 강조하면서 엄마는 말했다. 나를 무릎에 앉히고 내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 그러니까 끝내 아빠를 만날 수 없어도, 우리가 언제까지나 구르는 돌 같아도, 그건 아빠 탓이 아니야.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선택은 엄마가 했지 내가 한 게 아니다.
― 아빠는 약속을 어겨?
그때 아직 어렸던 나는 불안해서 그렇게 물었다.
― 약속?
엄마가 되물었다.
― 우리가 어디에 있든 아빠는 반드시 찾아낼 거잖아? 그러기로 약속했다면서?
아아, 하며 엄마가 따스하게 미소 지었다.
― 물론 아빠는 약속을 어기지 않아.
그리고 내 머리에 키스하고서 이렇게 말했다.
― 아빠의 약속은, 그 약속의 말이 입을 떠나는 순간 이미 지켜진 거야.
('스프링 해즈 컴' 중에서/ pp.199~200)

― 이게 현실이야.
내 얼굴을 보지 않은 채 그렇게 말한다.
― 나는 현실을 살고 싶어. 엄마는 현실을 살고 있지 않잖아.
나는 소우코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얼굴을 찡그리며 울음을 터뜨린 소우코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 미안해.
조그만 목소리로, 괴롭다는 듯 소우코가 말했다.
― 뭐가 미안하다는 건데?
소우코가 훌쩍거렸다. 훌쩍거리다 울음을 그치려 코를 풀고는 또 훌쩍거렸다. 그러고는 또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 엄마의 세계에 계속 살아주지 못해서.
('국도' 중에서/ pp.228~229)

저자소개

에쿠니 가오리(Kaori EKUNI)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4.03.21~
출생지 일본 도쿄
출간도서 111종
판매수 290,447권

1964년 도쿄에서 태어난 에쿠니 가오리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는』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1992), 『나의 작은 새』로 로보노이시 문학상(1999), 『울 준비는 되어 있다』로 나오키상(2004), 『잡동사니』로 시마세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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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58~
출생지 부산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을 수료한 후, 1987년 쇼와 여자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오오츠마 여자 대학과 도쿄 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했다.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겐지 이야기』『창가의 토토』『냉정과 열정 사이』『박사가 사랑한 수식』『먼 북소리』『7월 24일 거리』『내 남자』『시간이 스며드는 아침』『다잉 아이』『오 해피 데이』『뻐꾸기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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