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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은 제6시집 《당신/둘》에 수록된 시들은 무수한 사랑의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다. 저자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느껴지는 다채롭고 예민한 감정들을 마치 고해성사처럼 한 폭의 산수화를 완성하듯 세심하고 감미롭게 빼곡히 담아 그려 놓았다.

■ 책소개

사랑의 진실된 공간과 가치는 어떤 것일까. 함께해야만 사랑의 진실된 공간은 충족되는 것일까. 함께해야만 사랑의 진실된 가치는 성취되는 것일까. 그냥 그리움만으로도 충분한 건 아닐까. 멀리서 바라보며, 님의 행복을 빌어 주며, 성실히 알차게 살아가는 삶, 그 속에 진정한 사랑의 가치가 숨쉬는 건 아닐까. 사랑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감성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박봉은 제6시집 《당신/둘》에 수록된 시들은 무수한 사랑의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다. 어떤 사랑이 진실된 것일까.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것일까. 사랑의 가치는 어디에 두어야 하는 것일까. 진실된 사랑의 공간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사랑은 함께해야만 완성되는 것일까. 그냥 그리움만으로도 사랑을 완성시킬 수는 없을까. 사랑은 그리움 속에서 성장하고 완성되는 건 아닐까.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의 보상을 받은 건 아닐까.
무수한 질문에 질문을 쏟아내게 만드는 박봉은 시인의 제6시집,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시심들, 만나고 또 만나도 질리지 않는다. 그 이 점이 늘 독자들의 가슴을 흡족하게 해주는 건 아닐까.
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中에서
《박봉은 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中에서
- 한실 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작가의 말

이제 또다시 2015년 을미년 나의 환갑을 맞이하면서 생애 여섯 번째 시집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2010년에 출간한 제1시집 “당신만 행복하다면”과 제2시집 “아시나요”, 2012년에 출간한 제3시집 “당신에게ㆍ하나”, 그리고 2013년에 출간한 제4시집 “비밀일기”에 이어 2014년에 내놓은 제5시집 “유리인형”도 모두 나에게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2015년 을미년 환갑을 맞이하여 독자 여러분 앞에 다시 새롭게 내놓는 제6시집 “당신에게ㆍ둘”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정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제6시집 “당신에게ㆍ둘”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느껴지는 다채롭고 예민한 감정들을 마치 고해성사처럼 한 폭의 산수화를 완성하듯 세심하고 감미롭게 빼곡히 담아 그려 놓았다.
누구나 사는 동안 쉼 없는 여로를 걸으면서 수많은 느낌과 감정들을 느끼겠지만 이러한 소중한 느낌과 감정들을 하나도 흘려보내지 않고 투명한 그릇에 곱게 담아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끔씩 들여다보고 또 누구나가 볼 수 있도록 꾸밈없이 그려 놓았다.
앞으로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나의 가슴속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꺼내 펼쳐 나가겠다. 계속 변함없는 사랑과 관심으로 지켜봐 주고 격려해 주기를 바란다.
그동안 지도해 주시고 이끌어 주신 한실문예창작 지도 교수 박덕은 박사님, 그리고 오랜 세월 함께 문예 창작의 길을 걸어오고 있는 한실문예창작의 여러 문우님들, 그리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친지, 친구, 지인들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히 사랑하는 나의 아내와 큰딸, 작은딸, 아들, 그리고 사위, 나의 행복덩어리 외손자에게 나의 뜨거운 사랑을 보낸다.

2015년 8월 뜨거운 태양의 열정을 온몸에 흩뿌리며
시인, 화가 박봉은

박봉은 시인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 박덕은
작가의 말
祝詩 - 박덕은

당신에게ㆍ둘

당신에게ㆍ74
-박봉은
으슴츠레 스잔함은
소리 없이 발밑으로 다가와
바짓자락 잡고 칭얼대며
지금 저렇게
요란을 떨고 있습니다

덩달아 나의 마음까지도
깊이 묻어 두었던
피멍 든 추억 한 쪼가리를
꺼내 듭니다

쉽게 이별을 허락했던
연분홍빛 상념의 모순을
이제서야 발견하고
가슴속에 담아 보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이제 색이 바랠 대로 바래
당신의 모습이
거의 희미해져 버린 지금

당신에 대한 보고픔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짙은 갈색으로
거칠게 물들어만 갑니다.


당신에게ㆍ93
-박봉은
전혀 다른
세상에서 태어났었고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랐던 우리

당신과 나 사이의 허물은
모두 닳고 닳아
이젠
수정처럼 투명해진 지 오래

마음의 정원밭에
굳게 닫혀 있던 철문도
흔적없이 녹아 버린 지 오래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오래 전부터
심장도 하나
가슴도 하나
머리도 하나가 되어 버렸습니다.


당신에게ㆍ94
-박봉은
사랑하는 당신
울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그냥 소리 내서 엉엉 울어 버려요

철없던 아이들처럼
그냥 후련하게
목청껏 울어 버려요

울음 뿌리
송두리째 뽑아내 버려요

그리고
다시는 울지 말아요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눈 크게 뜨고 쳐다봐요

우리가 꿈꾸는 천국은
우리 마음속에 있어요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바로 우리 가슴속에 있어요.


당신에게ㆍ95
-박봉은
이제야 돌이켜 생각하면
무얼 하겠습니까

사라진 안개 찾아보듯
이미 다 지나간 일입니다

다시 돌이켜보려 해도
이미 희뿌연 시간더미에
깊숙이 파묻혀 있습니다

나도 한때나마
당신의 향기에 취해
온몸을 던졌습니다

정신 차려 본 그곳엔
시커멓게 불에 탄
상처들만
처참히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탓하기 전에
거울을 들여다보고
상처 난 곳을 소독하고
입술에 힘을 주고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뎌 봅니다

신발 질끈 동여매고
옷깃 잔뜩 여미고
앞만 보고 힘차게.


당신에게ㆍ100
-박봉은
심장이 염산에 타 녹아내리는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당신과 헤어져야만 한다는 것도
너무 아프고

이제껏 당신의 마음을 슬프게 했던 것도
너무 아프고

여태까지 당신에게 잘해 주지 못한 것도
너무 아프고

생각하는 시간도
너무 아파서

영원히
잠들고 싶습니다

지금 이 시간
아무것도 모른 채
아무것도 기억을 못한 채
그저 천년바위처럼
영원히 잠들고 싶습니다.


당신에게ㆍ104
-박봉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건만
당신은 자꾸만
변했다고 이야기하네요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
당신 눈에는 또렷하게
보인다고 이야기하네요

아니라고 해도
달라진 게 없다 해도
믿어주지를 않네요

희뿌연 물안개 속을
휘청휘청 걷고 있으면서도
앞이 잘 보인다고 이야기하네요

볼 때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안 봐도 될 때는 보려고 애쓰며
서 있네요

안타까움에 촛불을 켜 보지만
그것도 잠시
휘청거리는 몸짓에
가느다란 촛불마저
조용히 숨을 거두고 마네요.


당신에게ㆍ119
-박봉은
어제 나는 문득
당신의 하얀 미소 뒤에 가려진
진한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그 슬픔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잘 모릅니다

당신의 눈가에
외롭게 흐르는
짜디짠 회한 한 줄기도 보았습니다
그게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나는 아직 잘 모릅니다

당신의 떨리는 목소리에서
소리 없이 묻어 나오는
긴 한숨도 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나는 아직 잘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