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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패의 검성 미야모토 무사시 9 : 무의 장

원제 : 宮本武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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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

    무예 고수들과의 60여 차례 대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 [미야모토 무사시]가 완역 출간됐다. 일본의 국민작가 요시카와 에이지의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걸작인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에서 2,00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만화 [배가본드]의 원작이다.

    이 책은 [미야모토 무사시] 시리즈 10권 중 9권이다. 다이조의 사주를 받고 군주를 암살하기 위해 에도 성에 잠입한 마타하치의 위기, 사사키 고지로의 결투 신청을 받아들이는 무사시의 결연한 의지, 생사를 가르는 위기의 순간과 맞닥뜨린 이오리와 곤노스케의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책은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섬세한 묘사와 강한 필치로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을 종합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또한 일본 문화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있는 역자의 충실한 번역이 더해져 만화 [베가본드]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소설적 깊이, 무사시의 삶과 고뇌와 철학 등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검 하나로 전설이 된 일본 제일의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

    60여 차례의 검술 대결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의 치열했던 삶이 일본 대표 국민작가인 요시카와 에이지를 통해 다시 부활한다. 요시카와 에이지의 [미야모토 무사시]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 [베가본드]의 원작으로,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섬세한 묘사와 강한 필치로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을 종합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역사소설과 액션 활극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서 무사시의 삶을 밀도 있게 다루는 한편, 이 소설을 대하소설로서의 위치까지 끌어올린다.
    잘 알려진 바대로 미야모토 무사시는 여러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쌍검을 사용하는 이도류(二刀流)를 창안해 일본의 여러 검술 유파를 제치고 정점에 오른 무사다. 하나의 장검을 사용하는 일도류(一刀流)와 달리, 무사시의 이도류는 서로 길이가 다른 두 개의 검을 사용함으로써 실전에서 즉각적인 공격과 방어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다른 유파를 앞지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소설을 통해 무사시가 이도류를 창안하게 된 과정을 속도감 있는 문체로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눈앞에서 무사시의 시합이 벌어지는 것 같은 사실적인 대결 장면의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영화를 보는 것처럼 당시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미야모토 무사시]의 또 다른 재미는 무사시와 관련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추적해 나가는 데 있다. 작가는 무사시의 일대기를 이야기하면도 주변 인물들이 그려나가는 에피소드를 놓치지 않는다. 무사시의 두 제자인 ‘조타로’와 ‘이오리’를 비롯해 무사시를 향한 눈물겨운 사랑을 포기하지 못하는 ‘오츠’,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으나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면서 적이 되는 ‘마타하치’, 무사시에 대한 깊은 원한을 갚으려는 마타하치의 어머니 ‘오스기’, 그리고 무사시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자 자극제인 ‘사사키 고지로’ 등. 무사시와 끊임없이 관계하면서 그를 성장시키는 다양한 주변 인물들의 존재는 이 소설의 재미와 깊이를 더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다.

    검술과 병법, 예술을 모두 섭렵한 미야모토 무사시
    그의 사랑과 인간적인 고뇌, 삶의 철학을 생생하게 말한다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 내에서 존경받는 무예가 중 한 사람으로 탁월한 검술 실력뿐 아니라 병법가로서도, 예술가로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이 소설을 통해 무사시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결정적인 사건들을 반추하면서 그의 생애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맨손으로 쇠뿔을 잘랐다는 ‘최배달’이 존경하여 스승으로 삼았다고 할 만큼 미야모토 무사시는 일본 내에서 무예가로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칭송받는다. 당대 손꼽히는 무예 고수들과의 목숨 건 시합에서 월등한 실력으로 승리를 거머쥔 그는, 그러나 단순히 검술 실력만 뛰어난 무사가 아니었다. 뛰어난 병법가로서 무사시는 여러 유파의 고수들과의 대결을 통해 실전에서 가장 효과적인 검술과 병법을 찾고자 끊임없이 연구했다. 특별히 무예 스승을 두지는 않았지만 그는 시합을 통해 자신의 검술의 부족한 면을 찾았고 여러 병법서를 탐독하면서 ‘무(武)’의 이치와 원리, 지혜 등을 구했다. 그것을 바탕으로 그는 [오륜서(五輪書)]라는 자신만의 병법서를 남겼으며 오늘날 세계적인 병법서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예나 서예와 같은 예술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꾸준히 배우고 연구하면서 자신의 실력을 키워 나갔다. 그 결과 [고목명견도(枯木鳴鵑圖)], [포대관투계도(布袋觀鬪鷄圖)] 등 무사시의 화풍이 담긴 수묵화는 오늘날에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한 무사시가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과 세상의 이치를 터득하고 이를 주변의 백성들에게 일깨워 주면서 당대에 필요한 정치란 무엇이 구하고자 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무사시는 전국의 패권을 두고 난립하던 당대의 다이묘와 막부의 정치를 바로 보게 되었고 정치에 대한 식견을 쌓으면서 올바른 정치가가 되고자 하는 포부를 세운다. 이는 당대의 무사들이 관직을 통한 입신(立身)에 뜻을 두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소설 속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무사시가 걸어가고자 했던 길은 단순히 ‘칼을 잘 쓰는’, 자신의 이름을 떨치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평범한 무사의 길이 아니었다. 그는 검술와 예술과 정치와 삶을 하나로 연결시키면서 인간의 도리와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근본적이고 궁극적인 원리를 찾고자 했다. 그가 창안한 이도류도 그러한 노력의 결과이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무사시의 원대한 업적을 이야기한다. 세키가하라 전투 직후부터 숙명의 라이벌인 사사키 고지로와의 대결까지, 작가는 무사시의 행적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그리면서 그가 일생에 걸쳐 후대에 남긴 업적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그 단초들을 보여 준다. 즉 작가는 소설을 통해 무사시의 불꽃같았던 청년기의 삶을 그려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독자들은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미야모토 무사시’를 다각도로 보면서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회화나무 아래/ 할죽/ 고지로의 편지/ 단심/ 천음/ 춘고조/ 광란/ 삼나무 씨앗/ 보장원과 십륜원/ 두 소년/ 대일여래/ 고금소요/ 끈/ 잠행/ 사카이 항구/ 간류 사사키 고지로

    본문중에서

    마타하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직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목숨도 붙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이다.’
    마타하치는 어딘가에서 곡괭이를 들고 와서 자신의 목숨을 파내듯 나무 밑을 파기 시작했다. 곡괭이로 한 번 내리치고는 그 소리에 놀라 날카로운 눈으로 사방을 살폈다. 다행히 순찰을 도는 보초들의 모습도 눈에 띄지 않았다. 마타하치는 점차 대담하게 곡괭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구덩이 주위에 흙이 언덕처럼 쌓였다. 그는 땅을 파는 개처럼 정신없이 주변을 파헤쳤다. 하지만 아무리 파도 땅속에서는 흙과 돌밖에 나오지 않았다.
    ‘누가 먼저 파낸 것이 아닐까?’
    마타하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곡괭이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얼굴과 팔이 땀에 흥건하게 젖었고 그 땀에 흙이 튀어 흙탕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숨을 헐떡였다.
    “쿵, 쿵.”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무언가 곡괭이 끝에 덜컥하고 걸렸다. 가늘고 긴 것이 구덩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있다!”
    마타하치는 곡괭이를 내던지고 구덩이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런데 철포라면 녹이 슬지 않도록 기름종이에 싸서 넣어 두거나 상자 속에다 넣어 두었을 텐데 손끝에 닿는 것은 왠지 감촉이 이상했다. 그래도 기대감을 가지고 무를 뽑듯 쑥 뽑아 보니 그것은 바로 사람의 다리나 팔 같은 백골이었다.
    “아…….”
    마타하치는 곡괭이를 들 기력조차 없었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조차 들었다. 회화나무를 올려다보자 밤이슬과 별이 빛나고 있었다. 꿈은 아니었다. 나무의 잎사귀를 하나하나 셀 수 있을 만큼 의식은 또렷했다. 분명 다이조는 이 나무 밑에 총을 묻어 둔다고 했었다. 그 총으로 히데타다를 쏘라고 했었다.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었다. 그런 거짓말을 해서 그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 총은 고사하고 녹슨 쇠붙이 하나 나오지 않으니 어떻게 된 일일까?
    “…….”
    철포가 보이지 않자 마타하치는 또 불안해졌다. 파헤친 나무 주위의 흙을 발로 휘저으며 찾아보았다.
    그때, 등 뒤로 누군가 다가왔다. 그는 지금 온 것 같지 않았다. 아까부터 심술궂게 숨어서 마타하치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던 듯했다. 그가 갑자기 마타하치의 등을 때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무얼 찾느냐?”
    마타하치는 깜짝 놀라 온몸에 힘이 빠진 듯 자신이 판 구덩이 속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뒤를 돌아본 마타하치는 한동안 멍한 눈길로 상대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제정신이 돌아온 듯 신음 소리를 흘렸다.
    (/ pp.17~18)

    무사시가 다시 그림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아마 그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북송北宋과 남송南宋의 뛰어난 그림들, 또 히가시東 산 근처의 명인들이 그린 그림. 그리고 현대화로서 그려지던 산라구山樂가나 유쇼友松가나 가노狩野가의 작품들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았다. 그 그림들 중에는 무사시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있었다. 양해의 호방한 필치는 그의 눈에도 거장의 힘을 느끼게 했고, 본래 무인이었던 가이호유쇼海北友宋는 만년의 절조와 그림 자체를 스승으로 삼기에 족하다고 생각했다. 또 교토 외곽의 폭포가 있는 절에 은둔하고 있다는 쇼가도 쇼조松花堂昭承의 담백하고 즉흥적인 그림에도 마음이 끌렸다. 무사시는 쇼가도 쇼조가 다쿠안과 막역지우라는 말을 듣게 되자 그의 그림을 흠모하는 마음이 한층 더 깊어졌다. 하지만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은, 비록 같은 하늘의 같은 달을 보고 걷는다 해도, 그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무사시는 때로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혼자 몰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덧 그는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이성은 살아 있지만 감성이 죽어 있었다. 그저 잘 그리려고만 할 뿐 본연의 진실한 모습을 그릴 수가 없었다. 무사시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그만두었지만 문득 어떤 감흥이 생기면 남몰래 다시 그림을 그려 보곤 했다. 양해를 모방하고 유쇼의 흉내를 내고 때로는 쇼가도의 화풍을 따라하곤 했다. 조각은 두세 명에게 보여 준 적이 있지만 그림은 다른 사람에게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다.
    “좋다!”
    무사시는 단숨에 육첩 병풍에 그림을 그렸다. 시합이 끝난 뒤 한숨을 몰아쉬듯 가슴을 펴고 조용히 붓을 씻은 무사시는 자신이 그린 그림을 쳐다보지도 않고 넓은 대기실을 서둘러 나갔다. 장엄한 성문 밖으로 나온 그는 뒤를 돌아다보았다.
    ‘들어가는 것이 영달의 문인가, 나오는 것이 영광의 문인가?’
    다다카쓰가 돌아왔을 때는 넓은 방 안에 아무도 없었고 아직 끝이 젖어 있는 붓과 병풍만 남겨져 있었다. 병풍의 일면에는 무사시가 그린 무사시노 그림이 있었다. 자신의 단심丹心을 드러내듯 커다란 해가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가을 들판은 모두 검은 먹색이었다. 한동안 그림 앞에서 팔짱을 끼고 묵묵히 앉아 있던 다다카쓰가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아아, 들판에 호랑이를 놓아주었구나!”
    (/ pp.73~75)

    그것은 단둘이 만나자는 약속이었다. 함께 온 어른들이 시합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우시노스케가 오라는 눈짓을 하자 이오리는 곤노스케에게 말하지 않고 사람들 틈에서 빠져 나왔다. 우시노스케도 효고와 스케구로 알아차리지 않게 몰래 그곳을 빠져 나와 흥복사 탑 아래까지 왔다.
    “어이.”
    “뭐?”
    높은 오층탑 아래에서 작은 두 명의 무사가 서로를 노려보았다.
    “목숨이 잃더라도 나중에 원망하지 마라.”
    이오리가 말하자 우시노스케가 대꾸했다.
    “건방진 소리를 하는군.”
    칼을 가지고 있지 않던 우시노스케가 봉을 주워 들자 칼을 가지고 있던 이오리가 그 칼을 뽑아 들고 달려들었다.
    “이 자식!”
    우시노스케가 펄쩍 뛰며 뒤로 물러나자 이오리는 그가 겁을 집어먹은 줄 알고 쫓아가며 칼을 내리쳤다. 그 순간, 우시노스케는 이오리를 삼씨로 생각하고 뛰어오르면서 발로 이오리의 얼굴을 공중에서 걷어찼다.
    “악!”
    이오리는 한 손으로 귀를 감싸고 넘어졌지만 이내 벌떡 일어나서 칼을 내리쳤다. 우시노스케도 봉으로 내리쳤다. 이오리는 무사시의 가르침은 물론이고 평소에 곤노스케에게 배운 것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자신이 칼을 휘두르며 들어가지 않으면 상대에게 얻어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눈, 눈이다’ 하며 무사시가 입이 닳도록 강조했던 말은 머릿속에 없었다. 이오리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맹목적으로 칼을 휘두르며 상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기다리고 있던 우시노스케는 몸을 피하더니 봉으로 이오리를 흠씬 두들겨 쓰러뜨렸다.
    “으으으…….”
    이오리는 일어설 수가 없었다. 칼을 쥔 채 땅에 엎드리고 말았다.
    “내가 이겼다!”
    우시노스케는 자신이 자랑스러웠지만 이오리가 움직이지 않자 갑자기 겁에 질렸는지 산문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 pp.141~142)

    상점의 젊은 자들은 우선 이오리의 허리에서 칼을 빼앗고는 손을 뒤로 묶어서 상점 앞에 잔뜩 쌓여 있는 짐짝 하나에 원숭이 새끼처럼 묶었다.
    “여기서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어 보거라.”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는 웃으면서 돌아갔다. 이오리는 부끄러움을 가장 중히 여기고 있었고 스승인 무사시나 곤노스케에게 평소에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었다. 그런데 이런 꼴을 남들에게 보이자 이오리는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했다.
    “풀어 줘!”
    그렇게 외쳐도 소용이 없자 이오리는 갑자기 빌기 시작했다.
    “다신 안 그럴게요.”
    그래도 용서해 주지 않자 이번에는 욕을 해 대기 시작했다.
    “바보, 멍청이 노인네. 이런 집에 있고 싶지 않으니 어서 밧줄을 풀고 칼을 돌려줘!”
    그러자 사베가 다시 오더니 이오리 입에 천을 밀어 넣었다.
    “시끄럽다!”
    이오리가 그의 손가락을 꽉 물고 늘어지자 사베는 젊은이를 불러서 말했다.
    “입을 동여매라.”
    이오리는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길을 가던 사람들이 모두 바라보며 지나갔다. 특히 이곳 강어귀와 도진마치의 강가는 배를 타는 사람들이나 짐꾼과 행상을 하는 여자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이었다.이오리는 재갈이 물린 채 신음 소리를 내며 몸부림을 치고 머리를 버둥거리다가 마침내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그 옆에서 짐을 실은 말이 흥건히 소변을 보았다. 소변의 거품이 이오리 쪽으로 흘러왔다. 이오리는 속으로 칼도 차지 않고 건방진 소리도 하지 않을 테니 밧줄만 풀어 주기를 바랐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때였다. 이미 한여름에 가까운 무더위에 여자들이 쓰는 삿갓을 쓰고 가느다란 대나무 지팡이를 들고 삼베옷을 짧게 걷어 올린 여인이 짐말 맞은편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응? 앗!’
    이오리의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그 여인의 하얀 옆얼굴로 향했다.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더니 온몸이 달아오르면서 정신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여인은 곁눈질도 한 번 하지 않고 상점 앞을 지나치고 말았다.
    ‘누, 누나다. 오츠 누나다!’
    이오리는 목을 길게 빼며 오츠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도 그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 pp.220~222)

    저자소개

    요시카와 에이지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일본 요코하마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요코하마 출생, 본명은 히데쓰구(英次). 일본 대중문학의 일인자로 국민작가적 지위에 오른 소설가. 가난했던 가정 형편 탓에 소학교를 중퇴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1910년에 상경하여 단시短詩 동인에 들어가 인간관찰의 깊이를 더했다. 1921년 고단샤 잡지의 현상 공모에 당선, 이듬해에 신문기자가 되었다. 이후로 활발한 문학 활동을 전개하다 1925년에 비로소 요시카와 에이지라는 이름으로 '킹' 창간호에 작품을 발표하여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고 1926년에 [나루토 비첩鳴門秘帖]으로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초기에는 상상력이 풍부한 소설을 지향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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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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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대학교 법학부 신문학과 졸업. 월간지, 주간지 기자를 하였고 한‧일 문화교류 잡지 편집장으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번역서로는 ‘기품 있게 말버릇 바꾸기’, ‘욱하는 마음 다스리기’, ‘화를 다스리면 인생이 변한다’, ‘대화의 힘’, ‘여성고객의 마음을 움직여라’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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