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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열 : 사쿠라기 시노 연작소설집[양장]

원제 : ホテルロ?ヤ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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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며 호텔 로열로 찾아드는 남녀의 폐색감, 공허함 그리고 고독!

    제149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사쿠라기 시노의 『호텔 로열』. 침체된 일본 문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이 작품은 홋카이도 동부 구시로 시의 습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러브호텔 ‘호텔 로열’을 무대로 한 일곱 편의 연작소설집이다. 실제로 홋카이도 구시로 시에서 아버지가 ‘호텔 로열’이란 러브호텔을 경영해 열다섯 살 때부터 객실 청소 등의 일을 거들었던 저자는 남녀의 마지막 종착점을 목격했다. 저자는 오랜 세월 가슴 속에 응어리져있던 그런 경험들을 이 소설을 쓰며 마주하고자 했다.

    수록된 작품들은 호텔 로열이 폐허로 변한 현재에서부터 개업하기 전인 40년도 더 된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이미 폐업한 지 오래인 그곳에서 누드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온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셔터 찬스’, 허무하게 꺼져버린 거품 경기로 인해 가계 불황에 허덕이던 중년 부부가 우연히 생긴 5천 엔으로 호텔 로열에서 거품 같은 두 시간의 추억을 갖게 되는 ‘거품 목욕’, 꿈이 있는 장소를 제공했다는 일념으로 아내도 자식도 버린 채 임신한 첩과 호텔 로열을 개업할 꿈에 부푼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선물’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출판사 서평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제149회 나오키상 수상작
    일본에서 지금 가장 주목받는 작가 사쿠라기 시노의 기념비적인 작품


    폐허가 된 러브호텔, 시간을 거꾸로 돌려 그 주변의 인간 군상을 그려냈는데 각 인물의 소소함, 허망함, 우스꽝스러움이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좋았다. 『호텔 로열』을 읽노라면 인간을 묘사하는 데 오래된 것, 새로운 것이란 없다, 근원을 그려내면 된다는 당연한 일을 새삼 깨닫게 된다. _하야시 마리코

    찬찬히 읽어보면 등장인물들은 필사적으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원하고 있다. 거기에는 결코 부정적이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 어둡기만 한 작품이 결코 아니다. 특히 이 문장력,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묘사하면서 군데군데 눈이 휘둥그레지게 하는 선명한 표현이 보인다. 폐허가 된 호텔에서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그 호텔의 출발점을 그려내는 구성도 매우 재미있는 취향이지만, 각 이야기가 서로 미묘하게 얽혀 드는 구성 또한 재미있다. _아토다 다카시

    구제되어야 할 사회의 구조적 결함으로서의 ‘빈곤’이 아니라, 수치화할 수도 없으나 많은 사람이 실감하고 결코 피하기만 하지는 않았던 ‘생활고’. 『호텔 로열』은 그것을 그려내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작품이다. _미야베 미유키

    온다 리쿠, 미나토 가나에, 하라다 마하, 이토 준, 미야우치 유스케라는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서 2013년 제149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사쿠라기 시노의 『호텔 로열』(2013)이 양윤옥의 번역으로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사쿠라기 시노는 우리나라 독자에게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일본에서는 올요미모노신인상, 시마세연애문학상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 마쓰모토세이초상, 오야부하루히코상, 나오키상 후보에도 오른, 평단과 독자로부터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다. 등단한 지 이제 12년, 열세 권의 단행본을 선보이면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호텔 로열』은 나오키상 수상 이후 한 달 동안에만 무려 40만 부가 팔리는 등 그녀의 작품들은 침체된 일본 문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호텔 로열』은 홋카이도 동부 구시로 시의 습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러브호텔―‘호텔 로열’을 무대로 한 일곱 편의 연작소설집이다. 변두리의 러브호텔을 무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사쿠라기 시노는 “현실에서 무대 뒤를 볼 수 있는 세계였기 때문에”라고 말하는데, 그녀 자신이 홋카이도 구시로 시에서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녀의 아버지가 구시로 시내에서 ‘호텔 로열’이란 러브호텔을 경영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주거를 해결했으므로 집에 항상 타인이 드나들어 다양한 인간을 마주할 수 있었던 한편으로, 열다섯 살 때부터 객실 청소 등의 일을 거들면서 “미스터리 소설을 결말부터 읽는 것처럼 느닷없이 남녀의 마지막 종착점을 목격해버렸”고, 그런 경험들이 오랜 세월 가슴속에 응어리져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호텔 로열』은 살아오면서 줄곧 마주하고 싶었던 것을 써 내려간, 그녀 자신의 표현대로 “스스로의 작가 인생의 일대 전환점”이 된 특별한 작품이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은 무엇 하나 헛된 것이 없구나 생각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나밖에 쓰지 못하는 한 문장이 있다고 믿고 써 내려갔기 때문에……”(나오키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남자든 여자든 몸을 이용해 놀아야만 할 때가 있다―”
    성性이 아닌 생生의 금기를 담담히 건드리는 연작소설 일곱 편


    어이없을 만큼 암울한 현실에 놀라고, 등장인물을 향해 분개했다. 이윽고 그것이 우리 곁의, 바로 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아프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울뿐인 윤리관을 뒤엎고 진정한 올바름을 찾아내는 것은 삶의 신산고초를 지그시 버텨낸 이들이었다. 이런 이야기, 사쿠라기 시노, 정말 소설이란 얼마나 멋진 것인가. _옮긴이 양윤옥

    『호텔 로열』의 독특한 점은 일곱 개의 이야기가 호텔 로열이 폐허로 변한 현재에서부터 개업하기 전인 40년도 더 된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셔터 찬스」는 이미 폐업한 지 오래인 호텔 로열에 누드 사진을 찍기 위해 찾아온 남녀의 이야기로, 더 이상 좌절하고 싶지 않다는 남자와 그의 카메라 앞에 알몸으로 선 여자의 엇갈림을 그렸다. 「금일 개업」은 가난한 절을 살리기 위해 후원자들에게 봉사해오다가 쾌락에 눈뜨고 만 주지의 아내와 이를 알아차리게 되는 남자로서는 불능인 주지의 이야기로, 여기서는 이미 폐허인 호텔 로열의 사장이 세상을 떠나 아무도 수습해 가지 않는 유골이 된 모습이 그려진다. 「섹꾼」은 호텔 로열이 폐업하는 날, 객실에서 일어나는 남녀의 일은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이라 여기며 청춘을 아버지의 꿈인 호텔 로열에 다 바친 여자와 시청 공무원이었다가 상사 아내와의 불륜에 빠져 결국 성인용품을 팔게 된 남자가 처음으로 손님으로서 호텔 로열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이다. 「거품 목욕」에서는 허무하게 꺼져버린 거품 경기로 인해 가계 불황에 허덕이는 중년 부부가 그려지는데, 그들은 우연찮게 생긴 5천 엔으로 호텔 로열에서 거품 같은 두 시간의 추억을 가지게 된다. 「쌤」은 잉꼬부부를 연기하던 부모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여고생과 아내의 외도로 괴로워하다가 결국 그 현장을 목격하고 만 고교 교사의 이야기로, 이들과 호텔 로열의 인연은 그 전의 단편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별을 보고 있었어」는 남편이 다리를 다쳐 일을 하지 않아도, 아이 셋이 모두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아도, 평생 누구 하나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몸을 움직여 쉴 새 없이 일해온 호텔 로열 청소부의 기막힌 이야기이다. 「선물」은 호텔 로열이 탄생할 무렵의 이야기이며, 꿈이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겠다는 일념으로 아내도 자식도 버린 채 임신한 첩과 호텔 로열을 개업할 꿈에 부푼 남자가 그려진다.
    요컨대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되었더라면 평범했을 이야기가 호텔 로열이 폐허가 된 모습, 폐업할 즈음의 모습, 영업 당시의 모습, 개업하기 전의 모습으로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상실감과 무상함을 압도적으로 느끼게 한다. 앞의 단편들에서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빌려 스치듯 지나갔던 이야기가 바로 이 이야기였구나 하는 연결 고리를 더듬어가는 한편으로, 한 장소에서 어떤 드라마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해갔는지를 볼 수 있어 흥미롭다. 마지막 단편 「선물」에서 이제부터 행복 시작이라고 이야기하는 호텔 로열 사장을 마주했을 때 독자는 이미 그곳의 운명을 알고 있다. 지금은 쇠퇴하여 폐업하고 말았지만 개업 전에는 나름의 꿈이 있었던 호텔 로열을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무대가 러브호텔이고 성性에 대한 거침없는 묘사로 인해 선뜻 읽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로서의 비애를 그렸을 뿐 전편에 흐르는 어조는 담담하다. 홋카이도라는 북극北國의 풍경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나, 홋카이도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도 그곳의 독특한 분위기가 전해지며, 차갑고 척박한 땅은 고스란히 등장인물들의 마음으로 옮아가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며 호텔 로열로 찾아드는 남녀의 폐색감, 공허함, 고독과 잘 어우러진다.

    ■ 줄거리
    「셔터 찬스」
    13년째 슈퍼마켓에서 일하며 무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미유키. 그녀의 남자친구 다카시는 드라마틱한 삶의 한때를 보냈던 전 아이스하키 선수다. ‘빙판의 신’이었던 그는 무릎 인대 손상으로 은퇴했고, 인생에 좌절한 후에야 그녀의 것이 되었다. 그런데 ‘좌절’을 입에 달고 살던 그가 사진작가가 되고 싶단다. 가까스로 찾아낸 삶의 목표라며 예술적 재능이 빛나는 누드 사진을 찍자는 그의 카메라 앞에서 그녀는 벌거벗은 제 몸을 껴안았다.

    「금일 개업」
    혈혈단신에 못생긴 외모로 남자들에게 사기만 당하다, 스무 살이나 연상인 관락사 주지의 아들에게 시집온 미키코. 남편 사이쿄는 인품은 훌륭하나 남자로서는 불능이었다. 주지가 죽고 불황으로 절마저 사양길에 접어든 때, 그녀는 비구니가 된 마음으로 관락사를 후원해주는 늙은 단가들에게 봉사하여 근근이 절 살림을 유지해간다. 그러던 중 새로이 단가가 된 젊은 사노에게 ‘보통 여자처럼’ 안긴 후 봉사는 더 이상 봉사가 아니게 되는데…….

    「섹꾼」
    마사요는 호텔 로열에서 태어나 호텔 로열에서 스물아홉 살이 되었다. 어머니는 10년 전에 바람이 나서 가출하고 아버지는 입원 중. 서서히 몰락해가던 호텔 로열에 동반 자살 사건까지 일어나자 손님이 뚝 끊겼고, 그녀는 오늘로 호텔 로열의 문을 닫을 작정이다. 마지막으로 성인용품 영업 사원 미야카와―일명 ‘?꾼’이 비품을 회수하러 오고, 그녀는 청춘을 좁은 접수처에서 다 보내고 말았다는 처량함과 분함에 동반 자살이 일어났던 3호실에서 그와 한바탕 ‘놀아’보기로 한다.

    「거품 목욕」
    전파상을 하던 남편 신이치는 근처에 대형 가전 매장이 들어서면서 일찌감치 가게를 포기하고 매장 주임으로 월급쟁이 생활을 시작했다. 죽지 않을 만큼만 목을 죄어오는 하루하루, 메구미는 걸핏하면 등교 거부를 하는 초등학생 딸 때문에 파트타임 일조차 하기 어렵다. 고입을 앞둔 아들은 공부를 못해 학원에 보내야 하고, 혼자된 시아버지마저 들어와 방 한 칸을 차지해버리는 바람에 부부간에 손 한 번 잡기도 쉽지 않은 상황. 그러던 중 어쩌다 5천 엔이 생기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5천 엔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줄이 떠올랐지만…….

    「쌤」
    다른 지역에 단신 부임 중인 고등학교 교사 노지마. 잉꼬부부를 연기하던 부모가 각각 집을 나가버린 여고생 마리아. 노지마는 전임 학교 교장의 중매로 이상적인 여성 리사와 결혼했으나 교장과 아내는 20년에 걸쳐 불륜을 이어온 관계였다. 세 사람이 서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는 현실을 직시하기가 두려워 모른 척 결혼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불륜의 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혼자 살아가려면 밤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가출한 제자 마리아를 기차역에서 만나 가장 종착역이 먼 곳으로 떠난다.

    「별을 보고 있었어」
    아침부터 밤까지 호텔 로열의 허드렛일을 하는 청소부 미코. 다리를 다친 후 일하지 않는 열 살 연하의 남편 쇼타로는 날마다 목욕물을 데워놓고 그녀를 기다린다. 세 아이는 모두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지만, 그녀는 아무도 원망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지키며 묵묵히 제 몸 움직여 쉴 새 없이 일한다. 신기하게도 그녀 주위의 사람들은 날마다 조금씩 더 착해지고, 그러던 어느 날 둘째 아들이 편지를 보내오는데…….

    「선물」
    간판업자 다이키치는 지역 은행과 건설업자의 부추김에 빚을 내서 러브호텔을 짓기로 한다. 아버지가 정한 인생에 반발하여 중졸의 간판업자인 그와 결혼한 부인은 남편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해 아들과 함께 친정으로 가버리고, 그는 일생에 한 번은 사나이답게 살고 싶다며 꿈에 부풀어 임신한 첩과 호텔 로열 개업을 준비한다. 이제부터 행복 시작이라고 되뇌면서.

    ■ 추천사
    누구도 되돌아보지 않으나 바로 곁에서 감지되는 불행의 다양한 모습을 능숙하게 표현해냈다. _아사다 지로

    폐허가 된 러브호텔, 시간을 거꾸로 돌려 그 주위의 인간 군상을 그려냈는데 각 인물의 소소함, 허망함, 우스꽝스러움이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좋았다. 『호텔 로열』을 읽노라면 인간을 묘사하는 데 오래된 것, 새로운 것이란 없다, 근원을 그려내면 된다는 당연한 일을 새삼 깨닫게 된다. _하야시 마리코

    찬찬히 읽어보면 등장인물들은 필사적으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원하고 있다. 거기에는 결코 부정적이지 않은 무언가가 있다. 어둡기만 한 작품이 결코 아니다. 특히 이 문장력,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묘사하면서 군데군데 눈이 휘둥그레지게 하는 선명한 표현이 보인다. 폐허가 된 호텔에서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그 호텔의 출발점을 그려내는 구성도 매우 재미있는 취향이지만, 각 이야기가 서로 미묘하게 얽혀드는 구성 또한 재미있다. _아토다 다카시

    안정된 필력, 발군의 기술이 단연 두드러졌다. 특히 「셔터 찬스」와 「금일 개업」이 뛰어나다. 지나칠 만큼 소설에 능숙한 작가다. _기리노 나쓰오

    정통적인 소설 작품이다. 옛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뛰어난 소설은 옛것도 새것이라는 게 나의 지론이다. 희미하지만 분명코 존재하는 ‘어둠이 발하는 빛’을 은근한 이미지로 그려낸 역량을 높이 평가한다. _기타카타 겐조

    구제되어야 할 사회의 구조적 결함으로서의 ‘빈곤’이 아니라, 수치화할 수도 없으나 많은 사람이 실감하고 결코 피하기만 하지는 않았던 ‘생활고’. 『호텔 로열』은 그것을 그려내는 데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작품이다. _미야베 미유키

    『호텔 로열』을 읽고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이것이 바로 고뇌에 찬 창작의 긴 시간이 부여해주는 ‘번뜩임’이구나 하고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_이주인 시즈카

    상황 설정이 교묘하고 능숙한 데다 거기서 펼쳐지는 남녀의 모습이 제각기 존재감이 넘쳐서 재미있게 읽힌다. 안정된 문장으로 큰 흐트러짐 없이 안심하고 볼 수 있다. _와타나베 준이치

    사쿠라기 시노는 뛰어난 요리사처럼 어디에나 있는 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뚝딱 만들어낸다. 소설이란 그러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독특함이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_미야기타니 마사미쓰

    목차

    셔터 찬스
    금일 개업
    섹꾼
    거품 목욕

    별을 보고 있었어
    선물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지금 제아무리 희망에 찬 말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남자가 말하는 ‘좌절’이 다른 것으로 모습을 바꾸어 다시금 세상 빛을 볼 일 따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이 필요한 것이리라. 다카시가 말하는 ‘꿈과 희망’은 폐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먼지를 꼭 닮은 것이었다. 잠시 피어올랐다가 다시 원래 자리에 내려앉는다. 여기에서 탈출하는 일도 없고, 닦아낼 만한 계기도 찾아오지 않는다.
    _ 26~27쪽 「셔터 찬스」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간호조무사로 일하던 미키코는 검사차 입원한 선대 주지스님을 만나면서 “용모는 마음의 아름다움과는 반대의 자리에”라는 말을 다시 떠올렸다. 이십 대도 끝나갈 무렵이라, 마음의 아름다움을 봐줄 때까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상태였다. 마음에 앞서 몸을 여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는 더욱더 사람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_ 43쪽 「금일 개업」에서

    막상 나가기로 결정하고 나니 이곳은 마사요가 더 이상 머물 자리가 아니었다. 아버지도 엄마도, 그리고 마사요 자신도 호텔을 경영했다기보다 오히려 ‘호텔 로열’이라는 건물이 자신들을 여태까지 실컷 부려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호텔 건물은 날마다 돈을 낳아주었지만, 온통 대출 빚이었던 탓에 그만큼 이자를 갚아나가느라 늘 허덕였다. 밤낮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생활은 애초부터 당연한 일이었다. 손님은 해가 쨍쨍한 대낮에도 캄캄한 밤을 원하며 이곳에 찾아온다.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덮어줄 뚜껑에 돈을 지불한다.
    _ 73쪽 「?꾼」에서

    오천 엔이면 닷새 치 식비다. 아들과 딸아이에게 새 옷도 한 벌 사줄 수 있다. 시아버지에게는 비밀로 하고 근처 중화요릿집에 가서 네 가족이 1인당 천이백 엔의 세트 메뉴를 주문할 수도 있다. 게다가 한 달 치 전기세.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고…… 가능한 모든 것이 머릿속에 줄줄이 떠올랐다.
    메구미는 두 눈을 부릅떴다. 아니,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부끄러워해서도 안 된다. 당당하게 유혹할 것이다.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펀치를 찾아보았다.
    “나도 마음껏 소리 지를 수 있는 데서 한번 해보고 싶단 말이야.”
    _ 104~105쪽 「거품 목욕」에서

    하지만 노지마의 발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았다.
    못 박힌 듯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이 개표구로 빨려 들어가고 다시 토해져 나왔다. 그 모습이 노지마에게는 연휴가 끝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얼굴로 일상으로 돌아갈 자격을 가진 사람들로 보였다. 자신은 그 흐름에 발을 들일 수 없다. 점점 일상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어지기 시작했다.
    ?쌤의 눈에 보이는 미래와 내가 어제오늘 본 미래, 절대로 다를 거예요.
    어젯밤에 들은 마리아의 말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단숨에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사쿠라, 어쩌면 똑같을지도 몰라.
    _ 153쪽 「쌤」에서

    와카코는 다시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렇게 자꾸만 주위 사람들이 착하게 변해가는 것을 미코는 수없이 경험했다.
    중학교 3학년이 된 막내의 배가 점점 불러오고 상대 남자애의 아버지가 돈이 든 봉투를 내밀었을 때도 그랬다. 큰아들이 도둑질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학교에 나가지 못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교사가 써버린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교장이 머리 숙여 사과하러 집까지 찾아왔었다. 그럴 때마다 주위에서는 더욱더 착하게 미코를 대해주었다.
    소문은 항상 미코의 주위 사람들을 착하게 변화시켰다. 그건 모두, 무슨 일이 터지건 묵묵히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명심해라, 미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해야 돼. 열심히 내 몸 움직여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나무라지 못하는 법이야. 듣고 싶지 않은 소리에는 귀를 막아. 일을 열심히 하면 잠도 잘 오고, 그렇게 푹 자고 일어나 날이 밝으면 다들 싹 잊어버리게 마련이야.”
    _ 182~183쪽 「별을 보고 있었어」에서

    “이제 그만하세. 이런 짓은 서로 간에 아무 득 될 게 없잖은가. 어제 우리 딸도 자네하고 똑같이 무릎을 꿇더구먼. 언제부터 이런 연극 같은 짓거리를 하는 여자가 되었는지, 내가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눈물이 다 났네. 진심으로 화가 나. 사업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참에 이혼 서류에도 찍어서 냉큼 제출하게. 행복하게 해주겠다니, 그런 무책임한 말은 대체 어디서 배웠나? 그런 말은 제대로 먹고살게 해준 다음에 해야지. 행복이란 과거형으로 말해야 빛이 나는 거 아닌가. 앞일은 섣불리 입 밖에 내지 말고 묵묵히 행동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어. 자네를 보고 있으면 나는 항상 구역질이 나려고 해.”
    _ 207~208쪽 「선물」에서

    저자소개

    사쿠라기 시노(櫻木 紫乃)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65

    1965년 일본 홋카이도 구시로 시에서 태어났다. 중학교 때 홋카이도 출신 여류 작가 하라다 야스코의 『만가』를 접하고, 평소 무심히 스쳐 지나간 풍경도 작가의 눈을 통하면 이렇게 바뀔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문학에 눈을 떴다. 고교 시절 문예반에서 활동. 고등학교 졸업 후에 재판소에서 타이피스트로 근무하면서 그때까지 활발히 이어오던 글쓰기 작업을 일시적으로 그만두었다. 24세에 결혼으로 퇴직하고 전업주부가 되어서 남편의 전근을 따라 홋카이도의 구시로, 아바시리, 루모이 등지를 전전했다. 이후 아이 둘을 낳아 기르면서, 오래전 하라다 야스코가 소속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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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윤옥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일본문학 전문번역가. 히라노 게이치로 '일식'의 번역으로, 2005년에 일본 고단샤講談社가 수여하는 노마 문예번역상을 수상했다. '슬픈 이상(李箱)','그리운 여성 모습','글로 만나는 아이세상' 등의 책을 썼다. 그동안 번역한 책으로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 '장송', '센티멘털',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 마루야마 겐지의 '무지개여 모독의 무지개여',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 '칼에 지다', '슬프고 무섭고 아련한', '장미 도둑' 그외 '도쿄타워 - 엄마와 나, 때때로 아버지', '약지의 표본', '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붉은 손가락', '남쪽으로 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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