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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삼룡이 : 나도향 중단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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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발행 : 2014년 02월 20일
  • 쪽수 : 448
  • ISBN : 9788932025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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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많은 작가들과 영화감독들에게 영향을 준 나도향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시간!

나도향의 문학 전체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을 모은 중단편선 『벙어리 삼룡이』. 우리 문학의 고전을 살아 있는 동시대의 문학으로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한국문학전집」 시리즈의 하나이다. 이 책에서는 나도향의 주옥같은 중단편 소설 11편을 엮은 것으로 나도향이 개척해놓고 간 많은 가능성들을 밀착해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전한다. 이현, 이만희, 조명화 감독에 의해 총 세 번 영화로 만들어진 《물레방아》, 낮은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를 급우들과 선생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열두 살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행랑 자식》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출판사 서평

창작열 불사르고 요절한 천재 작가, 나도향
위태로운 정념과 부조리의 민낯을 경유하여 곤경의 극단에서 비로소 맛보는 자유

너무 빨리 떠난 천재 나도향

나도향은 한국 문단에서 이상·김유정과 더불어 이십대의 나이에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끝내 펜을 놓고 만 천재 작가 중 한 명이다. 문학과지성사는 오랜 기획과 검토를 거쳐 주옥같은 그의 중단편 소설 11편을 『벙어리 삼룡이』(한국문학전집 43)로 묶어냈다. 나도향은 3·1운동의 여파가 채 식지 않은 1920년, 생애 첫 소설 「청춘」을 탈고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1926년 폐결핵으로 사망하기 직전까지의 6, 7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기에 남긴 소설들은 단편 23편, 중편 1편, 장편 2편, 미정고 장편(유고) 1편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엄선한 11편 중 나도향의 대표작으로 통설되는 「벙어리 삼룡이」 「물레방아」 「뽕」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한 해 전에 남긴 명작들이다. 명멸하던 불꽃이 마지막 빛을 발하고 스러진 셈이다. 초기의 낭만적인 경향을 탈피해 당대 현실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자신만의 재현 방식을 성취해나가던 중이었기에 나도향의 요절은 학계나 독자에게 크나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이번 선집은 나도향이 개척해놓고 간 많은 가능성들을 밀착해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위태로운 정념과 충동적 파괴욕의 근원
나도향의 작품 세계는 후대 작가들뿐 아니라 영화감독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어 세대를 거치며 두세 번씩 리바이벌되기도 했다. 그가 예리하게 드러내준 인간의 불안하고 위태로운 정념(情念)과 충동적인 파괴의 욕구는 예술인들에게 있어 무척이나 매혹적 키워드인 것이다. 특히 「벙어리 삼룡이」의 경우, 우직한 하인 삼룡이가 주인네로부터 핍박받는 새아씨를 발화되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지켜보다 모든 걸 불태워버리고 목숨 바쳐 그녀를 구출해내는 장면으로 많은 독자들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다. 삼룡이가 새아씨를 향해 품는 연정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절박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방화로 이어지는 그의 충동은 예술적 불온성의 전형으로 비친다. 그러나 삼룡이의 행위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미에 대한 순수한 동경이다.

그렇게 어여쁘고 그렇게 유순하고 그렇게 얌전한, 벙어리의 눈으로 보아서는 감히 손도 대지 못할 만치 선녀 같은 색시를 때리는 것은 자기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풀 수 없는 의심이다. (p. 133)

그러므로 삼룡이의 방화는 훼손되고 있는 미를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자기 자신마저 화마에 내던져 희생함으로써 우리 문학사에 유례 드문 숭고미를 획득하고 있다.

방앗간의 변명―「물레방아」는 전혀 야하지 않다
「물레방아」는 이현 이만희 조명화 감독에 의해 총 세 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세부적인 설정에 차이를 보이긴 하나 원작에 담긴 에로티시즘과 폭력성 등 선정적인 요소 쪽에 무게중심을 두어 서사를 대중의 시각에 맞추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만일 나도향의 작품 세계가 온전한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호도되고 있다면 영화가 원작에 미친 영향을 검토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를 접했거나 영화에 대한 소문을 들은 대중들은 나도향을 야하고 폭력적인 이야기를 즐겨 쓰는 소설가쯤으로 넘겨짚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오십대를 훌쩍 넘어선 자산가 신치규와 이십대 초반의 방원 처가 벌이는 불륜 행각은 지탄을 받을 만하다. 그리고 이 삼각 구도에서 아내를 재산가에게 빼앗긴 방원은 절대적 피해자로 설정되며 독자의 연민을 산다. 그러나 작품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반전에 의해 방원의 비극은 스스로 초래한 것임이 밝혀지고 이 작품은 환원되는 운명을 주제로 삼아 통속의 범주를 단숨에 벗어난다. 운명을 거스르려 한 개인이 결국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작품의 플롯은 바로 이 지점에서 끊임없이 위치가 환원되는 방앗간의 물레를 통해 절묘하게 표상되고 있다. 방앗간은 이제 남녀가 밀회하는 공간의 상징이라는 오명을 벗을 때가 된 듯하다.

못난이들의 욕망과 부조리의 민낯
「뽕」의 중심인물은 안협(安峽, 여인의 택호)집이다. 그녀는 “촌구석에서 아무렇게나 자란 데다가 먼저 안 것이 돈”이다. 일찍이 ‘반반한’ 외모 탓에 욕망의 대상이 되었고 육체와 교환되는 재화는 노동이 보장해주는 그것과 비교가 불가능함을 깨닫는다. 그런 한편으로 정상적인 노동 활동은 계속 시도되는데, 안타깝게도 그녀가 속한 세계에는 이미 부당과 편법이 고착되어 있다. 노름 밑천을 얻기 위해 아내의 외도를 묵인하는 남편, 하인 삼돌에게 절도를 종용하는 주인 노파, 안협집의 몸을 취하고 고발을 취하해주는 ‘뽕지기’ 등,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물질과 욕망의 아수라장에서 비위를 묵과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이런 장면들을 목격한 독자는 안협집이 과연 스스로 타락했는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힘이 그녀를 수렁으로 끌어내렸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것이다. 만만치 않은 주제에도 불과하고, 안협집을 끈질기게 욕망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삼돌이, 자존심은 있으나 아내를 보호하지 못하는 노름꾼 남편 김삼보의 태도는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낸다. 못난이들의 욕망은 상대적으로 못나지 않은 자들의 그것에 비해 노골적으로 경멸을 당하며 너무나 큰 대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안협집의 ‘행실’이 수면 위로 떠오른 바람에 한차례 소요를 겪은 뒤 김삼보 안협집 부부가 말없이 서로의 과오를 감싸는 마지막 장면은 세계의 부조리 앞에 개인은 철저히 무능할 수밖에 없는, 무능해야만 하는 현실의 민낯을 드러내주고 있다.

곤경의 극단에서 맛보는 불안의 자유
나도향은 불안한 시대에 살면서도 그 불안에 강박되기보다는 나름의 방식으로 자유를 찾으며 소설가로서의 독자성을 확보해냈다. 그가 불안한 현실을 문학적으로 향유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겠지만 특히 인물을 곤경의 극단까지 내모는 데서 도드라진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소설을 통해 맨 마지막까지 한번 치달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옷을 저당 잡혀 겨우 마련한 돈을 이발소 여종업원의 무의미한 미소에 홀려 팁으로 탕진해버린 가난한 하숙생(「여이발사」)과 낮은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를 급우들과 선생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열두 살 소년(「행랑 자식」), 그리고 돈벌이를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일자리는 찾지 못한 채 기생에게 빠져버리며 끝내 좀도둑으로 몰리고 마는 몰락한 양반(「지형근」)을 구원할 길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인물과 배경을 창조한 나도향은 마치, 어떠한 상황이든 그 끝을 생각해두고 있으니 마음껏 덤벼보라고 세상을 향해 외친 듯하다. 그러므로 그는 누구보다 자유로웠고 궁핍도 쇄약한 몸도 그를 속박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운명은 그런 그에게 폐병을 주어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나도향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목차

일러두기

젊은이의 시절
별을 안거든 우지나 말걸
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
여이발사(女理髮師)
행랑 자식
벙어리 삼룡(三龍)이
물레방아

뽕(桑葉)
지형근(池亨根)
청춘(靑春)


작품 해설 | 에로스의 불안과 타나토스의 정념_우찬제
작가 연보
작품 목록
참고 문헌
기획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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