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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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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마쓰모토 세이초의 두 번째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역로'
    가족과 자유 사이의 비극성을 그린 '역로'를 포함,
    파국으로 치닫는 인간 욕망을 날카롭게 포착한 8편의 단편을 수록


    '역로'는 미스터리의 형식을 따르고 있으나, 나약하고 가진 것 없는 인간의 비극을 세밀하게 묘사한 소설이다. 결코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가 않는다. 읽는 내내 등장인물들이 구면인 어떤 사람처럼 느껴지다가, 결국에는 방향을 잃고 헤매는 우리들 자신처럼 느껴진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이 공감의 세계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이 지닌 최대의 장점이자 힘이라고 할 수 있다.
    - 아사다 지로

    역사비평사의 새로운 브랜드 '모비딕'과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북스피어'가 사회파 추리소설의 거장인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을 동일한 판형과 디자인으로 선보인 지 1년여가 지났다. 그사이, 모비딕에서는 'D의 복합'을 시작으로 '일본의 검은 안개'(논픽션), '잠복'(단편집), '점과 선'(장편) 같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대표작들을 차례차례 내놓았다. 이번에 출간되는 '역로'는 총 6권으로 완결될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의 두 번째 책으로, 이미 일본에서 TV드라마로 네 차례나 방영된 '역로'를 비롯해, 단박에 독자를 사로잡는 단편 미스터리 8편이 실려 있다.

    거장 마쓰모토 세이초가 추구한 미스터리의 원형을 담고 있는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역로'에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중년 남성의 실종을 다룬 '역로'를 비롯해 문학성과 대중성이 절묘하게 결합된 단편소설들이 담겨 있다. 앞으로도 계속 발간될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모비딕의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
    ① '잠복' _ 추리소설 걸작(1) -출간
    ② '역로' _ 추리소설 걸작(2) -출간
    ③ '어느 '고쿠라 일기' 전' _ 현대소설 걸작(1) -예정
    ④ '검은 바탕의 그림' _ 현대소설 걸작(2) -예정
    ⑤ '사이고사쓰' _ 역사소설 걸작(1) -예정
    ⑥ '사도로 유배 가는 길' _ 역사소설 걸작(2) -예정

    이 단편 걸작선은 세이초에 정통한 문학 평론가 히라노 겐이 세이초의 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난 걸작을 묶어서 신초사에서 6권으로 펴낸 것이다.

    크게 세 범주로 나눠 '추리소설'에 속하는 단편 걸작을 ① '잠복', ② '역로'에 넣었고, '현대소설'에 해당하는 단편을 ③ '어느 '고쿠라 일기' 전', ④ '검은 바탕의 그림'에, 그리고 에도시대를 그린 '역사소설'을 ⑤ '사이고사쓰', ⑥ '사도로 유배 가는 길'에 넣어서 묶었다.

    세이초의 이 걸작선에는 하나같이 어떤 만만치 않은 '인생담'이 들어 있다. 그는 단순히 트릭이나 함정만으로 사건과 범인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배어 있는 한 인생의 무게를 담아내려고 한다. 따라서 그는 무엇보다 범죄의 동기에 주목하면서 범인의 불가피한 반사회성을 직시하게 만들고, 범인이라 할지라도 지닐 수밖에 없는 '어떤 인간성'을 추적해나간다. 바로 여기에 세이초 추리소설이 펼쳐 보이는 인생과 사회의 폭과 깊이가 있다.

    인간 욕망의 비극성과 만만치 않은 인생담을 다룬 단편들

    이번 단편집 '역로'는 표제작 '역로'를 비롯하여 '옅은 화장을 한 남자', '수사권에서 벗어나는 조건', '오차', '권두시를 쓰는 여자', '짝수', '어느 하급 관리의 죽음', '하얀 어둠'까지 총 여덟 편을 수록하고 있다.
    '역로'는 은행을 정년퇴직하고, 여행을 떠난 길로 행방불명이 된 남자를 찾는 수색극이다. 세이초는 "인생의 끝에 다다른 초로의 동경을 테마로 삼았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동경'이 실종자의 응접실에 걸려 있는 고갱의 복제화 세 장으로 표현되는 부분은, 그가 젊은 시절에 아사히 신문사에서 도안가로 일했고, 또 미술을 애호했던 저자다운 면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일본 경시청의 자료에 의하면 가출인 수색원을 내는 빈도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지만, 실제로는 접수되는 신고보다 몇 배의 사람들이 실종된다고 한다. 결국 실종인 조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람들을 옭죄는 비극인 것이다. '수사권에서 벗어나는 조건'은 범죄자 쪽에서 사건을 묘사한 도서(倒敍, 사건을 역으로 서술하는 방식)물이자, 완전범죄에 대한 이야기다. 도쿄의 한 은행에 근무하는 '나'는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이 아버지의 묘소에 간다고 나가고는 행방불명이 되었고, 수색 결과 '나'의 지인인 은행 선배와 비밀 여행을 갔다가 호쿠리쿠의 온천 여관에서 머물다가 병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남자는 박정하게도 여동생을 버리고 흔적을 감춘 채 사건을 묻는다. 그 사실을 밝혀낸 '나'는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법의학을 토대로 직조해낸 미스터리인 '오차'는, 심리적인 맹신 때문에 사망 경과 시간의 틈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에만 함몰되는 인간심리를 파고든 이야기다. 사건의 진상을 안 뒤에 다시 한 번 읽어본다면, 이 안에 추리를 위해 필요한 정보가 모두 공개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아무것에도 구애되지 않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만 가능하다면, 누구나 간단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단편은 독자들에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일의 어려움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시험적으로 쓴 작품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과학에서는 때때로 언급되는 이야기이지만, 소설의 세계에서 그것을 차용해서 설득력 있는 추리소설로 만든 것은 확실히 세이초만의 능력이다.

    '어느 하급 관리의 죽음'에 대해 마쓰모토 세이초는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쓴 것입니다. 원래 설탕 관련 사업은 역대 내각이 대대로 단물을 빨아 먹던 것으로, 이걸로 선거 자금이나 정당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지요. (중략) 한 하급 관리의 죽음으로 이 부정부패 사건의 조사는 중단되었지만, 추측을 해보건대 옆방에 있던 인물이 공작을 해서 그를 죽였다고 한다면, 그 덕분에 한숨 돌린 어느 성의 고급 관료나 정계의 높으신 분들은 분명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겠지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현대만큼 복잡한 세계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긴 하지만, 오늘날처럼 사회의 구조가 밀접하게 얽혀 있으면 개인은 소외되어서 구조 밖으로 밀려나오게 됩니다. 결국 인간관계가 밀접한 것처럼 보여도 지금처럼 단절된 시대는 여태껏 없었지요. 이런 바탕에서 이런 주제를 묘사하려고 할 때 추리소설적인 수법을 쓰면 그제야 그 속에 있는 본래의 불안과 두려움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느 하급 관리의 죽음'에서 저자는,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조직 구조를 밝히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곳에는 부정부패의 구조가 선연히 드러나 있는데, 세이초는 하급 관리 한 명을 희생시키면 부정부패 사건 자체가 말소되는 조직의 비정함을 폭로한 것이다. 기존 추리소설에서 이런 것을 다루려는 시도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하급 관리의 죽음'은 추리소설인 동시에 논픽션에 가까운 작품으로, 세이초의 참신한 시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간결한 제목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독자를 사로잡는 8편의 단편

    세이초의 단편은 간결한 제목, 리얼리티에 바탕을 둔 일상의 미스터리, 깔끔한 마무리 등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그가 추구한 미스터리 장르의 원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장르 마니아들에게 각광을 받아왔다. 이번에 발간한 '역로'에는 그중에서도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옅은 화장을 한 남자

    자전거를 타고 가던 우유 배달원이 한적한 도로에 덩그러니 서 있는 차 한 대를 발견한다. 그 차 앞에는 공사 중 표지판이 세워져 있고, 차 안에는 한 남자가 핸들에 머리를 처박고 엎드려 있었다. 경찰의 조사 결과, 그 남자의 이름은 소무라 다쿠조. 가족은 마흔 먹은 아내 준코뿐이다. 부검 결과 다쿠조는 후두부에 일격을 당해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누군가 노끈으로 목을 조여서 액사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경시청 수사관이 아내인 준코에게 남편의 죽음을 알리자, 준코는 가자마쓰 유리라는 여자가 자신의 남편을 죽였을 것이라 의심한다. 다쿠조는 죽기 2년 전부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었다. 견원지간인 본처와 정부 사이에서 다쿠조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깊어만 간다.

    역로

    정년퇴임을 해서 은행을 그만둔 고즈카 데이치는 여행을 간다고 하고 나선 뒤 실종된다. 그는 평소에 사진과 여행에 취미가 있었고, 고갱을 좋아해서 고갱의 복제화를 수집했다고 한다. 중년 남성의 실종 사건의 수사에 착수한 초로의 형사 요부노와 젊은 형사 기타오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끈질긴 추리를 거듭해나가고, 결국 평범한 중년 남성의 실종에 말 못할 비밀과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직감한다.

    수사권에서 벗어나는 조건

    과년한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나는, 전 남편의 기일에 성묘를 하러 간다고 말하고 떠난 여동생이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수색을 부탁한다. 수색 결과, 여동생은 같은 은행에 다니고 있는 직장 선배인 가사오카와 함께 몰래 여행을 떠났다가 변고를 당한 것으로 밝혀진다.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던 여동생이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지자, 함께 있던 가사오카가 당황하여 도주해버린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가사오카의 비겁함에 치를 떨며, 그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간다.

    오차

    한 시골 탕치장에 미모의 여인이 투숙한다. 이 묘령의 여인이 등장하자, 한적하고 조용하던 시골 탕치장은 그녀에 대한 호기심 어린 시선에 연일 들끓어 오른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가 그녀를 찾아오고, 이 선남선녀 커플이 부부인지 불륜 커플인지에 대한 추측이 다시 한 번 탕치장을 휩쓸고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사러 시내에 나간 남자가 그대로 자취를 감추고, 객실에 있던 여인이 사체로 발견된다. 경찰은 남녀를 지켜봐왔던 탕치장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탐문 수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 책을 사러 갔다고 하는 남자를 범인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한다.
    권두시를 쓰는 여자
    가마노호라는 잡지에 시를 투고해오던 시무라 사치의 원고가 어느 날인가부터 끊긴다. 그녀가 위궤양으로 투병 중이라는 것. 잡지의 주간인 이시모토 바쿠진과 그의 동인들은 그녀의 원고가 오지 않는 것에 궁금해 하다가, 병이 위중한 것이 아닐까 하고, 직접 그녀가 머무는 호스피스로 찾아 나서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바쿠진은 사치의 병이 위궤양이 아니라 위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호스피스의 관계자는, 그녀는 가족이 없는 독거 여성으로, 호스피스에서 홀로 지내다가 마음씨 좋은 후원자와 사랑에 빠져서 그와 결혼을 하기로 약속하고 호스피스를 나갔다고 한다.

    짝수

    한 회사의 조사과에서 근무하는 조노 데루오는 사교성 없고 남 탓을 하는 성격 때문에 승진을 못하는 만년 과장이다. 그런 그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같은 회사의 상사 구로하라 겐이치다. 회사에서 계속 승승장구하는 구로하라에게 가려서 자신이 만년 과장으로 머무르는 것이라고 생각한 조노는, 구로하라를 제거할 계획을 세운다. 그 방법은 바로 구로하라의 불륜 상대인 여자를 살해해서, 구로하라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이다.

    어느 하급 관리의 죽음

    어느 봄날, 외선으로 경시청 수사2과 과장을 찾는 전화가 걸려온다. 쉰 목소리의 남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설탕의 원당 할당을 둘러싸고 정관유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결정적인 제보를 한다. 제보에 따라 조사를 한 결과, 중소기업 연합 모임의 이사장인 오키무라 기로쿠가 원당을 유리하게 할당 받기 위해, 여섯 명의 국회의원들에게 뇌물을 증여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수사 팀은 확실한 증거를 얻기 위해서, 뇌물을 받은 의원 중의 하나인 오카무라 료조의 전 부하 세가와 유키오 계장을 수사한다. 그 과정에서 가라쓰 준페이 과장의 이름이 언급되고, 뇌물 수뢰에 개입했다는 혐의는 있으나 확증은 없는 가라쓰 준페이 과장을, 수사 팀은 면밀히 조사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가라쓰 준페이 과장이 여관 '슌초카쿠'에서 목을 맨 상태로 발견된다.

    하얀 어둠

    어느 6월, 노부코의 남편 오제키 세이치가 홋카이도에 출장을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선 뒤 사라진다.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노부코는, 남편의 사촌 동생인 슌키치와 힘을 합쳐서 남편 찾기에 돌입한다. 건장하고 남자다운 세이치에 비해 조그맣고 섬세한 성격의 슌키치는, 사실 세이치에게 남모르는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노부코는, 남편을 찾는 과정에서 알게된 슌키치의 새로운 면을 보고 그에게 호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지만, 남편을 향한 그녀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러던 와중에 슌키치로부터 실은 세이치에게 숨겨둔 여자가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되고, 사건은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목차

    옅은 화장을 한 남자
    역로
    수사권에서 벗어나는 조건
    오차
    권두시를 쓰는 여자
    짝수
    어느 하급 관리의 죽음
    하얀 어둠

    본문중에서

    “소년은 자동차가 왜 계속해서 가만히 서 있는지 이상했다. 공사 중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멈춘 거라면 후진을 하면 된다. 그런데 차는 마치 그 표지판을 노려보고 있는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때 우유 배달원 소년에게 어떤 생각이 스쳤다. 문득 뒤를 돌아보자 길에 하얗게 쌓인 서리 위로 자신이 타고 온 자전거의 타이어 자국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의 타이어 자국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자동차는 어젯밤부터 여기에 서 있었다는 사실을 열일곱 살 소년도 금방 깨달았다.”
    ('옅은 화장을 한 남자' 중에서/ pp.10~11)

    “자네도 그 집의 거실에 걸려 있던 고갱의 복제화 봤지? 고갱은 제2의 인생을 찾아 남태평양에 가서 살았던 사람이야. 인간이라면 누구나 긴 고생 끝에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를 즈음, 비로소 자신의 자유라는 것을 되찾고 싶어지는 게 아닐가? 고즈카의 경우에는 가정에 대한 책임도 다했으니, 이제 나머지 인생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두라고 말하고 싶었을 거야.”
    ('역로' 중에서/ pp.66~67)

    “그는 벌게진 얼굴로 ‘후우 후우’ 숨을 내쉬며 느린 템포로 ‘상하이에서 돌아온 릴’을 계속 불렀다. 나는 왠지 슬퍼졌다. 조금 취기가 올라서인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박자에 맞춰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릴, 릴, 릴은 어디에. 릴을 모르시나요 ~’ 노래를 부르자 예전에 내가 시끄럽다며 핀잔을 주었던 미쓰코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수사권에서 벗어나는 조건' 중에서/ pp.106~107)

    “사후 경과 시간에 대해서는 감정한 의사의 개인적인 성격에 따라 오차가 있다는 사실을 예전에도 들은 적이 있었다. 이른바 개인차다. 지금 읽고 있던 책에서도 그걸 거론하면서 ‘경찰관은 감정한 의사의 증언이라 할지라도 그 개인차를 참작해서 수사에 임해야 한다’라고 한 것이다. 병원장은 현장 검안의가 추정한 사후 경과 시간에 대해 길게 잡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병원장 자신의 개인차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오차' 중에서/ pp.140~141)

    “조노 데루오는 회사에 구로하라 겐이치라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생이 얼마나 즐거울가 하고 생각했다. 자신이 가는 길을 차디찬 벽처럼 가로막고 있는 것이 구로하라 겐이치였다. 그가 영업부장 자리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한, 조노는 절대로 출세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최근에 구로하라는 사내에서 급격히 세를 불리기 시작했다. 사실 조사과장이 조노를 다른 부서의 과장으로 승진시킬까 하고 구로하라에게 의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두말할 필요도 없이 구로하라 때문에 무산되었다. 조노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구로하라라면 당연히 그렇게 하고도 남을 놈이라고 생각했다.”
    ('짝수' 중에서/ p.181)

    “추웠다. 노부코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안개 속에서 얼굴도 옷도 젖었다. 손끝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슌키치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조정 경기를 하는 사람처럼 굳은 얼굴로 열심히 노를 젓고 있었다. 노부코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짙은 안개는 두 사람을 가뒀다. 1m앞까지 하얗고 두툼한 천으로 가린 것처럼 느껴졌다. 보트와 그 주위의 검푸른 물만이 인간의 시계에 들어와 있는 최대치였다. 거리감도 원근감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로 배가 하얀 우주 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하얀 어둠' 중에서/ pp.308~309)

    저자소개

    마쓰모토 세이초(Matsumoto Seicho)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09.12.21~1992.08.04
    출생지 일본 기타큐슈
    출간도서 103종
    판매수 5,428권

    '일본 문학의 거인', '일본의 진정한 국민 작가', ......이런 수식어로도 마쓰모토 세이초(1909년~1992년)를 전부 표현할 수 없다. 보편적인 테마로 인간을 그리고, 역사와 사회의 어둠을 파헤치려 했던 세이초의 창작 영역은 픽션, 논픽션, 평전, 고대사, 현대사 등 무궁무진했다. 41세 늦은 나이로 문단에 들어선 뒤 82세에 숨을 거두기까지 세이초는 '내용은 시대의 반영이나 사상의 빛을 받아 변모하여 간다'는 변함없는 신념을 가지고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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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년월일 -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일통역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원에서 통역번역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국제회의통역사로 활동하면서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역서로는 [역로](2013), [고바야시 다키지 Ⅱ](2014, 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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