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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법의 지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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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박은정
  • 출판사 : 돌베개
  • 발행 : 2010년 08월 20일
  • 쪽수 : 350
  • ISBN : 978897199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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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석학人文강좌, 한국 최고의 지성들이 펼치는 인문학의 향연!

우리 사회의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소양을 넓히는데 기여하고자 기획된「석학人文강좌」제13권『왜 법의 지배인가』. 한국의 인문학계를 대표하는 각 분야의 석학들이 일생을 바쳐 축적해 온 학문적 성과와 문제의식을 관련 분야 학자와 지식인, 일반 대중과 함께 공유하고,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한다. 이번 책에서는 활발한 대외활동과 연구성과로 법철학계를 대표해 온 박은정 교수가 법이 지배하는 사회에 관한 인문학적 담론을 펼쳐보인다.

출판사 서평

법이 지배하는 사회에 관한 인문학적 담론

활발한 대외활동과 연구성과로 법철학계를 대표해 온 박은정 교수가 ‘법의 지배’에 관한 인문학적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을 펴냈다.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법의 지배’로 바꾼 인류 문명사의 정신력을 생각할 때, ‘법의 지배’를 지속시키고 확장시키는 힘을 떠올릴 때, ‘법의 지배’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법은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것만은 아니기에 법이 마치 법률가의 직업적 방편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이해되어서는 안 되며, 법은 근본적으로는 도덕과 상식에 기초한 것이요, 우리 모두에 관계되는 영역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바탕을 통해 법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법철학의 중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세계화와 법의 지배에 관한 부분은, 세계화에 관한 경제, 문화, 국방, 여성과 같은 관점이 아닌 법이론적인 고찰을 담고 있으며, ‘법의 지배’라고 하는 국민국가적이고 민주법치국가적인 문제에 세계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관해 시사점을 던져 준다.

■ 왜 법의 지배인가, 법이란 무엇인가

‘법의 지배’라는 말은, 직접 행위할 수 없는 법이 사회와 세계를 지배한다는 뜻이므로 전공자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사실 애매한 수사적 표현일 수 있다. 그러나 ‘법의 제국’이니, ‘인간 위에 군림하는 법’이니 하는 수사가 ‘법 지상주의’를 뜻할 수 있는 표현이라면, ‘법의 지배’는 이를테면 법이 공동체에 가져다 주는 혜택 때문에 누구도 법을 무너뜨리려 하지 않아 법 자체의 존립이 보장되는 그런 법 상태를 뜻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법의 지배는, 지배의 당위 혹은 필연성보다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기대와 여망, 그리고 그런 사회체제는 법에 따라 작동하는 체제라는 데 대한 성찰의 지속상태인 것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성찰의 대상이 되지 못한 채 그저 구호로만 쓰였던 ‘법의 지배’에 관한 새로운 성찰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법의 지배’가 왜 수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은 ‘법이란 무엇인가’와 같이 법의 본질을 묻는 물음과 연결되어 있다. 다른 어떤 학문 분야보다도 법학에서는 법을 법이게끔 하는 본질이 무엇이냐를 둘러싸고 견해의 대립이 심각하다. 한쪽에서 법고찰의 핵심 대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파악하는 것을 다른 쪽에서는 제외시킨다. 한쪽에서는 법개념은 도덕과 필연적인 연관 없이 구성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한쪽은 ‘있는 법’을, 다른 한쪽은 ‘있어야 하는 법’을 주장한다. 법을 법이게끔 하는 요소를 둘러싼 이 대립은, 법의 지배를 충족시키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둘러싼 대립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이 견해의 대립은 법률을 해석하는 방법, 법관의 역할, 법의 효력, 저항권이나 시민불복종의 인정 여부 등등을 둘러싼 대립적 시각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법의 지배를 논함에 있어서 우선적으로는, 법의 본질을 둘러싼 이 대립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를 다루어야 하는 것이다.

■ 법률가의 법이냐 일반시민의 법이냐

전문법률가 직업과 사법제도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이 크지만, 그렇다고 하여 법률가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법과 법제도의 본질을 추구하는 태도가 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법률가의 관점은 실무에 처해 ‘건전한 직관’에 호소한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지만, 철학적 성찰의 최초 출발점으로는 아무래도 자의적이다. 법의 본성에 관해 탐구할 때 오히려 연구자는 법률가의 관점으로부터 일단 물러서 있어야 한다. 이는 법률가의 관점을 무시해서라기보다는, 사회조직 및 정치제도 일반이라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법의 본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점점 사람들은 법을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하는 문제로 생각한다. 기능적으로 분화된 사회, 과학기술사회, 위험사회 등 현대사회의 분위기는 보통사람들의 문제해결 능력을 점점 회의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지식전문가층의 독점에 도전하는 기류도 나타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개인주의, 가치다원주의 경향과 함께 사회적 합의나 민주적 의사결정이 어려워지는 세태가 전문가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행동경제학 분야에서는 일반인들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는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무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실험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그의 특수한 지식을 인류의 총체적인 지식과 조화시키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에, 전문가의 과학적 설명 논리가 법원칙의 ‘선택적 왜곡’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전문가의 지식은 경청될지라도, 우리 모두와 관계되는 문제에 있어서, 법의 본질적인 방향은 전문가의 몫이 아니라 ‘위대한 아마추어’들의 몫이어야 한다.

■ ‘법의 지배’에 관한 철학적 기초와 민주주의와의 연관성

법철학에는 민주주의 원리 내지 민주주의 인간상과 연관되는 논지를 포함해야 한다. 우리 모두에게 관계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모두의 합의를 전제해야 하며, 법에 관한 철학적 고찰은 민주주의 원리와 결합됨으로써 완성되고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된다. 법담론은 법적 정당성을 확립하는 데 있어서 민주적 구조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는 이인삼각 경기에 참가하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와도 같다. 다른 한 사람과 한 다리를 묶고 달리는 이 경기에서 둘이 같이 호흡을 잘 맞추면 성공하고, 어느 한쪽이 처지거나 넘어지면 결국 다른 쪽이 처진 쪽을 이끌며 느리게 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인간상이 반영될 여지가 희미해 보이는 법철학은 경계해야 하는데, 특히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최근 법의 지배는 민주주의와 충돌하는 관계에 놓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법의 지배’ 가치를 권리보호의 문제와 함께 다루면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조화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 법관의 역할과‘정치의 사법화’

법운용 행위자 없이는 법이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법에 대해 말하기’의 최종선에 서 있는 법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법의 지배는 ‘재판의 지배’로 완성되며, 사안에 따라서는 종종 ‘법관의 지배’로 귀결되기도 한다. 입법부나 행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법부와 법관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예컨대 왜 같은 사건을 다루고 같은 법전을 살펴보는데도 심급에 따라 혹은 법관들에 따라 다른 결론들이 나올 수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채, 막연히 그들이 내놓는 최종 결과를 법의 지배로서 받아들일 뿐이다. 아마도 사법부와 법관에 대한 신뢰가 입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일반인들이 그들이 하는 일을 구체적으로 모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에 따라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들이 정치권이나 사회의 공론 과정에서 합의를 보지 못해 사법부로 넘어가 해결되는, 소위 ‘정치의 사법화’ 현상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그러면서 사법권이 중요한 정치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경우 정치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의 정치가 아니라, 그 위상 자체가 정치력이 되는 것이다. 오늘날 사법이 바로 그런 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과제에만 급급하여 이 문제에 대해서 별로 고찰하지 못했다. 우리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에 대한 더 나은 해결책이 소수의 엘리트 법전문가 집단에 의해 발견될 수 있다고 믿고 안심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제조건들을 숙고해 보아야 한다.

■ 법의 지배와 세계화 흐름

우리는 지금까지 국가법을 중심으로 법을 생각하고 운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신종플루 문제처럼 국내적인 사안과 대외적인 사안의 구별이 점점 어려워져 가는 세계화 시대에 국가법 중심주의는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국적 영역의 거대한 사적 기구들이 국가법의 지배를 조정하거나 대체하는 상황에서 법의 지배는 어느 수준으로 지속될 것인가, 세계화 시대에 법이 가진 한계는 어떤 것이며, 법의 잠재력은 어떤 방향으로 누구의 주도로 발휘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법학자들 역시 국경을 넘어서는 통일법 제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세기 전에 창립한 세계비교법학회는 ‘통일법학’을 제창한 데 이어 경제·상거래 분야에서 많은 통일법, 모델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그 결과 국제매매계약법(ULFIS, 1964), 국제매매협약(CISC, 1980) 등의 모델들을 내놓은바 있다. 21세기 들어서는 국제기구나 초국가적 민간기구 등에 의해 다양한 분야에서 통일법 제정이 추진됐다. 국제금융, 국제거래법 등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이미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통일 규약들이 존재하는데, 이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법이 국가적·지역적 전통이나 가치, 문화, 사회적 관행에 일치하는 대신 거래의 절박성, 또는 규제 조화와 같은 또다른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다면, 이런 통일법은 그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경제 사정이 서로 다른 국가들 간에 통일된 기준이 강요될 때에는 이해관계 때문에 해석과 적용 단계에서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며, 서로 다른 다양한 가치나 접근 방법에 따라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된 법은 세계법이라기보다는 세계화된 지역법, 이를테면 미국법화를 초래할 수 있는데, 실제로 국제 법률시장 개방의 결과로 국제거래법에 있어 미국법의 영향력은 놀라운 수준이다. 국가법에 있어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 인류의 공통언어인 인권법의 경우에는 ‘아시아적 가치 논쟁’이 일고 있다. 그러나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하면서 인권의 보편성을 부정하는 논리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유교적 가치가 정치 시민적 자유보다 경제발전을 우선시하도록 했다는 논리는 자문화 중심주의의 함정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문화적 관용과 성찰을 통해 세계화된 지역주의를 진정한 세계주의로 변형시키는 해석이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인류 전체의 법, 인간다운 삶을 위한 법, 자연과도 함께 할 수 있는 법은 지역법도, 국가법도, 국제법도 아닌 ‘제4차원의 법’(a fourth dimention law)이다. 4차원의 법은 미래지향적인 사고, 즉 “멀리 있는 것을 사랑하라”는 원격윤리 사고로부터 나오는 법이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21세기 교통 형평법’, 스웨덴 등의 ‘탄소세법’, 일본의 ‘가전제품 재활용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오늘날 세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문제를 4차원 법의 관점에서 조망하는 것이 필요하다.

목차

책머리에

1장. 서문

2장. 법의 본질을 둘러싼 대립
1. 견해의 차이들
2. 주류 법이론의 문제점
3. 비극『안티고네』다시 보기
4. 법과 법률
5. 당대 법류가들이 겪는 어려움

3장. 법률가의 법, 문외한의 법?
1. 시민들의 법존중 태도
2. 문회한들의 혼동?
3. 진리냐 정의냐
4. 법과학주의를 넘어서

4장. 법의 지배의 역사와 이념
1. 민주화 이후의 법의 지배
2. 법의 지배의 이념적 기초
3. 법의 지배의 유형과 요청 강도

5장. 법의 지배와 민주주의
1. 법의 지배 안의 긴장
2. 권리보호냐 다수보호냐
3. 법의 지배와 사회정의
4. 법의 지배와 민주주의

6장. 법의 지배와 사법부
1. 사법권의 확대
2 사법의 위상 및 법관의 역할 변화
3. '정치의 사법화' 현상
4. 사법과 정치
5. '정치의 사법화'와 민주주의

7장. 법의 지배와 세계질서
1. 세계화 흐름
2. 법영역의 세계화 유형들
3. 인류 공동유산과 법
4. 국가법과 국제법의 저편
5. 세계 입헌주의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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