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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나비 - 2003년 제2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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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인숙
  • 출판사 : 문학사상
  • 발행 : 2003년 01월 20일
  • 쪽수 : 355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897012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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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남편과의 불화로 아이와 함께 중국으로 떠나온 여자는 한국의 어머니가 운영했던 국밥집에 주방 일을 하고 있는 조선족 여인의 부탁으로 그녀의 딸 채금에게 돈을 전해주기 위해 만난다.
스물다섯 살인 채금은 한국 국적을 가지기 위해 마흔이 넘은 한국 남자와 혼인신고를 하고 한국으로 떠나려고 준비중이다. 여자는 조선족 마을에 사는 채금의 집에서 채금의 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서 어릴 적 마을에서 공개처형이 집행되는 순간을 목격한 후 한쪽 시력을 잃어버린 사연을 듣는다.
또 채금의 아버지가 남아 있는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죽음보다 더하며 살아서 못 볼 것들을 남김없이 봐야 한다고 한 말에 공감한다.


여자의 남편은 삼십대 중반에 다니던 잡지사에 사표를 던진 실업자로 사십이 다 되어 재취업을 하지만, 깨어 있는 시간은 모조리 밖에서 보낼 정도로 부부 생활은 단절되었다. 남편과의 단절은 남편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로까지 치닫게 되고 너무 오랫동안 단절될 수밖에 없었던 부부관계를 그때서야 의식하게 된 여자는 남편을 용서할 수 없는 분노의 눈빛으로 대하게 된다. 여자는, 남편이 실업자 시절에 봤던 비디오 중 제주왕나비가 바다를 건너는 순간을 포착한 화면을 보며 세상에는 저런 거짓말도 있구나, 라면서 자신이 꿈꾸어왔던 행복이라는 이름의 거짓쯤은 별것도 아닌 것처럼 여겼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도 가능하지 않은 것이 바로 누군가를, 그리고 바로 나 자신을 용서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곧 한국으로 떠나게 되었다는 채금의 전화를 받고 여자는 다시 한 번 채금의 집을 찾아간다. 채금도, 그녀의 아버지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도중 택시 안에서 여자는 어딘가에 있을 바다, 그곳에 남편이 팔다리가 사라진 채 몸통뿐인 모습으로 바다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본다. 오랜만에 안아주고 싶은 마음에 다가서지만 남편의 몸은 더 푹, 짠 소금물에 절여져 있는 듯하다.


본문중에서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흐느껴 울고 있는 남편의 어깨 사이로 손을 집어 넣었다. 그곳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였고, 포장마차에는 이웃집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에 나를 견딜 수 없게 했던 건 술취해 울고 있는 내 남편을 바라보는 이웃들의 시선이 아니었다. 나로서는 그가 울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 어쩌면 평생 동안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참혹하게 만들었다. 더욱 괴로운 것은 어쩌면 그 자신조차도 본인이 울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하리라라는 예감이었다. 포장마차의 테이블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고 있는 중년의 남자는 불쌍했다. 그리고 그 불쌍한 남자는 내 남편이었다. 나는 그가 허락하기만 한다면, 그와 함께 울고 싶었다. 그와 함께 울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고 싶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내가 그를 일으키기 위해 그의 어깨 사이로 집어넣은 손에 힘을 주자마자, 그는 마치 더러운 것을 떼어버리듯 내 몸을 거칠게 밀었고 엉겁결에 중심을 잃은 내게 모진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 개 같은 년! 입으로만 하라고 했잖아! 더럽게 어디다가 가랑이를 벌려! 그냥 입으로 빨기만 하란 말이야!
그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 어차피 서지도 않는단 말야. 어차피 서지도 않는다구..... 젠장.... 너무 오래..... 서질 않았어. 빌어먹을..... 젠장......이게 전부일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는데 말야...... 그런데 이게 전부더라구.
그런데 이게 전부더라고... 그는 분명히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알 수가 없었다. 그가 말한 '이것'은 무엇일까. 그 순간에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 오래전에 그는 단지 직장만을 가지지 못했을 뿐이었지만, 이제와서는 그에게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전부를 알 수가 없으니, 그의 아무것이 무엇인지도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p.37~38)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3~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31종
판매수 16,760권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1983년 『조선일보』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함께 걷는 길』 『칼날과 사랑』 『유리 구두』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그 여자의 자서전』 『안녕, 엘레나』 『단 하루의 영원한 밤』 등, 장편소설 『핏줄』 『불꽃』 『79-80 겨울에서 봄 사이』 『긴 밤, 짧게 다가온 아침』 『그래서 너를 안는다』 『시드니 그 푸른 바다에 서다』 『먼 길』 『그늘, 깊은 곳』 『꽃의 기억』 『우연』 『봉지』 『소현』 『미칠 수 있겠니』 『모든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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