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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그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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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하기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02년 07월 11일
  • 쪽수 : 278
  • ISBN : 978898281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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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소설가 김하기의 세번째 소설집. <완전한 만남/1990> <은행나무 사랑/1996> 이후 6년 만의 소설집이다. '통일'과 '주변인', '인간사랑'에 주목하는 그의 분명한 주제의식이 담겨져 있다.

출판사 서평

찢겨 있는 모든 것의 통일을 위하여
소설가 김하기의 세번째 소설집 [복사꽃 그 자리]가 출간되었다. [완전한 만남](1990), [은행나무 사랑](1996) 이후 6년 만의 소설집이다. '통일'과 '주변인', '인간사랑'에 주목하는 그의 분명한 주제의식이 여전히 빛을 발한다. 또한 이번 소설집에서 새롭게 떠오른 '배신'의 주제는,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과거와 그렇지 못한 현재의 이분법 위에 서 있던 90년대 후일담문학과 명백한 경계를 지으며 동어반복의 폐쇄회로를 열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하기 소설의 인물들은 거의 예외 없이 찢긴 존재들이다. 그들에게 현재는 과거와, 현실은 꿈과 조화롭게 이어져 있지 않다. 그들은 부조화와 불연속의 인간들이다. 그들은 그처럼 찢긴 존재로서 과거와 현재 사이, 꿈과 현실 사이 아득한 공간을 지향 없이 떠돌고 있다. 길은 하나뿐이다. 그 찢긴 것들의, 찢김의 원인과 실상에 대한 소설적 추구가 그것이다. 김하기 문학은 그 힘든 길을 스스로 열며 나아갔다." --문학평론가 정호웅

불모의 땅, 망각한 이정표를 찾아 나서는 치열한 글쓰기
김하기 문학의 '실현'을 예감케 하는 처녀작 「날개와 아가미」는 작가가 대학 2학년 때인 1978년 부대신문에 발표된 작품이다. 세상에 대한 '빚'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 민재의 짧은 여정을 중심으로 청년 지식인의 고뇌와 혼돈을 그린 이 작품에는 습작기 작품 특유의 거친 표현과 엉성한 짜임새, 채 걸러지지 않은 생경한 관념이 엿보이지만, 현실과 맞서겠다는 절대의 부정의식과 그것을 이끄는 젊고 순수한 열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문학평론가 정호웅 교수는 "엄청난 수의 청년 지식인들을 실천의 현장으로 나아가게 했"던, "80년대를 꿰뚫고 흘렀던 주요한 시대정신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평가한다.

중편 「미귀(未歸)」는 남에서도 북에서도 내몰린 주변인으로서의 전향 장기수와, 그 사방으로 막힌 절망의 현실을 주목한다. 북조선에서 철도부 공안원으로 있던 '그'는 공작원으로 남파되었다가 붙잡힌다. 폭력과 고문으로 점철된 '전향 공작' 앞에서 비전향 장기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전향 아니면 죽음밖에 없다. 무자비하고 비인간적인 전향 테러에 못 이겨 결국 전향서를 제출한 그는 이십 년을 채우고 전향수로 출소한다. 시골농장 농꾼, 신문보급소 총무, 중고서점 점원, 아파트 경비원을 거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취로사업밖에 없다. 그나마 세상사리에 어두워 상처를 입고, 끊임없는 감시의 눈 앞에서 무력한 삶을 산다.

씁쓸한 마음으로, 평양으로 떠나는 비전향 장기수들을 배웅하고 돌아온 그에게 가족에게 부친 편지와 선물이 되돌아와 있다. 실제로 2000년 9월 2일,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북송되었으나 살인적인 전향 공작에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여기서 제외되었다. 남겨진 전향 장기수들은 고향 북쪽에서의 완강한 존재 부인과 남한에서의 냉대와 격리로 인해 설자리를 잃었다. 김하기는 이러한 전향 장기수들의 현실을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묘사함으로써, 과감히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동명의 운동권 가요를 제목으로 하는 「님을 위한 행진곡」은 80년대 범법자로 규정되어 감옥살이를 했던 민주화 운동가들의 명예 회복이 정부 주도하에 추진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상당한 보상금이 보장되는 이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명예 회복을 청원하게 되고, '애인 신재숙의 변심으로 탈영'한 것으로 조작되어 옥살이를 했던 '나' 역시 청원을 마음먹는다. 인우보증서를 위해 제주도까지 신재숙을 찾아간 '나'는 어렵게 인우보증서를 받게 되고, 돌아오는 길에 "노동자는 여전히 노동자고 미국은 여전히 미국이고 휴전선은 여전히 휴전선이고. 그런데 벌써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해서 안달복달이에요? 결국 이 사회를 천박하게 하는 것은 사회를 바꾸겠다고 말로만 떠드는 치들, 바로 우리 자신들이라구요"라는 신재숙의 말이 떠올라 더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표제작 「복사꽃 그 자리」는 Y동에서 몸을 파는 J와 작가인 '나'의 짧은 사랑을 담고 있다. 시골에서 상경한 J는 노조 일을 하다 사장의 애를 갖고 술집을 전전긍긍하다 결국 사창가로 오게 되었다. 심한 정서불안을 겪으며 약기운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던 J에게 평소 동경하던 작가 '나'는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기회처럼 다가오나, 교차되는 J의 일기와 '나'의 작가일기에서 드러나듯 '나'에게 J는 신문 연재소설을 쓰기 위한 소재일 뿐이다. 시간을 다시 돌이킬 수 없는 J가 선택하는 것은 결국 죽음이다.

'배신'의 모티프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소설은 「용늪 가는 길」이다. 정치운동의 한복판에서 몇 년간 불꽃같이 살았던 해준은 모진 고문에도 '동지간의 의리'를 지켜 굴복하지 않는다. 승리자로서 석방된 그는 곧 동지이자 애인이었던 여인와 친구의 배신을 알게 되고, 견딜 수 없는 절망감에 빠져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동지들을 배반하게 된다. 작가는 죄의식과 오랜 정신적 방황에 빠져 있던 해준이 식물학자 김교수와 '용늪'을 방문하게 되면서 6·25의 상처를 안고 사는 신무홍 부부를 만나 세상과 화해하게 되는 과정을 담담한 필치로 그리고 있다.

이 밖에도 부도를 내고 고향집에 숨어든 한 사내를 둘러싼 배신의 여러 면모를 그린 「고추방에 누워」, 무겁고 너절한 삶에 찌들어가던 소설가 '나'가 첫사랑과 우연히 마주치는 삽화를 그린 「폭설」 등은 지리멸렬하고 무거운 현실을 부정하고 회피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소중한 무엇을 찾아내는 과정을 그려냄으로써 김하기 소설의 새로운 변모를 보여준다.

비바람, 추위, 어둠을 지나온 언어들
"언젠가 당신은 물었습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와 세상에 단 한 권의 책만 남겨두라면 어떤 책을 남겨야 할까고요. (……) 당신은 뜻밖에도 평범한 소설책 한 권을 이야기했습니다. 한 권의 소설책이야말로 인간이 이 지구상에서 살았던 흔적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고 말입니다. 인간의 사랑과 갈등, 사회의 풍속과 도덕, 위선과 범죄까지 한 권으로 압축한 그런 소설을 써야 한다고 당신은 지금도 말하고 있습니다."--'작가의 말'에서

그리하여 한 권의 책을 출간할 때마다 늘 종말감을 느낀다는 작가의 고백은 이 책 앞에서 또다른 진실로 다가온다.

이 책에 대하여
김하기씨가 창작 일선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을 들으매, 새삼 그의 극적인 등단 무렵이 기억난다.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다룸으로써 우리 소설의 암흑면을 개척한 「살아 있는 무덤」(『창작과비평』 1989년 기을호)을 투고작으로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 드물게밖에 찾아오지 않는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편집자의 보람이 아닐 수 없던 것이다. 입북사건 이후 저점을 배회하던 그가 새 소설집 『복사꽃 그 자리』를 묶어낸다는 사실에 나는 무조건 박수를 보낸다. 혁명은 안 되고 방만 바꾼 새로운 사태에 직면한 작가의 정신적 도정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이 소설집은, 특히 전향한 장기수의 남한생활을 생생히 묘파한 「미귀(未歸)」가 상징적으로 드러내듯이, 이 땅의 시간을 살아내기 위한 작가의 내적 투쟁이 새 차원에 들어섰음을 웅변하고 있다.--최원식(문학평론가·인하대 교수)

좋은 악기는 비바람 부는 혹독한 정상의 나무들에서 그 재료를 얻는다고 한다. 굽고 옹이진 나무를 펴고 깎아 만든 악기라야 맑은 소리를 낸단다. 김하기의 소설에 등장하는 김길만과 신재숙과 미스 진과 신무홍이 그런 나무들이다. 우리가 술에 찌들어 떨어지는 무심한 새벽 한밤중에도 저 대암산 꼭대기에는 그런 나무들이 바람과 추위와 어둠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명장은 한시도 그 나무들을 잊지 않고 있겠지. 남들은 무심코 나무를 벨지 모르나, 그는 촘촘한 나이테에서 확 끼치는 향기에 매번 취해 비틀거렸으리라. 김하기의 이번 소설들은 심금(心琴)을 울린다.―구효서(소설가)

김하기의 소설은 우리로 하여금 '잃어버린 이정표'를 생각하게 만든다. 밖에서 안을 보고, 안에서 밖을 보게 만드는 이정표--그것이 한때 우리가 함께 바라보던 시대의 이정표였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이정표를 말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기억하지 않는다. 그 무수하던 인간들의 이정표는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정표가 사라진 불모의 사막지대에서는 헛것들의 카니발이 현란하다. 그래서 인생을 등불 삼아 이정표를 매만지는 작가의 노고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이정표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정표를 망각했다는 걸 아프게 일깨우는 소설--인간이 바라보아야 할 불멸의 이정표를 만들고자 하는 작가의 진실에 경의를 표한다.--박상우(소설가)



저자 소개
김하기
1958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대학원과 동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89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하여, 제1회 임수경통일문학상, 제1회 부산작가상을 수상하고 제10회 신동엽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소설집 {완전한 만남} {은행나무 사랑}, 장편소설 {항로 없는 비행}(전2권), {천년의 빛}(전3권), 산문집 {마침내 철책 끝에 서다} 등이 있다. ljy0313@thrunet.com

목차

용늪 가는 길_7
날개와 아가미_39
고추방에 누워_65
복사꽃 그 자리_93
폭설_131
미귀(未歸)_171
님을 위한 행진곡_221

저자소개

김하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1980년대 후반부터 소설과 칼람을 쓰면서 작품을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완전한 만남> <항로없는 비행 상하><은행나무 사람><천년의 빛1,2,3><복사꽃 그자리>등의 소설을 썼다. 산문집으로는 <마침내 철책 ?셀서다><유월항쟁일지><신명나는소설창작>등이 있다. 현재 부산대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하고 현재 부경대학교 외래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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