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기원] 브라이언 보이드, 남경태 역, 휴머니스트, 2013

 

제목에서 혼돈이 생긴다. 제목을 그대로 이해하자면, 이야기에 대한 역사적 설명을 떠올릴 수 있지만,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저자는 다윈의 책을 염두에 두고 제목을 정했다. 저자는 이 책을 “[종의 기원]의 핵심 내용을 일반화하고 확장”한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문학비평에 진화론을 도입함으로써 문학비평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비평체계로서 진화비평을 도입해야 한다.

진화비평은 문학작품에서 파생되는 “문제와 (그것의) 해법이라는 주제와 (그 해법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문제에 대해 (새롭고도) 매우 복잡한 해법을 만들어내는 진화 체계의 힘 - 발생, 검증, 재발생의 순환 - 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생소한 이론이다 보니, 비평 자료로 사용된 [오디세이아]와 [호턴이 듣고 있어!]의 몇 단락을 제외한다면, 본문의 대부분이 진화론과 진화론을 배경으로 한 여타 학자들의 주장과 저자의 부연 설명이다. 물론 뇌신경과학, 진화심리학과 진화사회학(이런 학문이 있다면)에서 사용되는 개념들을 문학에 도입했다는 점에서 새롭게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낯설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생물 문화적 관점이 없으면 픽션이 얼마나 놀라운 것이고 얼마나 자연적인지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 평가할 필요가 있을까? 뇌과학자들의 연구를 따르면, 우리 뇌 속에는 ‘나’라고 불리는 ‘자아’가 단 하나뿐이지 않다. 도대체 어떤 자아가 복잡다단한 진화체계를 이해할까? 또한 어릴 적 읽었던 작품을 나이 들어서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감동을 받게 되는 것도 진화로 설명해야 하는가? 最古의 작품 중의 하나인 [오디세이아]는 거의 3천 년 동안 연구되어 왔는데도, 이것이 [오디세이아]라고 단언할 수 있는 뭔가를 본적이 있는가? 진화비평을 못해서 그렇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이런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저자는 문학을 다른 말로 픽션을 ‘인지 놀이’라고 규정한다, 이 개념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놀이’를 확장한 개념이다. 진화론과 비트겐슈타인. 저자의 관점은 프래그머티즘적이지만, 프래그머티스티인 로티와는 전혀 상반된 결론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로티의 지도의 받은 이유선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과학적 철학을 표방함으로써 철학이 많은 독자를 상실하고 별다른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면, 철학은 글쓰기의 방식에 대해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해결책이란 매우 간단하다. 반대의 길로 가는 것, 즉 문학적인 철학을 하는 것이다.”

선택은 독자의 몫이다. 2013.03.29

로티, 진화론, 다윈, 이유선

철학 에세이 [호빗 뜻밖의 철학] 그레고리 배스햄 外, 북뱅, 2013

 

영화 [뜻밖의 여정]을 염두에 둔 이 책의 원제목은 [호빗과 철학]이다. 톨킨의 소설을 좋아하는 철학자들의 글을 묶어 놓았으니, 제목에 철학이란 말을 붙인 것이 뭐라고 말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본격적인 철학책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 책의 앞부분에 있는 [빌보 베긴스의 영광]편을 보면 플라톤의 전승 속에 있는 “가정생활의 미덕과 그 단순한 기쁨”이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호빗]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고 글쓴이는 말한다. 그러면서 아우구스티누스의 저작들을 인용해서 “가정생활의 미덕과 그 단순한 기쁨”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이해는 되지만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플라톤이나 아우구스티누스가 가진 철학적 함의들이 [호빗]에서 나타나는 철학적 함의와 같은가. [호빗]을 읽으면서 우리 자신을 ‘메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가.

 

철학자 김영건 선생님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해서 골똘하게 반성해 본다면, 아마 철학이나 철학적 사유를 요구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철학은 메타적이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의 정당성, 그것이 갖고 있는 함축들을 메타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이 철학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다면 철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이 책이나 [호빗] 속에서도 철학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것은 철학적 사유의 단면이지 그것을 본격적인 철학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철학이란 것은, “그것을 진짜 잘하는 것은 철학자의 생각, 즉 철학책을 메타적으로 반성하는 것보다 더욱 어렵다.”

김영건 선생님의 말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철학적 사유이고, ‘생각의 정당성’의 함축들을 ‘메타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면 철학이 될 수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정당성’과 ‘메타적’이란 단어의 의미를 명확하게 논증해하지만, 이것들의 의미 또한 ‘철학’처럼 모호하다. 단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철학책을 메타적으로 반성”할 수 없다면 함부로 ‘철학’ 이란 단어를 써서는 안 되고 그것을 ‘철학’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누구나 철학적인 사유를 할 수는 있지만, 그것들을 철학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고, 논증되지 않는다면 철학도 아니고 철학책이라고도 말 할 수 없다.

 

이 책은 어떤 책인가. 어떻게 읽어야 할까.

 

“포장된 개똥철학이 마치 진정한 철학인 것처럼, 혹은 자신의 주관적 감흥이 철학의 핵심인 것처럼, 혹은 어떤 철학적 명언들을 앞 뒤 문맥을 다 잘라먹고 거기에 별로 신빙성이 없는 자기 소감을 덧붙이는 것이 마치 대단한 것처럼 여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런 것들을 기초로 해서 더 깊게 혹은 더욱 합리적으로 나아가야 비로소 단단한 철학적 사유가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독자들도 스스로 훈련해서 이런 것들을 판단할 수 있어야만 한다.”

 

“스스로 훈련해서 이런 것들을 판단”할 수 있다면 철학과 문학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플라톤의 대부분의 저작들이 드라마 형식이지만, 최고의 철학책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철학과 문학은 한편으로 묶일 수 있다. 그렇지만 훈련되지 않은 독자가 ‘철학’ 이란 제목만 보고 그것을 ‘철학’이라고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개똥철학이 되고 만다.

 

플라톤 이래로 문학과 철학은 엄연하게 구분되었다. “문학은 환각이라고 그가 누차 말하지 않았던가... 소설가는 현실을 보고 환상을 만든다면 그는 환상을 통해 현실을 이해하려는 것 같다”고 말한 소설가 박완서의 말처럼, 문학은 창조해낸 현실이고, 철학은 현실에 접근하려는 몸부림이다.

 

이 책에는 [호빗]이라는 판타지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접점을 밝혀내려는 철학자들의 철학적 사유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우리 삶에 대한 정답도 들어있지는 않다. 고대인들은 칼에 피를 묻혀가며 공동으로 향유할 수 있는 영광을 위해서 살았고, 중세인들이 신의 영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렸다. 근대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영광을 위해서 살아왔는가. 톨킨의 책 속에는 고대인들도 살고 있고 중세인들도 근대인들도 살고 있다. 그들은 그 속에서 살아갈 뿐 현실로 뛰쳐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을 통해서, 이 책의 저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지만, 그 책 속에서도 이 책 속에서도 우리가 처한 차갑고 무거운 현실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는 없다.

 

“하늘에서 한방에 목돈이 떨어지는 것을 기대”해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문학적인 글들을 읽고 그것에 감동하고, 그 감동의 정체를 나름대로 논리적으로 즉 메타적으로 정리한다는 것 자체가 자기 자신의 생각을 객관화한다는 의미에서 성숙이다.” 이 책을 통해서 스스로 훈련해서 성숙해졌다면, 그렇다면 이 책도 훌륭한 철학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 훈련해서 성숙해지지 않는다면 어떤 위대한 철학책 속에서도 우리 삶의 정답은 찾을 수 없다. 단지 “어쩌면 일생에 한 번도 접해 보지 않는 철학책이라도 읽는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의미에서 영광일 것이다.” 아킬레우스가 명예를 위해서 죽음을 선택하듯이, 아우구스티누스가 무화가 나무아래에서 신에게 영광을 돌리듯이, 지금 나도 뭔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 2013.02.25

 

 

톨킨, 플라톤, 어거스틴, 메타적

이태리 소설 [프라하의 묘지] 움베르토 에코, 이세욱 역, 열린책들 2012년 초판 2쇄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실존했던 인물들의 에피소드는 흥미롭다. 특히 파리코민이나 뒤레퓌스 사건을 재해석한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가 이 부분에서 재미를 느낀 것은 그 사건들이 지금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모니니가 파리코민을 비판하듯이 혁명을 완성할 수 있는 자들은 권력 편에 서 있고 힘없는 자들은 이 추위에 고압선이 지나가는 철탑 위에 있거나 사자(死者)와 함께 공장 앞마당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다. 국정원 직원의 여론 조작과 뒤레퓌스 사건은 무엇이 다른가. 이 소설을 관통하는 ‘음모론’과 우리 생활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교차시켜 읽어 보면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그렇지만 이 소설의 소재인 ‘프리메이슨’은 영화나 소설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지만, 하느님도 정체를 모른다는 ‘예수회’나 카발라로 상징되는 ‘유대교 신비주의’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감흥을 둘째 치고 한국 사람들은 이런 소재들이 가진 역사적 맥락을 알지 못하기에 에코가 아무리 섬세하게 묘사했더라도 그가 보여 주고자 하는 문제의식에 쉽게 공감하지 못한다.

이 책의 서술 방식도 공감하기 어렵다. 에코가 작가 후기에서 말한 이 책의 서술 방식 즉 “스토리와 플롯의 어찌할 수 없는 어긋남, 더 어려운 말로 하자면, 러시아 형식주의자들(모두 유대인)이 말하는 파불라와 슈제트 사이의 숙명적인 기능 장애”는 무엇일까? 에코는 일반 독자들이 알기 쉽도록 주인공을 이중인격자로 설정하고, 위조범 시모니니와 가톨릭 신부 피콜라를 행위의 주체로 삼는다. 여기에 소설 전체를 모두 꿰뚫고 있는 화자도 있다. 세 가지의 각기 다른 목소리로 에코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기에 포크너 소설처럼 난해하지는 않지만 다소 혼란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혼란이 앞에서 말한 파불라와 슈제트의 기능장애를 적절하게 표상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에코는 독자가 그렇게 읽어주기를 바랄지 몰라도 이중인격을 가진 주인공과 중간중간 등장하는 젊은 프로이트와 그의 조언에 따라 이중인격을 극복한다는 식의 소설 전개는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앞서 이야기한 것은 이 책 [프라하의 묘지]에 관한 일반적 리뷰다. 나는 이 소설의 핵심 소재였던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해악을 끼쳤다는 거짓문서, 즉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에 에코가 주목한 이유가 궁금하다. (지금부터 발췌하는 것은 프랑스 어느 신문에 실린 에코의 대담 내용이다.)

 

알라딘이 백기를 들듯이 포기하는 바람에 도서정가제 문제는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결국, 이 문제의 핵심을 이루는 책의 본질에 관한 문제는 진지하게 논의 되지 못했다. 책은 상품인가? 문화인가? 또는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 에코는 어떻게 생각할까? 에코의 결론은 이렇다. “(종이)책은 죽지 않는다.” 에코의 말을 빌리자면, “(종이)책은 숟가락, 망치, 바퀴, 혹은 가위와 같다. 일단 당신이 그것들을 발명하면, 당신은 그것을 개선시킬 수 없다.(중략) 결국 책은 책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물론 미래는 아무도 모르고, 에코의 말처럼 “미래에, (종이) 책들은 소수의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관심만을 끌 수 있을 수도 있고, 이들은 그들의 시대에 뒤처진 호기심을 박물관 혹은 도서관에서 채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정부도 통제하지 못하는 재벌이 어느 날 갑자기 휴대폰 사업을 포기하고 대신에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고 로비를 한다면, 정부는 환경보호를 핑계로 모든 학교에서 종이책을 없애버리고 재벌의 전자책을 교재로 채택할 것이다. 이런 조짐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의 미친 부모들은 이제 옹알이를 시작하는 간난 아기에게 전자책을 사주고, 아이들은 침 묻혀가며 넘기는 동화책 대신 차가운 유리판을 밀고 당기며 성장할 것이다. 그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완벽한 전자책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공존하고 있다.

 

에코가 말한 숟가락을 생각해보자, 나는 선물 받은 스위스제 티스푼으로 커피를 젓고, 중국식의 짧고 넓적한 숟가락으로 국물의 간을 보고, 도시락을 먹을 때면 일본식으로 젓가락만을 사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국식 숟가락을 사용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커피를 젓거나 국물의 간을 보거나 도시락을 먹을 때도 한국식 숟가락 하나면 나는 충분하다. 어떤 학자들은 [주자가례]를 충실하게 따른 비효율적인 숟가락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철숟가락 사진을 들이밀며 주자가례 이전부터 한반도에서는 지금과 같은 모양의 숟가락을 사용했다고 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식 숟가락은 한국 문화의 일부분인 것은 명확하다. 한국식 숟가락이 우리의 문화의 한 단면을 이루듯이 우리의 책도 우리 문화의 한 단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숟가락을 상품으로 소비한다. 속된 말로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서 금수저를 쓰는 사람도 있고, 특이한 디자인의 숟가락을 고르는 여인도 있고, 나처럼 싼 것만을 찾는 사람도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일본 사소설에 열광하는 사람도 있고, 유럽의 판타지나 탐정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고리타분한 동서양의 고전에 미친 사람도 있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전자책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여하튼 출판사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만한 상품으로서의 책을 만들어내고, 소비자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서 책을 선택한다. 미친 듯이 자기개발서를 찍어내고 읽기도 하고, 철지나면 아무도 읽지 않을 정치인들의 팸플릿을 위대한 책인 양 떠벌리기도 하고, 소수의 비정상적인 독자를 위해서 초판도 다 팔리지 않을 책을 쓰고 찍어내는 사람도 있다.

 

책 속에 담기 내용이 다양하듯이 책의 외적 요소인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 하는 문제도 소비자의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좀 더 그럴듯하게 이야기한다면 이 모든 것은 사회적 요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 요구의 주체가 누구인지가 불분명할 뿐이다. 에코가 지적했듯이 정치인들의 팸플릿은 전자책으로 충분하고,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들은 종이책에서 더 진가를 발휘한다. 그렇기에 종이책도, 전자책도 금수저 은수저 스텐수저 플라스틱 수저가 공존하듯이, 그 쓰임새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충분할 것이다.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은 어떤 것이 어울릴까? 에코는 이것이 종이 책의 형태로 남아있지만 ‘거짓문서’라고 말한다. 선거철을 겨냥해서 만들어지는 정치인들의 팜플렛이 유권자들의 유인하는 목적으로 쓰이는 것처럼, [시온 장로들의 프로토콜] 또한 그 내용이 가감되면서 정치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니 오래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고전은 될 수 없다. 그러니 그것을 경전이라도 되듯이 말하는 사람도 그 말을 믿는 사람도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을 담고 있는 종이책은 무엇인가?

 

“우리는 쓰기가 손의 확장이라 간주할 수 있고, 이런 의미에서, 쓰기는 거의 생물적이다. 쓰기는 몸과 즉가적인 관련이 있는 소통 기술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대 발명들은, 가령 영화, 라디오, 인터넷 등은 생물적이지 않다.”

 

에코가 말하는 생물적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는 쿠텐베르크 이전 시대로 거슬러가 책을 하나하나 제 손으로 필사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키보드로 타이핑을 하는 것은 쓰기의 확장이 아닌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앞서 말한 완벽한 전자책의 시대가 도래한 후에나 나올 수 있다. 우리 손에 들린 전자책을 보자. 선생님이 가르쳐 준대로 책을 읽으려면, 문맥이 변화는 부분에 밑줄을 긋고, 떠오르는 생각을 책 여백에 메모로 남기고, 책을 다 읽고 간지에 책을 요약해야한다. 전자책으로 가능한가. 에코가 말한 즉가적인 소통의 기술로서의 쓰기는 책 읽기의 다른 말일 뿐이다. 결국 책 읽기는 쓰기다.

 

“오늘날 우리는, 한 작가가 쓰기를 통하지 않고, 자신의 소설을 구술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이 작가는 자기의 소설이전에 존재했던 문학들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설을 구술로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시인 랭보는 아주 재능있는 사람이었고, 모방이 불가능한 작가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자동기술법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작업하지는 않았다. 16세에, 그의 문화는 이미 고전적이었다. 그는 라틴어로 시를 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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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읽기 위해서 써야하고, 쓰기 위해서 더 많이 읽어야 한다는 모순 속에 있다. 2013.02.04

음모론, 독서, 파리코민, 뒤레퓌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