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공감했던 추천사가 있다.
"무심코 집었던 책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책의 표지 뒷면에 쓰인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의 말이다. 어찌보면 흔하디 흔한 표현이고 홍보성이 짙은 문구지만 나는 정말 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정말, 진짜! 하고.
저녁에 잠깐 시간이 생겨 어떤 책을 볼까, 책장에서 고르다가 무심코 이 책을 한 번 주르륵 훑어본 것을 시작으로 결국 날이 바뀌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서야 나는 잠이 들었다. 우선 첫 시작이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프롤로그 부분으로 인지철학자인 대니얼 데닛이 <종의 기원>이 출간된지 150주년을 기념한 파티에 참석하면서 시작되는데, 그가 다윈의 서재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다윈이 지금 살아있다면 그의 책장에는 어떤 책이 꽂혀있을까란 주제로 여러 책을 소개하는 코너를 기획하게 된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책의 저자를 초대해 대담을 나누는 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이 모두는 가상이다. 제2부인 장대익의 서재까지 전부 다 말이다. 저자의 글 솜씨가 워낙 좋아서 정말 하마터면 깜빡 속을 뻔했다.
이처럼 가상 대담과 북토크 형식의 서평집은 처음이었지만 상당히 재밌고 흥미롭게 잘 읽었다. 소개된 과학책들의 핵심 내용도 분명히 잘 전달하면서 대담과 토크에 내가 실제 참여하고 있는 듯한 능동적인 느낌까지 주었다. 게다가 유머실력도 상당해서 시종 유쾌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어지간한 소설 책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통해 과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애정을 알 수 있었고 과학서가 단지 정보를 얻기만 하는 수준이 아닌 인간과 자연, 생명, 우주 등 모든 것을 아우르는 진정한 인문 교양서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저자의 말처럼 독자들을 위해 좋은 책을 발굴하고 제대로 읽게 만드는 게 서평집의 일차 목표라고 한다면 <다윈의 서재>는 그야말로 성공적인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