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나오키상과 함께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아쿠타가와상이 바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기념하는 상이라고 알고 있다. 걸출한 작가들을 배출하고 또 그 작품들을 읽으면서 귀에 익었지만 어째선지 아쿠타가와 그의 작품은 라쇼몬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라쇼몬은 14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작품의 주제들이 뚜렷하고 분위기 또한 신비했다. 하지만 결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난해함도 있었던 것 같다. <코>와 <마죽>에서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허무하고 부질없는 것인지를 보았고 <라쇼몬>에서는 음울하면서도 공포스런 분위기를, <묘한 이야기>에서는 나름의 반전도 만났다. 그리고 <다네코의 우울>은 신문명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긴장감을, <엄마>는 타인의 불행에 대한 심리, <꿈>은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 <흙 한 덩이>는 두 여인의 고단한 일생을 보았다. <지옥변>에서는 창작에 대한 갈망을, <거미줄>은 인간의 욕심, <두자춘>에서는 인간다운 정직한 삶, <신들의 미소>에서는 초기 기독교와 고대 신앙의 충돌, <덤불 속>은 관점에 따른 독특한 이야기 구조를, 마지막 <갓파>에서는 작가의 여러 내면을 들여다 본 것처럼 여겨졌다. 개인적으로 작품들 모두 몽환적이면서도 음울하고 짙은 안개 속에 있는 분위기라 글을 읽는 내내 묘한 분위기를 느꼈다.

물론 작품해설을 보니 내공이 부족한 탓에 제대로 본 것 같지는 않지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는 사람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지는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의 다른 책들도 만나고 싶어진다.

 

 

 

 

제목부터 아주 눈길을 끄는 이 책은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한스 라트의 장편 소설이다.

실패한 심리치료사인 야콥에게 자칭 신이라고 주장하는 아벨이란 남자가 상담을 의뢰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처음에는 아벨을 정신이상자로 여기며 그의 모든 말과 행동에 의심을 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믿음을 갖게 되고 결국 아벨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야콥 자신의 인생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비록 힘은 없지만 선량한 신이 있다는 건 신이 아예 없는 것보다 훨씬 나을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신을 전지전능하고 결점이란 전혀 없는 완벽한 절대자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신은 그런 생각과는 약간 반대다. 물론 신이라는 이름답게 자신의 피조물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인간과 같이 소소한 고민거리 역시 가지고 있다. 인간의 몸을 빌린 탓에 생긴 아들과의 갈등이라든지, 죽음에 대한 걱정이라든지. 점점 힘을 잃어가는 것에 대한 무기력함도 토로한다. 이런 신의 인간적인 면모가 종교적인 입장에서 보면 다소 기분 나쁠수도(?) 있겠지만 스스로의 약함을 그대로 드러내며 고민하는 신의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가 고민하고 돌이켜봐야 할 여러 문제들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책의 제목만 보고는 종교적인 내용이 가득한 건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했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느낀 점은 없었다.  '하나님'이 아닌 어떤 초월적 존재로서의 '신'을 생각하며 읽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신에 대한 불신과 선에 대한 회의로 인한 인간의 오만, 야욕을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나리오 작가라는 이력 때문인지 속도감 있는 전개와 경쾌한 문체가 이야기를 더 풍부하고 재밌게 만들어서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라는 볼테르의 말처럼, 신이 아예 없는 것보다 힘이 없어도 선량한 신이 있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신이라는 존재가 주는 긍정적인 부분을 본다면 신을 믿고 안믿고를 떠나 책에서 보여주는 인간적인 모습의 신을 한번 상상해 보는 것도 즐거울듯 하다.

 

 

 

 

요즘에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중력에 좋은 클래식' '숙면에 도움이 되는 클래식' '머리를 좋게 하는 클래식' 등등 공부에 관련된 이름을 달고 여러 클래식을 묶은 음반이 꽤나 절찬리에 판매되던 때가 있었다. 보통 클래식이라고 하면 우아하고 고상한 사람들이 즐겨듣는 음악(?)이라는 생각이 강해서인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겼는데 그런 열풍에 휩쓸려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계를 대표하는 음악 평론가인 홍승찬 교수의 클래식과 관련된 삶과 사람, 그리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다. 총 4챕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챕터의 제목이 빠르고 즐겁게, 우아하고 부드럽게, 비애에 젖어, 대담하고 활기차게다. 마치 클래식의 연주처럼 각 이야기들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는 음악이 아닌, 함께 듣고 함께 즐거워하는 음악을 들려주겠다는 꿈 말입니다. 화려하고 거창하진 않더라도 내 주변의 가까운 이들에게 휴식과 격려를 선물하는 음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이런 것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음악은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면 장르가 무엇이든 훌륭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클래식 역시 마찬가지다. 꼭 전문 용어를 알고 이해를 해야만 음악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깊이 들여다본다면 음악가들의 삶도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가 않다.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클래식이 주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음악가가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한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음악을 그저 두뇌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듣기에는 너무 아까운 일이 아닐런지...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음악들이 궁금해 일부러 찾아 듣기도 했다. 클래식에 대해 젼혀 모르는 사람은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일단 저자가 추구하는 생활 속의 예술은 적어도 내게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꼭 클래식이라는 장르 뿐만 아니라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이들도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