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영어!

아마도 나이대를 불문하고 한 번쯤 유창하게 해 보고 싶은 욕구를 모두 지니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정작 기초 회화조차 모르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그건 물론 시험 영어가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예전부터

회화는 여행자들이 가벼운 책자를 보면서 몇 마디 연습하곤 했던 것 같다.

또, 1990년대까지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 절대 다수가 학교에서 배운 영어 공부는

쉬운 말이라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회화하곤 너무나 동떨어진 방식이었기에

마음 먹고 회화를 공부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왕초보용 영어패턴 책이 어떨지...  

 

언제부터인가 효율적인 영어 공부 방식이 유행 아닌 유행이다.

그것은 바로 영어 패턴를 활용한 방식이다.

이 책에서는 다년간 영어 회화를 일선에서 가르쳐 본 저자(박신규)가 왕초보 맞춤형 영어회화 패턴 200개를 엄선하여

총 4개 파트 - I(나), You(너), It(삼인칭) 그리고 5W1H(육하원칙)로 정리하여 40일 동안 학습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각 파트마다 쉬운 표현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난이도가 더해진다. 그렇지만 어휘 자체는 초등~중1 수준을 유지한다.

여담이지만, 기초 회화조차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임에도 뭔가 있어 보이는 - 엄청 어려워 '보기만 해도 머리가 띵해지는' 영어 공부를 진짜 공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말이다. 가장 중요하고 실속 찾는 영어 공부가 바로 이런 초~중1 수준의 영어 공부라는 것만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나야말로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ㅎㅎ

 

 

 

 

40일 동안 하루에 패턴 5개씩 공부하면 되는 것 같다.

가령, Day 1 - 패턴 001~005, Day 2 - 패턴 006~010...

각 페이지마다 기본 구성은 이렇게 step1 '패턴 집중 훈련'과 step2 '리얼 회화 연습'으로 되어 있다.

우측 하단에는 짧은 Tip도 있고, 맨 아래에는 사전을 찾아볼 필요가 없도록 기본 단어를 풀이해 놓았다.

 

***

 

 

한쪽을 접어서 우리말로 된 표현만 보고 영어로 자연스럽게 구사해 보는 연습을 해보자.

 

영어 교재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며, 이 책 한 권을 통해 제공 받을 수 있는 자료도 꽤 많다.

사실 공부 자료가 너무 많은 것도 자칫 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데,

간단하게 CD 안에는 맞춤형 영어회화 패턴 200개에 해당하는 녹음파일(mp3)과 패턴별 1~3분 정도의 짧은 저자 직강이 매우 유용할 듯싶다. 홈페이지(여기를 클릭)에서 부가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상 유료 mp3는 책을 구매하면 CD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반납했어?" "나한테 전화했어?"와 같은 매우 쉬운 듯보이는 표현을 영어로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그날까지~

보면 매우 쉬운 어휘인데 정작 발음이 난감해지는 일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왕초보 영어패턴 200+] 한 권으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1000문장을 내 것으로 만들어 보자.

꾸준히 반복 연습하는 게 영어 공부의 왕도이자 지름길일 것이다.

2010-12-14 작성

 

요즘 일본은 '마루 밑'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일까. 지난 추석 즈음 봤던 애니메이션 '마루 밑 아리에티' 생각이 났다. 오래된 저택의 마루 밑에는 작고 귀여운 소녀 아리에티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데 종종 생필품을 가지러 마루 위 인간세상에 나타났다가 인간 소년 쇼우와 친구가 된다는 훈훈한 내용이다. 이 책에 담긴 다섯 편의 단편 가운데 하나인「마루 밑 남자」가 위와 비슷한 줄거리를 따른다. 하지만 줄거리만 닮은꼴일 뿐 (14살 깜찍한 소녀가 일주일 정도 면도를 하지 않으면 털부숭이가 될 남자로 바뀌었으니 내용이 어떨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그렇게 훈훈하지도 어여쁘지도 않다고 생각했는데... 가만있자... 그러고 보니까 '마루 밑 남자'는 요즘 일과 미친 듯이 동고동락하는 재미없고 거만하고 피곤함에 찌든 남자와는 판이하게 다른 아주 훈훈한 남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사람은 당신하고 달리 언제나 옆에 있어준단 말이야. 우리하고 같이 밥을 먹고, 우리하고 같이 텔레비전을 보고, 우리하고 같이 웃고 떠들어준단 말이야. 내가 한숨을 쉬면 걱정해주고, 내가 불평을 하면 들어주고, 내가 곤란해하면 도와준다고. 그런데 당신은." (50-51쪽)

 

그리하여 남성 독자라면 대단히 씁쓸해할 수 있겠으나, 여성 독자라면"이 책을 재미없다고 하신다면, 더 이상 추천해드릴 책이 없(←띠지에 실린 글)"다고 할 만도 하다.

 

"나는 남의 집 마루 밑에 들어갈 생각 없습니다."

집에서는 쫓겨났지만, 내게는 아직 회사라는 기댈 곳이 있다. (56쪽)

 

집을 빼앗긴 남자가 갈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생각해본다.

 

다음으로 이어지는「튀김사원」은 비겁한 수법으로 수많은 회사를 쓰러뜨린 소네자키 전무 라인을 무너뜨리겠다는 복수극을 꾸미는 튀김사원(옷만 번지르르하고 알맹이는 볼품없다는 뜻으로 '가짜 사원'을 이름)의 통쾌한 결말을 다루고 있다.

직장을 잃은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남자뿐이 아니다. 「전쟁관리조합」은 한때 각광받았던 여성 종합직이 졸지에 무너지면서 삼십 대 독신 여성들이 엽총을 들고 그야말로 몸부림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조금 황당하다 싶으면서도 지난 IMF 이후 잘 보이지도 않는 코너 뉴스를 장식했던 몇몇 파업시위 장면이 떠올라서 아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번째 이야기 「파견사장」은 디자인 회사에 불어닥친 단기 사장직으로 고통받는 사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그리 고통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회사의 규율이라는 건 잔말 말고 닥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 아닌가. 반드시 실패를 경험한 기기묘묘한 사장이 출현할수록 사원들은 점점 더 기기묘묘해진다.

 

마지막 「슈샤인 갱」은 집을 나온 소녀와 집과 회사에서 모두 해고당한 중년 남자의 파트너쉽을 다룬다. 대단히 현실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것은 일본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묘미라고 해둘까. '이 사람들...이거 원조교제로 흐르면 어쩔겨...러브호텔이 웬 말이야.' 소심한 독자는 마지막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빨라진다.

 

병든 회사가 많아질수록 병든 가정이 늘어만 간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한둘이 아닌 건 가정을 소홀히 하면서도 가족을 위해서 내 한 몸 바친 거라고 말하는 아버지들이 너무 많고(우리 아버지도 그러셨다. 난 잘은 모르지만 이해하는 척했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직장을 다녀보니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이 하고 있는 일들은? 정말 비굴하기 짝이 없는 일들이다. '어쩔 수 없다...어쩔 수 없다...' 아무리 외쳐도 풀리지 않는 응어리인가 보다.

 

"알코올중독이나 이런 건 아니었지만 번듯한 아빠는 아니었어요."

회사에서 실컷 부림을 당한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타입이어서 귀가 전에는 언제나 한잔 걸치고 돌아왔다.

"겁쟁이도 유분수지. 취한 아빠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밤중에 몇 번이나 깼는지 몰라요. 그럴 힘 있으면 회사에서 잘난 척하는 인간이나 한 대 쳐버리지 말이에요."

"하지만 그건......"

반론하려던 시마자키는 말을 삼켰다. 부림을 당하는 인간에게는 부림을 당하는 인간밖에 모르는 고뇌가 있다. 그런 반론을 이 어린 아가씨가 납득할 리가 없다. 사실 예전에 같은 얘기를 했을 때 시마자키의 처자식도 납득해주지 않았다. (224쪽)

 

너희 먹여 살리느라 그랬다, 무관심한 가정이 될 뻔했는데 그나마 나라도 너희를 지켜주었다...

사는 것이 무에 그리 서러운 것인지. 봐달라고, 봐달라고, 나 좀 봐달라고, 인정해달라고 하는 사람들 천지인 가운데 오늘도 우리는 어디든 받아만 준다고 하면 꾸역꾸역 들어가서 장단을 맞추고 아이를 낳고 돈도 많이 벌어서 그럴듯하게 꾸며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구질구질한 변명 따위 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이 책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마루밑남자, 블랙코미디, 하라고이치, 2007년케이분도서점추천문고대상

하버드대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기

긍정의 뇌

(원제 : 뇌졸중이 내게 안겨준 통찰My Stroke of Insight)

- Jill B. Taylor -

 

"뇌졸중(腦卒中, stroke,apoplexy)은 산소를 뇌세포에 실어 나르는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경우로, 기본적으로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 두 가지 유형이 있다. (...) 허혈성 뇌졸중은 피가 엉긴 덩어리인 혈전이 좁은 동맥을 지나지 못해서 혈관을 막는 질환이다. 혈관 폐색으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뇌세포는 결국 외상을 입어 죽고 만다. (...) 출혈성 뇌졸중은 피가 동맥에서 빠져나와 뇌로 스며드는 질환이다." (238-239쪽)

 

모든 질병이 그렇지만 뇌졸중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극히 적다. 심지어 같이 살고 있는 가족이 뇌졸중을 경험하게 되더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사람마다 다른 공감능력이 그 원인일 수도, 질병 자체에 대한 우리의 공포심 내지는 폐쇄성이 근본원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당시 미국에서 꽤 잘나가는 젊은 뇌신경해부학자로 지난 1996년(그녀의 나이 37세) 12월 갑작스레 뇌졸중을 경험하게 된다. 제삼자가 보기에도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 내용은 뇌졸중 이전의 모습과 가족력으로 시작한다.

 

더 뒤에 가서 이야기되지만 질 테일러 박사는 평소 두통을 달고 살았던 모양이다. 이것은 선천성 뇌혈관 기형때문인 것으로 추측되며, 그동안은 모르고 살다가 1996년 기어이 일을 내고 만 것이다. 물론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다. 우리가 대충 알고 있는 것처럼 뇌졸중이란 녀석은 유독 예측 불허! 갑자기 찾아온다. 그리고 한번 찾아온 이 불청객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긴다. 저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뇌졸중이 찾아온 아침의 이야기는 정말 길고 더디게 느껴진다. 단순히 슬로 모션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98% 부족하다. 직장동료와 주치의에게 도움을 청하는 과정, 병원에 도착하여 진단을 받는 과정,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만남, 대수술을 준비하는 마음가짐, 개두 수술 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이 책의 Part1, 거의 2/3분량이다.

 

자신의 뇌, 특히 정보처리능력을 담당하는 좌뇌가 철저히 파괴되고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그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에너지의 영향이 크다.

 

"나는 주위 사람들이 뇌의 가소성을 믿고, 그것의 성장과 학습 및 회복의 능력을 믿어주기를 바랐다." (130쪽)

"나는 사람들이 나를 과거의 모습이 아니라 현재의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기를 원했다." (131쪽)

"다른 사람들의 지지와 사랑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140쪽)

 

안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 환자, 노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외국 그 어느 나라보다도 부정적이어서 그들의 긍정 에너지가 더욱 복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뇌졸중 진행 과정을 시간순으로 차분하게 그려보고 뇌에 관한 통찰력(Part2)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녀가 뇌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굉장히 고급언어를 구사하였을 그녀였겠지만(과거형) 뇌졸중 이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뇌의 구조라고 할까, 좌뇌가 많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계산력이나 언어구성력을 잃었다 뿐이지 A였던 그녀가 B가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나를 잃으면 분명히 다른 하나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못하는 수많은 것들을 지적하기보다 한두 가지라도 잘하는 것에 집중해 달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의 마음속, 미처 터트리지 못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프지 않은 사람보다 더더욱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뇌졸중 환자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학구열이 굉장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점점 잃어가고 있는 우뇌력에 대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 뇌 중심이 아니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가짐이자 선택권이다. 끊임없이 과거의 어떤 일이나 일어날 성 싶지 않은 만들어진 이야기에 얽매여서 사는 우리에게 질 볼트 테일러 박사는 공포 영화 보기를 삼가고, 걸핏하면 분노 회로를 가동하는 사람과 어울리지 말기를 권한다. '지금 여기'에 몰입하여 마음의 평화를 얻으라고 손짓한다.

긍정의뇌, 뇌졸중을겪은뇌과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