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체 불만족』 오토다케의 첫 장편소설
<괜찮아 3반>
-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 전경빈 옮김 -
이 책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우리에게 『오체 불만족』이라는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 나는 『오체 불만족』을 보지 못했다. 물론 오토다케도, 그와 비슷한 장애를 가진 사람도 만나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가 휠체어에 앉아서 가볍게 웃음 짓는 모습과 ’오체 불만족’이라는 다소 불편한 책 제목이 너무나도 친근하게 느껴진다. 몰랐는데, 그 이유 가운데 유력한 이유가 ’오체 불만족’이 초·중등학교 교과서 수록 작품이라는 데에 있는 것 같다. 덕분에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오토다케의 분신, 아카오가 담임을 맡게 된 <괜찮아 3반>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2007년 4월, 일본 언론은 선천성 사지절단 장애인이 스키나미 구 스기나미 제4초등학교에서 3년 임기제 교사로 첫 근무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 이 책 뒷날개에
그러니까 이 책은 오토다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인 셈이다. 그래서 소설이라고 하지만 감동 실화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초등 아이들의 왁자한 모습이 비교적 생생하게 그려지는 작품이다. 언뜻 평범하지 않은 선생이 꾸려가는 교실 이야기이기에 아이들보다 특별한(?) 선생에게 눈길이 갈 것 같지만, 뜻밖에 개성 넘치는 아이들과 주변 선생님들 모두가 주인공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두 팔과 다리가 고작 10센티미터에 불과한 아카오는 대학 졸업 후 줄곧 프로그래머로 일해오다가 시청교육위원회에서 일하는 초등학교 친구 시라이시의 권유로 1년 동안 5학년 3반 담임을 맡게 된다. 이때 친구 시라이시가 보조 교사로 함께한다.
아이들과의 첫 대면은 개학식 날 교장 선생님의 소개로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상반신만 공중에 붕 떠 있는 것처럼 보인(9쪽)" 아카오 선생의 모습은 나에게도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아니 처음 책을 읽고자 할 땐 담담한 척 ’뭐, 어때. 두 팔과 다리가 짧다고 선생님이 될 수 없는 건 아니잖아.’ 정도였는데 직접 그 광경을 상상해 보자니까 평소 우리 아이들 모습과 겹쳐 보여 함께 감탄사를 외치고 싶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교실에서 처음으로 아이들과 점심을 먹게 된 날,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재미있다.
갑자기 교실 안이 조용해지는 게 느껴졌다. 문득 고개를 들자 그때까지 가만히 담임선생님을 바라보고 있었을 아이들의 시선이 후닥닥 흩어졌다. 아카오는 그게 아주 재미있었다.
"하하하, 모두 괜찮아. 그렇게 신경 쓸 것 없어. 손이 없는 선생님은 어떻게 밥을 먹을까 궁금한 게 당연하지. 자, 잘들 봐 둬!" (41-42쪽)
신체가 일반적이지 않은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감탄 아닌 감탄을 하는 건 딱 여기까지다. 우리는 그렇게 곧잘 적응하는 사람이다. 많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처럼 특히 아이들은 무엇무엇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사람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자유와 관심, 배려를 배운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만큼 훌쩍 앞서 간다. 선생님은 그저 마음을 열어 보여줄 뿐이다.
아카오 선생님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아이들 마음을 꿰뚫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교실에서 실내화 분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어찌할 바를 모르고 흐지부지 넘어가려던 찰나 옆 반 곤노 선생님과 베테랑 차노 선생님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담임을 시험해 보는 거라고나 할까? (곤노 선생님)
"실내화를 숨긴 행위는 물론 칭찬받을 일이 못 돼. 하지만 그렇게 한 아이도 결코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지 않나?" (차노 선생님)
아이들의 시험(!)에 직면한 초보 아카오 선생님과 그때마다 주변 베테랑 선생님들이 제시하는 카드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의 문제를 어른의 시선으로 곧이곧대로 바라보지 않는 것!
아이는 아이대로,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보조교사는 보조교사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어느 한 사람 따돌리지 않고 모두가 빛나는 존재인 것!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 좋은 거잖아! 그런 거야!
달궈진 군고구마처럼 마음이 뜨끈뜨끈해지는 책이다.
괜찮아3반,
오토다케히로타다첫장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