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에 소개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책 데미안. 일찌감치 우리에게 고전으로 알려져 있었고 학창시절에는 약간의 의무감으로 이 책을 읽었다. 그 당시에는 억지로 읽는 기분도 있었고 과제를 하나 해결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읽어서 그랬는지 뭔가 이 책의 좋은 점이라든가 책이 하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깊이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의 독서 경험은 같은 책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기회였다.

  어떻게 보면 순수하고 어떻게 보면 솔직한 한 아이의 내면의 성장을 따라 읽어가는 과정이 깊은 몰입력을 가져왔다.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이야기 나누고 갈등하고 성장하는 과정에 대한 서술은 참 세밀하고 생동감 있었다. 보호와 안전함, 사회적 강요 등에 의해 자신을 적절히 통제해 나가던 싱클레어가 자기만의 삶을 자기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참 아프면서도 응원하게 만들면서도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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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안전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안전하다는 것은 참 좋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안주하고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위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안전하지만 위험하다는 것. 발전하기 위해서는 삶에서 약간의 위기와, 도전할 수 있는 요소를 만나야 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또 커가면서 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를 얼마나 깨뜨리며 살아왔나하는 것도 한번 생각해 보았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다시 한 번 했다. 이 책은 진짜 나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힘겹게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하는 길벗이 되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책을 읽으면서 위로와 용기가 생각는 것 같았다. 그리고 좀 더 내 삶에 책임감을 가지고 뭔가에 뛰어들고 싶은 생각도 들게 만들다. 어디선가 사람을 두렵게 하는 것은 불안하다는 감정이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두려움의 마음을 갖게 만드는 요소도 함께 늘어난다. 그래서 자꾸 머뭇거리고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마음에 뜨거운 불을 한번 켜보라는 응원을 하는 책이었다. 고전은 언제 봐도 고전인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참으로 유명한 구절이지만 그래도 이 구절만큼 이 책을 잘 드러내는 구절은 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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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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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게이고의 장편 소설만 읽어 왔기 때문에 단편 작품은 새롭게 다가왔다.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의 매력은 끝까지 가봐야 결말을 알 수 있다는 점이었다. 중간에 범인으로 의심하게 하는 많은 단서들을 통해 범인을 일찌감치 유추해봤자 예상외의 결말을 그려내고 있어 끝까지 가봐야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한 권을 모두 읽을 때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된다는 것이 히가시노게이고 소설의 특징이다.

그에 비해 이번 단편 작품들은 결말을 금세 알 수 있어서 어떻게 보면 추리소설의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단편들 역시 결말마다 놓여 있던 반전의 요소 및 메시지들이 흥미를 자극했다. 또한 히가시노게이고가 가지고 있는 특징인 쉽게 읽힌다는 점은 이 책에서도 역시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일단 다루고 있는 소재가 일상적이다. 도로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었는데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이기 때문에 더 실감나게 읽혔던 것 같다. 일상적이기 때문에 더욱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힘들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본 단편집에는 여전히 특유의 결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깔려 있다. 피해자로 보였던 인물이 오히려 가해자인 상황, 범인을 잡기 위해 피해자가 사건을 만들어내는 상황, 의도치 않은 계기로 범인을 잡게 되는 상황 등이 재미를 주는 요소들이었다.

서평을 쓰는 지금도 세상 어디에서는 뉴스에 나올 만한 다양한 사건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사건들의 진실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일 수도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채, 혹은 진실이 가려진 채 남아 있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건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고, 또 나와 관계없을 때는 단순한 일개 사건이지만 나와 관계가 생기면 무게감이 엄청 커짐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스토리가 전개되는 와중에도 나쁜 짓을 하면 편히 살 수 없다는 교훈 비슷한 것을 전달하는 것도 같았다.

물론, 생각 없이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도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일상에 재미를 주는 소설을 창작해 내는 히가시노게이고의 필력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랑을 하면 좋은 일도 있지만, 대개의 사랑은 아픔도 함께 동반한다. 사랑을 하게 되면 어떤 방식으로라도 아픔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시작은 부푼 설렘과 기대로 출발하지만 끝은 아픔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 사랑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런 사랑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다시금,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 힘을 주는 책이었다. 책의 많은 글들은 읽는 사람의 감수성을 자극했고, 지나간 사랑을 잠시 떠올려보게도 했으며, 지나간 사랑으로 아파하고 있는 마음에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그리고 거기서 머무르지 않도록, 다음을 향해 한발 더 다가갈 것을 권유했다.

사랑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심이준 작가가 직접 카운슬링한 내용을 바탕으로 네 가지의 챕터로 짜여 있었다. 그 짜임은 한 사람을 만나게 되어 사랑하게 되고 헤어지게 되는 순서와 엇비슷하게 이루어져 있었다. 첫 번째 챕터는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누군가를 만나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 사랑을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심리적 요건들, 아직 사랑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챕터였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챕터는 현재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과 관계된 내용이다. 특히, 남자와 여자 사이에 있는 차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편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는 헤어진 이후와 관련된 내용들이 있었다. 추억과 기억에 대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경험해온 사랑을 한번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사랑하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어설픈 모습들, 후회되는 것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남겨진 상처. 뿐만 아니라 좋았던 순간과 설렜던 기분들을 다시금 꺼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재 사랑을 시작하기 전, 혹은 사랑을 하고 있는 중, 아니면, 사랑이 끝난 누구든, 자신의 상황에 따라 책의 내용 중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사랑과 관계된 감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위로라 생각한다. 사랑이 남기고 간 아물지 않은 부분, 덮어 두었던 부분에 위로를 건네는 책이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어디선가 본 듯한 글귀들도 읽는 재미가 있었다.

 

나와 너의, 우리의 미래는 또 얼마나 많은 현재의 ‘그때’들로 달라질까. 세상 수많은 이별엔 얼마나 많은 ‘그때’가 아쉽게 잠들어 있을까.(p199)

계절이 지나며 꽃이 피듯, 이별의 시간은 그렇게 뜨겁기만 했던 연애를 어른으로 성장시킨다. 그러니 괜찮다. 우리는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p.205)

추억에 집착하며 사는 것은 어리석은 일리다. 하지만 그것을 의도적으로 버리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다. 추억을 버리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흐른 것은 시간일 뿐 추억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그 달콤한 기억이, 꿈이 먼 훗날 당신의 삶을 이야기할지 모른다. (p.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