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을 넘어서는 나와 같은 나이에 있는 사람 중에 헬렌켈러의 이야기를 접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특히나 헬렌켈러의 이야기는 어렸을 때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동화나 위인전에 실려 전해졌다. 우리보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그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살아낸 그녀의 이야기를 본받아 우리들도 힘든 일이 있을 때 그에 지지 말고 이겨내자 라는 비슷한 교훈을 전해 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헬렌켈러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시각 장애, 청각 장애, 그리고 그를 극복해 낸 여인 이런 것들이었다. 영웅 아닌 영웅이 되어 그렇게 전해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 이야기들은 통해 나는 헬렌켈러라는 한 여인을 어느 정도 알게 된 것일까? 물론, 어린 아이들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는 그런 이야기에 감동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속에는 인간 헬렌켈러를 만나고 싶은 욕구가 더 많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사람들의 그런 욕구를 발견한 책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으로서, 나와 같은 사람으로서 헬렌켈러라는 한 여인을 만나고 싶었던 욕구를. 그리고 감히, 예전보다 조금은 그녀의 삶을 이해하고 알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책의 분량은 상당히 두껍다. 과연,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해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듯이 수면 아래로 감추어져 있던 헬렌켈러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헬렌켈러이지만, 책의 많은 부분에서는 그녀와 함께 했던 설리번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할 정도로 설리번의 모습 또한 너무나 인간적이다. 무엇보다 헬렌켈러라는 한 아이가 그녀에 의해서 점점 세상을 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내면에 찾아온 갈등과 생각들, 또 겉으로 드러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의 어긋남들, 더욱이 인간적인 욕심들까지, 인간 설리번의 모습을 잘 전달해 주고 있었다.

 

  이 책은 헬렌켈러의 전 생애에 걸친 이야기를 전해 준다. 그녀가 남긴 기록이라든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전해지던 기록들을 모으고 모아 한 사람의 생애를 보여 준다. 어렸을 때부터 캄캄한 세상을 경험한 그녀는 누구보다도 그들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자신의 삶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그런데 그녀가 했던 생각들은 우리들이 하고 있는 생각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나도 내 상황에서 내가 본 경험들을 바탕으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헬렌켈러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가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살아갔던 것이다. 헬렌도 꿈을 꾸었고, 음악을 좋아했으며 감정의 동요를 경험했다. 그녀에게 눈이 안 보이고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 외에는 우리와 유사한 삶을 경험했고, 그 속에서 기뻐하기도 했으며, 고통 받고 좌절하기도 하고 애써보려 자신을 채찍질하기도 한다.

 

  쉬울 수 없었던 그녀의 삶이었겠지만, 그녀가 보여준 삶의 작고 커다란 이야기들은 오래도록 많은 이들에게 읽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장애를 넘어선 인간 헬렌켈러와 만나게 될 때 왠지 모를 위로와 용기를 받게 될 것이다. 한 명의 삶의 스승을 만나게 되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랑을 향한 모든 원시적 본능과 열망은, 육체적 장애나 억압으로 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 안의 그 모든 것을 뛰어넘어 당신의 바람을 들어줄 수도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나는 남자의 사랑을 받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운명은 왜 그리 나를 괴롭히는지, 왜 내게 육체의 장애를 주어서 나의 바람을 가로막는지 반발하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란 훌륭한 교사가 나에게 똑똑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제 나는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 하지 않습니다. 여성성이라는 소중한 보물을 잃어버렸다고 엉엉 울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활자로 불만을 털어놓지는 않습니다. 생각이 짧고 무관심한 독자들 앞에 자기의 부러진 날개를 굳이 내보이지 않습니다. 생각이 짧고 무관심한 독자들 앞에 자기의 부러진 날개를 굳이 내보이지 않습니다. 고상한 철학과 웃음 띤 얼굴로 되도록 자기의 어설픔과 무능력을 감추려 하지요........ 나는 신이 주신 충동을 억누르려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그 모든 사랑의 힘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데 돌렸을 뿐입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하고 유익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p.378~p.380)

 

- 본 서평은 서평단 당첨 서평임 -

 

많은 책들에서 오늘이라는 시간, 지금이라는 시간이 가지고 있는 중요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에서 그런 주장을 보여주던 글들은 대개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듯이 풀어주는 글이었다. 그런 글을 읽고도, 그래, 지금이 정말 중요하지 하며 깨달음을 얻고 좀 더 오늘을 충실히 보내야 겠다 다짐을 한다. 이 책도 역시 내가 살고 있는 오늘에 대해 한번 돌아보게 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달랐다. 설명이 아닌, 작가가 세상을 살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 책 어디에서도 오늘이 가진 소중함을 직접 피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의 모습들 보면서,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을 한번쯤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 책을 처음 받아봤을 때, 그 굵기에 한번 놀랐다. 최근에 읽었던 책들이 의도치 않게 약간의 두께감이 있었던 터인지, 이 책은 유난히 얇게 느껴졌다. 이렇게 얇은 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들을 전해줄 수 있을까. 책의 두께만큼 안에 있는 내용의 깊이도 얕은 것은 아닐까. 어쩌면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책을 펴기 전 기대를 보다 덜 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책이 전해 주는 감동과 깨달음은 기대 이상의 것이었다. 약 30편의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들이 쓰여 있다. 그리고 각 이야기의 길이는 그리 길지도 않다. 아주 짤막하게 누군가의 삶을 관찰하고 관찰한 것 중에 유난히 작가의 마음을 움직였던 그런 모습들 소개해 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뭐라 표현해야 할까, 조금 망설여지지만, 일반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 어찌 보면 사회에서 규정해 놓은 기준에는 미치지 못할지도 모르는 사람들? 무튼,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는 사람들, 한번쯤 스쳐지나갔을 만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전해주는 가르침은 어떤 스승에게서 듣지 못했던 가르침이었다.

 

책에 나온 사람들은 대개 나보다는 조금 더 세상을 살아본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내가 만들어가고 있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 것인가 힌트를 주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것보다 내 속에 있는 꿈을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다. 현재 20대인 벌써부터, 나를 지치게 하는 많은 것으로부터 꿈을 지켜내고 싶었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진 30대, 40대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또 다른 꿈을, 내 마음을 뛰게 하는 무엇인가를 마음에 품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무엇이 아닌 내 속에서 움직이는 그 힘에 의해 세상을 살아보고 싶었다.

 

책이 주는 소중한 체험은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의 경계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존재한다. 또 가끔은 귀찮다는 이유로, 내 삶이 번잡하다는 이유로 주변에 눈을 돌리기 어렵기도 하다. 그래서 내 삶에만 집중하다보면, 가끔씩 이래도 되나 싶을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감사하게도, 한번쯤 내가 마음을 열어 바라보고, 더 깊이 관계를 맺어야 했을 법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은 내 삶과 동떨어져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내 삶에 파장을 일으키고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난 이기주라는 작가의 눈을 통해 비춰진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이들을 통해 느꼈던 감동 속에서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세상을 좀 더 열정적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정열도 받았다. 지하철에서 가볍게 들고 다니며 봤던 책이었지만, 아무 의미 없이 허비해 버릴 수 있었던 시간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꾸어 주었다.

 

자네들은 상상도 못 할 거야. 머릿속에서 기억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감히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서운한 느낌이 들어. 내가 합법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진귀한 보물을 강탈당하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오래 고민하진 않았지. 어차피 남은 인생이 그리 길지 않으니 말일세. (p.15)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가 퇴보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은 전적으로 현실주의자들 덕분이다. 그 점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허나 인류의 삶을 개선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킨 것은 미약한 이상주의자들의 도전과 좌절이 아니었던가......(p.86)

 

- 본 서평은 서평단 당첨 서평임 -

 

 

  처음 제목을 보고 상당히 끌렸다. 어떤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기에 1초 만에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할까. 궁금증을 일으키는 제목이었다. 이런 책을 읽기 전마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과연 이런 이론적인 이야기를 안다고 해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연애는 특히 머리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전은 엄연히 차이와 변수가 존재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함께 일어난다. 그리고 책을 선택하게 되는 것은 후자 쪽의 생각이 더 강할 경우이다. 모르는 것보다는 알고, 실제 사용해 볼 수 있는 것은 한번 사용해 보자고 말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실제 내가 해볼 수 있는 방법들이 소개되었길 기대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는 여러모로 한계를 많이 발견했던 것 같다. 처음 발견했던 것은 아무래도 작가가 일본인이다 보니, 문화적으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조금 있었다. 사랑이라고 하는 감정은 어느 나라인들 경계 없이 일어나는 것이라지만, 읽으면서 글쎄, 싶은 것들이 있었다. 일단은 호칭 문제도 아, 일본이니까 이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문화적 거리감과 더불어 사고방식의 차이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주로 성적인 매력을 어떻게 하면 어필할 수 있을까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어 있다. 이런 부분은 기대했던 바와 달라서 조금 실망스러웠던 것이기도 하다. 처음 제목을 보았을 때에는 아직 서로 사랑을 시작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에 둔 누군가가 있을 때 그 사람에게 좀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을 기대했다. 그러니까 함께 만나는 사이가 아닌, 일방적인 관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그런 것 보다는 이미 만나고 있다는, 서로 사귀고 있다는 가정 하에서 보다 더 여성적이 매력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들이 좋은지를 소개하고 있었다.

 

  물론, 전체적으로 내용이 어렵지 않고, 사람들의 상담 내용과 그동안 봐왔던 여러 사례들을 바탕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들었던 생각은 이런 방법들은 역시 방법들뿐이라는 것이다. 워낙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적어도 이 중에서 실제 실전에 사용해 볼 수 있을만한 것들을 한두 가지쯤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을 통해 얻은 것이라면 얻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을 넘어서서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접촉하고 경험하면서 깨닫게 되고 알게 되는 것이 더 소중한 지식이지 않을까 싶다. 소소한 시간에 재미를 위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 본 서평은 서평단 당첨 서평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