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 하더라도 『윌든』이라는 책 이름은 들어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작가가 도시를 떠나 ‘윌든’이라는 숲 속에서 사는 삶에 대해 쓴 책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이 그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자급자족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책을 쓴 작가가 ‘시민불복종’을 주장하고 ‘존 브라운’의 삶에 대해 역설한 연설가라는 사실을 안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인생 행로에 대해 의아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불복종』에 실린 ‘시민불복종’,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정치관’, ‘존 브라운 투쟁기’ 등을 읽다보면 『윌든』에서 주장한 극단적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게 된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옮긴이의 머리말에 언급되어 있다.

 

1845년 그는 윌든 호수 옆에 작은 목조 가옥을 손수 지어 거기서 2년 동안 혼자 살면서 주경야독을 하였다. 이런 생활방식은 자연스럽게 그에게 맞았다. 그를 아는 어느 누구도 안다는 것 때문에 그를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는 행동보다는 사고에서 주변사람들과는 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는 고독한 생활에서 더 이상 얻을 게 없다고 생각하자마자 그 생활을 그만두었다. 1847년 공공지출의 몇몇 항목에 동의할 수 없다며 지방세 납부를 거부하여 수감되었다. 한 친구가 그 세금을 대납해 석방되었다. 그다음 해에도 비슷한 고치 아픈 시간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세금을 내주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그가 더 이상 거부하지 않은 것 같다. 항의나 조롱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다수의 의견이라고 가장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조곤조곤 흐트러짐 없이 밝혔다.

 

이것이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 파괴를 당연시하던 19세기에 오히려 숲으로 들어가는 자연주의적 삶을 선택했던 행위와 당시 당연시하던 조세 제도를 거부하고 개인주의적 삶을 선택했던 행위의 연결 고리인 것이다. 그렇다면 소로가 생각하는 ‘정부’란 어떤 것이며 그가 말한 ‘시민불복종’이란 정부로 대표하는 제도에 대한 반대만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를 살피려면 그의 〈시민불복종〉을 살필 필요가 있다.

 

나는 ‘가장 좋은 정부는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부’(That governments is best which govens least)라는 표어를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이 하루 빨리 조직적으로 실현되기를 바란다. 그 말이 실현되면 결국 ‘가장 좋은 정부는 전혀 통치하지 않는 정부’라는 데까지 나가게 되는데, 그것도 나는 믿는다. 사람들이 그에 대한 준비를 한다면 그들이 갖게 될 정부는 바로 그런 종류의 정부일 것이다. 정부는 기껏해야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

하지만 이 정부는 지금껏 자체적으로 진척시킨 사업이 없다. 오로지 재빨리 회피했을 뿐이다. 이 나라의 자유를 지킨 것은 정부가 아니다. 서부를 개척한 것도 이 정부가 아니다. 교육을 시킨 것도 이 정부가 아니다. 미국 국민들의 타고난 기질이 이 모든 일들을 성취한 것이다.

 

 

그렇다면 소로가 ‘불복종’하는 것인 도대체 무엇인가?

 

사람은 누구나 혁명의 권리를 인정한다. 그것은 정부의 폭정이나 무능이 극에 달해 견딜 수 없을 때 거기에 충성하길 거부하고 저항하는 권리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금은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1775년의 혁명은 그런 경우였다고 생각하고 잇다. 누가 만일 나보고 이 정부가 항구에 들어오는 어떤 외국 상품에 세금을 매겼기 때문에 나쁜 정부라고 한다면 나는 거기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물건들 없이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기계들에는 마찰이 있기 마련인데 해를 미치는 만큼 유익할 수도 있다. 어쨌든 그것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그러나 그 마찰이 기계를 삼켜 억압과 약탈이 조직화될 경우, 이 기계는 더 이상 놔둘 수 없다고 말하겠다. 다시 말하면 자유의 보호자가 되는 것을 사명으로 알았던 한 나라의 국민들 중 6분의 1이 노예이며, 전국토가 외국 군대에게 불법적으로 짓밟히고 점령당해 지배하에 놓였을 때, 정직한 사람들이 나서서 저항하고 혁명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의무가 보다 시급한 것은 우리나라가 그렇게 짓밟힌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침입한 군대가 우리나라 군대라는 사실 때문이다.

 

즉 소로는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해 불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에 대해 선별적으로 불복종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꼭 이래야 하는 것인가? 그냥그냥 살 수는 없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소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기 불의의 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법을 고치려고 노력하면서, 그것이 성공할 때까지 준수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당장 그 법을 어겨버릴 것인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지금과 같은 정부 아래서는 다수를 설득시켜 그 법을 개정시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저항한다면 치료가 병폐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치료가 병폐보다 더 나쁘게 만든 것은 바로 정부 자체의 잘못이다. 정부가 치료를 더 나쁜 것으로 만든다. 정부는 왜 좀 더 앞을 내다보고 개혁을 준비하지 않는가? 정부는 왜 현명한 소수자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가? 정부는 왜 상처도 입기 전에 울기부터 하며 막으려 드는가? 정부는 왜 시민들을 독려하여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도록 하지 않고, 정부가 그들에게 하는 것보다 더 시민들이 잘 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가? 정부는 왜 항상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고, 코페르니쿠스와 루터를 파문하며, 워싱턴과 프랭클린을 반역자라 부르는가?

(…)

당신의 온몸으로 투표하라, 단지 종잇조각 하나가 아니라 당신의 모든 역량을 던져라. 소수가 다수에게 고개를 숙일 때 가장 무력하다. 그때는 소수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렇지만 혼신을 다해 막을 때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 의인들을 모두 감옥에 잡아넣든가, 아니면 전쟁과 노예제도를 포기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때, 주 정부는 그 선택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 천 명이 세금을 내지 않더라도, 그것은 세금을 바침으로써 국가가 폭력을 휘두를 수 있게 하고 무고한 피를 흘리게 하는 것만큼이나 난폭하고 피비린내 나는 행위는 아닐 것이다. 평화적인 혁명이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일 것이다. 세금징수관이나 어떤 공무원이 나에게 묻기를, “그럼 나는 어떻게 하란 말이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당신이 참으로 뭔가를 할 생각이라면, 당장 그 자리를 내놓으시오.”

 

‘참으로 뭔가를 할 생각이라면, 당장 그 자리를 내놓으’라는 질책은 참으로 단호하고 명징한 표현이다. 이보다 더 명확한 의사전달이 있을 수 있을까? 소로는 다시한번 명언을 날린다.

 

국가가 개인을 보다 높고 독립적인 힘으로 인정하고 또 거기서 정부가 갖고 있는 모든 권력과 권위가 나온다는 걸 인정하여 그만큼 존경하기 전까지는 진정으로 자유롭고 개화된 국가가 절대로 될 수 없다.

 

2023년 벽두, 나는 소로의 말을 읽으며 ‘진정으로 자유롭고 개화된 국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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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평화를 얻는 수단은 투쟁이’라는 말은 매우 장엄한 선언이다. ‘투쟁’이라는 행위는 분명 평화롭지 않은 상태이며, 비정상적이고 갈등이 표면화되는 행위이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가 ‘평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분명 정상적이고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행위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법’은 정상적인 상태를 이루기 위한 비정상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읽게 된 계기는 조국의 『법고전 산책』을 읽으면서이다. 조국 교수는 책에서 ‘사법 살인’에 대해 언급하면서 ‘국가의 사법이 콜하스의 정당한 권리를 애초에 인정해주었더면 이후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국가의 사법이 특정 계급에 의해 장악되어 좌지우지되고 시민의 정당한 권리를 억압한다면, 그 불법은 이에 반발해 저질러진 시민의 불법보다 더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를 조국 교수의 개인적인 의견을 예링의 주장에 얹어서 제시한 것이라고 이해하였다.

다시 『권리를 위한 투쟁』 돌아온다면, 이 책은 ‘제1장 법과 권리의 생성과 목적’의 첫 단락을

 

법의 목적은 평화이며, 평화를 얻는 수단은 투쟁이다. 법이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는 한 — 그리고 세상이 존속하는 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된다 — 법은 이러한 투쟁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법의 생명은 투쟁이다. 즉 민족과 국가 권력, 계층과 개인의 투쟁이다.

 

라고 시작한다. 즉 법의 목적은 ‘평화’이고, 평화를 얻는 수단이자 법의 생명은 ‘투쟁’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후 이러한 투쟁을 통해 얻는 것은 ‘평화’이며, 이는 ‘권리’의 쟁취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권리’란 무엇인가? 예링은 ‘권리는 단순한 사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힘’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는 ‘법’과 함께 얘기할 수 있는데, ‘객관적 의미의 법이란 국가에 의해 운용되는 여러 법률들의 총체, 즉 생활의 법적 질서다. 이에 반해 주관적 의미의 권리란 추상적 규정을 개인의 구체적 권한과 연결시켜 준다. 이 두 방향에서 법은 서로 저항을 맞닥뜨리게 되고, 이 두 방향에서 법은 저항을 극복해야만 한다. 즉 법은 스스로의 존재를 투쟁하는 가운데 쟁취하거나 주장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제2장에서 권리 침해에 대한 대응을 언급하면서, 왜 ‘권리’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에서 언급하고 있다.

 

 

권리를 위한 투쟁은 권리자 자신에 대한 의무다. 자신의 존립을 위한 주장은 생명을 가진 모든 피조물의 최고의 법칙이다. 모든 생물은 자기 보존 본능을 지닌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단순히 육체적 생활뿐만 아니라 도덕적 생존도 문제가 되며, 도덕적 생존의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권리 주장이다. 권리 안에서 인간은 자기의 도덕적 존재 조건을 보유하며 방어한다. 인간은 자신의 권리를 갖지 못할 때 마치 로마인이 추상적 법의 입장에서 노예를 동물과 동일하게 취급했듯이 동물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권리 주장은 도덕적 자기 보존의 의무이며, 오늘날에는 전혀 불가능하지만 과거에는 한때 가능했던, 권리를 완전히 포기하는 일은 도덕적 자살에 해당한다.

 

 

인간이 참아야 하는 어떤 불법도, 그것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 최소한 공평무사한 윤리적 감정을 위해서는 — 신에 의해 임명된 관헌 스스로가 법을 파괴함으로써 범하는 불법보다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어가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는 ‘사법 살인Justizmord’은 법이 받아야 할 진정한 ‘대죄Todsünde’다. 법률 수호자와 파수꾼이 법률의 살인자로 변한다 — 그들은 곧 환자를 독살하는 의사이며, 피후견인을 교살하는 후견인이다. 고대 로마에서는 뇌물을 받은 재판관은 사형에 처했다. 법을 파괴한 사법에게는 침해된 법감정 때문에 저지르게 되는 범죄자의 암담하고 비난에 가득 찬 모습보다 더 무서운 고발자는 없다 — 그것은 피 흘리는 사법 그 이면의 모습이다.

 

결국 예링은 역자인 윤철홍의 글처럼, ‘법은 아무런 고통이나 노력 없이 마치 들에 난 풀처럼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투쟁이라는 노동을 통해서만 생산되는 일종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투쟁 없는 평화나 노동이 없는 향락은 천국에나 존재하는 것이지 가혹한 현실 세계에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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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사 놓고 안 읽은 책이 있나 책장을 살피다가 눈에 띄었다. 우선 내가 왜 이 책을 샀는지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아 발행 연도를 살펴보니 2012년이다. 그 때 이 책을 샀다면 아마도 아이에게 읽히려고 산 듯싶은데, 딸은 읽었을까? 글쎄?

《격몽요결(擊蒙要訣)》은 율곡 선생이 선조 10년(42세), 즉 1577년에 해주에서 쓴 책이다. 왜 ‘해주’냐고? 내가 기억하기론 해주는 율곡의 처가가 있던 곳이다. 제목인 ‘격몽(擊蒙)’은 몽매한 자들을 교육한다는 의미이고 ‘요결(要訣)’은 그 일의 중요한 비결이란 뜻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몽매한 자들’ 즉 학습이 미진한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하여 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집필 목적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글의 내용 또한 ‘입지(立志)․혁구습(革舊習)․지신(持身)․독서(讀書)․사친(事親)․상제(喪制)․제례(祭禮)․거가(居家)․접인(接人)․처세(處世)’로 구성되어 있어 유학 입문서로서의 충실하게 편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각 장을 ‘번역문–원문–해설’로 구성하였는데, 한문에 대한 관심이 적은 사람은 ‘번역문-해설’만을 읽어도 충분하다. 다만 ‘원문’은 독음만 적혀 있어서, 한문 또는 한자에 대한 지식이 적은 사람이 원문을 읽고 이해하기에는 매우 불친절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책 자체가 전공서적이라기보다는 교양서적에 가깝기 때문에 이 정도는 충분히 감안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설’ 부분은 각 장에 대한 역자의 해설 또는 평가를 적은 부분인데, 이러한 해설보다도 역자가 따로 소개하는 여러 가지 글들을 추천하고 싶다.